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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촌은 꿈꾼다.

찐따의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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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촌
작품등록일 :
2024.08.21 10:54
최근연재일 :
2024.09.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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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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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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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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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풍운의 전학생

DUMMY

그제야 내가 도로 병원으로 가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떠올렸는지 이태규는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근데 학교는 와도 되는 거냐?”

“당연히 의사는 말리지. 검사 더 해야 한다고.”

“그런데?”

“이유가 있어.”

“이유?”

“다 알고 싶어?”


넌지시 눈을 봐줬다.

바로 피한다.


“...아니다. 아니다. 가라. 아 참, 애들한테는 너 잡지 말라고 말해 둘 거니까. 혹시나 아까 전용칠 같은 새끼 같이 나대는 놈이 있으면 나 이태규를 찾아.”


자기 가슴을 탕탕 친다.


“널 찾으면 다 해결돼?”

“내가 학생회 회장이거든.”

“어, 그렇구나. 알았다. 고마워.”

“근데 너 반은 어딨는지 기억나냐? 모르면 안내해주고.”


에스코트라도 해줄 생각인지 앞장서려 했다.

내가 아무리 같이 걸을 사람이 없어도 너랑 이 교정을 걷겠냐? 자식아.


“됐어. 어제 한 대 맞고 나니까 떠오르더라. 너도 한 대 때려볼래?”

“아서라. 아서. 나는 감당할 자신 없다. 빨리 가라. 곧 수업 시작이다. 우리도 가야 해.”


절레절레.

무슨 전염병을 앓는 사람 취급을 해댄다.

반응이 재밌었다.

한 반년만 이렇게 끌어볼까 생각이 들 만큼.

나는 천천히,

교장 선생님처럼 느긋하게 걸었다. 교실이 가까워져 옴에 웅성웅성 시끄러웠다.

턱하고 문을 여니 반 친구들이 돌아보다 일제히 멈춘다.


“어!”

“어어.”

“......!”

“......!”

“......!”

“......!”

“......!”

“......!”


다들 얼었길래.

아무나 잡고 물었다.


“내 자리 어디야?”

“여, 여기야. 여기! 내가 네 짝이야!”


한 녀석이 아주 적극적으로 나섰다.

송정민.

내 짝이었다.

정황상 쓰러진 나를 둘러업고 양호실까지 달린 녀석이다.

욕 잘하고 시끄러운 녀석.

그 옆으로 가 앉았다.

교실이 조용해졌다. 애들이 전부 나만 쳐다본다.


“왜?”


맑은 눈으로 같이 봐주니 얼른 피해버린다. 그러면서도 호기심이 가시지 않는 눈길로 곁눈질해댄다.

속으로 웃으며 앞으로 이 녀석들과의 관계 설정을 조금 더 타이트하게 가도 되겠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짝 송정민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너 괜찮아?”

“뭐가?”

“머리...”

“아, 안 괜찮아.”

“나 정말 기억 안 나?”

“응.”

“하아... 씨발.”


갑자기 욕을 한다.


“씨발?”

“아! 너한테 한 거 아냐. 어떤 재수 없는 새끼한테 한 거야.”

“그러냐. 근데 나 너무 의식하지 마라. 부담된다. 어차피 전학 온 지 일주일 됐다며?”

“그야, 그렇지.”

“새로 시작하면 되잖아. 처음부터 다시 쌓자. 너 설마 전에 나 싫어했냐?”


쿡 찌르니.

반응이 컸다.


“아니야. 아니야! 야, 너 우리 학교 안내한 게 나야. 내가 매점도 알려주고 응? 화장실도 알려주고 응? 담탱이 성격도 알려주고 그랬다니까.”

“그러냐? 오오, 좋은 친구였네. 반갑다. 친구야.”


손을 내미니 잡긴 하는데 송정민의 표정은 여전히 복잡했다.


“저기 유은아.”

“어.”

“나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나 솔직히 말해 기분 좆같긴 하다.”

“뭐가?”

“상황이 그렇잖아. 너 힘들잖아. 난 네가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 안 간다. 널 어떻게 대해야 할 지도.”

“그거 때문에 그러냐? 나 괜찮아. 어차피 기억도 안 나는 거 싹 지우고 새로 시작하는 것처럼 하려고.”

“하아, 그게 말대로 쉽냐? 그 씨발 학주는 진짜 죽여버려야 하는데!”


분통을 터트렸다.

공감하는지 앞과 옆에 앉은 녀석들이 동참했다.


“맞아. 어떻게 씨발, 네 머리를 때릴 수가 있냐. 난 정말 이해가 안 가! 그 개새끼는 진짜 죽일 새끼라니까.”

“그 새낀 그냥 개새끼야. 맨날 애들만 보면 쫓아와서 트집 잡잖아. 그게 자랑이고.”

“야, 난 그 새끼가 옛날에 교무실에서 선배들 불러다 뺨 갈겼다는 소리 듣고 학을 뗐다니까. 진짜 존나 갈겼다더라.”

“말도 마라. 요새는 늙어서 얌전해진 거래. 세 다리 선배가 그러는데 그 새끼 길가다 만나면 죽여버린다고 하더라. 진짜 장난 아니었대.”

“돈도 존나 받는다던데? 하여튼 졸라 밝힌대. 담임할 때 돈 안 주는 애들은 학교 다니기 힘들었다고 하더라.”

“폭력에 돈까지 밝혀? 뭐 그런 새끼가 선생일 수가 있지?”

“몰라. 그냥 교육청에 투서 넣을까?”

“이 정도면 교육청에 빽 있는 거 아니냐? 나중에 막 너 추적해서 찾아오면 어쩌려고?”

“그럼 좆되는 거지. 뭐.”


그때 문이 드르르 쾅! 열리며 한 놈이 튀어들어 왔다.

모두를 주목시킨 녀석은 큰 소리로 말했다.


“야! 지금 방금 징계위원회 끝났다. 하아~씨,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그 씨발 학주 새끼 있잖아. 평교사로 강등된단다. 학교에 계속 남는대.”

“뭐?!”

“안 짤린다고?!”

“말도 안 돼.”

“겨우 강등?”

“왜 안 짤려?!”

“어떻게 안 짤리지?”

“거봐. 교육청에 빽 있다고 했잖아.”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던 녀석들은 이내 나를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여기에서 제일 힘든 사람이 누군지 안다는 것.


‘괜찮다. 꼬맹이들아, 그놈 주머니에서 1억 땡겼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눈만 끔뻑이자 녀석들은 그제야 눈치를 놓고 자기들끼리 열띤 평가를 해댔다. 이번 결정에 대해.

대부분은 학교 욕이었다.


쿵.


뒷문이 열렸다.

들어온 녀석은 둘이었다.

조상태, 박성규.

어디에서 담배 빨다가 시간 맞춰 온 모양이다.

두 놈을 인식하자.


띠링.


『퀘스트. 깽값의 계절이 왔다.Ⅲ』

본 악당의 등장이다.

상대와 이미 합의했지만 그건 민형사상에 관한 것뿐.

새로운 인생은 주고받음에 인색하지 않다.

약간의 조치가 필요하다.

인생의 쓴맛을 보여주자.

* 성공 – 능력치 성장 알약 1개.

* 실패 – 없음.


“......”


가만 보면 갈등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깽값의 계절만 벌써 3탄째!

얼마나 우려먹으려는 건지... 나로선 아주 기쁜 일이지만 너무 얻어먹기만 하니 살짝 눈치가 보였다.

어느새 말소리가 끊긴 교실.

그 시선의 전부가 나와 조상태에게 꽂혔다.


‘이렇게 퀘스트까지 주시고. 안 그래도 어떻게 복수하나 싶었는데 알아서 뺨을 때려주시네요. 감사히 받아먹겠습니다.’


맑은 눈으로 조상태를 가리켰다.


“어! 걔다.”


녀석이 날 발견하고 흠칫, 걸음을 멈췄다.

짝 송정민이 시의적절한 질문을 던졌다.


“어! 너 상태는 기억나?!”

“아니, 그저께 병원에서 깼는데 앞에 와 있더라고. 누구냐고 하니까. 막 욕하면서 날 때리려고 했어.”


띵.


교실 분위기가 단박에 싸늘해졌다.

아이들이 황당한 표정으로 조상태와 박성규를 쳐다보았다.

그때 조용히 읊조리는 옆자리의 목소리.


“최선을 다해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병원까지 가서 유은이 너를 때리려 했다는 거야? 하아, 씨발, 이게 무슨 일이냐. 어이, 조상태. 네가 사람 새끼냐?!”


급발진한 송정민이었다.

녀석의 과도한 정의감 어필에 나한테만 고정돼 있던 조상태의 시선이 서서히 옮겨갔다.


“씨발? 넌 뭔데 끼어들어. 병신 새끼가.”

“개새끼가... 부끄러움이란 걸 모르네. 하아, 좆같은 새끼.”

“뭐?! 개새끼? 좆같은 새끼? 지금 나한테 하는 말이냐?!”

“그래, 이 씨벌노마야. 내가 일찍이 네가 쓰레기란 건 알았는데. 이젠 쓰레기조차 아깝다. 널 대체 어떻게 표현해야겠냐?! 개쓰레기?”

“이 새끼가 미쳤나. 죽고 싶어?!!”

“왜?! 나까지 어떻게 하고 싶어? 그래! 오냐. 나도 어디 기억상실증 좀 앓아보자.”


머리를 들이미는 송정민에 조상태는 꿈틀! 당장에라도 달려들 듯 움직였으나 옆에 있던 박성규가 기를 쓰고 막았다.

짜증 난 조상태가 뿌리치려 했으나.


“넌 왜 막아. 새꺄!!”

“상태야. 더 가면 안 된다며!”

“저 새끼가 나한테 하는 소리 못 들었어?! 저걸 내가 놔둬야 해?!!”

“너 씨발노마, 또 사고 치면 아버지 만난다며?! 잊었어?!”


그제야 조상태 머리로 띵 하고 떠오른 기억 하나.


- 대신 또다시 애들 건드렸단 소리가 들리면 넌 아빠를 상대하게 될 거야. 이건 엄마도 약속할게.


단단히 약속받던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움찔.

어머니 뒤로 아버지 얼굴이 나타나는 순간 뇌를 잠식하던 열기는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

바로 잠잠해진 조상태.

나도 보란 듯이 송정민을 말렸다.


“그만해. 쟤 엄마가 우리 집에 와서 빌고 갔어.”

“어, 어, 유은아. 그랬냐?”

“너무 화내지 마. 맞아서 기억상실증 된 사람은 나 하나로 족해.”

“엇! 그게... 미안. 너무 화가 나서 내가 하면 안 될 말을.”

“아니야. 근데 쟤가 날 이렇게 만든 거지?”

“어, 맞아.”

“어쩐지 처음 볼 때부터 개새끼 같더라.”

“으응?”

“고마워. 정민아, 나 대신 싸워줘서.”

“아...”


송정민은 완전히 멈췄다.

이제야 좀 국면이 진정되나 했는데.


드르륵 쿵.


앞문이 열리며 담임이 들어왔다.

평소대로 교탁으로 향하다 멀뚱히 서 있는 조상태와 박성규를 보고 한소리나 툭 던지며 지나가던 시선이 리와인드 되듯 한 지점으로 돌아왔다.


“뭐야? 거기 왜 서 있어? 빨리 자리에 앉아. ...어!”


날 발견한 담임의 걸음이 멈췄다.

그 눈이 이렇게 말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입원 첫째 날, 둘째 날, 이미 몇 번이나 본 사이지만 나는 또 모른 척 담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 진짜 담임 선생님이네.”


아이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나는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갸웃.


“이상하네. 담임 선생님인데 왜 안 말렸지?”

“유은아, 뭘 안 말려?”


내가 짝은 참 잘 얻었다.

오지랖 하나는 기가 막힌다.


“그게... 쟤가 병실에서 나 때리려 할 때 옆에 서 있었거든. 쟤 엄마랑. 근데 보고만 있었어.”

“뭐?!!”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담임에게로 돌아갔다.

이게 무슨 소리냐며 빨리 해명하라는 불신이 가득 든 눈길에 담임은 허둥댔다.


“어, 어, 그게... 아냐. 아냐. 나도 깜짝 놀라는 바람에... 경황이...”


조상태에게 빅엿을 줬어도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고로 악당에는 담임도 포함된다는 것.

바로 끼어들었다.

혼잣말처럼.


“돈 받았나?”

“돈?!!”


송정민이 또 크게 반응했다.


“말리지 않았어. 보고만 있었어. 하아~. 부패 교사가 하필 담임 선생님이라니. 점점 학교 다니기 싫어지네.”


나는 이 순간 절대 약자였다.

약자는 보호받아야 하는 법.

아이들의 시선이 적대적으로 변했다.

이미 그런 선생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고 또 반쯤은 포기한 상태라지만 그 일이 나와 내 주변에 직접적으로 관여 되는 순간 양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쾅.


반응 큰 정의맨 짝꿍 송정민이 자기 책상을 내리쳤다.


“씨벌, 더러워서 학교 못 다니겠네.”


더욱 싸해진 교실 분위기.

평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담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깜짝 놀란 척 두리번거리며 송정민을 봤다. 제3의 인격을 경험하고 나서인지 연기 스펙트럼이 한층 넓어진 기분이었다. 나 배우에 소질이 있나?


“왜 그래? 책상을 왜 쳐? 무슨 일 있어?”

“어엉? 어, 아니, 그게... 유은아, 너 방금 말했잖아. 담임이 돈 받았다고.”

“내가 언제?”

“너 방금 말했어. 애들도 다 들었어.”

“정말? 난 기억이 없는데. 어떻게 된 거지? 어, 나 이상해진 거야?”


당황한 척하니 송정민이 서둘러 나를 진정시켰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아무 일도 아니야. 살다 보면 그냥 입에서 말이 튀어나올 수도 있어.”

“그...런가? 그래도 나 무서워.”

“아니야.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다른 애들도 다들 그렇게 가끔 해. 그치?! 그치?!!”


주변 애들이 전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착한 녀석들.

나는 겨우 안심한 척 말을 내뱉었다.


“어휴~. 난 또 내가 이상하게 변한 줄 알고 걱정했잖아. 근데 나 방금 떠올랐는데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어, 말해. 다 말해.”


조상태를 가리켰다.


“쟤 벌 받았어?”


그제야 아이들은 이번 기억상실증 사태에서 무엇이 빠졌는지 깨달은 표정이 되었다. 학생주임도 평교사로 강등된 판에 조상태만 멀쩡하다? 담임을 쳐다보았다.

이로써 확정.

담임은 이제 무얼 해도 ‘부패 교사’ 딱지를 떼지 못할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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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각자의 사정 24.09.05 50 4 14쪽
17 17화. 밴드 찬솔 24.09.04 59 5 14쪽
16 16화. 케이팝의 완성자 24.09.03 74 7 14쪽
15 15화. 메인 시나리오 24.09.02 79 8 14쪽
14 14화. 나는야 피아니스트 24.09.01 85 11 14쪽
13 13화. 나는 야자가 싫어요 (3) 24.08.31 85 7 15쪽
12 12화. 나는 야자가 싫어요 (2) 24.08.30 93 8 14쪽
11 11화. 나는 야자가 싫어요 (1) 24.08.29 99 10 14쪽
10 10화. 새 친구 24.08.28 116 9 13쪽
» 9화. 풍운의 전학생 +1 24.08.27 126 11 12쪽
8 8화. 호랑이 뼈 +2 24.08.26 123 9 14쪽
7 7화. 제3의 인격 +1 24.08.25 127 9 13쪽
6 6화. 그냥 전학생 +1 24.08.24 124 9 14쪽
5 5화. 명철의 힘 +3 24.08.23 134 10 14쪽
4 4화. 찐따 (4) +1 24.08.22 125 7 13쪽
3 3화. 찐따 (3) 24.08.22 126 8 14쪽
2 2화. 찐따 (2) 24.08.21 145 8 15쪽
1 1화. 찐따 (1) +1 24.08.21 200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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