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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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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최근연재일 :
2019.10.19 08:05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83,645
추천수 :
1,845
글자수 :
279,473

작성
19.09.28 20:00
조회
977
추천
25
글자
10쪽

34화. 바다에서 생긴 일(5)

DUMMY

"잠, 잠깐. 집에 갔다 오겠다고?"


큰 누님이 깜짝 놀랐다.


"별 수 없습니다, 누님. 이걸론 내일 모레 장사 못합니다."

"그럼, 우리는 어떡해요?"


어떡하냐니. 그냥 내가 갔다 올 동안 쉬고 놀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그렇게 말을 하니 누님들은 시무룩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음······. 물론 놀러왔는데 어쩌다보니 일하게 되서 정말 누님들껜 미안했다.

죄송합니다, 누님들!


"오늘은 재료 손질해서 밑준비만 끝내고, 내일 이야기하는 게 좋겠습니다."

"엄마, 아직 여깄었어?"

"?"


그때 새로운 얼굴이 가게 안으로 모습을 비췄다.


"오, 우리 아들 왔구나."

"아니 저건 인간이잖아?"


이 상황도 이젠 지겨웠다.


근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가게에서 일하면 인간이 있어서 오히려 아무도 안 오지 않을까 하고.

난 내일 모레 장사에서 도와줄 수 없을 거라고 말해줘야했다.


"나쁜 인간 아니니까 걱정마라. 우리 가게 살려내려고 도와주시는 좋은 분이시니까. 인사드려라."

"아, 안녕하세요. '모레이'라고 합니다."


147살의 아들이 나에게 인사를 했다. 난 대답으로 형님이라고 해야 하나 고민했다.


"반, 반갑습니다. 류금수라고 합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지금은 사적인 관계도 아니고 멘토, 멘티의 관계니까 말이다.


"뭘 도와드림 돼요?"

"재료 손질 도와주십시오. 아, 그리고 아주머니.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예. 뭔가요?"

"내일 모레 저흰 아마 일을 도와드릴 수 없을 겁니다."

"아, 그렇군요."


아주머니는 쉽게 받아들였다.


"괜찮습니까?"

"이렇게 도움을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더 도움을 바라는 건 민폐죠."

"전 인간이라 엘프들에게 고깝게 보여 손님이 안 올 수도 있으니까 그렇습니다."

"아······."

"그러니 오늘 내일 레시피와 장사 운영법, 동선을 확실하게 한 번 더 알려 드릴 테니 꼭 숙지하십시오. 저희가 없어도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말이죠. 어차피 앞으로도 그래야겠지만."

"예,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우리는 손질을 마친 재료들을 채소별로 재료통에 나눠 담았다.

밑준비가 끝나자 우리는 지친 몸을 이끌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나는 아주머니와 그 아들을 특훈시키기 시작했다.


"일단 두부톳무침부터 알려드릴게요. 어제 제가 말한 방법대로 두부를 만들어왔죠?"

"예. 만들면서 신기했어요. 콩으로 이런걸 만들 수 있구나 하고."


아주머니가 보여준 두부모를 보니 상태가 아주 좋았다.


"처음 만든 것 치곤 잘 만드셨네요. 이제 이거랑 톳으로 두부톳무침을 만들 겁니다."

"두부톳무침."

"만드는 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두부톳무침. 두부와 톳을 1~2분정도 데친 다음 그릇에 담아 다진마늘, 간장, 참기름을 조금 넣고 버무리면 완성되는 초간단 요리다.


"여기에 초고추장을 살짝 얹으면 산미가 좋아지죠. 잡숴보십쇼."


엘프 모자는 말없이 젓가락을 들어 초고추장을 얹은 두부톳무침을 입에 넣었다.


"!"


모자의 두 눈동자가 번쩍 떠졌다.


"이것도 다시마야채쌈만큼 맛있네요."

"톳의 오독한 식감은 다시마보다 훨씬 좋고, 초고추장의 매운 맛을 두부가 잡아줘서 맛있어요."

"이야, 아드님이 맛을 잘 보는군요. 하하. 두부톳무침은 이 해변가에 잘 어울리는 반찬이죠."


이걸로 밑반찬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장사 요령이다.


"이제 밑반찬도 다 준비가 되었으니, 가구 배치부터 바꿀 겁니다. 입구 근처에 철판을 둘 거예요."

"왜요?"


그녀의 아들이 물었다.


"포장마차 안쪽에 주방이 있은 것보다 바깥쪽에 있어야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좋거든요. 이렇게 철판을 볶으면서 향도 날리고, 볶는 모습도 바로 보여줘서 흥미를 이끌 수 있을 겁니다."

"아아.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그럼 옮깁시다. 그쪽 잡아주세요. 하나, 둘!"


영차영차 모레이 씨와 같이 철판을 들어 입구 쪽으로 옮기고, 6개의 테이블을 나머지 공간에 배치했다.


그리고 장사 시뮬레이션에 들어갔다. 테이블은 총 6개, 첫 손님이 왔을 때의 시뮬레이션이었다.


"손님이 왔다고 칩시다. 그럼, 몇 명인지 물어보고 남은 자리로 안내 하겠죠? 어떻게 안내하실 겁니까?"

"음···. 좋은 자리에 앉으세요."


모레이 아드님이 대답했다.


"물론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손님이 우유부단 할 수 있으니 자리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말하는 게 좋습니다. '이 자리에 앉는 건 어떻습니까?' 이렇게요. 이러면 손님들이 바로 자리에 앉고 그 테이블로 신속하게 세팅이 이루어질 수 있죠. 원하는 동선도 유도할 수 있고요."

"아아. 이해했어요."


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이제 손님이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럼 바로 이 물병과 수저를 갖다 줍니다. 이러면 손님이 자리에 앉아서 다시 나간다는 생각이 잘 안 들게 되거든요. 이미 세팅이 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니까요."

"오. 그거 좋은 팁이네요."


아주머니의 말끝에 나는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그런 다음 (어차피 메인메뉴 하나밖에 없지만) 주문을 받으면, 미리 준비해둔 밑반찬을 세팅해줍니다. 쌈 싸먹을 상추, 무초절임(무랑 식초, 설탕, 소금만 있으면 간단히 만들 수 있어 이 세계엔 이미 있는 요리다), 얇게 썬 마늘, 다시마야채쌈 1인분당 2개씩, 초고추장 소스, 두부톳무침 작은 한 움큼, 거기에 바지락 네다섯 개 들어가도록 미역국 한 국자 퍼서 그릇에 담아 줍니다."


나는 깜빡 잊지 않고 주의 사항을 당부했다.


"참고로 여기서 리필이 되는 건 상추랑 무초절임, 마늘, 두부톳무침(두부 한모로 10인분을 만들 수 있고,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이다.)뿐입니다. 나머지는 재료도 부족하고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야 해서 리필하면 큰일 나요. 두부톳무침은 초고추장을 다시 뿌려주진 않습니다. 많으면 모르겠는데, 고추장 모자라요 지금. 알겠습니까?"

"예, 잘 알아들었습니다."

"장사에서 중요한 건 그 가격에 맞는 정량입니다. 더 많이 주거나 적게 주면 장사에 큰 차질이 생깁니다. 더 주면 재료가 부족해지고, 다시 정량 맞췄을 때 적게 준다고 핀잔 받습니다. 적게 주면 그건 미친 거고요. 아시겠습니까? 이거 정말 중요합니다. 제가 진짜 강조하는 거예요. 철판요리도 마찬가집니다. 아시겠죠, 아주머니?"

"알겠어요. 정량을 준수할 것. 다시마쌈은 1인분당 2개씩, 미역국은 바지락 네다섯 개 넣어서 1그릇, 두부톳무침은 작은 주먹 한 움큼 맞죠?"


엘프 모자는 잘 새겨들은 것 같았다. 정량을 준수하는 것은 장사의 기본이다.


"네. 이제 모레이 아드님이 반찬을 세팅하는 동안 다일라타 아주머니가 레시피대로 철판요리를 만듭니다. 야채 개수 정확히 지키려고 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아들은 홀 담당, 아주머니는 부엌 담당으로 구역을 나눴다.

테이블 6개밖에 안되면 그래도 두 명이서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일라타 씨는 채소를 철판에 볶으며 물이 나올 때 쯤, 손질한 가리비 1인분과 양념장 한 국자를 넣고 볶아주었다.


요리를 다 익혔으면 볶던 철판 주걱으로 그대로 접시에 옮겨 담아 테이블에 나갔다.


나는 그 맛을 보았다.

닭갈비 소스에 제대로 버무려진 야채들과 조개의 맛이 잘 익어 매우 맛있었다.


"음, 음. 레시피대로 제대로 만들었습니다. 빠르게 배우는 걸요? 이거면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양념이 있으니 잘만 익혀내면 되는 요리라 재료만 잘 충당된다면 큰 걱정은 없을 것 같았다.


"손님에게 쌈은 좀 희소한 먹는 방식이니 설명해줘도 좋습니다. 이 해물볶음을 다른 반찬과 상추나 무초절임에 싸먹으면 된다고 말이죠. 이렇게 먹으면 진짜 맛있거든요."


나는 그대로 볶음밥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이럼 남은 접시의 소스를 그대로 철판에 부어서 밥하고 잘 비벼 다시 내놓으면 됩니다. 1인분에 30시드. 괜찮죠?"


그렇게 아주머니가 볶아준 볶음밥도 한 입 먹어보았다.

진짜 오랜만에 느끼는 고향의 맛이었다.


"음, 음. 역시 이 누룽지스런 느낌의 볶음밥이 맛있지. 음식은 이거면 된 것 같습니다. 다 먹고 나면 나머지는 음식물 쓰레기에 버리고 재활용은 절대로 안 됩니다. 여유가 있으면 틈틈이 아드님이 설거지도 해야 하고요. 접시가 많지는 않으니."

"음. 잘 알겠습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전 잠시 양념 좀 가지러 돌아갈 테니까 그동안 두부랑 다시마쌈 같은 밑반찬 재료 더 만들고 계세요. 내일 승부를 봐야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곤 다일라타 씨의 포장마차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 남은 고추장을 싹싹 긁었다. 간장 두 통과 고추장 큰 한통을 챙기니 비교적 큰 가방이 빵빵해졌다.


뭐, 고추장이야 된장이 있으면 또 만들 수 있으니까.

한편으론 반도 안 남은 간장독을 보며 마음이 살짝 아팠다.


그래도 이건 일종의 투자라 생각할 것이다.

일이 잘되면 소스 공급을 내용으로 계약을 맺어야지.


그렇게 되면 안정적인 수입처가 하나 더 생긴다.

마법의 발효 가루도 있으니 만드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다.

그 이상한 나르시스란 엘프에게 또 신세 져야한다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나는 재료를 가지고 돌아가서 충분한 양의 볶음 양념을 만들었고, 이제 결전의 때만을 기다렸다.


장사는 내일 점심부터 시작이다.


작가의말

이 에피소드도 곧 끝이네요.


아자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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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 바다에서 생긴 일(1) +7 19.09.26 1,207 2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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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된장, 간장, 그리고 고추장 +4 19.09.22 1,309 35 7쪽
25 24화. 메주 만들기(2) +6 19.09.21 1,316 31 13쪽
24 23화. 메주 만들기(1) +4 19.09.21 1,330 34 9쪽
23 22화. 야채볶음면 +5 19.09.20 1,396 31 8쪽
22 21화. 찻집에서 지난길을 되돌아보다. (수정) +5 19.09.19 1,478 26 11쪽
21 20화. 납작샌드와 누룽열매 수프 (수정) +5 19.09.18 1,523 29 10쪽
20 19화. 마늘 코다리강정과 폭탄계란찜 +6 19.09.17 1,550 31 9쪽
19 18화. 지인 소개 +6 19.09.16 1,548 31 11쪽
18 17화. 맥주와 통삼겹살 구이 +7 19.09.12 1,635 34 9쪽
17 16화. 드워프의 영역 +7 19.09.11 1,636 33 8쪽
16 15화. 호황 +6 19.09.10 1,652 34 10쪽
15 14화. 장사 준비 +6 19.09.09 1,672 3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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