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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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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최근연재일 :
2019.10.19 08:05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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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28
추천수 :
1,845
글자수 :
279,473

작성
19.09.11 09:00
조회
1,623
추천
33
글자
8쪽

16화. 드워프의 영역

DUMMY

@@@


"와, 나 비행선 처음 타봐, 언니."

"5일 동안 꼬박 일해서 번 돈으로 가는 거니까, 아저씨께 감사해야지. 고마워, 아저씨."

"전부 누님들이 도와준 덕분이죠, 뭐. 하하하."


우리는 5일 동안 시장에서 떡 장사해서 모은 돈(대략 180리프)으로 드워프 씨를 만나러 가까운 공항, 《엘도라스 스카이포트》에 도착해 드워프의 영역, 《노르단》행 비행선에 탑승했다. 공항까지 오는 데 '그리핀 택시'라는 걸 이용해봤는데, 마차 비스 무리한 것이었다. 말 대신에 그리핀으로 바뀌었을 뿐, 차이점은 하늘을 난다는 것 빼곤 없었다.


이 세계의 공항은 좀 특이한 게 무척 거대하고 묵직한 나무에 나무 아파트처럼 공항이 지어졌단 점이었다. 이건 마치 남자애의 로망 중 하나인 '나무 위의 비밀기지'의 확장판이었다. 밑동의 입구로 나무 건물 속으로 들어오면, 그 안은 그야말로 고향 세계의 공항스러웠다. (김포공항에 가까웠다.)


각 층 별로 식당, 백화점, 호텔 등의 편의 시설이 존재했고, 마법의 승강기를 타고 고층으로 올라가면 승강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는 거기서 항공권을 사고, 약간의 대기시간을 가진 뒤 비행선에 탑승했고, 지금에 이른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선실에서 나와 갑판으로 나와 있었다. 비행선은 고향 세계의 비행기와는 완전 딴판의 모습이었는데, 옛날 범선의 판타지스런 모습이었다. 배 양 옆과 바닥에 붙은 거대한 크리스탈의 힘으로 배가 하늘에 떠있는 모양이었다.  선내는 고향 세계의 크루즈보단 못하지만 기본적인 편의 시설이 구비되어 있었다. 매점, 선실, 화장실, 만남의 광장, 카페 등이 있었다. 이렇게 보니 이 세계의 비행선이란 비행기 + 크루즈인 모양이었다.


공항에 와서 안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 이 세계에도 '시계'란 것이 있었다. 그것도 고향 세계와 똑같은 24시간 체계였다. 나는 바로 아마릴리스 누님께 물었다.


"누님, 이 세계에도 시계가 있었습니까?"

"응. 당연한 걸 왜 물어?"

"아니, 그럼 우리 집엔 왜 시계가 없습니까?"


이것 때문에 느낌으로 시간감각을 잡느라 고생이었다.


"그야, 우린 대충 태양의 위치를 통해 감으로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거든. 그래서 딱히 없어도 생활에 지장이 없어."

"하지만 대륙이 커서 태양의 위치가 각 지역마다 다르니 시간 통일이 안 되서 요정왕 '오베론'님이 수도를 기준으로 통일 시켰어요."


새로운 지식이 하나 늘었다.


"그, 그랬군요."

"그나저나 하늘에서 보는 경치는 좋네. 바람도 시원하고."

"고작 3시간이면 도착한다니 너무 아쉽네요."


누님의 말론 남쪽에는 정령의 영역, 동쪽은 수인족의 영역, 중앙엔 수도 《실바니아》가 있고, 우리가 가는 드워프의 영역은 서쪽에 있는 엘프의 영역과 달리 북쪽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드워프의 영역은 북쪽에 위치해 있어 산간지역이 많고, 다소 춥다고 한다. 그 산맥 꼭대기에는 만년설이 있어서 눈을 보러가는 관광명소라 한다.


우리는 그렇게 3시간 동안 비행선을 타고 경유지인 《니다벨니르》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장인의 마을 《스미다》에 도착했다. 드워프의 영역의 택시는 그리핀이 아니라 특이하게 늑대, 펜리르였다. 겨울엔 마차가 아니라 썰매로 이동하게 된다고 한다.


《스미다》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숙소를 찾았다. 적당한 여관에 체크인 한 우리는 내가 원하는 도구를 만들어 줄 만한 곳을 수소문 했다. 내가 원하는 도구는 된장과 간장을 숙성시킬 옹기, 1인용 돌솥 여러 개, 절구, 가마솥 등 이다.


옹기는 도자기의 일종이고, 돌솥은 돌로 만들고, 절구는 나무나 돌로 만들고, 가마솥은 쇠로 만든다. 도구마다 재료가 제각기 다르니 따로따로 찾아봐야할 듯싶었다. 우선, 가장 필요한 건 옹기이므로 도자기에 조예가 깊은 드워프를 찾는 게 급선무다. 이제 남은 시간은 3주도 안 남았으니 서둘러야 한다.


수소문 결과, 도자기를 다루는 드워프가 저 언덕 너머 산속에 있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왜 이 드워프는 이런 곳에서 사는 거야아아악!"


금발 누님이 예정에 없던 등산에 짜증냈다.


"장소 문제도 있고, 마을에 있으면 영감이 안 떠오르나보죠, 뭐."


그렇게 등산을 마친 우리 눈에 들어온 건, 한 오두막과 그 옆에 도자기를 만드는 화로와 작업실이었다.


"안에 아무도 안 계십니까?"

"어이쿠, 손님이 오셨나 보군."


오두막 문이 열리고 멜빵바지의 갈색 작업복을 입은 한 드워프가 걸어 나왔다. 난쟁이라는 이명과는 달리 키는 어느 정도 있었다. 한 160 센티는 되어보였다. 이 드워프는 내 얼굴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인간? 어떻게 인간 따위가 이곳에 온 거지? 인간을 위한 도자기는 없으니 썩 꺼지게!"


드워프의 반응은 완전 냉소했다. 뭐, 이 세계에 와서 항상 있는 일이지만 말이다.


"잠깐 오해하고 계신데요. 이 아저씨는 이세계에서 온 난민이에요. 동대륙의 악랄한 인간 따위와는 전혀 다르다고요."

"맞아. 이 아저씨가 얼마나 착하고 맛있는 요리를 잘 하는 줄 알아?"

"흥. 인간의 요리가 맛있어 봤자지. 난민이든 뭐든 인간은 인간이야!"


릴리 누님과 아마릴리스 누님이 변호했지만 씨알도 안 먹혔다.


"인간이 주문을 할 거면 거절하겠네. 이만 돌아가게."

"아니, 손님을 이렇게 내쳐도 되는 거요?"

"그거야 주인인 내 맘이지. 난 잡친 기분이나 풀 겸, 맥주나 마셔야겠군."


드워프는 그대로 집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어떡하죠, 아저씨?"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습니다. 당장 돌아가지 말고, 주변에서 상황을 지켜보다 보면, 파고들 틈이 있을 겁니다."


그렇게 오두막 가까이 걸어가 문에 귀를 대고 안의 상황을 엿들었다.


"근데 이거 스토킹 아니에요, 아저씨?"

"쉿!"


안에서 드워프의 말이 들려왔다.


"이 놈의 귀한 고기를 어떻게 받아왔는데, 잡내 때문에 먹을 수가 없어! 이대로 가다간 상해버릴텐데 어떡한담?"


기회는 빠르게 찾아왔다. 나는 바로 오두막 문을 두드렸다.


"제발 문 좀 열어 주십시오!"

"아니, 아직 안 돌아갔나? 인간은 받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나?"

"지금 곤란해 하시는 것 같은데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인간 따위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다고 하는 거지?"

"고기 잡내를 간단히 없애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맥주와 어울리는 엄청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고기의 잡내를 없애주겠다고?"

"예!"


그리고 오두막 문이 다시 열렸다.


"어차피 얼마 안 있으면 귀한 고기를 버리게 생겼으니 기회를 주는 것뿐이니 착각하지 마라."

"예. 그럼 만들어 볼까요?"


그때 누님들이 오두막에 들어가려던 내 손을 붙잡았다.


"아저씨. 할 수 있겠어?"

"그리고 제가 고향 세계에선 굽기 담당 셰프 였습니다. 고기라면 빠삭하게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그치만."

"누님들은 고기를 싫어하니 먼저 집에 돌아가 주십시오. 옆에 있다가 기분만 상할 수 있습니다."

"아, 알겠어. 길 잃지 말고 잘 돌아와야 해."


채식주의자 누님들을 돌려보내고 나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고기라면 내 전문이다. 내가 헛으로 40년이 넘도록 요리를 한 게 아닌 걸, 이 드워프에게 보여주고 말 것이다. 두 번 다시 인간'따위'라고 말하지 못 하게 맛있는 요리를 입에 처먹여주겠노라.


작가의말

모두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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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화. 징조(3) +4 19.10.04 702 20 8쪽
42 41화. 징조(2) +4 19.10.03 756 2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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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2) +5 19.10.01 966 20 13쪽
38 37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1) [1권 분량 끝] +6 19.09.30 998 2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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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바다에서 생긴 일(2) +6 19.09.27 1,090 27 9쪽
31 30화. 바다에서 생긴 일(1) +7 19.09.26 1,201 28 9쪽
30 29화. 뒷풀이 +8 19.09.25 1,298 32 9쪽
29 28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3) +5 19.09.24 1,350 28 11쪽
28 27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2) +4 19.09.23 1,306 30 8쪽
27 26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1) +4 19.09.22 1,341 30 10쪽
26 25화. 된장, 간장, 그리고 고추장 +4 19.09.22 1,297 35 7쪽
25 24화. 메주 만들기(2) +6 19.09.21 1,305 31 13쪽
24 23화. 메주 만들기(1) +4 19.09.21 1,319 34 9쪽
23 22화. 야채볶음면 +5 19.09.20 1,386 31 8쪽
22 21화. 찻집에서 지난길을 되돌아보다. (수정) +5 19.09.19 1,467 26 11쪽
21 20화. 납작샌드와 누룽열매 수프 (수정) +5 19.09.18 1,510 29 10쪽
20 19화. 마늘 코다리강정과 폭탄계란찜 +6 19.09.17 1,537 31 9쪽
19 18화. 지인 소개 +6 19.09.16 1,532 31 11쪽
18 17화. 맥주와 통삼겹살 구이 +7 19.09.12 1,623 34 9쪽
» 16화. 드워프의 영역 +7 19.09.11 1,624 33 8쪽
16 15화. 호황 +6 19.09.10 1,637 34 10쪽
15 14화. 장사 준비 +6 19.09.09 1,655 3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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