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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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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최근연재일 :
2019.10.19 08:05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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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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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5
글자수 :
279,473

작성
19.09.20 09:00
조회
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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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8쪽

22화. 야채볶음면

DUMMY

칠성대전.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백 년 전, 대전(大戰)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만큼 거대한 전쟁이었는데, 요정들이 사는 서대륙과 인간들이 사는 동대륙 간에 벌어진 전쟁으로, 그 규모가 어마 무시했다고 한다.


"동대륙의 인간들은 기계의 발달로 엄청난 번영을 이루었지만, 그로 인해 자원이 부족해지게 되었지. 소모가 너무 빨라진 거야. 그래서 우리 요정왕국을 침공했어. 인간들은 자연을 파괴해야만 발전할 수 있는 야만적인 족속들이니까."


아마릴리스 누님은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가 어렸을 때, 내가 30살, 릴리가 10살일 때 쯤 우리 마을은 공격받았어. 아저씨는 지금은 복구 되서 잘 모르겠지만, 숲이 불타고, 집이 무너졌지. 정말 끔찍했어."

"······."

"육지에서 가까운 수인족의 영역, 동쪽을 먼저 치지 않고, 반대편 우리 엘프의 영역부터 침공했던 거야. 놈들은 함선으로 우리 왕국의 허를 찔렀던 거지. 부모님은 그 때 싸우다 돌아가셨고, 우리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살아남았어."


나는 말없이 누님의 말을 계속 들었다.


"놈들은 수많은 병기들로 침략을 계속했지만, 우리 왕국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어. 모든 요정들이 힘을 모아 마법의 힘으로 병기들을 압도했고, 마침내 인간들을 모조리 몰아냈지. 전쟁이 일어나는 동안 일곱 개의 별똥별이 떨어져서 '칠성대전'이라고 불려."

"그리고 포로 문제와 함께 불가침 조약을 맺고 전쟁이 끝났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 요정들은 인간을 좋아하지 않아. 100년이나 시간이 흘렀지만, 다르게 보면 고작 100년 밖에 안 지난 거니까. 아직 마음의 상처가 저마다 있는 거지."

"그랬군요."


나는 누님들의 말에 숙연해졌다. 그리고 항상 내가 인간이라서 차별받는 이유도 이해되었다.


"우리는 전쟁이 끝나고 고아원에서 자랐어. 여기서 내가 성격이 좀 날카로워졌지. 언니로서 릴리를 내가 책임지고 지켜야 하기도 했고."


"언니가 저를 많이 챙겨줬었어요."


"엘프는 수명이 긴 대신 생장이 느려서 한 100살쯤에 성인식을 하니까. 독립한지는 얼마 안 되었구. 지금은 나라에서 주는 보조금하고 퀘스트로 어떻게든 먹고 사는 거지."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누님들."


난 어떻게 누님들께 위로를 해줘야할지 모르겠다.


"이젠 부모님 얼굴도 좀 희미해지긴 해. 사진 한 장 없이 모두 불타 사라졌으니까. 대신 엄마가 해준 요리는 기억나."

"무슨 요립니까?"

"면을 만드는 게 어려워서 요즘은 샐러드나 먹긴 하는데, 야채가 듬뿍 들어간 볶음면이었어. 아! 생각난 김에 면요리 먹으러 갈래?"


아마릴리스 누님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밥 먹으러가자는 제안을 했다.


"면요리요?"

"아저씨, 배고프니 어서 일어나서 가자."


그렇게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근처 면요리가게로 향했다. 외관이 황색 벽돌로 지어진 가게에 겉이 담쟁이넝쿨로 뒤덮인 면요리 전문점이었다.


식당에 들어선 우리는 나무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내부 인테리어는 꽤 괜찮았다. 벽에는 아치형 창문 위에 드워프의 문양이 박혀있었고, 그 사이에는 삽화 그림액자들로 인테리어 했다. 홀에서 주방이 보이는 오픈형 키친이었고, 한 조리도구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저건 웍이잖아?"

"웍?"


웍. 가마솥마냥 거대한 철 냄비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만능 냄비다. 중화냄비라고도 한다. 나도 중국집에서 몇 년은 일해본 적이 있어서 다뤄 본적이 있다.


"저게 웍이구나."


이 세계의 명칭이 따로 있겠지만, 누님은 처음 보는지 마냥 신기해했다.


"아들이 짜장면을 좋아했는데. 옛 생각 나네요."

"짜장면?"

"춘장을 베이스로 소스를 만들어 먹는 면요리입니다. 새까만 게 특징이죠. 하지만 가장 핵심 재료인 춘장을 만드는 데만 6개월이 넘게 걸려서, 당장은 못 만들어요."

"아~."


우리는 야채볶음면을 세 접시 시켰는데, 주문이 들어가자마자 드워프 조리장이 웍에 기름을 두르고 센 불에 빠르게 면을 볶아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바로 준비해둔 야채들도 웍에 집어넣어 순식간에 익혀냈다. 웍에서 올라오는 소소한 불 쇼는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기도 했다.


"와~. 불, 장난 아니다."

"뭔가 멋있어요, 언니."

'웍을 다루는 솜씨가 제법이네, 저 드워프.'


마지막으로 특제 소스를 얹어주니,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야채(양배추, 당근, 브로콜리, 연근, 호박 등)를 순식간에 불에 익혀 색을 잃지 않았고, 오일 기반의 소스가 광택을 내 맛있게 보였다.


"음~. 냄새. 한번 먹어볼까?"


아마릴리스 누님이 한 젓가락 먹었다.


"으음~. 맛있어!"

"어떻게 이런 맛을 낼 수 있는 거지?"


릴리 누님의 맛평에 나도 야채와 함께 볶음면 한 젓가락을 먹었다. 한 입을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큰 재료도 쓰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 야채볶음면이 맛있는 이유는 명백했다. 그건 바로―――


"순식간에 익혀냈기 때문입니다."

"응? 순식간에 익혀냈기 때문이라고?"


나는 설명을 이어갔다.


"야채들을 냄비에 넣고 강한 불에 순식간에 익혀내서 색을 잃지 않고, 자연의 맛 그대로 살아있어서 그렇습니다. 거기에 면에 기름 맛이 베어 그 풍미가 한층 올라가는 거고요."

"아~."


누님들은 내 설명을 듣고 수긍했다.


"거기에 이 특제소스. 굴소스를 베이스로 만든 게 틀림없습니다."

"굴소스?"


누님들은 굴소스를 처음 듣는 눈치였다. 기분 탓인지 주방장이 나를 힐끗 쳐다본 것 같았다.


"생굴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다음 밀가루, 전분, 감미료를 섞어 만드는 소스입니다. 이 산간지대에서 굴을 어떻게 구했는지 궁금합니다만. 근데, 생각해보니 굴은 먹어도 괜찮은 겁니까, 누님? 조개 같은 건데."


내 걱정과 달리 누님의 대답은 참으로 간단했다.


"애당초 직접 본 적도 없고, 교감하지도 않아서 딱히 거부감은 없는 것 같은 데?"

"조개 목걸이를 본 적은 있지만요."


그러니까, 조개류는 친구가 아니라서 먹는 데 딱히 거부감은 없다는 거란 소리였다. 엘프는 정확히 채식주의자라기 보단 단지 '친구를 먹지 않는다'라는 사고로 채식을 하고 있단 걸 잊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동화 '인어공주'에서도 조개로 장신구를 만들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나중에 굴소스도 요정들에게 써먹을 수 있단 소리다.


"나중에 그럼 조개류도 먹어볼래요?"

"기회가 있으면 말이지."


아마릴리스 누님은 볶음면을 우물우물 먹으며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바다에 한 번 가보고 싶어요."

"릴리 누님, 설마 바다에 가본 적이 없습니까?"

"당연히 없지."


큰 누님이 대답했다.


"성인이 되고, 고아원에서 나와서 매일 퀘스트나 하며 근근이 살아왔는데 놀러갈 날이 어딨겠어?"


듣고 보니 누님들이 많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럼, 난민심사만 통과하고 돈을 벌면 한 번 바다에 놀러가는 건 어떻습니까?"

"찬성!"

"저도 좋아요."


그렇게 나와 누님들은 자그마한 약속을 하나 하게 되었다.


다음 날, 우리는 스미르 씨에게 1인용 돌솥 5개를 받고, 비행선에 올라타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해 우리는 짐을 정리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잠을 청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2주 남짓 밖에 없었다. 내일은 메주를 만들어야 한다.


작가의말

빨리 난민심사 받고,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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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화. 징조(3) +4 19.10.04 702 20 8쪽
42 41화. 징조(2) +4 19.10.03 756 2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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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2) +5 19.10.01 966 20 13쪽
38 37화. 네가 어떻게 여기에?!(1) [1권 분량 끝] +6 19.09.30 997 25 8쪽
37 36화. 바다에서 생긴 일(7) +6 19.09.29 1,008 30 11쪽
36 35화. 바다에서 생긴 일(6) +7 19.09.29 966 27 12쪽
35 34화. 바다에서 생긴 일(5) +6 19.09.28 968 25 10쪽
34 33화. 바다에서 생긴 일(4) +4 19.09.28 1,026 24 8쪽
33 32화. 바다에서 생긴 일(3) +4 19.09.27 1,029 23 8쪽
32 31화. 바다에서 생긴 일(2) +6 19.09.27 1,090 27 9쪽
31 30화. 바다에서 생긴 일(1) +7 19.09.26 1,201 28 9쪽
30 29화. 뒷풀이 +8 19.09.25 1,298 32 9쪽
29 28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3) +5 19.09.24 1,350 28 11쪽
28 27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2) +4 19.09.23 1,305 30 8쪽
27 26화. 이게 한정식 풀코스다, 심사위원들아!(1) +4 19.09.22 1,341 30 10쪽
26 25화. 된장, 간장, 그리고 고추장 +4 19.09.22 1,297 35 7쪽
25 24화. 메주 만들기(2) +6 19.09.21 1,304 31 13쪽
24 23화. 메주 만들기(1) +4 19.09.21 1,317 34 9쪽
» 22화. 야채볶음면 +5 19.09.20 1,386 31 8쪽
22 21화. 찻집에서 지난길을 되돌아보다. (수정) +5 19.09.19 1,467 26 11쪽
21 20화. 납작샌드와 누룽열매 수프 (수정) +5 19.09.18 1,510 29 10쪽
20 19화. 마늘 코다리강정과 폭탄계란찜 +6 19.09.17 1,537 31 9쪽
19 18화. 지인 소개 +6 19.09.16 1,532 31 11쪽
18 17화. 맥주와 통삼겹살 구이 +7 19.09.12 1,623 34 9쪽
17 16화. 드워프의 영역 +7 19.09.11 1,623 33 8쪽
16 15화. 호황 +6 19.09.10 1,635 34 10쪽
15 14화. 장사 준비 +6 19.09.09 1,654 3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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