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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촌은 꿈꾼다.

찐따의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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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촌
작품등록일 :
2024.08.21 10:54
최근연재일 :
2024.09.07 10: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053
추천수 :
152
글자수 :
125,838

작성
24.09.06 10:00
조회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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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4쪽

19화. 충격적인 진실

DUMMY

“면도 잘 삶아지는 중이고.”


미리 물을 올려둔 옆 화구에선 라면 면이 익고 있었다.

색깔이 투명해지자마자 가장 큰 대접에다 각 1인분씩 덜고 그 위에 짜장 소스를 부었다. 향긋한 내음이 집안을 중화요리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데코로 잘게 썬 오이까지 올려주면 끝.


“우와~~~~~~~~~~~~~~.”

“먹어.”

“진짜 짜장면 같아!”

“짜장면이야. 어서 먹어.”

“응.”


막 비비고는 한 입 딱 뜨는데.

동생의 눈이 번쩍.

말로 하지 않아도 알겠다.


“진짜 맛있어! 중국집보다 더!”

“얼른 먹어.”

“응, 응.”


정신없이 먹던 동생이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물어왔다.


“오빠는 어떻게 짜장면을 만들 줄 알아?”


너튜브.

검색만 하면 온갖 요리 레시피가 다 나와.

너두 할 수 있어!


‘동생아, 요즘 시대는 남자들에게 요구하는 게 많단다.’


잘생겨야 하고 돈도 많이 벌어야 하고 머리도 좋아야 하고 요리도 해야 해. 청소까지 잘하면 금상첨화.

뇌섹남, 요섹남 같은 거로 부르면서 등 떠밀어. 그거 못하면 어딘가 결격사유가 있는 것처럼.

내가 요리에 입문하게 된 건 순전히 우연에서였다.

먹방을 전전하다 보니 요리와 음식에 일가견이 생겼고 셰프들이 간편하게 가르쳐주는 요리를 보다가 ‘어! 저건 나도 할 수 있겠는데.’란 마음이 생겼다.

그 시작이 중화 우동이었다.

물부터 부은 다음 재료 다 때려 넣고 끓기만 하면 끝.

마지막으로 계란만 잘 풀어주면 되는데 여기에 전분물을 부으면 울면이 된다는 매직에 나도 모르게 따라 하다가 자신감이 붙었다.


“엄마 왔다~~.”

“어, 무슨 냄새지?”


밤이 되어 부모님이 돌아오셨다.

동생이 득달같이 나와서 소리쳤다.


“엄마! 아빠! 오빠가 짜장면 했어!”


방방 뜨는 동생에 엄마는 딴소리했다.


“으응? 오빠가 짜장면 사줬어?”

“아니, 엄마~~. 오빠가 짜장면 해줬다고!”

“짜장면? 그걸 해줬다고? 어떻게?”

“몰라. 막 춘장이랑 돼지고기랑 사서 어떻게 하니까 짜장면이 됐어. 진짜 맛있었어!”


정확히는 유니짜장이긴 한데.

신나 하는 동생을 보다 이게 뭔 소리냐고 나에게 시선을 던지는 부모님.

나는 침착하게 대했다.


“손만 씻고 오세요. 5분이면 돼요.”

“그래, 엄마, 아빠, 앉아. 오빠가 짜장면 내올 거야.”


동생이 찰떡같이 부모님을 붙잡아 상에 앉힌다.

아까 먹은 것처럼 오이까지 썰어서 뚝딱 내드렸더니.

엄마는 입이 떡, 아버지는 나랑 짜장면을 계속 번갈아 보셨다.


“엄마, 빨리 먹어. 면 분단 말이야.”

“알았어. 알았어.”


모두가 아버지를 봤다.

말없이 젓가락을 드는 아버지.

제대로 비비고는 한 젓가락 크게 떠서 우물우물.

눈이 번쩍.

엄마는 그걸 보자마자 자기도 얼른 비벼 한입 물었다.


“어머, 어머어머어머. 짜장면이랑 똑같아!”

“엄마도 참, 이거 짜장면이잖아. 당연히 똑같지.”


먼저 경험해봤다고 동생이 아는 척했다.


“진짜 네 오빠가 한 거야?”

“내가 다 봤어. 맛있는 거 먹고 싶다니까 짜장면 해줬어.”


모녀가 수다 떠는 사이 아버지는 벌써 그릇을 다 비웠다.

그리곤 뭔가 아쉬운지 젓가락을 놓지 못하는 낌새에.


“한 그릇 더 드려요?”

“더 있냐?”

“두 그릇 정돈 더 나올 거예요.”

“너희는?”

“우린 아까 두 그릇씩 먹었어요.”

“그럼...”


빈 그릇을 건넨다.

나는 다시 라면을 삶아 짜장 소스를 붓고 내왔다.

비비던 아버지가 잠시 멈추고는 물어왔다.


“학교는 괜찮냐?”

“나쁘지 않아요.”

“불편한 건 없고?”

“예.”


이 정도가 우리 아버지의 최대 표현이었다.

더 원하면 서로 힘들다.

물론 아닌 집도 있겠지만,

우리 아버지는 이랬다.

그래서 난 이참에 내 생각에 대해 말해보기로 하였다. 멍석이 깔린 김에.


“저 음악을 해볼 생각이에요.”

“으응? 음악?”


아버지가 젓가락을 멈췄다.

엄마는 아예 내려놓았다.


“음악한다고? 공부는? 공부는... 안 할 생각이니?”

“공부는 공부대로 할 생각이에요.”

“아! 아아~. 취미로 하겠다는 거구나.”

“아니요. 본격적으로 할 생각이에요.”

“그게... 무슨 소리야? 공부한다며?”

“둘 다 할 생각이라고요. 일단 계획은 대학까진 부모님이 원하시는 대로 움직일까 해요. 이후부터는 제가 결정하려고요.”

“......”

“......”


잠시 말이 없으시던 아버지는 다시 젓가락을 들어 짜장면을 드셨다.

엄마는 뭐가 걱정인지 나만 쳐다보다 슬며시 물어왔다.


“유은아. 혹시 공부가 하기 싫어서...”

“공부를 피하려고 선택한 게 아니에요. 엄마는 앞으로 제가 뭐가 됐으면 좋겠어요?”

“으응?”

“공부를 원하시는 건 제가 무언가 되길 바라서가 아니었어요?”

“아니, 그게 딱히 뭘 생각해본 적은 없어. 그냥 훌륭한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될게요.”

“유은아...”

“이번 중간고사로 제 의지를 보여드릴 생각이에요. 그때까지는 기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덕분에 화기애애했던 집안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짜장면 이슈는 사라졌고 엄마는 시선을 내리깔았고 그 가운데 걱정이 몽실몽실 올라왔다. 동생은 엄마, 나 아버지를 번갈아 보며 눈치 보느라 안절부절못하고 아버지는 면을 우물우물, 양파도 춘장에 찍어 야무지게 씹었다. 한참 뒤에서 입을 여셨다.


“알았다. 중간고사 성적보고 다시 말하자.”

“감사합니다.”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는 말이 있었다.

일부터 벌이고 나중에 통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으나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찐따 때와는 다른 삶.

나는 껍질을 벗은 서유은이었고 서유은의 가정은 그 가정만의 가풍이 있었다.

효율적이지 않다 해서 망둥이처럼 훼손하기 싫었다.

현재를 유지하는 것 또한 내가 바라는바.


“가족을 구한다는 명분으로 가족을 속인 건 한 번으로 족해.”


의도치 않게 속내를 밝히게 됐지만,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일 정도는 가족이 제일 먼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혼 사실을 기사로 알게 하는 막장 인생을 살 게 아니라면.



***



이미 그러려고 했음에도 중간고사에 열중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2학년 과정을 독파하고도 왠지 마음이 놓이지 않아 1학년 과정을 씹어먹고 그것도 부족한 듯 보여 중학교 과정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있는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띠링.


[조정을 완료했습니다.]

[케이팝의 완성자로 전직하였습니다.]

[이제부터 케이팝의 완성자로서 본격적인 인생이 시작됩니다. 건투를 빕니다.]


“이제 시작되는구나!”


[직업 관련 스킬이 존재합니다.]

[적용합니다.]

[전직 축하 특전이 있습니다.]

[기억의 요람을 일시 해금합니다. 준비된 특전을 가져옵니다.]

[인벤토리에 저장합니다.]

[사용자 정보를 불러옵니다.]


=============================

* 이름 : 서유은

* 직업 : 케이팝의 완성자

* 킬워드 : 복수, 화목한 가족

* 고유스킬 : 기억의 요람

* 스킬 : 프로듀서의 눈 Lv.1 (0.0%)

➪ 상세보기(능력치)

=============================


드디어 꽉 채워진 투명창에 영혼마저 충만해지는 것 같았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할 정도의 감격.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멋졌다.

상태창을 살피던 나는 본능적으로 ‘상세보기’에 손을 가져다 댔다.

뜬다!


[서유은]

-----------------------------

보컬 : ●●◐

연주 : ●●●●

작곡 : ◐

작사 : ●●◐

매력 : ●●●◐

-----------------------------


“보컬, 연주, 작곡, 작사, 매력...?”


[케이팝의 완성자]가 되려면 이 능력들이 필요하다는 것 같았다.

노래 부르고 연주도 하고 작사작곡에 매력까지?


“이건... 자기 노래를 자기가 연주해서 무대에 서야 한다는 것 같은데?”


딱 봐도 싱어송라이터 계열이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노래하는 작곡가들 혹은 작곡하는 가수들의 지칭.

밥 딜런, 존 레논, 닐 영 같은 사람들을 말했다. 자기가 만든 곡으로 세계 정상을 밟은 자들.


“싱어송라이터는 이미 하나의 장르로서 인정받는 중이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케이팝이란 장르를 완성해야 할 주인공이 대체 누구한테 곡을 받겠어? 결국 내가 쓰고 내가 무대를 꾸며야 하는 게 맞아.”


그런데 작곡 능력이 ‘◐’다.

딱 봐도 쓰레기라는 뜻.

한숨만 나왔다.

싱어송라이터는 다방면으로 뛰어나야 했다. 특히 작곡 능력은 아티스트의 수명과도 직결하였다. 이대로라면 혹여나 운 좋게 잠깐 뜰 수는 있어도 역사에 획을 그을 인물은 절대 못 된다.


“치명적인 약점이네. 곡을 못 쓰는 싱어송라이터라니. 이 능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제 와 작곡 공부에 매진한단들 오를 것 같지 않은 느낌인데.”


공부로 되는 거였으면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없었다.

작곡에 비해 연주는 자그마치 ‘●●●●’.

그동안 만진 곡의 수답게 능력 중 최고 수준이다.


“작곡은 연주와 달리 연습한다고 늘지 않아. 결국 내 타고난 영감이 그 정도 수준이라는 건데. 잔인하긴 해도 이게 맞겠지?”


가끔, 아주 가끔, 내가 필 받아서 만든 곡을 친구들한테 들려줄 때마다 반응이 거의 비슷했다.

이걸 어떻게 말해줘야 하나?


“인정하자고. 뭘 하든 자기 자신을 먼저 아는 게 중요하다고 배웠어. 아직 실망하긴 일러. [케이팝의 완성자] 인생을 이제 막 시작한 거잖아. 내 예상이 맞다면 이대로 두진 않을 거야. 차근차근. 그래, 일단 진짜 중요한 건 알았으니까. 그거로 만족하자.”


나는 어릴 적부터 허약하게 태어났다.

각종 질병을 달고 다녔고 뼈까지 약해 자주 부러지고 다쳤다.

그 시절 병원에 자주 다녀본 경험이 이렇게 말해주었다.


- 진단이 정확하면 절반 이상 치료한 것과 같다. 작곡이란 처참한 능력치에 칭얼댈 시간에 차라리 처음으로 돌아가서 궁리하라.


상태창으로 돌아갔다.


=============================

* 이름 : 서유은

* 직업 : 케이팝의 완성자

* 킬워드 : 복수, 화목한 가족

* 고유스킬 : 기억의 요람

* 스킬 : 프로듀서의 눈 Lv.1 (0.0%)

➪ 상세보기(능력치)

=============================


기억의 요람은 여전히 비활성화.

대신 직업 스킬이라는 ‘프로듀서의 눈’이 생겼다.

눌러봤다.


[프로듀서의 눈 Lv. 1]

- 아티스트의 능력치를 본다.


통밥을 굴려보건대,

굉장한 편의성이었다.

상대 능력치를 볼 수 있다는 것.

아마도 내 능력치와 같은 계열의 보컬, 연주, 작곡, 작사, 매력에 한해서일 것 같긴 하지만 인재를 발탁하고 쓰는데 이보다 명확한 기준은 없을 것 같았다.


“실수가 줄어들겠어.”


인사가 만사였다.

적재적소에 제대로 된 인사가 들어가야 회사고 가정이고 발전한다.

그런 면에서 최고의 능력이었다.

그리고 특전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인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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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벤토리 :

능력치 성장 알약 9개. 제3의 인격.

2025091437.47127.09

2026년도 표절송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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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도 표절송 목록?”


눌러봤다.


[라이키 – Like Wind. 2026]

진광수 - 바람이 되고 싶어. 1996

松任谷由実 - いちご白書 The Strawberry Statement. 1975

Mireille Mathieu - Donne ton coeur, Donne Ta Vie. 1970


[강쭈 - 나를 사랑하지 마세요. 2026]

정영락 – 사랑하지 마세요. 1977

Foreigner - I Have Waited So Long. 1978


[W.B - 아직도 새벽은 오지 않는가. 2026]

近藤真彦 - ハイティーン・ブギ. 1982


[차성순 – 각자의 연인. 2026]

Raffaella Carrà - Luca. 1978

나범석 - 너랑나랑우리. 1985

............

............


“!!!!!!”


소름이 빡!

2026년이면 당장 내년이었다.


“내년에 발표될 곡에 이렇게나 많은 표절곡이 섞여 있다고?!”


족히 30곡이 넘었다.

그 규모에, 그 어이없음에 놀라고...

이쯤 되니 내 능력에 대해 아니 살펴볼 수가 없었다.

전직 메시지부터 살폈다.


[직업 관련 스킬이 존재합니다.]

[적용합니다.]


여기까진 별 이상이 없어 보였다.


[전직 축하 특전이 있습니다.]

[기억의 요람을 일시 해금합니다. 준비된 특전을 가져옵니다.]

[인벤토리에 저장합니다.]

[사용자 정보를 불러옵니다.]


“기억의 요람!”


기억의 요람이었다.

그러고 보니 ‘2025091437.47127.09’도 기억의 요람을 일시 해금하고 가져온 것이다. 추가 보상으로.


“......”


아직 확실한 건 아닌데.

느낌은 있었다.

‘기억의 요람’이 혹시나 미래의 정보를 품고 있는 거라면?

이 논리라면 ‘2026년도 표절송 목록’도 이해된다.


“이 논리가 성립되려면 ‘2025091437.47127.09’도 미래의 일이어야 해.”


그 시선으로 살피니 의미 모를 투성이의 숫자 난립에 불과했던 것에 일정 규칙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로로 금을 그어보았다.


2025 | 09 | 14 | 37 | .47127.09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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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불후의 명곡 24.09.07 29 2 13쪽
» 19화. 충격적인 진실 24.09.06 43 3 14쪽
18 18화. 각자의 사정 24.09.05 51 4 14쪽
17 17화. 밴드 찬솔 24.09.04 59 5 14쪽
16 16화. 케이팝의 완성자 24.09.03 74 7 14쪽
15 15화. 메인 시나리오 24.09.02 79 8 14쪽
14 14화. 나는야 피아니스트 24.09.01 85 11 14쪽
13 13화. 나는 야자가 싫어요 (3) 24.08.31 86 7 15쪽
12 12화. 나는 야자가 싫어요 (2) 24.08.30 94 8 14쪽
11 11화. 나는 야자가 싫어요 (1) 24.08.29 100 10 14쪽
10 10화. 새 친구 24.08.28 117 9 13쪽
9 9화. 풍운의 전학생 +1 24.08.27 126 11 12쪽
8 8화. 호랑이 뼈 +2 24.08.26 123 9 14쪽
7 7화. 제3의 인격 +1 24.08.25 127 9 13쪽
6 6화. 그냥 전학생 +1 24.08.24 125 9 14쪽
5 5화. 명철의 힘 +3 24.08.23 135 10 14쪽
4 4화. 찐따 (4) +1 24.08.22 126 7 13쪽
3 3화. 찐따 (3) 24.08.22 126 8 14쪽
2 2화. 찐따 (2) 24.08.21 146 8 15쪽
1 1화. 찐따 (1) +1 24.08.21 200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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