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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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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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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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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29화. 뒷풀이

DUMMY

@@@


심사위원들은 심사가 끝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가까운 공항, 《엘도라스 스카이포트》에 도착했다. 그들은 선착장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정말 맛있었어···. 다음에 또 먹어보고 싶네."


미식가 마담 아네모네는 몇 시간 전에 먹은 음식의 맛을 되새겼다.

처음 먹어보는 맛, 엘프 요리의 수준을 뛰어넘는 요리. 그 맛의 향연에 다시 풍덩 빠지고 싶었다.


"인간이 한 요리지만, 정말 맛있었죠. 그 양념장, 궁중요리사로서 물어보고 싶을 정도예요."


궁중요리사 엘프, 로사도 그녀의 말에 동감했다.


"난 나중에 그 녀석과 겨뤄보고 싶다. 요리인 대 요리인으로서 투지가 끓어오르거든."


드워프, 도르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빨리 저 인간 아저씨의 요리가 우리 영역에도 퍼졌으면 좋겠다, 메~."

"정령의 영역에도 퍼졌음 좋겠습니다."


양족 메리고와 드라이어드 엔드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인간의 맛이 이정도니, 다른 인간의 음식은 어떨지 맛보고 싶군."

"다른 인간? 그 인간 아저씨 말고, 또 한 명이 더 있나요?"


아네모네는 그런 정보도 모르냐는 듯이 로사에게 말했다.


"궁에서 일하면서 그것까진 모르나보네. 우리 미식가협회에서 남쪽에도 심사위원 한 명을 파견했어. 다른 이세계인의 요리 심사를 위해서라나?"

"그건 금시초문이군."


드워프가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 궁중요리사 중에서 한 명이 출장을 나갔었네요. 그 친구는 정령의 영역으로 간다고 대충 얼버무렸는데, 그게 심사 때문이었나?"


로사는 오른손의 검지를 뺨에 가져다 대며 생각했다.


"뭐, 그건 그렇고. 이제 곧 요리경연대회도 시작 될 테니, 많이 바빠지겠구먼."

"이번 요리대회엔 나도 참가할 걸세."

"좋을 대로."


드워프의 참가 선언에 아네모네 씨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 인간도 참가했으면 좋으련만."

그건, 드워프 요리인의 자그마한 바람이었다.



@@@


난민으로 인정받고 내 신분증이 나왔다. 이세계의 인쇄기는 무슨 레이저가 각인하듯 마법의 빛으로 새기는 방식이었다.


"여기, 류금수 씨의 난민 신분증입니다. 잃어버리더라도 가까운 경찰서에서 재발급 받을 수 있으니, 약간의 수수료와 가져오면 됩니다. 잃어버린 신분증은 마법 보안 알고리즘으로 신고 즉시 그 내용이 사라질 거고요."

"아,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피케아 경관에게 신분증을 건네받았다. 나도 이제 이 요정 제국 《엘리시온》의 정식 난민이 되었음을 알려주는 증표였다.


"자, 그럼 가자, 아저씨."

"조심히 들어가세요. 류금수 씨."


피케아 씨가 인사했고, 큰 누님이 내 손을 잡고 경찰서 밖으로 나왔다.


"이제 밥 먹으러 가자!"

"뒤풀이죠, 언니?"

"좋습니다, 누님들. 허허허."


그렇게 우리는 축하 파티 겸 뒤풀이를 하러 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은 해질녘이라 야시장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빛의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전구들이 시장 골목을 환하게 비추어 주고 있었다.


"어, 류금수 씨. 안녕하세요."

"오늘 정말 축하해요."


시장에서 만난 엘프들이 나를 보곤 반갑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오늘 좋은 하루 보네세요."


이 마을에서 난 이제 한명의 이웃으로 받아들여진 기분이었다.


난 누님들에게 돈주머니를 보여주며 외쳤다.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니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어봅시다! 돈은 이렇게 많이 벌었으니까요."

"야호!"

"좋아!"


우리는 지난 2주 동안 심사 준비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나머지 시간에 시장에서 떡을 팔아 이윤을 챙겼다.

그렇게 2주 동안 장사를 하니 대략 총 400리프의 매출을 올렸다.


이 금액은 누님들이 보급과 퀘스트 일당으로 모아도 꿈도 못 꾸던 금액이었다.

누님들이 샐러드를 즐겨 먹은 이유가 엘프라서가 아니라 그저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음을 알았을 때엔 참 마음이 아팠다.


약간의 사치였던 과일야채 주스도, 오늘은 먹고 싶은 만큼 마셨다.

릴리 누님이 좋아하는 캬로(당근)주스, 아마릴리스 누님이 좋아하는 큐람(토마토 + 사과)주스 사니 두 누님들의 표정은 매우 행복해보였다.


"맘 편하게 살 수 있는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

"이게 다 아저씨 덕분이야."

"하하. 다 누님들이 믿고 지원해준 덕분이죠."


시장을 이곳저곳 들리면서 우리는 이것저것 사먹었다. 통옥수수구이, 버섯볶음, 버섯야채꼬치, 케첩 찍은 누룽열매 튀김.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전부 맛있었다. 오늘 같은 날에 먹어서 더 그런 것 같았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배를 채우려고 국수가게에 들렸다. 가게 아주머니 엘프가 반갑게 맞이했다.


"오, 인간 아저씨 아니유? 심사 정말 재미있게 봤슈."

"감사합니다. 국수 아주머니."

"총 세 분이유? 이쪽으로 앉으슈."


구수한 말투를 쓰는 주인 아주머니셨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야채국수를 시켰다.


"아주머니, 여기 야채국수 3인분이요!"

"네, 야채국수 3인분~."


국수 아주머니가 그릇에 육수와 면을 담고 고명을 얹어 요리를 내어왔다.


"야채국수 3인분~, 나왔습니다유."

"감사합니다."


야채국수. 이 요리는 노란빛의 맑은 국물에 면, 그리고 야채 고명이 들어간 요리였다. 뭔가 베트남쌀국수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우리는 모두 나무젓가락을 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후루룩


"으음?"


나는 그 국수의 맛에 놀랐다. 이 면발, 마치 라멘같았다. 이 아주머니가 생라멘을 재현했다고? 믿기지 않았다.


변변찮은 도구도 없는 것 같은데, 일일이 이 생라멘을 만들려면 하루 종일 얼마나 수고를 들여야 할까. (생라멘은 좀 단단해서, 면을 미는 과정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정말 대단했다.


그리고 그릇을 들어 육수의 맛을 보았다.


-호로록


"하아."


이 육수. 양배추, 양파, 무, 다시마, 버섯을 우려내 소금으로 간을 해 만든 것 같았다. 이것만으로 이 정도의 감칠맛을 뽑아내다니.


―어떻게 한 거지?


나는 포장마차 한 켠에 있는 재료를 보았다.


―말린 채소와 버섯?


그렇다. 이 감칠맛은, 채소와 버섯을 말려 맛을 농축시킨 후 육수에 우려내서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 데친 채소와 버섯으로 고명을 올려 아삭한 야채의 맛과 라멘을 조화시킨 것이었다. 이건 그야말로 야채라멘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이 아주머니, 보통 실력이 아니었다.


"이 라멘, 정말 맛있습니다."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 국물이 진짜 맛있거든. 이것도 사치였지만, 먹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 근데 라멘?"

"라멘이 뭐예요?"


라멘이란 단어는 누님에겐 생소했다.


"고향 세계에서 이런 국수를 '라멘'이라고 해서 말이죠."

"으응~. 라멘이라고 하는 구나."

"신기하네요."


그러게 말이다. 이 세계에서 라멘을 먹을 수 있을 줄이야. 나도 놀랐다.


"그건 그렇고 아저씨. 이제 뭐할 거야?"

"아, 예?"


그러고 보니 난민 심사를 통과하고 나서 뭘 할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 소스를 재현하고 재료를 만드는 데에만 집중했었으니.


"잘 모르겠습니다. 당분간 장사나 하면서 지내겠죠?"

"우리 약속 하나 했었잖아."

"약속? 아!"


맞다. 드워프의 장인 마을 《스미다》에서 나와 누님들 사이에 약속 하나 했었다.


"우리, 바다 가자!"

"바다 가요, 아저씨."


그렇다. 우리는 그때 일이 끝나면 같이 바다에 가자고 약속했었다. 늙어버렸나, 이런 중요한 약속도 까먹고 말이다.


"좋습니다. 그럼 내일 바다로 가는 게 어떻습니까?"

"찬성!"


두 누님들은 이구동성으로 신이 나며 말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난, 앞으로 무슨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지 짐작도 하지 못했었다.




@@@


한편 경찰서에선 잔업을 마무리하고 퇴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크리샌스, 오늘도 수고 많았어. 오늘 난민 심사 준비하고, 진행하느라 피곤하지?"

"뭘. 너도 서류작업에 신분증 발급도 해줬잖아. 피케아, 너도 오늘 수고했어."


피케아와 크리샌스는 서로 독려해주었다. 정말 보기 좋은 동료애다.


"아, 맞다. 크리샌스, 그거 알고 있었어?"

"뭘?"


크리샌스는 피케아의 물음에 의아했다.


"아. 서류 정리하다 알게 된 건데. 여기 말고, 남쪽 정령의 영역, 《아니마움》에서도 이세계인의 '난민 심사'가 이루어졌다던데?"

"그게 사실이야?"


피케아의 말에 크리샌스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새로운 이세계인의 등장?


다음편은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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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화. 징조(3) +4 19.10.04 702 20 8쪽
42 41화. 징조(2) +4 19.10.03 756 23 8쪽
41 40화. 징조(1) +5 19.10.03 793 21 8쪽
40 39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3) +5 19.10.02 905 2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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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7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1) [1권 분량 끝] +6 19.09.30 998 25 8쪽
37 36화. 바다에서 생긴 일(7) +6 19.09.29 1,008 30 11쪽
36 35화. 바다에서 생긴 일(6) +7 19.09.29 966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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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바다에서 생긴 일(4) +4 19.09.28 1,026 24 8쪽
33 32화. 바다에서 생긴 일(3) +4 19.09.27 1,031 23 8쪽
32 31화. 바다에서 생긴 일(2) +6 19.09.27 1,090 27 9쪽
31 30화. 바다에서 생긴 일(1) +7 19.09.26 1,201 28 9쪽
» 29화. 뒷풀이 +8 19.09.25 1,299 32 9쪽
29 28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3) +5 19.09.24 1,350 28 11쪽
28 27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2) +4 19.09.23 1,306 30 8쪽
27 26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1) +4 19.09.22 1,341 30 10쪽
26 25화. 된장, 간장, 그리고 고추장 +4 19.09.22 1,298 35 7쪽
25 24화. 메주 만들기(2) +6 19.09.21 1,305 31 13쪽
24 23화. 메주 만들기(1) +4 19.09.21 1,319 34 9쪽
23 22화. 야채볶음면 +5 19.09.20 1,386 31 8쪽
22 21화. 찻집에서 지난길을 되돌아보다. (수정) +5 19.09.19 1,467 26 11쪽
21 20화. 납작샌드와 누룽열매 수프 (수정) +5 19.09.18 1,510 29 10쪽
20 19화. 마늘 코다리강정과 폭탄계란찜 +6 19.09.17 1,537 31 9쪽
19 18화. 지인 소개 +6 19.09.16 1,532 31 11쪽
18 17화. 맥주와 통삼겹살 구이 +7 19.09.12 1,623 34 9쪽
17 16화. 드워프의 영역 +7 19.09.11 1,624 33 8쪽
16 15화. 호황 +6 19.09.10 1,637 34 10쪽
15 14화. 장사 준비 +6 19.09.09 1,655 3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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