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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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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작품등록일 :
2016.01.05 18:34
최근연재일 :
2016.02.24 22:0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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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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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76
글자수 :
140,163

작성
16.01.22 22:00
조회
1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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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글자
8쪽

필드의 사기꾼 21화

DUMMY

<※본 글은 소설이며 단체명이나 이름 등은 사실이 아닙니다. 작가의 상상에 의한 순수 창작물입니다.>




필드의 사기꾼 21화



이탈리아 중부 지역 유소년 리그 개막 전날.

피렌체 유소년 클럽의 어린 선수들은 오늘 야외 훈련은 하지 않았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실내에서 전술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내일 개막전에서 우리들이 상대 할 팀은 마르케 주의 우르비노 유소년 클럽이다. 모두 잘 알겠지만 첫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 기분 좋게 개막전 승리를 하자. 내일 우리가 사용할 전술은 3-5-2 전술이다. 하지만 너희들이 알고 있는 3-5-2 전술과는 조금 다른 전술이 될 것이다. 여길 보도록.”

파울로 로시가 상황판에 붉은 자석을 붙인다.

“기본적인 쓰리백 시스템이다. 다른 점은 바로 여기.”

두 명의 공격수 중 하나를 뒤로 약간 무른다.

“투톱이 아닌 원톱 체재로 하고 이 한 명이 프리롤 역할을 수행한다.”

파울로 로시가 민선을 바라본다. 민선은 그 시선에 담긴 의미를 알고 씨익 웃는다.

“안토니오는 전형적인 타겟형 스트라이커다. 상대팀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안토니오를 묶어 두려고 할 거야. 그때 공격의 물꼬를 트는 것이 바로 이 선수, 민선이다. 민선은 빠르고 기술이 좋다. 패스 역시 일품이지. 양쪽 윙어들과 끊임없이 스위칭을 해. 기회가 되면 중앙으로 들어가. 또 찬스가 오면 바로 슛!”

민선이 고개를 끄덕이자 파울로 로시가 안토니오 갈로파를 바라본다.

“안토니오는 지금까지 했던 그대로 하면 돼. 아크 정면에서 계속 움직여 줘. 수비수가 널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네가 수비수를 달고 다닌다고 생각을 해. 그러면 어떻게 될까?”

“공간이 납니다.”

대답은 안토니오 갈로파가 아닌 공격수 서브 자원인 스페인 출신의 호세 고메스에게서 나왔다.

“빙고. 최종 수비들 사이에 공간이 나면…… 곧 골로 연결이 된다.”

파울로 로시가 상황판에 자석을 이리저리 옮기며 전술에 대해 설명을 한다.

민선은 옆에서 툭치는 것을 느낀다. 줄리오 실바가 고개를 까딱거린다. 그의 시선을 좇으니 한껏 굳은 표정의 안토니오 갈로파가 보인다.

왜 저런 표정일까 생각을 하다가는 그 이유를 알아낼 수가 있었다. 바로 파울로 로시 감독의 전술 때문이었다.

자신에게 프리롤 역할을 맡기며 안토니오 갈로파에게는 수비수를 끌어내는 역할을 하라고 했다.

그러니 안토니오 갈로파는 자신이 전술의 중심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리라.

안토니오 갈로파가 고개를 돌리다 민선과 눈이 마주쳤다. 가뜩이나 굳어 있던 표정이 더욱 심각하게 변해 버렸다.

“전술 훈련은 이것으로 마치도록 한다. 푹 쉬고 내일 건강한 모습으로 보도록 하자.”


***


마르케 주 우르비노.

마르케 주에는 피렌체 유소년 클럽과 같은 리그에 속한 유소년 클럽에 세 곳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곳 우르비노를 연고로 하는 우르비노 유소년 클럽이다.

성인 클럽 산하 유소년 클럽은 성인 클럽의 이름을 따라가지만 나머지는 피렌체나 우르비노같이 지역명을 클럽 이름으로 채택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우르비노 유소년 클럽은 15년 전에 창설이 되었다. 세리에 A에서 크게 이름은 알리지 못 했지만 자신이 속한 팀에서는 준수한 활약을 하던 수비수 출신의 선수가 감독인 곳이다.

그래서인지 수비가 유난히 강한 팀이었다. 우르비노 유소년 클럽은 15년 동안 유소년 리그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지역 대회에서 우승을 해본 적도 없다. 최고 성적이라면 지역 4위 정도였다.

피렌체 유소년 클럽에 비하면 조금은 이름값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시합을 앞두고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는 피렌체 유소년 클럽의 분위기는 썩 나쁘지가 않았다.

“어제 전술 훈련할 때 주의 준 것 모두 잘 기억하고 있지? 그것만 잘 기억하면 된다. 그러면 모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파울로 로시가 오늘 선발로 뛰게 될 아이들 중앙으로 걸어가 손을 내민다. 아이들이 하나둘 그의 손등 위에 손을 포갠다.

“피렌체, 피렌체, 이기자!”

시골에서도 사용하지 않을 참 단순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파이팅 구호였지만 민선은 어쩔 수 없이 따라했다.

“가자!”

파울로 로시를 선두로 피렌체 유소년 클럽이 로커를 벗어나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괜찮아?”

“응? 뭐가?”

줄리오 실바가 묻는다.

“첫 경기잖아. 떨리거나 그러지 않냐고.”

“떨려. 많이 떨려.”

“그렇지? 하하, 나도 첫 경기 때 많이 떨었어. 긴장되고 막 그렇잖아. 다 이해해. 심호흡 크게 하고…….”

“그게 아니라. 흥분돼서 떨려. 빨리 경기가 시작됐으면 좋겠어.”

줄리오 실바가 민선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든다.

“역시 괴물이야.”

센터 서클을 사이에 두고 우르비노 유소년 클럽 선수들과 마주섰다. 민선은 주위를 살핀다.

크지 않은 경기장이다. 관객의 수도 이백 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유소년 클럽의 축구 경기에 비하면 많은 편이지만 민선이 기대를 했던 것에는 미치지 못했다.

민선의 생각을 읽은 것인지 곁에 있던 로베르토 마지오가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 친다.

“지역 준결승에나 가야 사람들이 보러 오는 거야.”

“그래도 개막전이잖아.”

“로마나 밀라노에서의 개막전이라면 모를까 이곳은 그 정도는 아니지.”

“그렇구나.”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주심이 힐끔 바라본다. 이마가 시원하게 벗겨진 주심과 눈이 마주친 민선이 움찔한다.

주장인 마르코 보체니가 나가서 동전 던지기로 선축과 골대를 고른다. 홈팀인 우르비노가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삐익-

주심의 호각 소리와 함께 우르비노의 공격수가 공을 옆으로 툭 차고는 라인을 넘는다.

그와 동시에 민선이 앞으로 달려 나간다. 공을 잡고 어디로 넘겨줄까 생각을 하던 우르비노 선수가 갑자기 쇄도를 하는 민선을 보고는 당황하여 측면으로 공을 길게 보낸다.

꼭 빼앗겠다는 생각으로 압박을 가한 것이 아니었기에 민선은 아쉬워하지 않고 상대 팀 미드필더를 마크한다.

“안녕.”

민선의 인사에 우르비노의 미드필더가 힐끔 보더니 무시하는 듯 고개를 돌려 버린다.

‘안젤로.’

전술 훈련으로 알게 된 미드필더의 이름이다. 우르비노의 주전 미드필더로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수행하는 팀의 심장과 같은 선수이다.

민선의 왕성한 활동량을 알고 있는 파울로 로시 감독은 공을 소유하고 있지 않을 때는 적당한 선에서 안젤로를 괴롭히라는 지시를 했다.

민선이 안젤로에게 딱 붙어 있자 우르비노 선수들의 패스 동선이 꼬여 버렸다.

볼 배급의 시작이 되는 안젤로가 자유롭지 못하니 패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안젤로는 민선에게서 벗어나 어떻게든 패스를 받으려 했다. 하지만 민선은 그런 안젤로를 놓아주지 않았다.

툭-

한참이나 아래까지 내려가 공을 받은 안젤로가 몸을 돌린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민선을 확인하고는 입술을 질끈 깨문다.

오른쪽 아웃사이드로 공을 툭 밀고는 갑자기 치고 나간다. 개인기로 민선을 돌파하려는 생각인 것이다.

민선과 거리가 좁혀지자 안젤로가 헛다리짚기를 하며 시선을 어지럽히려 한다.

“어…….”

좌측으로 공을 빼내며 민선을 벗겨내려던 안젤로가 당황한다. 자신의 소유에 있어야 할 공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그 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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