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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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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최근연재일 :
2019.10.19 08:05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82,840
추천수 :
1,845
글자수 :
279,473

작성
19.10.04 09:00
조회
701
추천
20
글자
8쪽

42화. 징조(3)

DUMMY

그건 사건 이후 며칠이 지난 무렵이었다.

나는 우리 집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경찰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늘도 수고하십니다."

"아뇨. 이게 제 일인 걸요."


피케아 씨가 일처리를 빨리 해줬는지 피누스라는 순경이 내 신변을 보호해주고 있었다.

연녹색 직모 머리에 의욕이 넘쳐나는 엘프였다.


그동안 여전히 수사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

단서라곤 더 이상 나오는 게 없었고, 인간 사냥꾼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나저나 오늘이면 보호하는 임무도 끝이네요."

"아,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며칠 씩이나 보호하고 있으면 그만큼 인력도 오래 빠지는 거니까요. 시골 마을에서 인력 1명은 꽤 크거든요."


듣고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작은 규모의 직장에서 1명의 부재는 의외로 크다.

그런데 나와 안성진 이렇게 둘을 보호해야하니 최소 2명이 빠졌을 터.

남은 경찰 엘프들이 일을 더 많이 처리해야했음엔 틀림이 없었다.


"그럼, 오늘까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뭘요.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치진 않을 겁니다."


피누스 순경은 오늘도 기합이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장사를 무사히 끝내고 저녁이 되어 집에 돌아왔을 무렵, 피누스 순경은 임무를 마치고 경찰서로 복귀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예.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열혈적인 엘프 경찰과 우리는 그 인사를 마지막으로 헤어졌다.


"결국··· 아무 일도 없었네."

"범인은 이미 포기한 걸까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아무 일 없으면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메주나 만듭시다, 누님들.”

“그래. 장사하는 동안 뒤에서 콩 끓이느라 힘들었어.”

“죄송합니다, 누님. 시간이 없어서 동시에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기적으로 《엘로리다 비치》의 철판볶음 아주머니께 양념을 만들어 전해줘야 그쪽 장사도 안 끊기고 계속 이어갈 테니. 그래서 옹기도 인덕션도 더 사둔 것 아닙니까? 더 많이 만들려고.”


그 동안 우리 집 안의 조리도구도 많이 늘어났다. 장사해서 번 돈으로 가마솥도 생기고, 드워프 스미르 씨에게 옹기도 좀 구매해 10개로 늘어나 더 많은 장을 담글 수 있게 되었다.

새 인덕션도 생겨 시장용, 가전용으로 나눠 쓸 수 있게 되어 동시 조리가 가능해졌다.


“다일타나 아줌마, 잘 하고 있을까?”

“잘 하고 있을 겁니다.”


우리는 그대로 대야에 콩을 찧어 네모나게 메주를 만들었다.


“이거 다 만들고 대회까지 뭐 할 거야, 아저씨? 장사 빼고.”

“신세도 많이 졌으니 나중에 경찰 식구들에게 한번 맛있는 음식이라도 대접할 생각입니다.”

“좋은 생각이네요.”


사실 이 모든 조리도구는 피케아 경관님께 신세를 져 《아카이브》를 통해 구매한 것이다.

그 밖에 내 신변도 신경 써 주고, 정말 좋은 엘프다. 나중에 맛있는 식사라도 대접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해왔었다. 내일이나 내일 모래쯤 저녁식사 초대해야지.


“이제 볏짚으로 다 엮었으면 널러 갑시다.”

“저녁인데?”

“빨리 널고 내일 장사 준비해야죠, 누님.”


우리는 일전의 공터로 와 나무에 메주를 하나하나 매달았다.


“근데 생각해보니, 여기 전에 안성진인가 하는 인간이 공격받은 장소 아냐?”

“갑자기 그 소리는 왜 하시는 겁니까?”

“문득 든 생각인데, 그 인간이 이곳에서 공격받은 게 정말 우연이었을까?”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언니?”


메주를 다 매달고 큰 누님이 메주를 널은 곳에 《쉘터》 마법을 펼쳤다.


“생각해봐. 범인은 아저씨와 그 인간이 뭐하는 사람인지 다 알고 있다면. 그럼, 아저씨가 항상 여기에서 메주를 널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 않았을까?”

“!”


큰 누님은 계속 추리해갔다.


“그러면 이 근처에서 잠복하고 있으면, 아저씨를 사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고. 그래서 여기서 대기하고 있던 거 아냐? 아저씨를 잡으려고.”


순간 온 몸이 오싹해졌다.


“그러다가 하필이면 그 인간이 여기서 노숙을 했고, 보리 대신 쌀이라고, 그 인간을 먼저 공격한 거지. 원래는 아저씨를 먼저 노리던 거였는데 순서가 바뀐 거야. 그 안성진인가 뭔가 하는 사람도 이미 알고 있는 걸 봐선 어차피 나중엔 그도 처리할 생각이었겠지.”

“언니 추리력 대단하다.”


릴리 누님이 놀라운 표정으로 큰 누님을 쳐다보았다.


“왠지 불안해. 장사하느라 피곤해서 이제야 생각났는데, 내가 만약 아저씨를 사냥하고 싶다면 호위 경찰이 사라진 지금이 가장 적기라 생각하지 않을까? 해도 거의 저물어 날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어.”

“하지만 경찰이 일대를 다 수색해봤지만 숨은 엘프는 찾지 못했다며. 도망친 거 아냐?”


아마릴리스 누님이 냉정하게 대답했다.


“아니. 내 촉이긴 한데. 어쩌면, 어떤 마법 공간 같은 곳에 몸을 숨겨둔 걸 수도 있어.”

“······.”


누님의 추리력에 내 심장이 벌렁벌렁 뛰기 시작했다.

너무 긴장해서 그런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안 되겠어. 빨리 집에 돌아가는 게 좋겠다.”

“듣고 보니 큰 누님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어서 돌아가죠.”


그때 한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그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사냥할 시간이네요.”


-탁!


아마릴리스 누님이 재빨리 날아온 화살을 손으로 낚아챘다.


“넌 누구야?”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말이 씨가 된 것 같습니다.”


인간 사냥꾼은 노을을 등지고 서 있고, 후드 망토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엘프의 상징인 뾰족귀가 있다는 건 확실했다.

인간 사냥꾼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법 반응속도가 빠르네요, 금발 엘프. 제 화살을 반사 신경만으로 낚아 챌 줄이야.”

“네가 안성진이란 인간을 공격했어?”

“아. 그 빛의 정령을 데리고 다니던 녀석 말이라면.”

“아무 죄 없는 사람을 공격하다니. 엘프로서의 긍지는 어디에 판 거예요?”


릴리 누님이 범인을 일갈하자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긍지? 그건 내가 할 소리에요. 더러운 인간과 어울리다니, 그 쪽이야 말로 긍지는 어디에 판 거죠?”


말 끝 목소리가 섬뜩하게 들리자 위험하다는 걸 느낀 큰 누님이 작은 누님께 속삭였다.


“(릴리.)”

“(네?)”

“(아저씨께 라이튼 마법을 걸고 도망쳐.)”


그러곤 재빠르게 주문을 외웠다.


“바람의 길, 그 흐름에 몸을 맡길 지어니 우리를 허락해주소서. 《윈드 워크》!”


바람의 기운이 우리의 몸을 둘러 몸이 한껏 가벼워졌다.


“가자!”


작은 누님은 이어서 내게 《라이튼》 마법을 걸고 나를 번쩍 들어 나무 위로 도망쳤다.


“도망치는 건가요? 어림없죠.”


뒤에서 화살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유효타 화살은 누님이 뒤로 회전하며 발로 걷어냈다.


“제법이네요. 어제 꼬마 정령보다 재밌겠어요.”


인간 사냥꾼은 그대로 우리를 추격해왔다.


“빠, 빨라!”


그러자 아마릴리스 누님은 주머니에서 장갑 하나를 꺼내 왼손에 꼈다. 아파트에서 떡 돌릴 당시 퀘스트 가야한다면서 꼈던, 약간의 무늬가 들어간 연녹색 베이스의 장갑이었다.


누님이 왼손을 뻗어 정신을 집중하자 장갑에서 마력이 응축되어 연둣빛의 활이 전개되었다.

엘프들은 활을 들고 다니지 않는 게 아니라, 장갑에서 전개되는 거였다.


“이거나 먹어라!”


이어서 누님은 범인에게 시위를 당겼다.


“《블로우 샷》!”


바람의 기운이 서린 화살이 적을 향해 나아갔다.


작가의말

엘프자매 vs 의문의 적


2권 분량에 들어와선 요리하는 모습이 잘 안보이네요.

나중엔 요리할테니까 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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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3화. 징조(4) +4 19.10.05 676 23 9쪽
» 42화. 징조(3) +4 19.10.04 702 20 8쪽
42 41화. 징조(2) +4 19.10.03 755 23 8쪽
41 40화. 징조(1) +5 19.10.03 792 21 8쪽
40 39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3) +5 19.10.02 903 25 8쪽
39 38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2) +5 19.10.01 966 20 13쪽
38 37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1) [1권 분량 끝] +6 19.09.30 996 25 8쪽
37 36화. 바다에서 생긴 일(7) +6 19.09.29 1,007 30 11쪽
36 35화. 바다에서 생긴 일(6) +7 19.09.29 966 27 12쪽
35 34화. 바다에서 생긴 일(5) +6 19.09.28 968 25 10쪽
34 33화. 바다에서 생긴 일(4) +4 19.09.28 1,026 24 8쪽
33 32화. 바다에서 생긴 일(3) +4 19.09.27 1,029 23 8쪽
32 31화. 바다에서 생긴 일(2) +6 19.09.27 1,089 27 9쪽
31 30화. 바다에서 생긴 일(1) +7 19.09.26 1,200 28 9쪽
30 29화. 뒷풀이 +8 19.09.25 1,298 32 9쪽
29 28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3) +5 19.09.24 1,350 28 11쪽
28 27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2) +4 19.09.23 1,305 30 8쪽
27 26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1) +4 19.09.22 1,341 30 10쪽
26 25화. 된장, 간장, 그리고 고추장 +4 19.09.22 1,296 35 7쪽
25 24화. 메주 만들기(2) +6 19.09.21 1,304 31 13쪽
24 23화. 메주 만들기(1) +4 19.09.21 1,316 34 9쪽
23 22화. 야채볶음면 +5 19.09.20 1,385 31 8쪽
22 21화. 찻집에서 지난길을 되돌아보다. (수정) +5 19.09.19 1,467 26 11쪽
21 20화. 납작샌드와 누룽열매 수프 (수정) +5 19.09.18 1,510 29 10쪽
20 19화. 마늘 코다리강정과 폭탄계란찜 +6 19.09.17 1,536 31 9쪽
19 18화. 지인 소개 +6 19.09.16 1,531 31 11쪽
18 17화. 맥주와 통삼겹살 구이 +7 19.09.12 1,623 34 9쪽
17 16화. 드워프의 영역 +7 19.09.11 1,623 33 8쪽
16 15화. 호황 +6 19.09.10 1,635 34 10쪽
15 14화. 장사 준비 +6 19.09.09 1,654 3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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