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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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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최근연재일 :
2019.10.19 08:05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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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9,473

작성
19.09.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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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8화. 지인 소개

DUMMY

“아, 그리고 이런 뚝배기라는 제 고향 냄비도 만들었으면 합니다.”

    

나는 가르움 씨에게 뚝배기 그림을 보여주었다.

    

“이런 모양의 전통 냄비라면 이미 시중에 많이 있지 않나? 백화점에서 비슷한 걸 사는 게 더 나을 테지.”

    

듣고 보니 누님 집에 있던 냄비도 스댕(스테인리스) 냄비뿐만 아니라 이런 도자기 냄비도 있는 걸 떠올랐다. 확실히 냄비가 우리 것이 아니더라도 적당히 싸게 괜찮은 걸 사는 게 비용절감이 되니 좋을 것이다.

    

“아, 감사합니다. 그럼, 언제 쯤 완성이 되죠?”

"3일 뒤 택배로 부쳐두도록 하겠네."


제작하는 데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장인이라 그런지 의외로 빨리 되었다. 근데 택배?


"택배···라고요?"

"그래, 택배. 도자기는 깨지기 쉬우니 〈텔레포트 서비스〉로 보내도록 하지. 택배비는 2리프다."

"자, 잠깐. 그런 게 된다고요?"


난 금시초문의 말에 당황했다.


"당연하네. 게다가 주문만 할 거였으면 굳이 일일이 찾아올 필욘 없었지, 아마?"

"그게 무슨 말이죠?"


가르움 씨는 얼빠진 촌놈을 보듯 말했다.


"류금수 씨, 당신 어디 촌구석에서 왔나? 《아카이브》 몰라?"


《아카이브》? 《아카이브》라면 경찰서에서 봤던 마법스런 컴퓨터가 아닌가.


"아, 알고 있죠."

"그 《아카이브》로 네트워크에 접속해 내 홈페이지에서 제작 주문했으면 이 고생할 필욘 없었단 말이지. 난 돈만 주면 만들어는 주니까."

"뭐라고요? 이 세계에도 네트워크가 있단 말이오?"

"진짜 촌에서 왔나보군, 당신."


그러니까 이 세계에도 컴퓨터가 존재하니 네트워크도 존재한다는 말이었다.  누님이 살던 마을은 아니지만 이 세계는 현대화를 이룬 부분이 상당히 많았나보다. 공항도 그렇고, 의외의 부분에서 현대적이니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소설에서 봤던 것처럼 중세스러울 줄 알았는데 말이다.


“내 홈페이지를 보여주겠네.”


가르움 씨는 나와 같이 안방으로 들어와 책상의 크리스탈을 사용해 아카이브로 자신의 홈페이지를 보여줬다.


“어때, 잘 만들었지?”

“음, 하나도 못 읽겠는데요?”


그야 물론 사이트 주소부터 홈페이지 내용까지 싹 다 내가 모르는 이계어로 적혀있다 보니 뭐가 뭔지 알아볼 수 없었다. 물론 누님들의 도움이 있었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드워프 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감흥이 없는 걸 보고 살짝 실망한 모양이었다.


"이계인이라서 하나도 못 읽나보구먼. 아무튼, 부탁한 물건은 금방 만들어 보내드리지. 주소나 주소."


순간 이게 말장난인가 싶었지만, 그만 실소를 하고 말았다. 누님들에 비하면 난 한참은 젊은데, 아재 개그에 웃다니. 나 참.


나는 빨리 표정관리를 하고, 아마릴리스 누님에게 받은 집주소가 적힌 쪽지를 건네주었다. 엘프어로 적혀져 있어서 뭐라고 적혀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드워프는 알아보는 모양이었다.


"흠. 여기로 보내면 된다는 거지? 알겠네. 다른 용건이 있나?“

“좀 전에 음식을 만들다 보니 매실액하고 참기름이 있던데, 이건 어디서 구합니까?”

그는 내가 말한 재료들을 번역하는 데 잠시 시간이 걸리더니, 그 뜻을 이해하곤 한숨 섞인 말로 대답했다.

“초랭열매액은 이 근처 식료품점에 가면 다 팔고 있네. 직접 초랭열매를 구해 담가먹어도 된다. 그리고 참깨기름은 풍차 아래 방앗간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지.”

"그리고 혹시 주변에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드워프가 혹시 있습니까?"


나는 1인용 돌솥과 가마솥, 그리고 절구 그림을 보여주며, 그 특징과 용도를 설명해주었다.


"돌솥은 곱돌로 만들고, 절구는 통나무로 만들고, 가마솥은 철로 만듭니다. 이걸 만들어야하는데, 추천할 만한 곳이 있나요?"

"곱돌이 뭔가?"

"곱돌은 기름처럼 광택 있고 만지면 매끈매끈한 돌들을 말합니다."

"아, 그거라면 내가 추천할만한 곳이 있지."


나는 가르움의 추천을 받아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드워프 씨가 준 약도를 보고 찾아가곤 있는데, 길이 맞는건지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아까 등산을 했는데, 또 등산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옆산으로 가고 있었다. 산을 오를 때마다 점점 수풀들은 줄어들고, 돌무더기들이 점점 눈에 띄었다.

이 바위산에 왜 공장을 만들었나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재료를 주변에서 얻기 쉬워서인 것이 틀림없었다.


산 중턱 쯤 오르니 약도 속의 집이 보였다. 저 산장이 돌 공정의 달인이 살고 있는 곳인가 보다. 집에 다다르니 가르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녀석 아마, 오늘은 집에서 쉬고 있을 거야. 그러니 옆의 공장에 가지 말고, 그 놈의 집에 들리는 게 좋아. 아, 물론 내가 마찰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귀띔해 둘 테니 걱정하지 말고.'


나는 집 앞에 도착하자 문을 두드렸다.


-똑. 똑. 똑


"안에 아무도 안 계십니까?"

'네, 잠시 만요.'라는 소리와 함께 산장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고, 눈에 들어온 건 대머리의 근육질 드워프였다. 고동색 조끼 사이로 돋아난 갈빛 근육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 당신이 가르움이 말했던 인간이군요. 자, 안으로 들어오시죠."

"아, 예···."


다행히 가르움 씨가 미리 소개해준 덕분에 인간이라고 문전박대 당하는 일은 없었다. 그나저나, 대체 어떻게 가르움 씨가 이 근육질 마초남에게 나에 대해 귀띔을 한 건지 모르겠다. 설마 전화기 같은 거라도 있나? 누님의 집엔 없던데.


"이름이 어떻게 된다고 했더라······."

"'류금수'라고 합니다."

"아, 맞다. 류금수 씨군요. 내 이름은 '스미르'라고 해요."


우리는 서로 간단한 인사를 마친 뒤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그래서 뭘 만들고 싶다고요?"

"곱돌로 이렇게 생긴 돌솥을 만들고 싶습니다."


스미르 씨는 내가 보여준 돌솥 그림을 보고, 또 내게서 돌솥의 용도와 특징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흠.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그런 게 필요하군요."

"견적이 어느 정도 나오나요?"


마초 드워프 씨는 잠시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개당 5리프정도."

"5리프···!"


5리프면 5만 원 정도다. 수중의 돈, 140리프에서 (그 사이에 비행선값 말고도 간식비, 택시비도 좀 썼다.) 돌아가는 비용 35리프를 빼면 105리프. 숙박비와 식비를 생각하면 사용할 수 있는 돈은 넉넉히 잡아 60리프 정도인가? 심사위원이 몇 명 나올지는 모르겠고, 심사위원마다 하나씩은 내야하니 못해도 5개는 사야할 듯싶은데···, 예산이 좀 빡빡했다. 역시 돈이 풍족해야 마음도 여유로운 것이다.


“좀 비싼가요?”


스미르 씨는 내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말한 것 같았다.


“아. 네, 조금요.”

“가르움이 말하던데, 류금수 씨는 요리를 엄청 잘한다면서요?”

“제가 요리사 이긴 합니다만.”


이 말을 왜 꺼낸 건지 그 이유가 바로 나왔다.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맥주와 어울리는 끝내주는 요리를 하니 한번 맡겨보라고요.”

“아, 그랬었군요.”

“그래서 제안 하나 하죠. 30% 할인해주는 조건으로 맛있는 요리 만들어주는 건 어떻습니까?”

“요리를요?”


30%나 할인 해준다니. 한 푼이 아까운 이 시점에선 정말 고마운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네. 평범한 생선구이를 먹으니 슬슬 질려서 그런데, 맥주와 어울릴 만한 요리 좀 만들어주시오.”


스미르 씨는 나를 부엌으로 안내했다. 그는 생선요리를 좋아하는데, 산간에 집이 있어 싱싱한 생선은 가끔 먹고, 말린 생선을 주로 구워 먹는 듯했다. 마치 황태구이처럼 말이다. 뭐, 노가리 같은 건 술과 잘 어울리는 안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나보다.


근데 드워프는 맥주를 정말 좋아하나 보다. 아까 가르움 씨의 집도 그렇고, 이 스미르 씨의 집에도 맥주가 몇 통이 쌓여있는 건지 모르겠다. 드워프는 기본적으로 맥주에 환장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집의 재료들을 둘러보던 중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바로 계란이었다. 고향 세계의 평범한 계란보다 1.5배는 큰 계란이었다. 계란 5개가 한 묶음으로 2개정도 짚으로 엮여져 있었다. 그 중 한 묶음은 이미 먹었는지 1개밖에 없었다.


“이건 계란이잖아요? 이걸 어디서 났습니까?”


난 엘프사회에선 계란도 먹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이걸 어떻게 구했는지 궁금했다. 이에 스미르 씨가 대답했다.


“무정란인데, 생계를 위해 조류형 수인족, 하피들이 낳아서 시장에 팔기도 하는 겁니다. 이건 수탈하는 것이 아니니 딱히 문제가 되지 않지요.”


이건 좋은 정보였다. 이 사회에서 쓸 수 있는 계란이 존재하다니. 계란은 정말 다양한 곳에 쓰이는 재료인데, 쓸 수만 있다면 요리의 폭이 넓어진다. 하지만 이어서 말한 드워프의 말에 나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비싼 게 흠이죠. 개당 20시드는 하니까요.”

“2, 20시드씩이나요?”


20시드라니. 20시드면 2천원 정도다. 계란 한 판도 아니고, 1개에 2천원이라니. 정말 비싸기 짝이 없었다. 이거 완전 바가지 가격이 아닌가?


“그래서 계란 요리는 고급 요리에 속한답니다. 워낙에 비싸서 말이죠. 나도 잘 못 먹는 음식이에요.”


고향 세계에선 개당 100원~200원 밖에 안하는데, 여기선 개당 20시드라니. 계란 요리는 당분간 꿈도 못 꿀 것 같았다.


"스미르 씨는 이 계란으로 보통 뭘 해 먹습니까?"

"그냥 감람유에 계란프라이로 부쳐 먹거나, 휘휘 저어서 스크램블로 먹거나, 아니면 삶아 먹는 게 보통이죠."

"그렇군요."


나는 마저 식재료를 둘러보았다. 전분가루도 있고, 참기름, 소금, 설탕 같은 기본적인 조미료도 있었다. 거기에 마늘, 육포, 견과류, 각종 채소와 과일, 그리고 흑미도 있었다! 이 흑미는 드워프쌀이라고 하는데, 새로운 재료를 시험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나중에 시험해봐야겠다. 거기에 머스타드 소스도 있었는데, 샛노랗기 보단 진한 노란색이었으며, 맛을 보니 뭔가 톡 쏘면서 부드러운 머스터드 맛이었다.


"이건 또 어디서 났습니까?"

"이 드팡 머스터드 소스 말입니까? 드워프 식료품점이면 어디든 팔고 있고, 엘프 영역에서도 큰 상점에서라면, 살 수 있을 겁니다. 옛날에 '드팡'이란 드워프가 발명해서 대대손손 팔고있는 굉장한 소스니까요."

"오, 나중에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한편 어류로는 아까 봤던 말린 생선들과 훈제 생선들이 있었는데, 살이 통통한 게 먹음직스러웠다. 몇몇 개는 적당히 말려 코다리같기도 했다. 계란은 보통 1~2주 내로 먹어야하니 써도 괜찮을 것 같았다.


"혹시 이 귀한 계란을 요리에 써도 괜찮겠습니까?"

"먹긴 먹어야하니 상관없습니다. 맛있는 요리를 해준다면야, 뭐."


그렇다면 안주요리는 이미 결정된 셈이었다.


"마늘 코다리강정과 폭탄계란찜. 안주로 이걸 해드리겠습니다."


작가의말

추석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이번 추석은 친척들하고 오랜만에 만나서 정말 재미있게 이야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너무 좋았습니다. ㅎㅎ


쉬고 왔으니 열심히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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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화. 징조(3) +4 19.10.04 702 20 8쪽
42 41화. 징조(2) +4 19.10.03 756 23 8쪽
41 40화. 징조(1) +5 19.10.03 793 21 8쪽
40 39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3) +5 19.10.02 903 25 8쪽
39 38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2) +5 19.10.01 966 20 13쪽
38 37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1) [1권 분량 끝] +6 19.09.30 997 25 8쪽
37 36화. 바다에서 생긴 일(7) +6 19.09.29 1,007 30 11쪽
36 35화. 바다에서 생긴 일(6) +7 19.09.29 966 27 12쪽
35 34화. 바다에서 생긴 일(5) +6 19.09.28 968 25 10쪽
34 33화. 바다에서 생긴 일(4) +4 19.09.28 1,026 24 8쪽
33 32화. 바다에서 생긴 일(3) +4 19.09.27 1,029 23 8쪽
32 31화. 바다에서 생긴 일(2) +6 19.09.27 1,090 27 9쪽
31 30화. 바다에서 생긴 일(1) +7 19.09.26 1,200 28 9쪽
30 29화. 뒷풀이 +8 19.09.25 1,298 32 9쪽
29 28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3) +5 19.09.24 1,350 28 11쪽
28 27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2) +4 19.09.23 1,305 30 8쪽
27 26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1) +4 19.09.22 1,341 30 10쪽
26 25화. 된장, 간장, 그리고 고추장 +4 19.09.22 1,296 35 7쪽
25 24화. 메주 만들기(2) +6 19.09.21 1,304 31 13쪽
24 23화. 메주 만들기(1) +4 19.09.21 1,316 34 9쪽
23 22화. 야채볶음면 +5 19.09.20 1,385 31 8쪽
22 21화. 찻집에서 지난길을 되돌아보다. (수정) +5 19.09.19 1,467 26 11쪽
21 20화. 납작샌드와 누룽열매 수프 (수정) +5 19.09.18 1,510 29 10쪽
20 19화. 마늘 코다리강정과 폭탄계란찜 +6 19.09.17 1,536 31 9쪽
» 18화. 지인 소개 +6 19.09.16 1,532 31 11쪽
18 17화. 맥주와 통삼겹살 구이 +7 19.09.12 1,623 34 9쪽
17 16화. 드워프의 영역 +7 19.09.11 1,623 33 8쪽
16 15화. 호황 +6 19.09.10 1,635 34 10쪽
15 14화. 장사 준비 +6 19.09.09 1,654 3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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