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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 님의 서재입니다.

대충 사는 인간의 세상 뒤집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keju0422
작품등록일 :
2022.06.14 04:52
최근연재일 :
2023.01.30 19:55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8,115
추천수 :
373
글자수 :
836,773

작성
22.06.14 05:02
조회
967
추천
10
글자
21쪽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DUMMY

(등장인물)

<현재>

조몽대 : 주인공, 학교폭력의 피해자. 내세울 거도 없고 그렇다고 신념이 확고하지도

않으며 하루하루를 대충 수습하고 사는 평범하면서도 덜떨어진 인물.

장성제 : 악마의 화신. 어릴 적 소꿉친구인 조몽대를 지독하게 괴롭히는, 안하무인에 구제불능

스에마쓰 아야코 : 몽대의 연인. 다재다능과 박학다식 그리고 절세가인.

이시하라 유우 : 스에마쓰 아야코의 라이벌. 몽대를 해바라기 한다. 명석하며 경국지 색.

곽세린 : 몽대의 어머니. 아들 바보지만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여장부.

조 석 : 몽대의 아버지. 전직 조폭 출신.

조선의 : 몽대의 10살 된 딸. 엄청난 두뇌의 소유자.

조 한 : 몽대의 9살 된 아들. 비상한 머리를 가졌지만 냉혹하다. 실질적으로 스에마

쓰 그룹을 이끈다. 스에마쓰 아야코의 아들.

육 손 : 본명은 조권이며 손가락이 6개라서 육손이라고 부른다. 현직 조폭. 일본 5대

야쿠자 조직의 보스.

히가시노 리에 : 몽대의 숙모. 몽대 삼촌과 야쿠자 조직을 이끈다. 몽대에게 일본어와

무술을 가르친다. 탄탄한 몸매와 뛰어난 미모.

서민교 : 몽대의 대학 후배. 고교 시절엔 비행 소녀였으며 노골적으로 몽대를 좋아한

다. 텐프로 출신.

장제갈 : 성제의 아버지. 현역 국회의원.

베아트리체 : 장성제의 큰엄마. 수진의 엄마.

장수진 : 장성제의 사촌 누나.

주소라 : 성제의 엄마

거머리 : 장성제 따까리. 민교의 남친


<과거>

김수로(金首露) : 은의 시조 소호금천씨 즉 설의 후예로서 김해 지역 금관가야 건국.

허황옥(許黃玉) : 인도 아요디아(아유타)국 공주. 김수로 왕비.

김궤(金櫃) : 수로의 아버지. 후한 광무제의 장수.

정견모주(正見母主) : 수로의 어머니

무령공주(鍪岭公主) : 흉노국 공주며 좌현왕.

김아로(金阿露) : 경남 함안 지역의 아라가야 시조. 조용하고 내성적. 수로의 첫째 동생

김대로(金大露) : 경북 고령 지역의 대가야 시조. 불같은 성격. 수로의 둘째 동생.

김고로(金古露) : 경북 함창 지역의 고령가야 시조. 수로의 셋째 동생.

김벽로(金碧露) : 경북 성주 지역의 벽진가야(성주가야)시조. 수로의 넷째 동생.

김말로(金末露) : 경남 고성 지역의 소가야 시조. 수로의 막내 동생.

허보옥(許寶玉) : 허황옥의 오빠. 장유화상. 가락에 불교를 전파.

신보(申輔) : 황옥을 수행한 신하.

조광(趙匡) : 황옥을 수행한 신하.

모정(慕貞) : 신보의 아내.

모량(慕良) : 조광의 아내.

황옥의 아버지 : 칸바 왕가의 왕족.

간막(干莫) : 가야연맹체 최고의 검 제작자.

마노(瑪瑙) : 허황옥의 일가.

광무제(光武帝) : 후한(後漢)의 황제.

석탈해(昔脫解) : 신라 4대 왕. 키가 3척에 머리 둘레가 1척. 요술을 부림.

대무신왕(大武神王) : 고구려 3대 왕. 언변과 전술에 능함. 10살에 부여군을 섬멸.

다루왕(多婁王) : 백제 2대 왕. 말갈과 신라와 자주 싸움.

유리이사금(儒理尼師今) : 신라 3대 왕.

아난(婀圝) : 아도간의 딸. 영명하며 성정이 하해같이 넓고 부드럽다.

송 (凇) : 피도간의 딸이며 문무를 갖췄다. 똑 부러진 성격.



소개(INTRODUCTION)


프롤로그

- 아빠, 다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우당탕 우당탕, 도둑놈 들어온 거 같다...

- 아... 그건 천년 먹은 잉어가 용이 돼서 날아가려고 발버둥 치는 거다.

- 에, 아빠 거짓말, 잉어가 어떻게 천 살이나 먹어, 생선인데...

- 우포늪에는 천살 먹은 잉어가 살았다. 니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그랬고, 니 할아버

지도 그랬다. 나는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 말 믿는다. 너도 믿어라...

- 나는 못 믿겠다. 생선이 천년 살면 사람은 만년 살겠네...

- 그러면 천년 먹은 잉어 누구 주지? 큰일이네, 나는 믿는데, 손자가 안 믿으니

증조할아버지하고 할아버지가 하늘나라에서 섭섭하다고 울겠다...

- 아빠, 그럼 다락방이 던전이가?

- 던전이 뭐고?

- 음, 지하 감옥 같은 거...

- 그래, 그 말도 맞겠네, 천년 넘게 갇혀 있으니까...


여덟 살 때 아버지 옆에 누운 나와 아버지와 나눈 대화였다. 이슥한 밤이라 엄마는 아버지의 큰 덩치에 막혀 보이지 않았다. 색색거리며 작게 코 고는 소리만 들렸다. 엄마는 여느 엄마와 달리 엄마와 아버지 사이에 나를 못 자게 했다. 자식 때문에 부부가 떨어져 자는 건 용납 못 한다고 했다. 될 수 있으면 네 방에 가서 자라고 했다. 정 우리랑 자고 싶으면 아버지 옆 또는 내 옆에서 자라고 엄마가 다짐을 줬다.


1화

화왕산 청화사를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렸다. 인근에 남녀공학 고등학교가 있는지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지지배배 떠들며 나왔다. 밝았다. 솜털 얼굴은 근심 걱정이 없어 보였다.

버스가 왔다. 탔다. 맨 뒷줄 앞에 앉았다. 창가에 앉아 재잘거리는 학생들을 무심결에

내려다봤다.


- 으, 으, 윽, 아야, 왜 그래?

- 아프냐?

- 응, 이 봐 피나잖아?


성제가 내 뒤에 앉아서 재크나이프로 찔렀다.

매일 벌어지는 일이라 다반사(茶飯事)지만 오늘은 좀 세게 찔러 피가 났다.

손에 묻은 피를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노트에 닦았다.


- 허준의 동의보감도 모르냐, 침이 아프지, 황홀해?

- 침이 아니고 칼이잖아?

- 내가 임마 침이라면 침인 거지, 말이 많아 새끼가?

-퍽!


성제가 내 뒤통수를 한 대 올려붙였다.


- 띠 띠 띠 띠 쥬크 박스 1번 댄스곡~


성제가 내 등에 대고 손가락으로 누르며 댄스곡을 불러라 이 말이었다.

나는 거북이 빙고를 부르며 춤을 췄다.


- ladies and gentlemen 아싸 또 왔다 나

아싸 또 왔다 나 기분 좋아서 나

노래 한곡 하고 하나 둘 셋 넷

터질 것만 같은 행복한 기분으로

틀에 박힌 관념 다 버리고 이제 또

맨주먹 정신 다시 또 시작하면

나 이루리라 다 나 바라는대로---


- 띠 띠 띠 띠 쥬크 박스 2번 랩


성제가 이번에는 랩을 불러라 이 말이었다.

나는 래퍼처럼 오른손으론 중지를 오므리고 왼손으론 마이크를 잡은 것처럼 흉내를 내며

윤미래의 Momories를 불렀다.


--- 중략----


- 멍하니 밑을 내려다봐 갑자기 날고 싶은 생각이 나

자유를 향해 순수를 위해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나의 소중한 시절을 찾아 저 높은 우주에

다시는 뒤를 돌아보지 않아 그냥 끝까지

잃어버린 기억 속에 찾아가 또래 친구와

같이 놀고 싶어 오직 바라는 것은 넓은 동산에 누워

한가이 하늘을 바라보는 것


- 띠 띠 띠 띠 쥬크박스 3번 발라드


성제가 이번에는 발라드를 불러라는 거였다.

나얼의 귀로를 목청을 높여 불렀다.


- 화려한 불빛으로 그 뒷모습만 보이며

안녕이란 말도 없이 사라진 그대

쉽게 흘려진 눈물 눈가에 가득히 고여

거리는 온통 투명한 유리알 속

그대 따뜻한 손이라도 잡아볼 수만 있었다면

아직은 그대의 온기 남아있겠지만

비바람이 부는 길가에 홀로 애태우는 이 자리

두 뺨엔 비바람만 차게 부는데

사랑한단 말은 못 해도

안녕이란 말은 해야지

아무 말도 없이 떠나간

그대가 정말 미워요


한창 목청껏 부르는데 쓸데없이 살이 쪄 비대한 음악 선생이 들어왔다. 우리는 그 여선생을 ‘쓸비’라고 불렀다. 그 말은 절제 없이 먹어 마구잡이로 살이 쪘다는 것이다.

반 아이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이들은 나서서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침묵을 지키지도 않았다. 자기 자리에 앉아 웅성거리거나 고개만 돌려 내 노래를 경청했다. 즉 성제와 그 일당들 눈치만 봤다.


- 조몽대, 이리 나와, 누가 교실에서 돼지 멱따는 소리로 노랠 부르라고 했어.


내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교실 앞으로 나갔다.


- 손바닥 내.


음악 선생이 들고 온 회초리로 내 손바닥을 3대 때렸다. 엄청 아팠다. 참았다. 손바닥이 얼얼해 마비되는 것 같았다.

나는 내 자리로 들어오며 인상을 팍 썼다.


- 야, 이 새끼가 어디서 인상 그려...


성제가 일어나 발로 내 배를 찼다. 나는 책상을 안고 넘어졌다. 우당탕! 큰소리가 낫다. 그리고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더니 내 뺨을 양쪽으로 철썩철썩 갈겼다. 완전 안하무인이었다. 음악 선생을 무시했다. 성제 패거리들도 내 뒤통수를 때리거나 팔꿈치를 내 등을 가격했다.


-윽...

- 새끼가 어디서 엄살이야...


성제의 오른팔 거머리가 기고만장해 나를 유린(蹂躪)했다.


- 얘들아, 장난 그만치고 수업하자, 어서 가서 앉아...


성제와 애들이 그제야 자기 자리에 앉았다.

쓸데없이 비대한 음악 선생 당신 눈에는 이게 장난으로 보이냐? 아니 저런 사람이 선생이냐? 재단 이사장 빽으로 들어온 음악 선생은 국회의원인 성제의 아버지 장제갈 지역구 사무실 청년부장의 와이프였다.


- 오늘, 니들이랑 같이 밥 먹어도 돼?

- 그러셔야죠, 안 그러면 우리가 섭하지요~


거머리가 성제 눈치를 보며 저열한 멘트를 날렸다.


- 박수!~ 박수로 음악 선생님과의 만찬을 축하합시다~


성제가 느닷없이 손뼉을 쳤다. 음악 선생은 호쾌하게, 급우들은 마지못해 손뼉 쳤다. 나는 속으로 죽었다고 생각했다. 아니 쓸데없이 음악 선생은 왜 여기서 점심을 먹어 교무실 가서 먹으면 되지. 큰일이네, 숱하게 돈이 깨지겠다.


- 자습할까?

- 네!!~


음악 시간은 자습 시간이 되었다. 음악 수업은 고작 한 달에 1번 할까 말까였다.

성제 비위 맞춘다고 음악 수업을 대부분 자습 시간으로 했다.


- 딩~딩~딩~딩~


수업 마치는 종이 울렸다. 나는 총알같이 뛰어나가 매점으로 향했다. 매점엔 벌써 학생들로 가득했다. 선후배 따지지 않고 비집고 들어갔다. 먹을거리를 아무리 다양하고 많이 사가도 지키라는 시간에 못 들어가면 개 박살이 났다. 날아서 2단 옆차기에, 팔을 꺾고 발을 꺾는 UFC 격투기 암바에, 버라이어티하게 괴롭힘을 당했다.


- 야, 뭐야?


험상궂은 3학년 선배가 인파를 비집고 들어오는 나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 죄송합니다, 성제가 사오라고 해서...

- 오늘만이다.

- 네, 선배님, 감사합니다.


나는 다양하게 한가득 사서 가지고 교실로 뛰어갔다. 1분 1초가 아까웠다. 급하게 교실로 들어가다가 넘어졌다. 성제 패거리 중 한 놈이 내 발을 걸었던 거였다. 교실 바닥에 빵, 팩우유, 새우깡, 꼬깔콘, 천하장사 소세지 등이 나뒹굴었다.


- 씨벌...

- 이봐요, 이 봐, 안 내려요? 거기 뒤에 아저씨~ 다 왔어요, 종점~


기사 아저씨가 큰소리로 나를 깨웠다.


- 여기가 종점이요...

- 야...


화왕산 청화사 부근 시발점이자 종점으로 쓰는 넓은 도로에 정차한 버스에서 내렸다.

화왕산과 연결된 송현동 고분을 향해 어슬렁거리며 걸어갔다. 고분을 지나 문제의 숲속으로 들어갔다. 공기가 확실히 달랐다. 신선했다. 이래서 산에 신선이 사나... 혼자 바보같이 킥킥대며 올라갔다. 풀을 헤치며 기억을 더듬으며 허연 엉덩이를 발견한 바위를 찾았다. 바위는 풀숲에 삐죽 솟아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마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바위 옆에 굵은 밤나무 대여섯 그루가 양쪽으로 호위하듯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밤나무를 발견하고 가까이 갔다. 여기저기 무르익은 밤송이가 떨어져 입을 벌렸다. 발로 밤송이를 밟아 비틀었다. 밤송이를 감싼 가시가 벌어졌다. 밤만 꺼냈다. 이빨로 깨물면서 풀을 헤쳤다. 이 부근이다 싶어서 둘러봤다.

깜짝 놀랐다.

바위를 등지고 풀에 가려졌지만 뭔가 눈에 확연히 박혔다. 몇 번을 눈을 감았다가 보고 눈을 손등으로 씻어서 봐도 틀림없었다.

허연 엉덩이...

바위에서 굴곡진 부분만 삐져나왔지만, 틀림없이 허연 엉덩이였다. 잘 익은 밤 같았다. 깨물었던 밤을 주머니에 넣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민교가 말했다.


- 잠깐만요 선배, 거기 서서 보세요, 정말 거무틱틱한 멧돼지처럼 보여요?

- 아니...

- 어떻게 보여요?

- 탐스럽고 백옥같은 엉덩이...

- 그런데, 왜...


나는 말을 끊고 거무틱틱한 멧돼지 같다고 한 실언에 대해 미안하다, 사과한다고 했다. 잠자던 늑대가 눈을 번쩍 뜨고 으르릉댔다. 뛰쳐나가려고 팬티를 물어뜯었다.


- 가까이 와서 확실하게 보세요...

- 늑대 때문에...

- 네에? 여기 늑대 있어요?


민교는 팬티도 올리지 않고 놀라서 일어섰다. 투피스 주름치마가 내려와 허연 엉덩이를 덮었다.

늑대가 발광했다.

민교 옆에 바투 붙었다.


- 늑대가 어디 있어요?

- 끄르릉 소리가 안 들려?

- 들리는 거 같기도 하고...

- 지금은 늑대 굴에서 끄르릉 거리기만 해...

- 갑자기 달려들어 물면 어떡해요, 어 무서워...


민교가 내 몸에 바짝 몸을 밀착했다. 스스로 늑대 굴에 들어왔다. 무르녹는 민교의 몸이 떨었다. 무서워서 떠는 거보다 설렘이었다. 전신의 말초신경(末梢神經)을 바늘로 찌르는지 본능이 꿈틀거렸다. 시원하게 생긴 쌍꺼풀 눈에는 아무리 무서운 늑대라도 받아 줄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덤벼라, 갈구하고 있었다.

무르녹는 몸을, 낳은 지 한 달 남짓한 털이 부드러운 고양이 새끼처럼 내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깊은 가을 햇빛은 따사롭다 못해 따가웠다. 노곤했다. 연체류(軟體類)처럼 몸이 흐물거렸다. 이렇게 안고 잘까, 민교와 나는 그 상태로 앉았다. 마른 풀과 마른 나뭇잎이 바스락 소리를 냈다.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려 주위를 돌아봤다. 엉덩이가 따가웠다. 찡그리며 끄집어냈다. 밤송이였다. 민교가 큭 하고 웃었다. 바위에 등을 기댔다. 민교 어깨를 안았다. 민교는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댔다. 눈을 감고 가을 햇빛과 살랑대는 바람을 음미(吟味)했다.

언저리 타임까지 합산해서 약 100분이 흘렀다.


- 나 텐프로예요...

- 텐프로? 상위 10 프로? 내가 볼 땐 상위 5 프로는 너끈할 걸...

- 고마워서 어쩌지...


나를 바라보는 눈은 갈증에 목말라했다. 나는 외면하고 일어나 바지를 추슬러 입었다.


-우리 속궁합은 천생연분, 오늘부터 1일, 어때요?

- 애도 아니고...


나는 그 말이 싫지 않았다. 그렇다고 CC처럼 붙어 다니고 싶지도 않았다.


- 선배 싫어? 나 집도 있어요...

- 잘됐네, 한 번씩 놀러 갈게...

- 나하고 사귀는 게 싫어요?

- 아니... 사귀고 자시고 할 게 어디 있어, 우리가 10대야?

- 연애는 10대처럼 하고 싶어, 씨...

- 가자...


바지에 붙은 검불을 털었다. 민교가 나한테 매달려 내 눈을 간절하게 쳐다봤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마음이 약해졌다.


- 너무 매달리면 스토커 된다...

- 나 집착하는 스타일 아니에요, 적당히 할게, 그냥 남들처럼...

- 알았어...

- 내가 왜 선배를 좋아하는지 알아요?

- 나쁜 남자라서?

- 촌스럽게.

- 친할머니 외할머니가 그랬어, 엄마두...

- 선배는 모성 본능을 일으켜요, 그게 선배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선배의 여자들 다 그렇게 생각할 걸요, 말은 하지 않겠지만...


킥하고 내가 웃었다.


- 이런 멀대같은 인간이 모성애를 불러일으킨다고? 희멀건 병색 때문에 그러는가?

- 선배는 선배의 치명적인 매력을 모르는 것 같아...

- 아 왜 그래, 징그럽게... 유치하게시리, 어 소름끼쳐...

- 사랑하면 안 돼요?


갈구하듯 쳐다보더니 짜증 섞인 내 표정을 보고 금방 눈꼬리를 내렸다.


- 서두르자, 약속 있어...

- 이봐, 젊은이...


깜짝 놀랐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계면쩍은 웃음을 머금고 서 있었다.


- 다 봤어요?


민교가 민망하지도 않은지 할아버지를 똑바로 노려보며 톡 쏘았다.


- 다 본 건지는 모르겠는데.... 전반전 뛰고 10분 쉬고 후반전 뛰는 거까지는 봤네.

- 아, 할아버지 엉큼하게, 인기척을 하셔야죠.

- 인기척보다 더 큰소리를 냈어, 밤 딴다고...

- 할아버지 혹시 핸드폰에 찍었어요?


내가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들어 물었다.


- 아니, 그럴 시간이 없었어, 나도 할마이랑... 암튼 고마워?

- 뭐가요? 생 비디오를 보여줘서요?

- 아니, 내가 살아났어, 할마이는 내 고기 먹인다고 고기 사러 갔고...

- 할아버지 이런 거 찍으면 큰일 납니다, 콩밥 먹습니다, 진짜 안 찍었죠?


나는 재차 겁을 주듯 물었다.


- 알아 나두, 그럴 시간 없었대도 그러네, 이거 삶아 먹어, 고마워서 그래, 마음 같아 서는 성황당에 산신령으로 모시고 싶어...

- 네에?


할아버지가 대답 대신 나를 향해 두 손 엄지를 치켜들며 경의를 표했다.


- 가, 빨리...

- 이거 가져가...


할아버지가 밤이 가득 든 바케츠를 줬다.

나는 바케츠를 들었다. 가져간다 안 가져간다, 실랑이하다 보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았다. 그러다가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나타나면 할아버지는 구구절절이 그때 봤던 상황을 설명할 것이고... 무슨 창피야 그래서 서둘러 끝내고 싶었다.

송현동 고분 길가에 세워둔 민교 차 앞에 섰다. 빨간 아반테 신형이었다. 문을 열어 뒷자리에 밤이 든 바케츠를 실었다.

아래로 걸어 내려오면서 난 약속이 있어 못 가져가니까 민교에게 가져가라고 했다.

그년 만나러 가냐고 물었고 알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년은 이시하라 유우를 말하는

것이었다. 질투하니 그런 말도 하기 싫었다. 동물적 관계, 본능적 관계 이 말이 맞는

지 모르겠지만, 그러고 싶었다. 민교하고는... 어디 가는지 모르겠지만 태워주겠다고

해서 싫다고 했다.


- 밤 삶아 놓을 테니 올래요?

- 아니... 내일 학교서 보자.


나는 화왕산 초입 빌라촌까지 걸어가 빈 차로 손님을 기다리던 버스에 올랐다.

카톡이 왔다. 민교의 주소였다. 김해 율하의 오피스텔이었다. 오든 안 오든 밤은 삶아 놓는다고 했다. 주머니 속에서 아까 깨물었던 탐스러운 밤을 꺼냈다. 버릴까 말까 하다가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창녕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김해 장유로 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격전을 치른 뒤라 잠이 쏟아졌다. 기사 아저씨가 차표 확인하러 올 때 길을 잘 모르니 장유에 도착하면 내려달라고 부탁했기에 안심하고 뻗었다. 정신없이 잤다. 매번 느꼈지만 차에서 자는 잠은 꿀맛이다. 특히 조수석에서 자는 잠은 단잠이다.

나는 운전을 하고 이시하라 유우가 내 옆자리에 자고 있다. 열린 차창으로 감미로운 가을바람이 불어와 유우의 검붉은 머리가 날렸다. 봉곳한 수밀도의 젖가슴이 옷섶 사이로 하얀 살결을 드러냈다. 그걸 훔쳐보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서 빵!! 하고 200 데시벨의 클락슨 소리가 들렸다. 거대한 덤프트럭이 정면으로 달려왔다. 누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눈을 번쩍 떴다. 내 뒷자리에 앉은 중년 남자였다.


- 어허 젊은 사람이 정신을 못 차리네, 어젯밤에 뭐 했어? 빨리 내려 장유야...

- 어이구, 죄송합니다...


기사 아저씨 부탁으로 뒷자리 중년 남자가 깨운 것이었다.

나는 입가에 흐른 침을 닦으며 서둘러 버스에서 내렸다.


- 아,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괜한 트집으로 버스 뒤꽁무니에 대고 중얼거렸다.

장유 문화센터 앞에서 김해공항 가는 리무진을 탔다. 또 눈이 스르륵 감겼다. 안 자

야지, 안 자야지 하면서 잤다.


- 안 내려요? 돌아갈 거요?

- 아, 아닙니다...


어느새 김해공항에 리무진이 도착해 있었다. 기사 아저씨가 잠에 곯아떨어져 있는 나를 발견하고 깨웠던 것이었다. 공항 터미널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장유로 가기 위해 타고 있었다. 그들 사이를 뚫고 내렸다.

김해공항 안으로 들어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출국장으로 올라갔다.

수많은 사람이 붐볐다. 꼭 김해 새벽시장처럼 인파들로 넘쳐났다. 시계가 pm 7시를 가리켰다. 밖은 파장(罷場) 무렵의 을씨년스럽고 휑하다면 출발을 앞둔 이곳은 개장(開場) 전의 시장 분위기라 들뜨고 활기가 넘쳤다. 카톡이 왔다.


-보인다, 3층 커피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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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시리즈1 킹덤 : 전쟁 23.01.16 27 1 9쪽
188 시리즈1 킹덤 : 전쟁 23.01.15 26 1 9쪽
187 시리즈1 킹덤 : 전쟁 23.01.14 27 1 9쪽
186 시리즈1 킹덤 : 전쟁 23.01.13 28 1 9쪽
185 시리즈1 킹덤 : 전쟁 23.01.12 32 1 9쪽
184 시리즈1 킹덤 : 전쟁 23.01.11 30 1 9쪽
183 시리즈1 킹덤 : 전쟁 23.01.10 32 1 9쪽
182 시리즈1 킹덤 : 전쟁 23.01.09 34 1 9쪽
181 시리즈1 킹덤 : 전쟁 23.01.08 33 1 9쪽
180 시리즈1 킹덤 : 전쟁 23.01.07 35 1 9쪽
179 시리즈1 킹덤 : 전쟁 23.01.06 38 1 9쪽
178 시리즈1 킹덤 : 전쟁 23.01.05 33 1 9쪽
177 시리즈1 킹덤 : 전쟁 23.01.04 40 1 9쪽
176 시리즈1 킹덤 : 전쟁 23.01.03 40 1 9쪽
175 시리즈1 킹덤 : 전쟁 23.01.02 35 1 9쪽
174 시리즈1 킹덤 : 전쟁 23.01.01 41 1 10쪽
173 시리즈1 킹덤 : 전쟁 22.12.31 39 1 9쪽
172 시리즈1 킹덤 : 전쟁 22.12.30 36 1 9쪽
171 시리즈1 킹덤 : 전쟁 22.12.29 4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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