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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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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최근연재일 :
2019.10.19 08:05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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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73
추천수 :
1,845
글자수 :
279,473

작성
19.09.27 20:00
조회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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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8쪽

32화. 바다에서 생긴 일(3)

DUMMY

―또 〈칠성대전〉 인가.


칠성대전. 인간과 요정사이에 벌어진 거대한 전쟁으로, 인간의 침략으로 시작된 전쟁이다. 동대륙의 인간들은 함선을 발명해 가까운 동쪽 수인족의 영역을 치지 않고 반대편으로 돌아 서쪽 엘프의 영역을 먼저 공격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우리가 있는 이 《엘로리다 비치》는 서해안에 위치해 있으니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을 게 뻔했다.

그 과정에서 다일라타 아주머니의 남편도 목숨을 잃었을 게 눈에 훤했다.


지금 관광지로 돌아온 이 해변의 모습을 보니, 전쟁으로 인한 상처는 전부 복구된 것 같았다.

물론 그게 겉모습뿐일지도 모르겠지만.


"남편이 음식을 만들 때는 손님이 많았었어요. 다들 철판볶음이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들었죠. 하지만 전쟁 이후 남편을 잃고 해변이 복구되면서 다시 여기로 돌아왔지만, 전 그 맛을 재현할 수 없었어요. 만드는 법을 모르니까요."

"남편이 가르쳐 준 적이 없었습니까?"

"저는 서빙을 주로 담당했고, 딱히 배울 생각 없었어요. 하지만 그게 가장 후회돼요. 조금이라도 배워둘 것을. 흑흑."


아주머니는 끝내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쟁이 끝나고 돌아와 조금씩 기억을 더듬어 남편이 했던 방식을 따라 해봤어요. 재료에 불맛을 입히는 것 까진 어찌어찌 성공했는데. 그저 거기까지였죠."

"후우. 그렇게 된 거군요."


나는 그녀의 착잡한 과거사를 들으니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제가 애들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데, 이젠 쫓겨나게 생겼으니. 앞길이 막막하죠."

"자녀의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이제 147살이네요. 한창 젊을 때죠."


147살이면, 누님들 나이보다 많았다. 누님들이 고아원에서 나와 퀘스트를 하며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었을 나이였다.


"그 자녀분은 따로 일 안 한답니까?"

"사실 조금 버티는 것도 우리 애가 열심히 발로 뛰고 있기 때문이죠. 돈을 못 버는 가게에서 뒷바라지가 얼마나 되겠어요. 다 우리 애가 한 푼, 두 푼 모아 근근이 사는 거죠. 그게 너무 미안해서 이 장사가 잘 되어야 하는 건데. 후."


아주머니는 한 숨을 내쉬었다.


"다른 일을 할 생각은 없는 겁니까? 이쪽에 소질이 있는 건 아닌 모양인데 말입니다."

"남편의 바람이었거든요. 사람들이 철판요리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 그리고 복원된 이 가게에 있으면, 죽은 남편이 아직 곁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후자가 더 큰 이유 같았다. 전쟁이 참 여러 사람 인생을 망친다. 내 고향 세계에서도 그랬고,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다일라타 아주머니. 제 말 들어주십시오."

"네?"


나는 아주머니께 당부했다.


"우선, 저는 당신의 남편의 레시피를 재현할 수 없습니다. 전 댁의 남편에 대해 아는 게 단 하나도 없으니까요."

"그렇죠···."

"저는 단지 이 가게의 철판요리가 다시 부활할 수 있게끔 도와줄 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렇게 된다면 정말 고마운 일이죠."


가게 아주머니 엘프는 두 손 모아 감사했다.


"그럼 오늘은 장사를 끝내도록 하고, 혹시 근처에 수산물 시장이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안내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우리는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근처의 수산물 시장에 찾아왔다.


"이 세계에도 수산 시장이 존재했군요."

"와~. 조개들이 엄청 많다."


나와 아마릴리스 누님은 그 규모에 감탄했다. 엄청 크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작은 규모도 아니었다. 고향 세계의 수산물 시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생선은 없지만.


"근데, 여기서 무얼 찾으려고 하는 거지요?"


다일라타 아주머니가 물었다.


"당연히 신메뉴에 들어갈 재료지요. 값싸면서 맛있는 조개를 넣을 생각입니다."

"무슨 메뉴를 만들 건데요?"

"해물철판볶음입니다."

"해물철판볶음?"


바다 근처에 있으니 당연히 해물이 들어가는 게 당연지사. 그 이미지에도 알맞았다.

우리는 수산시장을 쭉 둘러보았다. 누님들은 처음 오는 수산시장에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는 가격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 중 내가 필요한 건 관자가 많은 가리비나 키조개 같은 조개류였다. 가리비는 개당 약 10시드, 키조개는 개당 40시드···.


이렇게 보니 우리가 먹은 조개구이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대충 1리프의 재료비로 4배는 후려쳤으니. 거기에 반찬은 없었다.


"완전 바가지였구먼. 아!"


나는 여기서 한 가지 번뜩이는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 생각은 나중에 알려주기로 했다. 지금은 식재료를 구하는 게 먼저이니.


나는 이 시장에서 가장 가성비 있는 가리비와 바지락을 구매했다.


"아줌마, 가리비 5리프 어치 주세요."

"가리비 5리프? 잠깐만 기다려봐. 자 여깄다."

"네, 5리프요. 그리고 바지락도 3리프 어치만 주세요."

"네, 네~."


신기하게도 조개류 이름은 고향 세계이름과 같았다. 내게 걸린 그 《질서의 가호》인가 뭐시긴가 하는 축복이 잘 번역해주는 모양이었다.

근데 왜 다른 식재료들은 이계명칭이 존재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걸로 다 산 거야, 아저씨?"


아마릴리스 누님이 나에게 물었다.


"아뇨. 이제 미역이랑 다시마를 사야죠."


수산시장에선 조개뿐만 아니라 해조류도 같이 팔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미역과 다시마, 톳을 구매했다.


"이제 농산물 시장 쪽으로 가는 게 좋겠습니다. 해물만 가지곤 요리를 만들 수 없거든요."

"근데 이 많은 걸 어떻게 가져가지요?"


다일라타 아주머니가 걱정스러워 했다.

그러자 아마릴리스 누님이 나서며 말했다.


"걱정 마요. 마법으로 무게를 낮추면 되니까. 가벼워져라, 《라이튼》!"


누님의 《라이튼》마법으로 하얀 기운에 조개자루가 가벼워지니 한결 지니고 다니기 편해졌다.


우리는 농산물 시장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각종 채소와 곡물을 사갔다.

그러곤 다시 가게로 돌아와 수많은 재료들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이제 알려주세요. 이 많은 재료들로 뭘 어떻게 할 생각이신 건가요?"


아주머니가 물었다.


"준비할 요리는 총 네 가지. 목표는 하루에 100개 판매하기 입니다. 물론 메인 메뉴는 이 가게의 철판요리고요."

"100개나 팔 수 있을까요? 네 가지 음식을요?"

"그 중 세 가지는 반찬입니다. 그냥 메인 메뉴를 시키면 제공되는 기본 반찬이죠."


나는 내가 생각해둔 내용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ㄴ했다.


"아니. 돈을 안 받고 반찬을 그냥 주겠다고요?"


이 근방에 사는 아주머니로선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었다.


"이 근처에서 밥을 먹어봤는데, 관광지라 그런가 가격은 바가지에 반찬은 하나도 나오지 않더군요. 게다가 조개구이에 곁들일 소스는 평범하기 짝이 없고요."


나는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맛도 인지도도 없는 이 가게가 살 방법은, 그들의 완벽한 '안티테제'가 되면 됩니다. '관광지에 있는 유일한 착한 식당' 이란 컨셉을 하잔 말이죠. 가성비 있는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대접한다. 이거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을 겁니다. 거기에 그 세 가지 요리가격은 메인 메뉴의 가격에 포함될 겁니다."

"오오, 아저씨 말하는 게 되게 강단 있고, 멋있는데?"

"멋있어요, 아저씨."

"하하 감사합니다, 누님들."


나는 아마릴리스 누님과 릴리 누님의 칭찬에 머쓱해졌다.


"그래서 만들 요리는 무엇, 무엇인가요?"


나는 아주머니께 만들 요리를 하나하나 열거해 나갔다.


"반찬으로 나갈 요리는 다시마야채쌈, 두부톳무침, 바지락 미역국 그리고 메인요리는 해물철판양념볶음입니다. 메인 소스는 이걸 기반으로 만들 거고요."


나는 짐 가방 속에서 애지중지하던 고추장과 간장을 꺼냈다.


작가의말

와우. 반찬이 해조류 천지네.




글구 소제목을 ‘바다는 처음입니다만’에서 ‘바다에서 생긴 일’로 직관적으로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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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화. 징조(3) +4 19.10.04 702 20 8쪽
42 41화. 징조(2) +4 19.10.03 756 23 8쪽
41 40화. 징조(1) +5 19.10.03 793 21 8쪽
40 39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3) +5 19.10.02 904 25 8쪽
39 38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2) +5 19.10.01 966 20 13쪽
38 37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1) [1권 분량 끝] +6 19.09.30 997 25 8쪽
37 36화. 바다에서 생긴 일(7) +6 19.09.29 1,008 30 11쪽
36 35화. 바다에서 생긴 일(6) +7 19.09.29 966 27 12쪽
35 34화. 바다에서 생긴 일(5) +6 19.09.28 968 25 10쪽
34 33화. 바다에서 생긴 일(4) +4 19.09.28 1,026 24 8쪽
» 32화. 바다에서 생긴 일(3) +4 19.09.27 1,030 23 8쪽
32 31화. 바다에서 생긴 일(2) +6 19.09.27 1,090 27 9쪽
31 30화. 바다에서 생긴 일(1) +7 19.09.26 1,201 28 9쪽
30 29화. 뒷풀이 +8 19.09.25 1,298 32 9쪽
29 28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3) +5 19.09.24 1,350 28 11쪽
28 27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2) +4 19.09.23 1,305 30 8쪽
27 26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1) +4 19.09.22 1,341 30 10쪽
26 25화. 된장, 간장, 그리고 고추장 +4 19.09.22 1,297 35 7쪽
25 24화. 메주 만들기(2) +6 19.09.21 1,304 31 13쪽
24 23화. 메주 만들기(1) +4 19.09.21 1,317 34 9쪽
23 22화. 야채볶음면 +5 19.09.20 1,386 31 8쪽
22 21화. 찻집에서 지난길을 되돌아보다. (수정) +5 19.09.19 1,467 26 11쪽
21 20화. 납작샌드와 누룽열매 수프 (수정) +5 19.09.18 1,510 29 10쪽
20 19화. 마늘 코다리강정과 폭탄계란찜 +6 19.09.17 1,537 31 9쪽
19 18화. 지인 소개 +6 19.09.16 1,532 31 11쪽
18 17화. 맥주와 통삼겹살 구이 +7 19.09.12 1,623 34 9쪽
17 16화. 드워프의 영역 +7 19.09.11 1,623 33 8쪽
16 15화. 호황 +6 19.09.10 1,635 34 10쪽
15 14화. 장사 준비 +6 19.09.09 1,654 3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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