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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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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최근연재일 :
2019.10.19 08:05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82,845
추천수 :
1,845
글자수 :
279,473

작성
19.10.03 09:00
조회
792
추천
21
글자
8쪽

40화. 징조(1)

DUMMY

@@@


다음 날, 우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장에서 떡을 팔고 있었다.

큰 누님이 다음 손님을 호명했다.


"네, 다음 분 주문하겠어요?"

"무지개떡 3개요."

"네, 무지개떡 3개요."


돈을 받고 떡을 포장해 건네주니 손님은 흡족한 듯 돌아갔다.


"오늘도 장사가 잘 되네요."

"예. 근데, 나뭇잎 포장이 아니라 좀더 편한 포장이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비닐랩이라던가."

"비닐랩?"


작은 누님은 비닐랩은 처음 들어본듯 내게 물어봤다.


"제 고향세계에선 포장으로 투명하고 맨들맨들한 촉감의 얇은 포장지를 쓰는데, 그걸 비닐랩이라고 하죠."

"감이 안잡히는 걸?"


나는 떡을 쪄내면서 누님께 말했다.


"옛날에는 천에다가 밀랍을 묻혀 비슷한 걸 만들었다고 들은 것 같긴 합니다."

"그럼, 우린 못 쓰겠네. 벌을 착취하는 거잖아."

"그건, 그렇겠네요. 나르시스 씨가 연금술로 비슷한 거 못 만드려나?"


그때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


그대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다름 아닌 어제 그 쓰레기와 같이 있던 빛의 정령 라이트닝이었다.


"정령 씨, 왜 울고 있는거요?"

"성진이가, 성진이가···. 흑흑."


라이트닝이 훌쩍이며 말한 걸 듣고, 난 깜짝 놀랐다.


"그 인간이?"


장사가 끝나고 작은 마을 병원을 찾았을 때, 안성진은 병실 침대에 괴로워하며 누워있었다.

그 옆에 익숙한 경찰관의 얼굴도 보였다.


"어, 류금수 씨. 오랜만입니다."

"피케아 경관님과 크리샌스 경관님이 여긴 어떻게?"

"어젯밤 순찰하다 공격받은 안성진 씨를 발견해 응급실로 옮긴 게 저희거든요. 어제 당직이어서 말이죠. 하하."


피케아 경관은 먹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이 녀석이 《아니마움》에 떨어진 이계인이라니. 여기까지 와서 괜한 봉변을 당했군요."


크리샌스는 그대로 벽에 기댔다.


"이 녀석 몸 상태는 어떤가요?"

"일행분이시죠?"


내 물음에 답하러 간호사 엘프가 걸어와 차트를 읽으며 증상을 설명했다.


"보다시피 안성진 씨는 배에 관통상 3개 정도 입었고, 찰과상이 몇 있었어요. 다행히 급소는 피해서 목숨에 지장은 없으니 당분간 안정을 취하면 괜찮을 겁니다. 수술은 잘 마친 상태고요."

"관통상? 화살에 맞았단 소리인가요?"


간호사의 브리핑에 릴리 누님이 물었다.


"네. 범인이 엘프인 모양입니다."

"잠깐, 뭐라고요?"


큰 누님은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대체 누가? 긍지 높은 엘프가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래서 범인은 누군가요?"

"조사는 계속 진행 중이지만, 딱히 건진 게 없어서요. 계속 수사 중입니다. 지금은 취조하러 왔고···. 하지만 이 상태라 진전이 없네요."

"라이트닝 씨는 겁에 질려 계속 울기만 하고. 어제 일이 충격적인 건 이해 하지만······."


작은 누님이 묻자 경찰들도 수사가 오리무중인 모양인지 고개를 저었다.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대화소리가 너무 컸는지 안성진의 눈이 부스스 떠졌다.


"어. 뭐야, 늙은이. 병문안 온 건가? 선물은 침대 아래에 둬 줘."

"내가 누구 병문안 올 만큼 한가한 줄 아나? 그저 네가 아픈 모습을 보고 비웃어 주러 왔지."

"뭐야? 이 늙은이가···! 악! 크윽."


발끈한 안성진이 일어서자 상처가 욱신거렸다.


"말버릇 하곤. 쯧쯧. 웃어른을 공경하지 않으니 벌을 받은 모양이구먼."

"상처가 벌어져요. 가만히 누워서 안정을 취하세요."


경찰이 그를 진정시켜 다시 눕혔다.


"후우. 배가 욱신 거리는 구만."

"이봐,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



"으, 으음. 내가 얼마나 쓰러져있었지?"


안성진이 이마에 손을 대며 물었다.


"주변을 둘러봐. 완전 깜깜해졌어."

"!"


이미 밤이 깊어져 시장의 불빛도 사라졌다. 하늘에서  나무 사이로 내리쬐는 달빛만이 그들을 비춰줄 뿐이었다.


"늙은이는, 그 늙은이는 어디 갔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주변을 살피는 안성진의 눈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 같았다.


"어디 갔냐고!"

"다 집으로 돌아갔어."


그러자 그가 버럭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짓이야!"

"그건 내가 할 소리 아니야? 나한테는 내가 아는 사람이 틀림 없다면서 사과한다느니 어쩌느니 해놓고. 결국 한다는 게 칼부림이었어?"

"놈은..., 그 늙은이가 내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고!"


소리가 점점 격해졌다.


"다 네 자업자득이지. 평소에 남들에게 잘 좀 했어봐.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반성이라곤 눈꼽 만큼도 없구나, 너?"

"조용히 못 해? 내 이 늙은이를 찾아가서 당장....!"


그를 찾기 위해 일어서자, 라이트닝이 바로 앞을 막아섰다.


"또 그런 짓을 할꺼면 계속 잠재워서 대회도 못 나가게 할 거야."

"쳇!"


짐승처럼 날뛸 것 같던 그가 혀를 차더니, 그새 얌전해져 풀썩 자리에 앉았다.


"아, 이럴거면 여기엔 대체 왜 온 건지...."

"좀 착한 마음을 가질 순 없어?"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라이트닝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괜히 치료해줬나.'


너무 착한 천성 탓에 그가 인간이라도 치유해주고 도움을 줬지만, 친구들의 말처럼 신경쓰지 말고 그저 방관할 걸 그랬나 싶었다.


하지만 그런 라이트닝도 오기라는 게 있었다. 어떤 생명이든 선한 부분이 있으니, 언젠가 그 부분이 발현될 것이라 믿었다.

언젠가는 꼭 그를 개과천선 시키리라. 그렇게 다짐한 바보 정령이었다.


"그렇게 복수하고 싶으면, 요리로 승부해. 넌 요리사잖아."

"요리? 그 늙은이랑?"

"그 아저씨도 요리대회에 나간댔어."

"늙은이가 대회에 나온다고?"


라이트닝의 말에 안성진은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크크큭. 그렇다면 대회에서 가뿐히 밟아주면 되겠구만. 그 인간은 내 상대가 안 돼."

"그래. 차라리 그게 낫지."


그러곤 속이 시원하다는 듯 나무에 기대 누워버렸다.


"에휴. 오늘은 그냥 노숙이다."


그대로 눈을 감았다.


"내일 바로 돌아가자, 라이트닝."

"벌써?"

"이제 이곳에 볼 일은 없으니까."

"그래. 옆에서 자도 되지?"

"맘대로."


그때 어디선가 화살이 날라왔다.

마법의 화살은 그대로 안성진 얼굴 위 나무 기둥에 박혔다.


"헉! 이건 뭐야?"

"화살?"


화들짝 놀란 안성진과 라이트닝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야!"

"아. 빗나갔나요. 오랜만에 《그림자》에 나와 적응이 안 됐나. 다음엔 꼭 죽여드리죠, 더러운 인간."


어둠 속에서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진아, 뛰어!"

"《래피드 샷》."


그 순간 마법의 화살이 쏟아져 내려 그들을 덥쳤다.

안성진과 라이트닝은 빠르게 나무 뒤편으로 숨어 화살을 피했다.


"이게 뭐야?"

"모르겠어. 하지만 빨리 도망쳐야해!"


그대로 그 둘은 숲을 가로질러 나갔다.


"도망쳐도 소용없어요."


적이 나무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는 지 샤샤샥하는 소리가 선명히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바닥에 하나 둘 화살이 꽂히기 시작했다.


"사람 살려!"

"정령 살려!"


숲 속에 그들의 고함소리가 울려퍼졌다.


"라이트닝, 어떻게 좀 해봐!"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고!"

"강렬한 빛이라도 쏴서 눈을 멀게 하는 건?"

"아! 한 번 해볼께."


라이트닝이 도망치가 멈춰 뒤를 돌아 온 몸에 기합을 넣었다.


"에잇!"


그러자 라이트닝의 전신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일대를 환하게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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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3화. 징조(4) +4 19.10.05 677 23 9쪽
43 42화. 징조(3) +4 19.10.04 702 20 8쪽
42 41화. 징조(2) +4 19.10.03 755 23 8쪽
» 40화. 징조(1) +5 19.10.03 793 21 8쪽
40 39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3) +5 19.10.02 903 25 8쪽
39 38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2) +5 19.10.01 966 20 13쪽
38 37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1) [1권 분량 끝] +6 19.09.30 996 25 8쪽
37 36화. 바다에서 생긴 일(7) +6 19.09.29 1,007 30 11쪽
36 35화. 바다에서 생긴 일(6) +7 19.09.29 966 27 12쪽
35 34화. 바다에서 생긴 일(5) +6 19.09.28 968 25 10쪽
34 33화. 바다에서 생긴 일(4) +4 19.09.28 1,026 24 8쪽
33 32화. 바다에서 생긴 일(3) +4 19.09.27 1,029 23 8쪽
32 31화. 바다에서 생긴 일(2) +6 19.09.27 1,089 27 9쪽
31 30화. 바다에서 생긴 일(1) +7 19.09.26 1,200 28 9쪽
30 29화. 뒷풀이 +8 19.09.25 1,298 32 9쪽
29 28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3) +5 19.09.24 1,350 28 11쪽
28 27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2) +4 19.09.23 1,305 30 8쪽
27 26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1) +4 19.09.22 1,341 30 10쪽
26 25화. 된장, 간장, 그리고 고추장 +4 19.09.22 1,296 35 7쪽
25 24화. 메주 만들기(2) +6 19.09.21 1,304 31 13쪽
24 23화. 메주 만들기(1) +4 19.09.21 1,316 34 9쪽
23 22화. 야채볶음면 +5 19.09.20 1,385 31 8쪽
22 21화. 찻집에서 지난길을 되돌아보다. (수정) +5 19.09.19 1,467 26 11쪽
21 20화. 납작샌드와 누룽열매 수프 (수정) +5 19.09.18 1,510 29 10쪽
20 19화. 마늘 코다리강정과 폭탄계란찜 +6 19.09.17 1,536 31 9쪽
19 18화. 지인 소개 +6 19.09.16 1,531 31 11쪽
18 17화. 맥주와 통삼겹살 구이 +7 19.09.12 1,623 34 9쪽
17 16화. 드워프의 영역 +7 19.09.11 1,623 33 8쪽
16 15화. 호황 +6 19.09.10 1,635 34 10쪽
15 14화. 장사 준비 +6 19.09.09 1,654 3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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