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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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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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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9 08:05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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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9,473

작성
19.09.21 09:00
조회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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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
9쪽

23화. 메주 만들기(1)

DUMMY

@@@


"택배 왔습니다."


우리가 《스미다》 마을에서 구비한 물품들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이걸 다 어디다 둬야하는 거야아아아?"

"발 디딜 틈이 없네요, 언니."


누님 집 공간에 비해 너무 많이 샀다는 거다. 뭐, 드워프쌀, 각종 소스 같은 식재료부터 시작해 옹기, 냄비, 돌솥 등등 다양한 조리도구도 샀으니까 말이다. 물론 쌀이 가장 많았다.


"일단······, 정리하죠."


나와 누님들은 우선 식재료들을 창고에 쌓아 넣었다. 그 중 드워프쌀 한 자루와 엘프콩 한 자루는 밖에다 꺼내두었다. 오늘 흑미조청과 메주를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옹기는 집 바깥에 돌솥은 포장된 째로 문 옆에 가지런히 늘어놓았다.

짐 정리가 끝나자 아까보단 꽤 집이 넓어졌다. 전보다 좁아졌지만 말이다.


"이제 빨리 메주를 만들어야 합니다. 큰 누님은 콩 자루를, 작은 누님은 인덕션과 볏짚을 가지고 따라와 주겠습니까? 전 이번에 산 큰 냄비랑 대야하고 조리도구들을 챙기겠습니다."


이 세계의 인덕션은 마력을 동력원으로 쓰기 때문에 가스버너 마냥 충전식이어서 탈착해 가져나갈 수 있었다.


"아저씨, 굳이 밖으로 나가야해?"


큰 누님은 평소엔 집에서 다 만들었으니 의아한 게 당연했다.


"메주는 밖에서 말려야 하기도 하고, 냄새 나서 집에서 만들었다간 큰일 납니다, 누님."

"잇차!"


릴리 누님이 인덕션을 분리했다.


"이제 어디로 갈 거예요, 아저씨?"

"햇빛 잘 들고, 사람 없는 공터입니다."


우리는 숲속에서 일조량이 어느 정도 있는 공터에 도착했다. 아마릴리스 누님의 마법, 〈라이튼〉으로 어렵지 않게 짐을 옮길 수 있었다.


"일단 여기에 내려놓죠."

"후우. 이제 뭐해야 해?"


거대한 콩자루를 내려놓으며 아마릴리스 누님이 물었다.


"혹시 누님들 중에서 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분계십니까?"

"〈크리에이트 워터〉라면 제가 특기죠!"


릴리 누님이 자신 있게 손을 들었다.


"이 콩을 전부 씻고 삶을 수 있을 만큼의 물이 필요합니다. 여기 대야와 냄비에 가득 담을 수 있습니까?"


그 순간 릴리 누님의 표정이 굳었다. 마치 '그, 그렇게 나요?'라고 말하는 듯싶었다.


"최, 최선을 다 해볼게요!"

"무리하지 마, 릴리."

"네, 언니. 그럼―――《크리에이트 워터》!"


릴리 누님이 기합을 넣고 양손바닥을 앞으로 펼치더니 주변에 푸른 기운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 푸른 기운으로부터 물이 응집되더니 그대로 대야에 쏟아져 내렸다. 냄비도 물이 가득 담겨졌다.


"오오! 이거 굉장한데요? 이만큼의 물을 만들어내다니."

"굉장하죠? 나도 꽤 한다고요."


릴리 누님은 으쓱댔다.


"고맙습니다, 누님. 그럼 계속 해볼까요?"


먼저 인덕션에 물이 담긴 냄비를 올려 불을 붙여주고, 물이 끓는 동안 대야에 콩을 붓고 깨끗이 박박 닦아주었다. 다 씻기고 콩은 남긴 채 대야의 물만 따라 버렸다.


"릴리 누님. 한 번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또요? 그럼―――《크리에이트 워터》!"


대야에 물이 가득 담겼다. 다시 콩을 넣고 씻겨주고 물을 버렸다.


"릴리 누님. 한 번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엥, 또요?"


릴리 누님이 정색했다.


"죄송하지만, 정말 깨끗이 씻는 게 좋거든요."

"아, 알겠어요. 그럼―――크, 《크리에이트 워터》!"


다시 대야에 물이 가득 담겼다. 다 씻고, 또 부탁했다.


"한 번 더 부탁합니다."

"크, 크리에이트··· 워터어어어···."


다시 대야에 물이 가득 담겼다. 릴리 누님이 많이 지친 기색이었다.


"괘, 괜찮으십니까?"

"헤엑. 헤엑. 이 정돈··· 문제··· 없다구요···. 헤엑."


그렇게 몇 번이고 마법을 쓴 릴리 누님은 풀썩 등 뒤로 누웠다. 마력을 꽤 많이 소모한 모양이었다.


"릴리, 넌 좀 쉬야겠어. 나머진 우리에게 맡겨둬."

"그만 하면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누님. 그럼 계속 해볼까요?"


마지막으로 콩을 깨끗이 닦고, 조리로 콩을 건져 따로 걸러준다. 이제 이 콩을 냄비에 가득 담고 삶아준다.


"이걸 얼마나 삶아 줘야해, 아저씨?"

"한 10시간 정도는 삶아야 합니다. 그래야 콩을 으깨기 쉬우니까요."

"여, 열시가아아안!?"

"네. 해가 저물기 전엔 메주를 널고 들어갈 순 있겠네요. 아마릴리스 누님은 시장에 가서 점심도시락을 사와 주십시오. 불이 이거 하나 뿐이라 제가 음식을 만들어드리진 못합니다."

"아, 알았어."


아마릴리스 누님은 돈을 들고 시장으로 나갔다. 나는 그 동안 콩이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가끔씩 나무주걱으로 휘휘 저어주었다.


릴리 누님은 피곤한 지 따스한 햇살 아래 곤히 잠들고 말았다.


'누님도 참 애 같다니까.'


새근새근 주무시는 모습이 마치 손녀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럼, 계속 저어야지."


난 중간 중간 냄비를 저으며 콩을 제대로 불려주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아마릴리스 누님이 돌아왔다.


"릴리, 어서 일어나. 밥 먹어야지."

"으음? 나 잠 들었어?"


릴리 누님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아저씨도 와서 밥 먹어요. 시장에서 주먹밥 도시락 사왔어요."

"네~. 갑니다, 가요."


우리는 바닥에 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마쳤다. 주먹밥에 구운 버섯과 채소류로 이루어진 간단한 도시락이었지만, 그런대로 맛있었다.


"이제 누님들은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지금은 도와드릴 게 딱히 없거든요. 아니. 아! 딱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뭔데?"


아마릴리스 누님은 물음표를 띄웠다.


"인덕션에 마력 보충 좀 해주십시오. 저게 10시간 동안 돌아갈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서 말이죠."


누님은 인덕션에 호스 같은 충전기를 연결하고 충전기 끝의 빨판을 누님의 팔에 꽂았다.


"다시 말하지만, 난 무슨 보조 배터리가 아니야.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누님의 몸에서 마력이 뽑혀져 인덕션에 공급되었다. 충전율이 100%! 누님은 힘이 빠졌다.


"후우. 기운 빠지네 진짜."

"감사합니다. 누님. 푹 쉬다 오십시오."


누님들은 집에 돌아가서 푹 쉬었다가 콩이 다 푹 삶았을 때 쯤 다시 나왔다.


"이제 콩이 다 불어졌으니 바가지로 건져서 대야에 담습니다. 그 다음 이 절굿공이로 전부 찧어주면 됩니다."

"오~."


대야는 넓적한 게 절구 대용으로 잘 쓰였다. 누님들은 내가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오랜 시간 삶은 덕분에 콩알이 물러져 절굿공이로 찐덕찐덕 전부 잘 찧어졌다. 이 찧어진 콩이 바로 메주다.


-탁. 탁. 탁.


"이제 이렇게 잘 찧어진 메주를 뭉텅이로 네모지게 빚어줍니다."

"앗뜨! 좀 뜨겁네, 이거."


누님이 나를 따라하려다가 손을 뒤로 뺐다.


"천천히 식히면서 하십시오. 화상 입으면 큰일 납니다."

"근데 아저씨는 안 뜨거워요?"


릴리 누님이 물었다.


"전 굳은살이 많아서 괜찮습니다."


그렇게 누님들과 나는 그렇게 메주를 네모나게 뭉쳐주었다.


"이제 이걸 잘 말린 볏짚 위에 널어 말려줍니다. 이렇게 해주면 볏짚의 유익한 발효균이 나와 발효를 도와주고 풍미를 더해줍니다."


그렇게 3일간 잘 말리면 메주의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된다. 그 메주를 볏짚으로 엮어 나무에 매달아 2주~4주 정도 꾸덕꾸덕 말려주면 진짜 메주가 만들어진다.


"이 메주들, 누가 훔쳐가진 않겠지요?"

"이 꾸린내 나는 걸 가져갈 엘프는 아마 이 세상에 없을걸?"

"그, 그렇겠지요?"


나는 내심 걱정되었다.


"그렇게 걱정되면 경계마법정돈 써 둘게. 《쉘터》!"


아마릴리스 누님이 손을 뻗으며 정신을 집중하자, 연둣빛 방사형 방어막이 메주를 널린 공터 일대를 감쌌다. 방어막이 형성되자, 큰 누님이 손을 탁탁 털면서 삐딱한 자세를 취했다.


"후~. 이 정도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나저나 시간이 이제 2주 밖에 안 남았는디, 으띃게 한담? 시간이 모자른디···."

난 혼잣말로 방백 했다.

"그 된장이랑 간장이란 건 어떻게 만드는 거 길래 이렇게 오래 걸려요?"


릴리 누님이 물었다.


"발효식품이라 그렇습니다. 누님, 이 세계에도 술은 있던데 모르십니까?"

"술?"

"맥주나 포도주도 전부 발효식품이라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 아저씨는 그런 걸 말하는 거였구나."

"만드는 데 오래 걸리지 않던가요?"

"딱히 그렇진 않을 거야."


그때 아마릴리스 누님이 대답을 가로챘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발효 촉진 마법가루〉를 쓰면 엄청 빨리 발효시켜서 쉽게 만들 수 있을 걸?"


――발효 촉진 마법가루?


"그런 물건이 이 세계에 존재한단 말입니까?"

"있다는 것만 알지 자세한 건 나도 잘 몰라서······. 흠, 바이올렛 언니한테 물어봐야겠어."


작가의말

와! 선작이 100명을 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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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화. 징조(3) +4 19.10.04 702 20 8쪽
42 41화. 징조(2) +4 19.10.03 756 23 8쪽
41 40화. 징조(1) +5 19.10.03 793 21 8쪽
40 39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3) +5 19.10.02 903 25 8쪽
39 38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2) +5 19.10.01 966 20 13쪽
38 37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1) [1권 분량 끝] +6 19.09.30 997 25 8쪽
37 36화. 바다에서 생긴 일(7) +6 19.09.29 1,007 3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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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바다에서 생긴 일(2) +6 19.09.27 1,090 27 9쪽
31 30화. 바다에서 생긴 일(1) +7 19.09.26 1,200 28 9쪽
30 29화. 뒷풀이 +8 19.09.25 1,298 32 9쪽
29 28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3) +5 19.09.24 1,350 28 11쪽
28 27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2) +4 19.09.23 1,305 30 8쪽
27 26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1) +4 19.09.22 1,341 30 10쪽
26 25화. 된장, 간장, 그리고 고추장 +4 19.09.22 1,296 35 7쪽
25 24화. 메주 만들기(2) +6 19.09.21 1,304 31 13쪽
» 23화. 메주 만들기(1) +4 19.09.21 1,317 34 9쪽
23 22화. 야채볶음면 +5 19.09.20 1,385 31 8쪽
22 21화. 찻집에서 지난길을 되돌아보다. (수정) +5 19.09.19 1,467 26 11쪽
21 20화. 납작샌드와 누룽열매 수프 (수정) +5 19.09.18 1,510 29 10쪽
20 19화. 마늘 코다리강정과 폭탄계란찜 +6 19.09.17 1,536 31 9쪽
19 18화. 지인 소개 +6 19.09.16 1,532 31 11쪽
18 17화. 맥주와 통삼겹살 구이 +7 19.09.12 1,623 34 9쪽
17 16화. 드워프의 영역 +7 19.09.11 1,623 33 8쪽
16 15화. 호황 +6 19.09.10 1,635 34 10쪽
15 14화. 장사 준비 +6 19.09.09 1,654 3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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