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퓨전

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최근연재일 :
2019.10.19 08:05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82,848
추천수 :
1,845
글자수 :
279,473

작성
19.09.27 08:00
조회
1,089
추천
27
글자
9쪽

31화. 바다에서 생긴 일(2)

DUMMY

"당신은 뭐요?"


건장한 사내 엘프가 나를 째려보았다.


"아니, 인간 따위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아, 또 시작이구먼.'


난 누님의 마을에선 그래도 한 명의 이웃으로 받아들여졌는데, 그곳에서 벗어나니 그냥 인간A가 되어버렸다.


나는 엘프 사내들에게 신분증을 보이며 차근차근 설명했다.


"전 최근에 난민으로 인정받아 귀화한 인간입니다. 이세계인이지요."


건장한 사내 엘프는 신분증을 확인하더니 우습다는 투로 대답했다.


"흥. 그래서 하찮은 인간이 우리에게 무슨 용건인가?"

"아저씨는 하찮지 않다고!"


아마릴리스 누님이 열불 냈다.


"아가씨는 빠지쇼."

"지금 왜 이 가게를 부수려는 겁니까?"


나는 그 건달 엘프에게 물었다.


"자리세가 한참 밀렸으니 철거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소? 얘들아, 빨리 치워라."

"예!"


건달(?) 엘프들이 가게를 부수려고 하자 내가 온 몸으로 가로막았다.


"잠깐, 당신들 이 가게를 부술 권리가 있긴 합니까?"

"애당초 우리는 이 구역을 담당하는 중앙 공무원이라, 맡은 일을 처리하는 게 도리인데 말입니다?"


건달 엘프 대장은 한숨 쉬며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세금도 못 내는 아주머니가 할 말은 아니니 어서 자리를 비키시오."

"제발, 제발···!"


아주머니가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다 익숙한 얼굴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어머, 이게 누구야? 인간 요리사 씨 아니야?"


미식가 아네모네 씨였다. 선글라스에 분홍빛 수영복차림에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그 마담 같은 포스는 어디가지 않았다.


"심사위원님이 왜 여기에?"


릴리 누님이 놀랐다.


"당연히 심사가 끝나고 놀러왔죠. 지금은 심사위원이 아니라 지나가는 미식가 아줌마일 뿐이니 그렇게 안 불러도 되요. 근데, 지금 뭐하는 거죠?"


아네모네 씨는 상황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아, 지금 공무원들이 세금을 못 내는 가게를 부숴버리려고 하고 있어서요."

"그거 일처리 잘하고 있었네."


그러곤 작은 누님의 말을 듣더니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이틀. 이틀만 주시오! 내가 완전히 탈바꿈 시켜놓을테니!"

"인간 따위가 무슨 헛소리를······."

"그거 흥미롭군요."


내 제안에 아네모네 씨가 선글라스를 살짝 올리며 관심을 보였다.


"류금수 씨가 이 볼품없는 가게를 고작 이틀만에 환골탈태 시키겠다라···, 여흥이 되겠어요."

"당신, 미식가협회에선 이름이 있을 진 몰라도 이건 공무집행의 영역이오. 상관 마시오."


건달(?) 리더는 단호했다.


"그럼, 이렇게 하면 되죠."


아네모네 씨는 손목의 시계를 이리저리 조작하더니 통화를 시작했다.


"응. 오랜만이야. 아, 내가 부탁이 있어서 말인데···."


우리 누님들은 미식가 씨의 손목시계가 신기했다.


"와, 이게 뭐예요?"

"되게 신기하다. 시계로 전화가 되네?"


통화를 마친 아네모네 씨가 천천히 답해주었다.


"이건, 〈미라클워치〉라고 하는 거야. 새로 나온 신상이라고. 기존의 《아카이브》기능과 《텔레파시》 기능을 합친 〈미라클폰〉의 손목시계 형태지."

"우와."

"편리한 만큼 가격이 비싼 게 흠이지만. 〈미라클폰〉의 3배. 한 700리프 정도 되지 아마?"

"와···. 〈아카이브 크리스탈〉보다 훨씬 비싸구나."


누님들은 기능에 놀라고, 가격에 한 번 더 놀랐다.


그리고 그 때 공무원 건달 엘프들의 〈미라클폰〉에서 '띠링'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들의 리더가 크리스탈로 이루어진 폰을 들여다보더니 인상이 찌푸려졌다.


"미식가 아줌마. 대체 어떻게 한 거지?"

"글쎄? 그냥 친분 있는 사람한테 입김 좀 불어넣어줬을 뿐인걸?"


사내 엘프가 아네모네 씨를 째려보더니 미식가 아줌마도 선글라스를 살짝 벗어 그를 노려봤다.


"흥. 오늘은 운 좋은 줄 알아."


그렇게 공무원 엘프들이 자리에서 떠났다.


"아네모네 미식가 씨. 대체 뭘 한 겁니까?"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 제안이 좀 흥미로워서 저 녀석들 윗선에 부탁 좀 해봤죠. 재밌는 일이 벌어질 거니까 유예기간을 좀 달라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가게 아주머니가 허리 숙여 인사했다.


"고마워할 것 없어요. 어차피 이 사람이 이틀 안에 이 가게를 못 살려내면 그걸로 끝이니까."

"예? 뭐라고 하셨습니까?"


내가 잘못 들었나 다시 물었다.

마담 미식가 엘프 씨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류금수 씨가 이틀만 주면 어떻게든 이 가게를 바꿔보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 그건···."


―그냥 시간이라도 벌려고 한 소리였는데···.


"저는 그 제안이 흥미롭다고 생각했고, 그 때문에 인맥을 동원해서 유예기간을 준 것 뿐이에요. 이틀 만에 돈 못 버는 가게가 대박집이 된다···. 훗. 이것만큼 재밌는 이야기는 없잖아요? (물론 당신의 요리가 먹고 싶어서인 것도 있지만.)"

"······."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서있었다. 근데, 저 아줌마가 작은 말로 뭐라고 한 것 같은데···, 잘 못 들었다.


"호호호. 아무튼 맛있는 요리로 이 상황을 뒤집길 간절히 바랄게요. 이틀 뒤에 여기서 보도록 하죠. 그럼 이만."


아네모네 씨는 마담의 포스를 뿜어내며 유유히 돌아갔다.


"아저씨, 이제 어떡하실 거예요?"


릴리 누님이 물었다.


"반응을 보아하니 좀 대단한 인간 같으신데. 제발, 꼭 좀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상황이 상황이라 그런지 가게 아주머니는 인간인 나에게 딱히 큰 거부감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가게 아주머니가 내 손을 붙잡고 사정하니 마음이 약해졌다.


애당초 오지랖 넓게 나선 것도 과거 내 모습과 비슷해서 그랬다.

임대료가 올라 내 가게를 잃어버린 그 모습과 그 느낌이 비슷했으니까.


"그럼, 일단 여기서 뭘 파는 지부터 봅시다."

"네! 감사합니다. 제 이름은 다일라타라고 해요. 그럼 안으로 안내할게요."


주인장 아주머니 엘프는 우리를 자신의 포장마차 안으로 안내했다.


"금방 만들어 드릴게요."


다일라타 아주머니는 철판에 야채를 올려 기름과 함께 볶기 시작했다. 메인요리는 바로 '철판야채볶음'인 모양이었다.


"철판야채볶음. 해변에선 좀 이미지가 상당히 떨어지는 요리네요."

"동감입니다."


해변에 와서 보통 싱싱한 해산물을 먹고 싶어 하지, 야채볶음을 먹고 싶어 할 엘프는 없을 것 같았다.

여기서 이 가게가 왜 잘 안 되는 지 망조가 보였다.


"오오오!"

"와, 불쇼다."


아주머니가 술을 뿌리고 불쇼를 보여주자 누님들의 눈이 휙 돌아가 버렸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자, 다 되었습니다. 맛있게 드셔보세요."


그렇게 나온 철판야채볶음의 모양새는 밋밋했다. 그냥 말 그대로 철판위에 기름 두르고 야채를 볶은 것뿐이었다.

야채 구성도 양배추, 당근, 호박, 청경채, 양파로 별거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맛이다.


"그럼,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우리는 음식을 입에 넣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건 굳이 돈 주고 사먹을 만한 게 못 된다는 걸.


그냥 기름에 야채 볶은 맛인데다가 불맛이 있긴 하지만 이걸 굳이 돈 주고 사먹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다.


"맛이 어떤가요?"


나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집에서 반찬으로나 먹지 팔만한 물건은 아닙니다."


거기에 이 집의 양심 없는 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도 2리프씩이나 주고 살만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아무리 관광지 특수라고 하더라도, 이 재료에 이 가격은 미쳤다. 지금까지 가게가 안 사라진 게 오히려 놀라울 정도였다.


"아주머니, 대체 여기 어떻게 버틴 겁니까? 맛과 가격, 성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그, 그게······."


내 물음에 잠깐 머뭇거리더니 아주머니가 사연을 털기 시작했다.


"사실 이 가게의 요리사는 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럼, 누구였어요?"


릴리 누님이 묻자 가게 아주머니께서 대답했다.


"바로 제 남편이었지요."

"지금은 어디 계세요?"

"야, 너 눈치 좀 봐라."

"으윽. 아, 언니. 왜."


아마릴리스 누님이 눈치 없는 동생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다일라타 아주머니는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


"제 남편은 〈칠성대전〉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답니다."

 


작가의말

전쟁이 또···.


---------------------------------------------

오는 금~일까지(9.27~9.29) 투베 기원 2연참 진행됩니다!

매일 오전 8시와 오후 8시에 만나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4 43화. 징조(4) +4 19.10.05 677 23 9쪽
43 42화. 징조(3) +4 19.10.04 702 20 8쪽
42 41화. 징조(2) +4 19.10.03 756 23 8쪽
41 40화. 징조(1) +5 19.10.03 793 21 8쪽
40 39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3) +5 19.10.02 903 25 8쪽
39 38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2) +5 19.10.01 966 20 13쪽
38 37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1) [1권 분량 끝] +6 19.09.30 997 25 8쪽
37 36화. 바다에서 생긴 일(7) +6 19.09.29 1,007 30 11쪽
36 35화. 바다에서 생긴 일(6) +7 19.09.29 966 27 12쪽
35 34화. 바다에서 생긴 일(5) +6 19.09.28 968 25 10쪽
34 33화. 바다에서 생긴 일(4) +4 19.09.28 1,026 24 8쪽
33 32화. 바다에서 생긴 일(3) +4 19.09.27 1,029 23 8쪽
» 31화. 바다에서 생긴 일(2) +6 19.09.27 1,090 27 9쪽
31 30화. 바다에서 생긴 일(1) +7 19.09.26 1,200 28 9쪽
30 29화. 뒷풀이 +8 19.09.25 1,298 32 9쪽
29 28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3) +5 19.09.24 1,350 28 11쪽
28 27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2) +4 19.09.23 1,305 30 8쪽
27 26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1) +4 19.09.22 1,341 30 10쪽
26 25화. 된장, 간장, 그리고 고추장 +4 19.09.22 1,296 35 7쪽
25 24화. 메주 만들기(2) +6 19.09.21 1,304 31 13쪽
24 23화. 메주 만들기(1) +4 19.09.21 1,316 34 9쪽
23 22화. 야채볶음면 +5 19.09.20 1,385 31 8쪽
22 21화. 찻집에서 지난길을 되돌아보다. (수정) +5 19.09.19 1,467 26 11쪽
21 20화. 납작샌드와 누룽열매 수프 (수정) +5 19.09.18 1,510 29 10쪽
20 19화. 마늘 코다리강정과 폭탄계란찜 +6 19.09.17 1,536 31 9쪽
19 18화. 지인 소개 +6 19.09.16 1,531 31 11쪽
18 17화. 맥주와 통삼겹살 구이 +7 19.09.12 1,623 34 9쪽
17 16화. 드워프의 영역 +7 19.09.11 1,623 33 8쪽
16 15화. 호황 +6 19.09.10 1,635 34 10쪽
15 14화. 장사 준비 +6 19.09.09 1,654 3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