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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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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작품등록일 :
2016.01.05 18:34
최근연재일 :
2016.02.24 22: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443,678
추천수 :
11,876
글자수 :
140,163

작성
16.01.26 22:00
조회
9,431
추천
276
글자
7쪽

필드의 사기꾼 25화

DUMMY

<※본 글은 소설이며 단체명이나 이름 등은 사실이 아닙니다. 작가의 상상에 의한 순수 창작물입니다.>




필드의 사기꾼 25화



좌측 수비수가 민선에게 달려온다. 중앙 수비수 한 명이 협력 수비를 위해 거리를 좁힌다.

민선은 지체 없이 드리블을 하며 앞으로 내달린다. 민선의 앞을 먼저 막아선 것은 좌측 수비수다.

툭-

민선은 수비수가 앞을 막기 무섭게 그의 우측으로 공을 툭 찬다.

상대가 공에 시선을 빼앗긴 잠깐의 시간에 민선은 그 반대인 좌측으로 달린다.

수비수가 민선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는 이미 그의 옆을 지나치고 있을 때였다.

수비수를 가운데 두고 좌우 양방향으로 나뉘어졌던 민선과 공이 다시 하나가 되었을 때 중앙 수비수가 앞을 가로막는다.

민선의 상체가 우측으로 숙여진다. 수비수는 페인팅에 속지 않겠다는 듯 동요하지 않는다.

툭-

민선의 상체가 잠시 흔들린다. 이번에는 수비수가 반응을 한다. 그의 몸이 반대로 기우는 순간 민선은 처음 모습 그대로 우측으로 공을 치고 나간다.

속임수 속의 속임수인 것이다.

“막으라고!”

조급해진 것은 골키퍼였다. 이제 남은 수비수는 한 명. 그마저 뚫린다면 자신과 1:1 상황이 되어버린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산마리노의 감독은 민선을 주의하라고 선수들에게 신신당부를 하였다.

그런 민선과 1:1 상황이라면 골을 지켜 낼 자신이 없었다. 마지막 남은 수비수가 움직이려 하는 순간이었다.

뻐엉-

골대로부터 우측 20미터 정도의 지점. 민선이 달리던 속도 그대로 공을 때린다. 발등에 제대로 얹힌 공이 일직선으로 쭉 뻗어간다.

“와아아아-!”

뒤늦게 민선을 따라 산마리노의 진영으로 넘어온 피렌체 선수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지른다. 센터 서클부터 시작된 질주가 골로 연결이 된 것이다.

“에라이 이 괴물아!”

줄리오 실바가 민선을 덮친다. 다른 동료들 역시 달려와 민선 위에 산을 쌓는다. 전반 24분에 터진 선제골에 동료들이 기쁨의 함성을 내지른다.

세리머니가 끝나고 진영으로 돌아갈 때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는 안영우의 모습이 보인다.

언론의 설레발이 싫어 항상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안영우.

선글라스가 그의 눈을 가리고 있지만 그가 지금 자신을 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선이 안영우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인다.


***


“이거 꼭 마셔야 해요?”

“당연하지.”

짙은 자줏빛이 나는 비닐 팩을 보며 민선이 인상을 찌푸린다. 안영우는 팩을 가위로 잘라 빨대를 꽂아주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버지가 보낸 거야. 그러니까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다 마시도록 해.”

“우우- 아빠는 왜 이런걸 보내는 거야.”

“다 널 생각해서 보내는 거야. 선배가 아무 생각 없이 이런 것을 보낼 리가 없잖아. 오가피는 신체 발달에 큰 도움을 준다. 그러니 군소리 말고 빨리 마시도록 해.”

팩에 담긴 것은 오가피즙이다. 성장 발달에 도움을 준다며 아버지 윤석이 보낸 것이다.

윤석의 정성을 생각해 먹기는 해야겠는데 입맛에 맞지를 않는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민선이 빨대를 입에 물고는 쭉 들이킨다.

“에- 맛없어.”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쓴 법이야.”

“이거 안 먹어도 나 키 큰데.”

“더 커야지. 앞으로 네가 상대를 해야 할 선수들은 하나같이 피지컬이 뛰어나 나이 대에 비해 네가 성장이 빠른 편이기는 하지만 꾸준히 관리를 해줘야 해.”

민선의 식단을 관리해 주는 것은 안영우다. 에밀리아가 요리를 전담하고 있지만 요리의 재료를 결정하는 것은 안영우다.

안영우는 민선을 위한 맞춤형 식단을 짜 두었다. 덕분에 민선은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신체 조건이 굉장히 좋은 편이었다.

“5라운드가 끝났네. 다음 상대가 로마지?”

“네, 선생님.”

“AS 로마. 강한 팀이지. 유소년 클럽이라고 해서 무시를 하면 안 돼. 성인 클럽 시스템을 적용해서 훈련을 하고 있거든. 지금까지 네가 상대를 했던 팀들과는 많이 다를 거야. 방심하는 순간 네 생애 첫 패배를 하게 될 수도 있어.”

“방심하지 않아요.”

물론 패배를 하게 된다면 민선의 탓이라기보다는 AS 로마 유소년 클럽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수비수의 실책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수비수가 실수를 하여 골을 허용하였다 해도 공격수가 그것을 만회하는 골을 내면 그만인 것이다.

“AS 로마 유소년 팀은 평균 연령이 피렌체보다 많아. 너희 팀 중 여섯 명이 스꾸올라 쁘리마리아인데 반해 AS 로마 유소년 클럽은 아홉 명이 스꾸올라 메디아야.”

스꾸올라 메디아. 즉, 중학생이라는 뜻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이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지만 피지컬적인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상대는 AS 로마 유소년 클럽이야. 기본적인 실력은 당연히 뛰어나지. 뛰어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바로 AS 로마니까. 피지컬도 뛰어나고 기술도 좋은 AS 로마를 상대해야 한다는 뜻이야.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해.”

“네.”

“내일부터는 알렉산더와 안젤로의 도움을 받아 훈련을 하도록 하자.”

“수비수 두 명이요?”

안젤로 산치스는 피렌체 유소년 클럽의 주전 좌측 수비수로 알렉선더 침머맨 정도의 피지컬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상황 판단이 좋고 발이 빠르다.

“AS 로마의 수비수들은 지금까지 네가 상대했던 수비수들과는 다를 거야. AS 로마 유소년 클럽의 수비수들을 가르치는 코치가 모르간 칸나바로야.”

“모르간 칸나바로?”

“그래. 불과 5년 전까지 AS 로마에서 주전 수비수로 활약을 하던 선수지. 현역 시절 철벽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수비력이 탁월해. 그런 모르간에게 훈련을 받은 수비수가 물렁물렁할 리가 없지. 넌 그들을 뚫고 골을 얻어내야 해. 그러니 훈련 강도를 높여야겠지.”

“네, 선생님.”

“네가 AS 로마 유소년 클럽의 아이들을 상대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많이 기대가 된다. 기대해도 되겠지?”

“당연하죠. 꼭 이길 거예요.”

“하하, 그래야지.”

안영우가 민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내일부터의 훈련을 대비해 오늘은 푹 쉬도록 해. 내일부터 훈련양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빡빡할 테니 기대해도 좋아.”

안영우는 ‘우-’ 하며 침실로 걸어가는 민선을 보며 인자한 웃음을 짓는다.

‘AS 로마 유소년 클럽은 네가 걸어가야 할 길에 놓인 작은 장애물에 지나지 않아. 더 높은 곳으로 가야 하는 네가 그 정도 장애물에 넘어진다면…….’

안영우가 민선이 다 마신 오가피즙 팩을 구긴다.

‘실망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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