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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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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최근연재일 :
2019.10.19 08: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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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9,473

작성
19.09.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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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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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10쪽

20화. 납작샌드와 누룽열매 수프 (수정)

DUMMY

맥주를 마시던 드워프, 스미르 씨가 의아했다.


"찰기가 있는 쌀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중요하고말고!"


나는 드디어 제대로 된 쌀을 발견했다는 사실에 놀라워 큰 소리로 대답하고 말았다.


'나, 나도 모르게 흥분하고 말았군.'


나는 창피해서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말을 이었다.


"크흐흠. 제가 준비하고 있는 음식에 찰기가 있는 밥이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엘프의 곡식들은 전부 찰기는 거의 없고, 있다고 해도 비싸기 짝이 없어서 고민이었죠."

"아, 그랬군요."


그러자 스미르 씨가 곡식 이름의 기원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드워프쌀은 드워프의 피부색처럼 엘프쌀과는 달리 좀 새까매서 붙여진 이름이죠."

"그럼 엘프쌀은 엘프의 피부가 새하얘서 붙여졌다는 겁니까?"

"그런 셈이죠. 하하. 뭐, 자생지가 각각 드워프의 영역과 엘프의 영역으로 갈라져있는 것도 이유겠지만요."

"음······."


참 재미있는 어원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더니, 살고 있는 종족과 곡식의 진화가 긴밀하게 연결이라도 되어있기라도 하는 건지, 원.


"자, 그럼 맥주잔을 드시죠."

"맥주잔을요?"

"건배해야죠."

"아!"


나는 잔에 맥주를 따르고 힘차게 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외쳤다.


"앞으로 창창한 미래를 위하여!"

"건배!"


그렇게 구호를 외치고, 이세계에 와서 처음 마시는 맥주의 맛이란 정말 기가 맥혔다. 쌉싸름하면서도 시원한 이 탄산의 맛이 정말 끝내줬다. 그리고 마지막에 오는 이 과일향의 단맛이 이 맥주의 포인트가 되었다.


"이 맥주 맛있네요."

"그쵸? 우리 드워프는 맥주에 자부심이 있다고요. 하하하."


이 대머리 드워프는 맥주 자랑할 생각에 호탕하게 웃었다.

술자리의 대화는 무르익었고, 우리는 분위기에 점점 취했다.


"형씨도 참 이 세계에 떨어져서 고생했구만? 포박에, 구속에, 살해위협에, 하하하."

"기분 나쁘게 웃지 마쇼. 애당초 고향 세계에서도 평탄했던 건 아니었지만. 하. 씨부럴. 일단 난민심사 합격 해야 하는데."

"난민심사?"

"그것 때문에 당신한테 돌솥 제작을 부탁한 거요. 심사위원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멕여야하거든. 내 음식이 식문화 발전에 도움이 되나 안 되나를 지들이 판단하겠답시곤. 쳇."

"아하. 그래서 그런 도구가 필요했던 거군요. 돈은 잘 받았으니 내일 모래까지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고맙수."

"근데 형씨, 너무 취한 거 아니요?"

"취하긴 내가 술을 얼마나 좋아하는디. 이걸 마시면 괴로운 생각이 싹 사리지거덩? 그래서 좋아~."


―라곤 해도 벌써 머리가 띵하고, 어질어질했다. 몇 잔 마시지도 않았는데 술이 조금 약하긴 한가···보다. 아니, 저 드워프가 많이 마시는 건가?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 내가 어쩌다 여기로 떨어졌는지. 이건 벌 받는 거요, 벌. 사람을 때린 벌."

"아, 인간을 때리고 여기에 왔댔죠?"

"내가 왜 화를 못 참고 그 지랄을 했는지. 끅끅. 아들아, 보고싶구나아······."

"아들?"


-똑 똑 똑


그 때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 안에 사람 계세요?"

"이 시간에 손님이? 잠시 나가볼게요."


스미르 씨는 식탁에서 일어나 대문으로 향했다. 헌데 이 목소리······, 익숙한데 누구였더라. 술기운에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그렇게 문이 열리고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빌어먹을 아저씨, 대체 언제 오는 거야아아아!"


바로 아마릴리스 누님이었다. 등장하는 장면도 지 성격 못지않게 드셌다. 잠깐, 그렇다는 건 릴리 누님도?


"저녁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하도 안 와 뭐하나 싶어 묻고 물어 여기까지 찾아왔잖아! 여기에 올 거면 온다고 말을 하고 가던가!"

"어, 언니! 남의 집에서 그렇게 소리 지르면 안 돼요!"


릴리 누님이 아마릴리스 누님 뒤에서 당황했다.


"소리 안 지르게 생겼어? 하도 안 오니 길이라도 잃었나 인간이랍시고 납치라도 되었나 걱정했잖아! 게다가 여기까지 등산하느라 얼마나 힘든 줄 알아? 근데 여기서 태평하게 술이나 마시고 있네?"

"죄소옹하게 뒜습니다, 누님."


누님이 내 모습을 보더니 한숨 푹 쉬었다.


"아니, 아저씨는 뭐하다가 꽐라가 된 거야?"

"같이 술을 조금 마셨을 뿐이죠. 한 3잔 정도?"

"술?"


누님은 식탁 위 맥주잔을 보았다.


"당신 눈엔 이게 '조금'으로 보여?"


드워프의 말에 누님이 좀 큰 맥주잔을 들먹이며 말했다. 맥주잔이 한 1000cc는 될 것이다.


"그 정도면 조금 맞는데."

"이 컵으로 세 잔 들이키면 술만으로 배 채우겠네 진짜."


아마릴리스 누님의 눈엔 커다란 술잔이었지만, 스미르 씨는 그게 아니었는지 첨언했다.


"아가씨가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맥주는 별로 안 센 술이야. 형씨가 좀 많이 약한 거지. 드워프는 세 잔쯤은 너끈히 먹는다고."

"그건 당신 사정이고, 이 아저씨는 아니잖아요. 게다가 이렇게 만들었으면 집엔 어떻게 돌아가게 할 생각이었는데?"

"듣고 보니 그러네. 뭣하면 여기서 재우면 됐지만."

"진짜 앞뒤 대책 하나도 없었네."


날라리 누님은 나를 부축해 정문으로 향했다.


"아무튼 이 아저씨는 데려갑니다. 릴리, 부축해줘."

"네, 언니."

"그럼, 주문한 물건은 내일 모래 찾아오면 된다고 전해주세요."


그러고 난 의식을 잃어버렸다.


내가 기억하는 건 여기까지 였다.




@@@


"으음. 여긴 어디지? 으으. 으차차차차차찻!"


다음 날 아침, 아니 아침 치고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떴다. 나는 침대에서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세우고 기지개를 폈다. 숙취가 아직 해소가 안 된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은 우리의 숙소였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거, 스미르 씨 집에서 술을 마시고, 그 다음엔······."


기억을 더듬어보니 누님이 스미르 씨 댁에 들려 날 끌고 돌아온 것까진 생각났다.


"아···, 이제 기억이 조금 나는구먼. 근데, 맥주가 이렇게 셌었나? 그리고 누님들은 어디계시지?"


나는 방에서 나와 누님들의 방문을 두드렸다.


"누님, 안에 계십니까?"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안 계시나?"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이불은 정리정돈 되어있었고, 아무도 없었다. 아마 밖에 나간 모양이었다.


"대낮부터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거야?"

"어? 일어났어, 아저씨?"


그 때 누님들이 돌아와 문 밖에 서있었다.


"어디 갔던 겁니까?"

"잠깐 먹을 거 사러 내려갔지. 아점 겸으로."

"1층에 음식 이미 주문해 뒀으니 가서 먹으면 돼요."


여관의 1층 식당으로 가니 한 테이블에 정갈하게 음식이 세팅되어있었다.


"이건?"

"납작샌드랑 누룽열매 수프. 값싸지만 맛있는 요리야."

"이거 맛있어요. 한번 드셔보세요, 아저씨."


누님들의 권유에 나는 숟가락을 들었다.


"그럼 스프부터······."


누룽열매 수프면, 감자 수프인가? 한 숟갈을 떠서 입에 머금자 그 따뜻하고 오묘한 맛에 식욕이 돋았다.


"맛있군. 고향 세계에서 먹던 맛과 비슷해."

"그치? 이거 걸죽한 게 맛있지?"


이 맛은 그야말로 고향 세계의 일반 인스턴트 감자수프를 탄 맛이랑 거의 유사했다.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건더기로 들어있는 감자덩어리를 떠먹으면 그 식감이 부드럽고 따뜻했다.


나는 이어서 두 손으로 납작샌드를 집었다. 그런데 이 샐러드를 덮고 있는 빵, 이건 아무리 봐도―――


"또띠야잖아?"

"'또띠야'?"


나는 이어서 설명을 계속했다.


"제 고향 세계에도 넙적하게 누른 빵 같은 게 있는데, 그걸 또띠야라고 합니다."

"으음~. 아저씨 고향 세계에도 이런 빵이 있구나. 우린 납작빵이라고 하는데."


보통 빵에 우유나 계란이 들어가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빵에 우유나 계란이 들어가는 이유는 빵의 폭신함과 부드러운 식감, 그리고 부풀어 오른 크기를 지탱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납작한 빵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굳이 계란이나 우유를 넣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채식주의인 누님들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실제로 호떡에 우유나 계란이 굳이 안 들어가지 않는가?


납작샌드는 또띠아를 돌돌 말아 그 안에 샐러드로 채운 형태였다. 고기가 없을 뿐이지 영락없는 케밥 같았다. 나는 바로 납작샌드를 한입 베어 물었다.


"오오. 이것도 맛있군."


납작샌드의 속재료는 기본적인 그린 샐러드에 포도 식초를 기반으로 만든 오일 드레싱이었다. 소스의 상큼한 맛이 침샘을 자극시켜주었다. 조금 독특한 샌드위치의 맛이었다. 여기에 볶음밥과 적당한 소스를 버무리면 영락없는 부리또였다.


조금 차가운 납작샌드와 따뜻한 누룽열매 수프를 먹으니 이건 이것대로 조화스러웠다. 그렇게 우리는 밥을 남김없이 전부 먹어 해치웠다.


"쭉 느껴 왔던 거지만, 이세계 요리라고 해서 막 괴리감이 있거나 그러진 않네요. 맛있고."

"요리는 맛있어서 먹는 거니까요. 맛있지 않으면, 그건 요리로서 의미가 없어요."


릴리 누님이 대답은 나도 공감되었다. 요리는 자고로 맛을 즐기기 위해 먹는 거니까. 그렇지 않으면 굳이 수고를 들일 이유는 없다.


"그럼, 밥도 먹었겠다. 오늘은 뭐할 거야?"


아마릴리스 누님이 배가 든든해졌는지 배를 탁탁 치며 물었다.


"나머지 필요한 물품도 사야하니, 시장이나 상가 쪽에 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작가의말

+) 주인공의 술주정 과거 회상 살짝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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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0화. 징조(1) +5 19.10.03 791 2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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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2) +5 19.10.01 965 20 13쪽
38 37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1) [1권 분량 끝] +6 19.09.30 995 25 8쪽
37 36화. 바다에서 생긴 일(7) +6 19.09.29 1,005 3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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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바다에서 생긴 일(4) +4 19.09.28 1,025 2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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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바다에서 생긴 일(2) +6 19.09.27 1,088 27 9쪽
31 30화. 바다에서 생긴 일(1) +7 19.09.26 1,199 28 9쪽
30 29화. 뒷풀이 +8 19.09.25 1,297 32 9쪽
29 28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3) +5 19.09.24 1,349 28 11쪽
28 27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2) +4 19.09.23 1,304 30 8쪽
27 26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1) +4 19.09.22 1,340 30 10쪽
26 25화. 된장, 간장, 그리고 고추장 +4 19.09.22 1,295 35 7쪽
25 24화. 메주 만들기(2) +6 19.09.21 1,303 31 13쪽
24 23화. 메주 만들기(1) +4 19.09.21 1,315 34 9쪽
23 22화. 야채볶음면 +5 19.09.20 1,384 31 8쪽
22 21화. 찻집에서 지난길을 되돌아보다. (수정) +5 19.09.19 1,465 26 11쪽
» 20화. 납작샌드와 누룽열매 수프 (수정) +5 19.09.18 1,509 29 10쪽
20 19화. 마늘 코다리강정과 폭탄계란찜 +6 19.09.17 1,535 31 9쪽
19 18화. 지인 소개 +6 19.09.16 1,530 31 11쪽
18 17화. 맥주와 통삼겹살 구이 +7 19.09.12 1,622 34 9쪽
17 16화. 드워프의 영역 +7 19.09.11 1,622 33 8쪽
16 15화. 호황 +6 19.09.10 1,634 34 10쪽
15 14화. 장사 준비 +6 19.09.09 1,653 3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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