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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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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작품등록일 :
2016.01.05 18:34
최근연재일 :
2016.02.24 22:0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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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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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0,163

작성
16.01.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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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글자
9쪽

필드의 사기꾼 27화

DUMMY

<※본 글은 소설이며 단체명이나 이름 등은 사실이 아닙니다. 작가의 상상에 의한 순수 창작물입니다.>



필드의 사기꾼 27화



안영우의 눈에 1:1 패스를 주고 받으며 달리고 있는 줄리오 실바와 조르지오 피엘라가 들어온다.

지금까지의 경기만 놓고 봐도 두 사람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민선이 일곱 골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도 두 사람의 활약 때문이다.

우측 윙포워드 로베르토 마지오도 훌륭한 선수다. 이런 좋은 선수들이 뒤를 든든하게 받쳐 주니 민선이 활약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이 정도라면 일방적으로 지지는 않겠네.’

AS 로마 유소년 클럽이 강한 팀인 것은 맞다. 하지만 피렌체 유소년 클럽 역시 충분히 강하다.

민선이라는 걸출한 공격수가 팀에 더해지며 마지막 단추가 채워진 것이다.

‘경기가 끝난 후 시끌시끌하겠군.’

빅 클럽들의 유망주에 대한 애착은 대단하다.

조금이라도 발전 가능성이 있는 유망주들을 자신의 클럽 테두리 안에 두고 싶어 한다.

유망주가 자라 성인 클럽에서 활약을 해도 좋고, 좋은 가격에 팔아도 된다.

그렇기에 빅 클럽들의 스카우터들은 유망주를 찾기 위해 오늘도 이탈리아 전역을 누비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AS 로마 유소년 클럽의 경기는 여러 클럽의 스카우터들이 모여드는 사교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때가 되면 민선의 가능성을 알아차린 여러 클럽들의 애정 공세가 시작이 될 것이다.

안영우의 입에 미소가 어린다.

“줄리오! 조금 더 빠르게 패스를 해라. 한 박자 빠른 패스가 상대방의 진영을 무너뜨린다!”

“네, 코치.”


***


주말 저녁 시간에는 세리에 A 팀들 간의 경기가 펼쳐진다. 그래서 유소년 리그는 오후 시간에 진행이 된다.

1시가 막 지날 무렵 피렌체 유소년 클럽의 선수들을 태운 버스가 AS 로마 유소년 클럽의 경기장에 도착을 했다.

세리에 A의 강자인 AS 로마 산하 유소년 클럽답게 경기장은 피렌체 유소년 클럽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시설이 좋다.

대기실 역시 매우 넓고 깔끔했다.

“잠시 후면 우리들은 AS 로마와 경기를 펼친다. 중부 지역의 절대 강자 AS 로마를 상대로 어떤 경기를 펼치느냐에 따라 너희들의 미래가 바뀐다. 좋은 경기를 펼쳐 스카우터들의 눈에 띈다면 더 나은 클럽으로 갈 기회가 생길 수도 있고, 그 반대라면 패배의 충격으로 남은 라운드마저 망칠 수 있겠지.”

파울로 로시가 비장한 표정으로 전의를 다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차분한 음성으로 말을 한다.

“이미 전술 훈련은 많이 하였다. 더 이상 말을 하는 것은 입만 아플 뿐이야.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너희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다. 최선을 다해라. 너희들의 모든 것을 보여줘라. 그동안 흘린 땀이 맺은 열매를 따 오거라. 너희들은 충분히 승리를 할 자격이 있다.”

파울로 로시는 아이들을 두고 로커 밖으로 나갔다. 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안영우를 발견하고는 그 곁에 선다.

“잘 하겠지?”

“무슨 걱정이야? 세리에 A 최고의 윙포워드가 가르친 팀이잖아?”

파울로 로시가 안영우의 어깨를 툭 친다.

“고마워. 덕분에 아이들 기량이 많이 좋아졌어.”

“알면 잘해.”

“오늘 어떻게 될 것 같아?”

“시작도 하지 않은 경기의 결과를 어떻게 짐작을 하겠어?”

“객관적인 평가도 있잖아.”

“아무래도 전체적인 전력은 밀리지.”

“그렇겠지?”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 파울로 로시를 보며 안영우가 피식 웃는다.

“투자의 차이야. 로마 녀석들은 유소년 클럽의 선수들에게도 돈을 쓰잖아. 너처럼 아무런 대가 없이 아이들을 끌어 모은 것이 아니라고.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코치진만 봐도 답이 딱 나오잖아.”

AS 로마 유소년 클럽의 코치진은 매우 화려하다.

유망주가 클럽의 미래라는 마인드를 가진 빅클럽들은 유소년 클럽에 투자를 망설이지 않는다.

코치들만 해도 거의 대부분 세리에 A 출신들이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깨지지는 않을 거야. 아이들이 쉬는 날까지 반납을 하고 열심히 했잖아.”

“맞아. 우리 아이들이라면 할 수 있을 거야.”


***


심판이 시계를 맞추고는 호각을 입에 문다.

민선은 마주선 상대 선수를 바라본다. 질라니 나탈레라는 이름을 가진 AS 로마 유소년 클럽의 주전 공격수다.

질라니 나탈레는 현재 유소년 리그 중부지역의 득점 선두다. 5라운드까지 여덟 골을 기록하며 일곱 골을 기록 중인 민선에 비해 한 골을 앞서 가고 있다.

다섯 경기에 여덟 골이면 경기당 1.6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AS 로마 미래의 에이스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기록인 것이다.

질라니 나탈레 역시 민선을 바라보고 있다.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보니 자신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민선에 대해 들었을 것이다.

“안녕.”

민선이 소리를 내지 않고 입만 벙긋거리며 인사를 건넨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질라니 나탈레가 피식 웃고는 마찬가지로 ‘안녕’하며 인사를 한다.

민선이 환하게 웃는다. 지금까지 상대를 했던 팀들은 인사를 건네도 잘 받아주지 않았다.

경기장 안에서 싸워야 하는 입장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는 했지만 그래도 가끔 서운한 마음이 들기는 했다.

그런데 까칠할 것 같았던 질라니 나탈레가 인사를 한 것이다. 오늘은 즐겁게 경기를 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주심이 호각을 불며 경기의 시작을 알린다.

질라니 나탈레가 바로 옆에 있는 페데르코 오자니에게 공을 툭 밀어준다.

페데르코 오자니는 AS 로마 유소년 클럽의 공격수로 질라니 나탈레 뒤쪽에서 섀도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다.

가끔 질라니 나탈레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약팀을 상대 할 때는 원톱으로 나서기도 하는데 전체적인 기량은 질라니 나탈레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질라니 나탈레가 빠르지 않은 속도로 피렌체 진영으로 넘어온다.

페데르코 오자니 역시 미드필더에게 공을 보내고는 피렌체 진영으로 침투를 한다.

AS 로마 유소년 클럽의 양쪽 윙어들이 순간 속도를 높인다.

뻥-

AS 로마의 플레이 메이커 요제트 키엘리가 단숨에 좌측 측면을 열어준다.

골 배급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요제트 키엘리의 패스는 정확히 레프트 윙어의 발 앞에 떨어진다.

피렌체의 우측 수비수 다니엘 그로소가 수비를 향해 달려간다. 한 번의 롱패스로 미드필드 라인을 건너 뛴 공격이었다.

상대 윙어가 오른쪽으로 가려는 듯 페인트를 쓰고 라인 쪽으로 공을 툭 찼지만 다니엘 그로소가 노련하게 공을 걷어냈다.

드로잉으로 경기가 재개 되었다.

“헤이-!”

드로잉을 전담으로 하는 상대 수비수가 공을 뿌린다. 공을 받은 이는 페데르코 오자니였다.

가슴으로 공을 받아 아래로 떨어뜨린 후 곧장 피렌체 진영으로 내달린다.

두 명이 달라붙는다. 페데르코 오자니는 자신에게 두 명이 다가오자 반대편 측면을 열어주고는 안쪽으로 달려간다.

AS 로마의 패싱 플레이는 대단했다. 짧은 공간에서도 유기적으로 패스가 이루어지자 피렌체 선수들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허둥댄다.

상대의 실수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 바로 강팀이다.

마이클 패트릭과 가브리엘 산체스가 AS 로마의 미드필더들의 짧은 패스에 속절없이 뚫려 버린다.

유제트 키엘리는 자신에게 전달이 된 공을 잡아 세우지 않고 원터치 패스로 안쪽으로 공급한다.

“나이스 패스!”

질라니 나탈레에게 공이 전달된다. 옆으로 공을 툭 차고 몸을 돌린 질라니 나탈레가 슛 동작을 취한다.

알렉산더 침머맨이 각도를 좁히기 위해 가까이 다가선다. 그 순간 슛을 할 듯 크게 발을 뒤로 뺏던 질라니 나탈레가 빠르게 발을 접으며 옆쪽으로 공을 흘린다.

툭-

뒤쪽에서 쇄도를 하는 페데르코 오자니에게 밀어준 공이 알렉산더 침머맨의 다리에 걸리고 만다.

알렉산더 침머맨이 손을 흔드는 막스 슈뢰더에게 공을 연결하고는 몸을 돌린다.

그때 질라니 나탈레가 알렉산더 침머맨에게 한마디 한다.

“제법인데.”

“날 속이라면 그 정도 페인팅으로는 어림도 없어.”

“그래? 자신감이 대단한데?”

알렉산더 침머맨이 몸을 돌리며 크지 않은 음성으로 중얼거린다. 하지만 질라니 나탈레는 그의 말을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우리 팀에는 그 정도 페인팅을 숨 쉬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하는 녀석이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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