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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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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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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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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8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3)

DUMMY

"예. 비빌 재료를 다 넣었으면 소스와 참기름을 넣고 쓰까묵으면 됩니다. 중간 중간 다른 반찬도 먹으면 더 좋고."


드워프는 세 개의 소스를 맛보더니, 내 말을 따라 비빔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건(된장 양념장) 구수하면서 짜고, 이건(고추장) 매콤달콤하고, 이건(간장) 짭쪼름 하군. 그러니까 이렇게 만들어 먹으란 건가."


드워프는 돌솥흑미밥을 퍼서 큰 그릇에 담고, 여기에 각종 나물과 당근채, 그리고 두부를 넣고 여기에 고추장과 참기름 한 숟가락을 넣어 비볐다. 참기름의 고소한 향 때문인지 꽤나 먹음직스러웠다.


"그럼, 어디 맛을···."


드워프가 비빔밥 한 입 먹었더니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이거 맛있고만!"

"!"


그 말을 듣고 나머지 심사위원들도 각자 자신의 취향대로 비빔밥을 만들어 한 입씩 맛을 보았다.


"메~!"

"그냥 이것저것 다 섞었을 뿐인데 왜 맛있는 거지?"

"숟가락이 멈추지 않아···!"

"이 된장 양념장, 구수한 맛이 일품입니다."


그 와중 드라이어드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어 미식가 마담이 뭔가 깨달은 듯 평을 이어갔다.


"그런 거 였구만. 나물무침과 밥이 따로 놀지 않는 이유는, 이 양념장이 다리가 되어서 조화로운 맛을 내고 있는 거야. 거기에 자칫 밥과 나물만 먹으면 심심한 식감일 수 있는 데, 캬로(당근)와 '이것'이, 아삭한 식감을 만들어 입이 심심하지 않아. 이게 대체 뭐지?"


마담이 물어본 것은 바로 '콩나물'이었다.


"콩나물? 콩으로 이런 걸 만들어냈단 소린가?"

"만드는 법은 되게 간단한 데, 의외로 없는 모양이었군요."


생각해보니 서양 요리에 콩나물이 들어간 경우는 못 본 것 같았다. 난 한편으로 비슷한 이유에서 콩나물이 없던 건지 궁금했다.


"그냥 어두운 곳에서 콩에 물을 줘 키운 것뿐입니다. 뿌리만 자란 걸 먹는 거거든요."

"어두운 곳에?"


심사위원들은 의아했다.


"그래야 콩이 광합성을 안 해서 샛노란 콩나물을 만들 수 있으니 말입니다."

"아아~."


나는 후식을 준비하며, 설명을 마쳤다. 심사위원들은 궁금증이 풀린 모양이었다.

이어 큰 누님과 작은 누님이 주전자를 들고 돌솥에 물을 담아주기 시작했다.


"실례하겠습니다."


-쪼로로록


"지금 뭐 하는 거지?"


마담 엘프가 물었다.


"돌솥 바닥에 남은 누룽지에 물을 담아 불리면, 후식용 '숭늉'을 만들 수 있거든요."

"숭늉?"


그 새로운 궁금증은 작은 누님과 큰 누님이 적당히 얼버무렸다.


"식사를 다 하시면 알게 될 거예요."

"즐거움은 뒤로 미루는 게 좋으니까."


또 누님들은 돌솥 뚜껑들을 닫은 후, 내가 미리 알려준 대로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된장찌개랑 김치랑 같이 먹어봐요. 이건 이것대로 맛있을 거니까."

"비빔밥 위에 김치를 얹어 드셔보시고, 된장찌개 한 숟가락 드셔보세요. 또 김치는 두부전과 함께 먹어도 맛있어요."

"김치? 이 새빨간 슈(배추)를 말하는 건가?"


심사위원들은 누님들의 말에 김치를 밥 위에 얹어 한 입 먹어봤다. 그러자 두 눈이 번쩍 뜨이며 자그마한 미소를 지었다.


"오오. 아삭아삭한 식감이 두 배가 되서 이것대로 맛있고만."

"캡시컴(고추)을 쓴 것 같은데, 그렇게 맵지 않고, 뭔가 입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에요."

"정말 맛있다, 메~."


그리고 된장찌개를 두부 건더기와 같이 한 입 먹었다. 한 입 먹으니 뭔가 만족한 듯한 한숨을 내쉬며 평을 시작했다.


"이게 '된장찌개'?"

"이 구수한 맛. 밥하고 먹으니 더 맛있어."

"뜨끈뜨끈 구수한 맛이, 뭔가 평온해지는 맛이군."

"이런 거 처음 먹어봤다, 메~."

"콩을 발효시키면 이런 맛을 내는 게 가능하다니, 놀랍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두부전과 김치의 조합을 맛보았다.


"오오! 무미건조한 두부전의 맛에 이 김치가 맛을 살려내고 있어."

"담백한 맛과 매콤한 아삭함이 잘 조화를 이뤄 맛을 승화시키네요."

"두부전도, 두부전이지만. 난 이게 더 궁금하단 말이지."


드워프는 젓가락을 뻗어 누룽지 탕수육을 집었다.


"그럼, 어디···."


-바삭!


누룽지의 바삭한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오오오오!"


드워프는 그 맛에 한 번 놀랐다. 그야 당연했다. 저 누룽지는, 내가 한번 바짝 구워낸 누룽지를 한 번 더 튀겨낸 누룽지 튀김이니 안 바삭할 수 없었다.


"이거 진짜 맛있군! 이 바삭함, 그리고 소스의 걸쭉한 달달함! 궁합이 정말 환상적이군. 게다가 걸쭉한 이 소스, 엔간한 튀김에 다 어울릴 맛이야!"

탕수육 소스는 원래 튀김류랑 먹는 게 보통이니, 정확한 평가였다.


-바사삭!


다른 심사위원들은 누룽지 탕수육 맛을 보았다.


"아니, 이 맛은···? 지금까지 먹은 것 중에 이게 가장 맛있어! 소스 때문인가? 녹말물로 걸쭉함을 살리고, 양념에 녹아든 채소와 버섯의 맛과 영양, 그리고 결코 감출 수 없는 이 바삭함이, 이 요리의 맛을 극대화 시키고 있어."


"그 말대로. 이 바삭한 쌀 튀김과 걸쭉한 이 소스, 궁중요리에 접목 시켜도 되겠는데요?"

"달고 바삭한 게 진짜 맛있당, 메~."

"밥하곤 어울리진 않지만, 그 자체로 매우 맛있습니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시식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식사를 해버렸다. 두 엘프와 드워프, 양족과 나무의 정령 씨는 모두 배불러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정말 배불리 먹었네요."

"하하. 시식 평이 아니라 식사 평이 되어버렸어요."

"이제 후식이 남았는데, 뭐가 나올 지 기대되는군."

"근데, 아까 '숭늉'이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메?"

"맞습니다. 숭늉이 있었습니다."


이제 밥을 다 먹었으니 이제 숭늉을 마실 차례였다.

돌솥 뚜껑을 여니 그 안에 누룽지물, 숭늉이 만들어져있었다.


"이게 숭늉? 누룽지물인가?"

"마셔 보세요. 입맛이 개운해 질 걸요?"


릴리 누님의 미소에 심사위원들은 어리둥절하며 숭늉을 입에 가져다 댔다.


"호오. 된장과는 다른 구수한 맛이군. 끝맛이 약간 단 것 같기도 하지만."

"이 단 맛은 불린 누룽지에서 오는 맛이에요. 밥에서 오는 단맛이 느껴지는 거죠."


엘프 마담의 궁금증을 옆의 궁중요리사가 대답했다.


"이 숭늉이 입안을 깔끔하게 만들어주니 좋군."

"개운하다, 메~."

"이건 이것대로 평온한 느낌이 들어 좋습니다. 하하."


도르베, 메리고, 그리고 엔드리 씨는 숭늉의 입가심에 만족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심사위원들이 식사를 만족할 때 쯤, 크리스털 타이머의 시간이 0을 가리켰고 알람음이 울렸다.


-삐리리리릭!


"제한 시간 종료! 이제 요리를 끝내세요!"


크리샌스 씨가 시간 종료를 외쳤을 때, 난 이미 후식이 마무리되어 직접 심사위원들에게 서빙했다.


"그럼 이건 이제 다 치울게요."

"실례하겠습니다."


아마릴리스 누님과 릴리 누님은 다 먹은 그릇을 치웠고, 나는 깨끗해진 식탁에 후식을 올려놓았다.


"이건?"

"우리 고향의 전통 과자 중 하나인 '매작과', 그리고 고향 음료 중 하나인 '매실음료'입니다. 아마, 매실음료는 이곳에도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심사위원의 질문에 나는 나긋나긋 대답했다.

심사위원들은 차례대로 후식을 음미했다.


"물에 초랭열매(매실)청을 탄 것이지, 아마? 그리고 여기에 말람(사과)즙을 넣었군."

"정확합니다."


미식가라는 이명이 우습지 않게 엘프 마담 아네모네 씨의 평은 매우 정확했다. 난 매실청에 사과를 넣어 새콤달콤한 음료의 맛으로 승화시켰다.


심사위원들은 이어 매작과를 시식했다. 궁중요리사 엘프, 로사 씨가 입을 열었다.


"오오. 이거 나름 맛있네요. 과자에 조청을 뿌렸군요."

"예."

"근데, 메인 요리가 완성 되었을 때 쯤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 반죽은 어떻게···?"


대략 5분밖에 안 되는 시간에 완성할 수 있던 까닭은 오랜 경험 덕분이었다.


"옛날에 중국집에서 수타하면서 반죽을 만든 적이 많아서 말이죠. 빠르게 반죽을 끝내고 모양을 내 간단히 튀겼을 뿐입니다."


이 요정들은 중국집이 뭔지는 알리가 없겠지만, 대충 반죽 경험이 많다는 말로 알아들었을 것이다.


"대단한 숙련도로군. 경이로워."

"감사합니다."


이제 심사 결과가 나올 순서였다.


"그럼, 심사위원들은 난민 심사 통과 여부를 발표해주십시오."


먼저, 미식가 엘프, 아네모네 씨의 평이었다.


"흐흠. 내가 좀 오만했었던 것 같아요. 인간이 이 정도 레벨의 코스요리를 만들어낸 것을 보고,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오늘 요리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전채요리부터 후식까지 정말 말끔한 구성이었어요. 나는 특히 비빔밥의 평가를 높이 사고 싶습니다. 레시피 대로면 그 어떤 나물을 넣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엘프로서 최상의 레시피였습니다. 난 합격을 드리고 싶어요."


이어 궁중요리사 엘프, 로사 씨의 평이었다.


"궁중 요리로도 손색이 없을 요리였어요. 정말 처음 보는 요리가 많아 공부가 많이 되었죠. 된장과 고추장, 간장 조미료가 풀린다면 국민들은 더 다양하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 발전 가능성에 전 합격을 드리고 싶습니다."


드워프 요리사, 도르베 씨의 평이 이어졌다.


"난 인간이 고기 없이 고기의 맛을 유사하게나마 만들고, 채소만으로 단백질을 보다 먹기 좋게 만든 것에 대해 점수를 주고 싶소. 그리고 아까 그 누룽지 탕수육이라고 했나? 그 소스 배워보고 싶군. 그 맛은 어떤 튀김에도 어울릴 테니까. 합격!"

양족, 메리고 씨의 평은 간단했다.

"맛있게 잘 먹었다, 메~. 합격이다, 메~!"


마지막으로 나무의 정령, 드라이어드 엔드리 씨의 평이었다.


"상큼한 샐러드에서 출발해, 구수하고 든든한 식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달달한 입맛으로 마무리한 구성이 좋았습니다. 한정식은 다양한 반찬과 합께 이것저것 골라 먹는 맛이 있어 좋았습니다. 거기에 자연의 맛을 이끌어낸 나물 무침이 저에겐 큰 인상이었습니다. 합격 드리겠습니다."


그야말로 만장일치였다. 큰 누님과 작은 누님은 만장일치 합격에 기뻐 소리 질렀다.


"꺄아아악! 아저씨, 해냈어! 해냈다고!"

"이제 추방 안 당해도 되요, 아저씨!"

"말했잖습니까, 걱정하지 말라고―으억!"


릴리 누님이 달려와 기뻐 껴안았고, 아마릴리스 누님은 달려들어 폴짝 어부바했다. 몸도 늙었는데, 무거워 죽을 것 같았다.


"무, 무겁습니다. 누님! 내려와 주십시오!"


기뻐하던 누님이 순간 정색했다.


"내가 얼마나 가벼운데. 그럼, 내가 돼지란 거야?"

"그, 그런 말이 아닙니다!"


-짝짝짝짝짝


그때 관중들의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축하해, 인간!"

"축하해요!"

"배고프니 맛있는 음식 좀 만들어줘!"

"그 동안 안 좋게 대해서 미안해!"


내가 인간이라 처음 차별받던 상황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었다.


난 모두의 박수 속에, 정식 난민으로서 인정받게 되었다.


작가의말

이제 난민심사도 끝!



공지한대로 프롤로그 ~ 2화 수정중입니다. 빨리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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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화. 징조(3) +4 19.10.04 708 20 8쪽
42 41화. 징조(2) +4 19.10.03 761 23 8쪽
41 40화. 징조(1) +5 19.10.03 798 21 8쪽
40 39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3) +5 19.10.02 913 25 8쪽
39 38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2) +5 19.10.01 976 20 13쪽
38 37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1) [1권 분량 끝] +6 19.09.30 1,002 25 8쪽
37 36화. 바다에서 생긴 일(7) +6 19.09.29 1,016 30 11쪽
36 35화. 바다에서 생긴 일(6) +7 19.09.29 975 27 12쪽
35 34화. 바다에서 생긴 일(5) +6 19.09.28 977 25 10쪽
34 33화. 바다에서 생긴 일(4) +4 19.09.28 1,035 24 8쪽
33 32화. 바다에서 생긴 일(3) +4 19.09.27 1,037 23 8쪽
32 31화. 바다에서 생긴 일(2) +6 19.09.27 1,097 27 9쪽
31 30화. 바다에서 생긴 일(1) +7 19.09.26 1,207 28 9쪽
30 29화. 뒷풀이 +8 19.09.25 1,309 32 9쪽
» 28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3) +5 19.09.24 1,359 28 11쪽
28 27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2) +4 19.09.23 1,315 30 8쪽
27 26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1) +4 19.09.22 1,350 30 10쪽
26 25화. 된장, 간장, 그리고 고추장 +4 19.09.22 1,309 35 7쪽
25 24화. 메주 만들기(2) +6 19.09.21 1,316 31 13쪽
24 23화. 메주 만들기(1) +4 19.09.21 1,330 34 9쪽
23 22화. 야채볶음면 +5 19.09.20 1,396 31 8쪽
22 21화. 찻집에서 지난길을 되돌아보다. (수정) +5 19.09.19 1,478 26 11쪽
21 20화. 납작샌드와 누룽열매 수프 (수정) +5 19.09.18 1,523 29 10쪽
20 19화. 마늘 코다리강정과 폭탄계란찜 +6 19.09.17 1,550 31 9쪽
19 18화. 지인 소개 +6 19.09.16 1,548 31 11쪽
18 17화. 맥주와 통삼겹살 구이 +7 19.09.12 1,635 34 9쪽
17 16화. 드워프의 영역 +7 19.09.11 1,636 33 8쪽
16 15화. 호황 +6 19.09.10 1,652 34 10쪽
15 14화. 장사 준비 +6 19.09.09 1,672 3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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