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사기꾼 26화
<※본 글은 소설이며 단체명이나 이름 등은 사실이 아닙니다. 작가의 상상에 의한 순수 창작물입니다.>
필드의 사기꾼 26화
“우와, 정말 엄청나요.”
연신 감탄을 터뜨리는 민선을 보며 안영우가 인자한 웃음을 짓는다.
주말이 되어 민선을 데리고 피렌체 관광에 나섰다.
살고 있는 곳을 돌아다니며 관광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애매하기는 했지만 훈련장과 집을 매일 오가는 민선에게는 관광이 분명히 맞았다.
두오모 대성당을 보며 민선이 크게 외친다. 두 사람은 입장권을 끊고 두오모 대성당에 들어가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이탈리아는 천주교의 중심이라 할 수 있지.”
“로마, 바티칸 시국.”
“그렇지. 바티칸 시국뿐만이 아니라 이탈리아 곳곳에 이런 성당들이 참 많아.”
성당이 주는 고유의 경건함 때문인지 두 사람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일 뿐이다.
민선은 신기하다는 듯 성당 내부를 돌아다닌다.
쿠폴라에 올르니 피렌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멋져요.”
“그렇지? 저기가 미켈란젤로 광장이고 저기 멋진 건물이 베키오 궁전이야.”
“우리나라하고는 너무 다른 것 같아요.”
대한민국의 도시 풍경은 지금 보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높기만 한 빌딩들로 가득하고 그 사이로 난 도로 위에는 자동차들의 천국이다.
한참 구경을 한 후 아래로 내려갔다.
“점심 식사를 하고 우치피 미술관에 가도록 하자. 오늘은 피렌체에서 볼 만한 곳을 돌고 다음에는 다른 지역에도 가 보자.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피사요.”
민선이 크게 외친다.
이탈리아에 대해 잘 몰라도 알고 있는 유명한 것들을 꼽으라면 항상 들어가는 것이 피사의 사탑이다.
“그래. 우리 다음에는 피사의 사탑 보러가자.”
관광은 매우 즐거웠다. 자신이 사는 피렌체라는 도시가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라는 것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안영우의 추천으로 간 식당에서의 식사도 훌륭했다.
“또 가고 싶은 곳 없어?”
오후 4시가 지날 무렵 안영우가 민선에게 물었다.
“훈련장 가고 싶어요.”
“응? 오늘은 쉬어도 된다니까.”
“그냥 훈련하고 싶어요.”
안영우가 고개를 흔든다.
“휴식도 훈련이다. 쇠를 달궈 계속 두드리기만 한다고 해서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야.”
“AS 로마와의 경기를 대비해서 훈련하고 싶어요.”
중부 지역 최강인 AS 로마 유소년 클럽과의 경기가 조금은 부담으로 다가 온 듯하다.
안영우는 민선의 반응이 이해가 되었다. 이틀 전 상대 팀의 전력 분석 차원에서 피렌체 유소년 클럽의 선수들은 AS 로마 유소년 팀의 4라운드 경기 영상을 보았다.
AS 로마 유소년 클럽은 지역 최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최고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들은 경기가 시작되고 시종일관 상대 팀을 압살했다. 분명 두 팀이 경기를 펼쳤지만 경기장 중 절반만을 사용했다고 말을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일방적인 경기를 펼친 것이다.
몇몇 선수는 AS 로마 유소년 클럽과 경기를 해보았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경기 영상을 보며 주눅이 들어버렸다.
그만큼 AS 로마 유소년 클럽의 실력은 진짜배기였던 것이다.
민선이 다른 아이들처럼 주눅이 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확실히 자극은 되었다. 지금까지 상대를 했던 어떤 팀과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과연 AS 로마 유소년 클럽을 상대로 자신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좋은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을지 장담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쉬는 날임에도 훈련을 하겠다고 말을 하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넌 충분히 열심히 훈련했어. 그리고 너 혼자 잘한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야.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선생님. 그래도 훈련장에 가고 싶어요. 무리하지 않을게요.”
“흐음…… 내가 널 어떻게 이기겠냐. 가자.”
***
“민선!”
“너무 늦게 왔잖아.”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피렌체 유소년 클럽의 선수는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몇몇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민선이 친구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곧 로커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돌아온다.
안영우 역시 옷을 갈아입고 민선의 훈련을 돕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알렉산더, 안젤로.”
두 명의 주전 풀백이 민선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넨다.
최근 민선이 하고 있는 훈련이 수비수 두 명을 상대로 공을 지키고 돌파를 하는 것이었다.
알렉산더 침머맨과 안젤로 산치스는 민선의 좋은 훈련 상대였다.
두 사람이 민선의 훈련을 돕는다고 해서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이 아니다.
두 사람 역시 민선을 상대로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민선의 발재간은 같은 나이 중에서는 최고에 속한다.
그런 공격수를 마크하는 훈련은 두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민선이 공을 가지고 다가서자 알렉산더 침머맨과 안젤로 산치스가 좌우에서 압박을 한다.
민선은 두 사람의 몸싸움을 받아가며 공을 지키고 있다.
처음 이 훈련을 시작했을 때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공을 빼앗겨야만 했다. 하지만 훈련이 지속될수록 몸싸움에 익숙해지고 있다.
인사이드로 공을 툭 치고는 다시 뒤꿈치로 살짝 차니 알렉산더 침머맨의 가랑이 사이로 공이 빠져나간다.
민선이 곧장 왼발을 축으로 오른쪽으로 회전을 하니 어느새 알렉산더 침머맨의 뒤를 점하게 된다.
“치-”
알렉산더 침머맨이 분하다는 듯 몸을 돌려 압박을 가한다. 안젤로 산치스가 재빨리 달려들어 공을 빼앗으려 발을 뻗는다.
민선은 두 사람의 몸싸움을 버텨 가며 공을 이리저리 컨트롤 해 공을 지켜내고 있다.
“알렉산더, 집중력을 높여라. 수비수는 시야가 좋아야 해. 민선의 작은 페인팅에 놀아나지 말란 말이야.”
“네, 코치.”
“안젤로는 알렉산더가 민선을 상대하기 편하게 끊임없이 압박을 해야 해. 네가 공을 빼앗는다는 생각 보다는 알렉산더가 민선의 공을 따 낼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거야. 그게 바로 협력 수비다.”
“네, 코치.”
안영우는 틈틈이 아이들의 실수를 바로 잡아주고 개선해야 할 바를 알려주었다.
“민선, 동작이 너무 화려해. 조금 더 간결해질 필요가 있다. 너무 큰 동작은 상대 선수에게 읽히기 쉬워.”
“네!”
안영우는 아이들의 훈련을 잠시 지켜보다가는 다른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잘하네.’
피렌체 유소년 클럽의 특징은 허리라인과 양쪽 윙 포워드들이 강하다는 것이다.
감독인 파울로 로시가 세리에 A의 강팀인 인터 밀란에서 주전으로 활약을 했던 선수다.
왼쪽 윙 포워드로 발재간이 좋고 순간 속도가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파울로 로시가 지도를 했기 때문인지 미드필드 라인과 양쪽 윙어들의 움직임이 상당히 좋다.
‘민선의 좋은 짝이 될 거야.’
Commen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