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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 님의 서재입니다.

대충 사는 인간의 세상 뒤집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keju0422
작품등록일 :
2022.06.14 04:52
최근연재일 :
2023.01.30 19:55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8,178
추천수 :
373
글자수 :
836,773

작성
22.08.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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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시리즈1 킹덤 : 전쟁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DUMMY

92화

순간, 난 뻘쭘해지면서 숨이 턱 막혔다. 또래보다 조숙하긴 했지만, 5살 난 미츠토시 입에서 저런 대사를 치다니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 생각해 볼게, 형을 용서할지 말지는...


쥰페이 말이 마뜩지가 않은지 미츠토시가 부은 얼굴로 말했다.

미츠토시가 나이에 비해 영악(靈惡)한 건 알았지마는 우리는 한 번 더 고작 5살인 미츠토시의 입에서 저런 앙증맞은 말이 나오다니 놀라 우리는 신기해했다.


- 용서하지 마세요, 얄궂은 사랑이니까.


꼭 5살 같은 쥰페이의 말에 모두 웃었다.


- 쥰페이 형, 그러지 마, 누나 운다 말이야...

- 왜?


쥰페이가 궁금해서 물었다.


- 누나가 크면 몽대형 하고 결혼한다 했단 말이야.

- 아니, 바꿨어.

- 뭐, 바꾸다니?


카나가 툭 던진 말에 이번엔 내가 궁금했다.


- 쥰페이 오빠와 결혼할 거야.

- 야 이놈, 이 도둑놈~


내가 장난친다고 쥰페이 멱살를 잡고 소리쳤다.

모두 까르르 웃었다. 카나만 심란했다.


- 고마워, 날 생각해 줘서...

- 아니, 그게 아니야, 상처받기 싫어서 그래.


아야코가 고마워했지만 카나의 의외의 대답에 우리 모두 귀를 쫑긋하고 궁금해했다.


- 자, 식사들 해요, 차린 게 너무 많아서 다 못 먹을까 봐, 걱정이네.


숙모가 신이 났다. 거의 들어보지 못하는 농담이었다. 게이오 대학의 Metal witch(금속 마녀)가 덜 떴다. 불쑥 들이닥친 친구들 때문에 흥분했다. 특히 천하의 스에마쓰 아야코가 조카인 조몽대에게 깊이 빠진 것이 숙모를 그렇게 만들었다. 아야코와 카나, 그리고 나와의 대화를 듣고 숙모는 하마터면 들고 있던 접시를 떨어뜨릴 뻔했다. 가슴이 벅찼다. 몽대 작은아버지, 현 남편과의 첫날밤보다 더 가슴이 떨렸다.

우리는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치킨, 돼지고기, 오뎅, 당근, 버섯, 감자, 호박, 가지, 무, 피망, 연근, 콩, 브로콜리, 파프리카, 대파, 토마토, 양파가 든 뚝배기는 휴대용 버너에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우리는 떠들면서 그것을 먹었다. 도수가 약한 스파클 샴페인도 터뜨렸다. 숙모는 달콤한 스파클 샴페인을 홀짝거리며 아야코의 눈을 슬쩍 훔쳐보다가 내 눈을 흘깃 쳐다보기도 했다. 두 눈이 바라보는 시점(視點)이 숙모가 예상한 대로였기에 숙모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나는 아야코를 아야코는 나를 스치듯 바라보았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하기 힘든 요리는 배달시켰지만 대부분 요리는 숙모가 직접 솜씨를 발휘했다. 음식의 달인 우리 엄마한테 배운 것을 써먹어 뿌듯해했다. 우리 엄마 곽세린 여사와 통화하면서 감사의 말씀을 전하는 것을 우연찮게 들어서 알았다. 아야코도 형님의 레시피를 듣고 금방 따라 하더라, 보통 눈썰미가 아니더라, 나중 형님 반찬가게도 충분히 이어받을 자격이 되더라, 숙모가 나가도 너무 나간 발언을 쏟아내는 것을 들었다.


- 카나가 심각하던데...


쥰페이가 내심 카나가 신경이 쓰인 것 같았다.

카나와 미츠토시는 우리와 더 놀고 싶었는데 숙모의 강압에 자기들 방에 들어갔다.

동생들이 잘 시간이 훨씬 넘겨서 나도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 아야코를 보고 쥰페이로 굳혔다는 거지, 큭...

- 네?


숙모의 대답에 우리는 어리둥절했다.


- 어느 날 백마를 탄 오빠가 나타나서 좋아서 오빠뿐이야 했는데, 웬걸, 또 어느 날 백마를 탄 왕자님이 나타나 마음을 흔들어 놓네, 오빠냐, 왕자냐, 갈등하고 있는데

아야코 공주가 나타났으니 오빠를 포기할 수밖에, 자기는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았던 거지. 그 심각함은 오빠에 대한 미안함?...


숙모의 잔잔한 설명에 카나의 흔들리는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 왜 미안해요?

- 오빠에 대한 일종의 의리 같은 거 아닐까? 카나의 나이로 비춰봤을 때...


아야코의 의문에 숙모가 나름 자기 생각을 표현했다.


- 넌, 너무 잘생겨서 문제야, 어쩔래?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고...

- 몽은 엔카 작사가 해도 잘할 거 같아...


내가 괜히 쥰페이 탓을 하자 유리나가 호수에 돌을 운운한 걸 가지고 나를 은근히 놀렸다.


- 유리나, 너 카나를 만만하게 보면 안 돼? 우리 숙모 딸이야, 우리 숙모 게이오 퀸카로 소문났어, 뛰어난 미인이기도 하지만 머리도 엄청 좋아, 공대 금속과 나왔어.

- 몽, 왜 그래, 비행기 태우고...


내가 거들먹거리면서 말했지만, 사실 숙모의 이력(履歷), 즉 영화배우로 치면 필모그

래피(filmography)는 내가 열거한 거는 겸손에 가까웠다. 내가 대충 아는 것만 해도

격투기면 격투기, 검도면 검도, 공수도면 공수도가 달인(達人)의 경지에 올랐고, 사업 수완 또한 뛰어났다. 나중에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지만, 제조, 유통, 서비스 쪽 중견 기업을 중심으로 열댓 개의 회사도 경영했다. 총자산 규모로 치면 드러난 미나미 집 자산 규모와 엇비슷했다. 작은아버지와 철저하게 사업을 분리했다. 작은아버지는 야쿠자 조직과 야쿠자가 하는 사업만 관리했다. 물론 야쿠자 단체에서 운영하던 나이트클럽이나, 파친코, 살롱 등이 파산하면 개인적으로 헐값에 사서 운영했다.


- 그러니까, 나도 고민이 되네, 나이로 누를 수도 없고...


유리나의 엄살에 우리는 웃었다.

모닥불처럼 피운 이야기꽃으로 밤은 그렇게 익어갔다.

숙모는 처음으로 모든 걸 내려놓고 애 둘이 있는 수다스러운 아줌마가 되었다.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가?

- 누구?


달짝지근한 스파클 샴페인을 이야기하다 보니 비록 도수는 낮지만 몇 잔 마셨던 터라

자전거를 타지 않고 아야코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숙모 집에서 아야코 집, 일본의 전통적 부촌(富村)인 덴엔초후(田園調布)까지 빠른 걸음으로 가면 1시간 거리에 있었다. 지금처럼 천천히 가면 1시간 반은 족히 걸렸다. 오모테산도(表参道)를 걸었다. 메이지 신궁 바깥쪽 참배 길이라는 말인데 나뭇잎이 무성한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로 숲을 이루고 있다. 나는 이 숲길을 좋아한다. 한국 사람이 신사에 가서 절할 일은 만무하고 시부야 (澁谷) 요요기(代代木)에 있는 메이저 신궁까지는 도심 속 숲속이라 집에서 이곳까지 조깅 코스로 안성맞춤이었다. 울창한 숲 때문에 공기가 신선했다. 이곳에서 공기를 마시면 가슴이 뚫리는 것 같았다. 늦은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이 넓은 숲속 길을 걸었다. 나는 자꾸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치가 보이는데 아야코는 아무렇지 않은지 내 팔짱을 끼고 걸었다. 아무튼 어색했다.


- 카나...

- 누구하구?

- 몽하고...

- 쥰페이로 갈아탔잖아, 아이들 사랑은 언제나 움직이는 건데, 무슨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 큭...

- 우리 사랑은?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하니까, 양희은이 생각난다.


나는 못들은 척 말을 돌렸다.


- 양희은?

- 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부른 가수야.

- 기억나는 사람 있어?

- 응, 문학소년데 동네 누나야... 내가 짝사랑했지... 나보다 여섯인가 일곱 살 많아.


혹시나 해서 동네 누나가 나보다 실은 다섯 살 많지만, 더 나이가 많은 것처럼 강조했다.


- 지금도 같은 동네 살아?

- 아니, 죽었어... 가슴이 아파, 목을 맸어...

- 왜, 자살했어?


얼굴 반만 한 큰 눈을 뜨고 아야코가 물었다.


- 이야기했을 텐데...

- 성제란 놈이 몽을 괴롭히자 정아영이가 나섰다, 그 얘기만 했어...

- 성제란 놈이... 음... 누나에게 아주 몹쓸 짓을 해서 누나가 너무 치욕스러워 목을 맨 거야, 나는 성제란 놈이 지독하게 괴롭혀 일본으로 도망쳤고...

- 그놈, 언젠가 복수할 거야.

- 덕분에 널 만났잖아.

- 그거랑 상관없어, 넌 언젠가 나랑 만나게 되어 있었어...

- 그래서 운명인가?

- 응, 헤어질 수 없는... 이별이라는 말은 우리 둘 사이 영원히 없는 거야.

- 고마워, 아야코.


내가 무엇이라고 이러는 줄 모르겠지만 아야코가 고마웠다. 풋풋한 청춘 시절엔 사랑이란 내 사전에 없을 거라 체념했는데 이렇게 아침 햇살처럼 왔으니 꿈만 같았다.


- 내가 고마워.


나는 그러다가 키스할래? 할 거 같아서 아야코를 들어서 내 어깨에 태웠다.

사람들이 붐비는 오모테산도(表参道) 중앙에서 키스할 바에야 이 방법이 훨씬 덜 민망스러웠다.

이번에는 부끄러운지 아야코가 내려달라고 귀여운 투정을 부렸다.


- 그 비켜라, 여신님이 나가신다!

- 내려줘,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말이야.

- 일부러 봐라고 그러는 거야.

- 왜?

- 도장 찍으려고.

- 무슨 도장?

- 여신 아야코는 비록 여신이지만 내 여자다, 그리 알아라, 남정네들은

눈독 들이지 마라, 죽는다!!~

- 소리 좀 낮춰...

- 뭐, 어때, 사실인데.

- 빨리 내려줘, 진짜 찍는다구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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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시리즈1 킹덤 : 전쟁 22.08.07 3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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