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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 님의 서재입니다.

대충 사는 인간의 세상 뒤집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keju0422
작품등록일 :
2022.06.14 04:52
최근연재일 :
2023.01.30 19:55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8,124
추천수 :
373
글자수 :
836,773

작성
22.09.2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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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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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시리즈1 킹덤 : 전쟁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DUMMY

110화

아야코는 모골이 송연했다. 이 남자가 모성애를 불러일으키는 매력 말고도 상대방을 꼼짝 못 하게 제압하는 이런 매력도 있구나, 하는 느낌을 본능적으로 받았다. 이성적으로 그래 내가 져 줘야지가 아니라 나도 모르게 내 스스로 제압당했다는 게 아야코는 기분이 좋았다. 아야코는 처음으로 나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게 짜릿했다. 나도 사랑 때문에 울 수 있구나, 나도 사랑하는 남자로 인해 가슴 아파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 거라 상상도 못했다.

세상이 가소롭고 우스웠고 같잖았다. 인간들이 하는 짓이 유치해 보였다. 감히 나를,

누가? 내 생애는 없을 줄 알았는데 몽이 나타났고 몽에 빠졌고 몽에 사족을 못 쓰게 되었고 몽에 꼼짝 못 하게 되었고 결국엔 몽에게 복종하는 노예가 되었다. 그런 내가 너무 좋았고 행복했다. 이게 남녀 간에 가슴 저미는 사랑이구나... 다 잃어도 좋다 사랑만 있다면... 이제부터 다소곳한 요조숙녀가 되어야지... 아야코는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미나미 얼굴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사실 내가 이렇게 모험을 택하는 건 미나미 때문이었다. 공황장애에 가까운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가 이런 결심을 하는 건 나와 아야코가 눈에 보이게 커플임을 표시 내는 게 미나미에게 미안했다. 무심한 듯하여도 언뜻언뜻 보이는 미나미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주시하면서 느꼈던 거였다.


- 그럼 번지 점프가 결혼식이네?

- 빙고... 그내서 니가 필요한 거야, 화동(花童)... 야사시 하면서도 보이시하잖아... 넌 그런 중성적인 매력이 넘쳐, 헤...


미나미 말에 내가 맞장구를 쳤다. 아 가시나 이제야 얼굴을 펴네, 인상을 펴니까

화사한 게 얼마나 예뻐, 흑심은 1도 품지 않았고 품을 수도 없지만 미나미 너도 빼어난 미모다. 상사병에 앓아누운 자가 부지기수라는 말 정말이겠다. 아야코나 유리나 정도가 네 미모와 견줄까, 나쇼의 여친이며 일본 십 대의 우상 아이돌 하마베 미나미(浜辺 美波)도 네겐 잽이 되지 않아, 그러니 제발 연애 좀 해 미나미, 그만 좀 튕겨라, 다이히토 숨넘어가겠다. 암튼 그건 네가 알아서 하는 일이고, 미나미 우리의 우정 변치 말자... 넌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여자야, 너를 멋지고 아름다운 여자라고 하지 않는 자가 있다면 그자는 분명 눈 뜬 당달봉사일 거야...


- 우린 뭐하면 돼? 주례?


유리나가 물었다.


- 너도 라떼냐? 요즘 누가 주례를 세워?

- 그래? 그럼 이 결혼식의 주인공이시며 주재자이신 신랑께서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뭐든지 할테니...

- 쥰페이랑 유리나는 스노우 모빌을 각자 끌고 우리가 떨어지는 지점에 기다렸다가 우리가 떨어져 매달려 있으면 밧줄을 풀어주면 돼, 다이히토는 옥상에서 우리가 떨어지면 밧줄이 엉키는지 등, 예기치 못한 돌발 사태가 혹 발생할지 모르니 살펴보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해줘...

- 좋아.


내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사뭇 진지했다. 모두 긴장했다. 폭설은 줄지 않고

내렸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별장에서 무모하게 번지 점프하려는 겁 없는 청춘들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했다.


- 유리나...

- 왜? 내가 또 할 일 있어?

- 응, 내가 남의 여자의 남편이 되면 더 이상 안고 싶어도 못 안아, 자 마지막으로 안아보자, 갈비뼈가 부서지도록...

- 오, 그러자 갈비뼈 순서가 바뀌도록 안아보자 ...

- 야 임마, 결투를 신청할 거야.


쥰페이가 나에게 안기려는 유리나를 잡아당기며 버럭 소리쳤다. 물론 긴장을 풀기 위한 장난이었다.

우리 모두 깔깔대고 웃었다. 미나미가 파랗게 웃어서 좋았다.


- 하나, 둘, 셋, 점프에 떨어지는 거다.

- 하나, 둘, 셋 대신 점프에 떨어지면 안 돼?


아야코가 장난을 쳤다.


- 긴장되구나?

- 응...

- 그럼, 미나미하고 떨어지지, 뭐, 어렵나, 괜찮지 미나미?

- 나야 상관없어...


미나미가 얄밉게 웃으며 농담을 받아 줄 정도로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았다.


- 칼이 어디 있더라, 줄을 끊어버리게...


아야코의 악녀 연기에 우린 또 웃었다. 신들린 연기였다. 진짠가? 헷갈릴 정도로 섬뜩했다. 그때는 몰랐다. 아야코가 초대박 영화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는 것을...

별장 옥상엔 내가 예상한 대로 무거운 물체를 지탱하는, 탈출용 도르래가 달린 기다란 철주(鐵柱)가 있었다. 예상대로 별장 비품실에 밧줄도 비치되어 있었다. 스노우 모빌 A급 선수 이상 실력을 자랑하는 유리나가 우리가 떨어질 지점까지 부지런히 오가며 높이와 길이를 재고 주변이 안전한가를 살폈다. 비상한 머리를 가진 아야코가 종합적으로 계산했다. 그것도 단 몇 초 만에, 제이미 소머즈(Jaime Sommers)처럼 돌발 변수까지 고려해도 충분하게 안전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전혀 걱정할 게 없다고 했다. 즐기면서 뛰어내리면 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나의 고소공포증은 내 다리를 후덜후덜 떨게 했다. 어연번듯하게 담대해 보이려는 행동이 오히려 가식적이고 오버로 나타났다.

조금도 줄지 않고 계속해서 내리는 눈이 아침의 햇살에 보석처럼 반짝였다. 온 세상이 하얀데 해까지 밝으니 경이로웠다. 꼭 예수님 얼굴 옆에 구름 속을 뚫고 쏟아져 내리는 햇살이 그려진 미션 (mission) 카드 같았다. 구름을 아래로 둔 천상(天上)의 세계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친구들은 천사고 선년데 나는 천의무봉(天衣無縫)을 숨긴 나무꾼 각인가?

보이스카우트 출신 다이히토가 도르래가 달린 쇠기둥에 배운 솜씨를 발휘해 밧줄을 묶었다. 잘 묶었는지 몇 번이고 확인했다. 예상되는 낙하 지점에 내려간 쥰페이와 유리나가 소리를 질렀다. 유리나가 별장 옥상에 서 있는 우리를 향해 카메라를 들었다.


- 점프!!


뛰어내려도 좋다는 신호였다. 다이히토가 밧줄을 헝클어지지 않게 손으로 들었다.

나와 아야코가 마주 보며 안았고 미나미가 우리 둘 중간에서 우리 둘을 안았다. 우리는 서로 보며 웃었지만, 얼굴은 상기되었다. 아야코와 미나미는 미지의 세계에 도전한다는 설레임이라 한다면 나는 짐짓 태연한 척했지만, 겁이 나서 질린 표정이었다. 아야코는 무엇보다도 누구의 여자로 자리매김한다는 게 짜릿했고 좋았고 흥분이 되었다. 기성세대들은 젊은 객기(客氣)의 객쩍은 행동으로 평가 절하할지 몰라도 아야코인 나는 경건하고 순수하고 아름답고 상서(祥瑞)로우며 의미심장한 첫 발돋움이라 여겼다. 미나미는 나와 아야코의 부부 의식(儀式)에 한마음이 된다는 게 흥분되었고 좋아서 몸서리칠 일이라 여겼다.

우리 셋은 다리를 조금씩 움직여 별장 옥상 끝자락에 섰다. 다이히토가 한 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다른 팔뚝엔 밧줄을 들었다. 다이히토가 뛰어도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아야코를 먼저 안았다. 너무 세게 안다가 보니 아야코의 수밀도 젖가슴이 체지방 7%를 유지하는 내 가슴에 밀착이 되었다. 탄탄하면서 물컹했다. 앗 뜨거라 싶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민망했다. 약간의 의도가 깔렸기에 아야코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눈을 내리깔았다. 귓속말로 엉큼한 놈이라 할까 봐 양심(良心)이 찔렸다. 그다음으로 나와 아야코는 미나미를 꽉 안았다. 아야코가 미나미 허리를, 내가 미나미 어깨를 잡았다. 흠칫했다. 그러면 그렇지 나무토막 좋아하네, 너도 여잔데... 어깨가 부드러웠지만 단단했다. 두 처녀가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르니 더 지체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빨리 뛰어내려야겠다 싶었다.


- 하나, 둘, 셋, 점프!!


내가 셋을 세고 점프라고 외쳤다. 우리는 옥상 밖으로 폴짝 뛰었다. 떨어졌다. 번지 점프를 했다. 우리 셋은 끝없이 내려갔다. 초 스피드로, 광속(光速)으로, 눈으로 홍수진 설원(雪原)으로, 아래로 아래로 달려갔다. 소름이 돋았다. 온몸에 닭살이란 닭살은 다 솟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전율이 말초를 건드려 묘한 오르가즘이 삐져나왔다. 무아지경의 엑시타시(ecstasy)가 이런 건가? 황홀경의 끝판왕을 보는 것 같았다.

세 사람 그대로 급전직하(急轉直下) 눈 속에 파묻혔다.

나는 자다가 으악!~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봤다. 깜깜했다. 창밖엔 달빛만 어스름했다. 사방은 찌러 찌러대는 풀벌레 소리만 들릴 뿐 고즈넉했다. 핸드폰 시계를 봤다. 새벽 3시 반이었다.

화장실에 가서 오줌을 누고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벌컥 마셨다. 차가움이 오장육부를 찌르르 대며 타고 내려갔다. 다시 내 방에 들어가 불을 켰다. 벽에 비스듬히 기대고 이불 위에 다리를 쭉 폈다. 다시 상념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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