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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 님의 서재입니다.

대충 사는 인간의 세상 뒤집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keju0422
작품등록일 :
2022.06.14 04:52
최근연재일 :
2023.01.30 19:5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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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글자수 :
836,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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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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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시리즈1 킹덤 : 전쟁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DUMMY

108화

아야코가 뒷말은 농담으로 끝을 냈다. 친구들 아니, 이 미녀 삼총사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안다. 아야코가 어금인 것을... 물론 유리나와 미나미도 자기들이 버금인 것을 안다. 미모도 어금 버금이지만 모든 게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유리나와 미나미도 아주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남녀 간의 문제가 실력이나 능력 차이로 서열이 매겨지고 그 서열 따라 짝이 결정되는 게 아니지 않는가? 인간(人間)이 개입되면 모든 게 틀어지고 복잡해지고 헝클어지기 때문이다. 인간들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속에서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헤맨다. 어떤 이는 반쪽을 찾을 것이고, 어떤 이는 아직 찾아 헤맬 것이고 어떤 이는 잘못 찾아서 다시 찾으려 나설 것이고 어떤 이는 자기가 찾는 반쪽이 다른 이의 품에 안겨 있는 비극을 맛보기도 할 것이다. 시행착오를 반복적으로 거행(?)하는 건 인간의 숙명인지 모른다. 그 숙명이 빚어내는 희비극(喜悲劇)이 인간의 운명이며 불안한 인간 존재 본연의 모습일 것이다.

아야코는 비록 덜떨어진 인간이지만 내가 그녀의 반쪽이라고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불안한 존재 조몽대가 한눈팔기 전에 만천하에 우린 반쪽을 찾았다 그렇게 알아! 라고 공개해 매조지고 싶었던 거였다. 하긴 나도 나를 모른다. 아야코 나는 걱정 하지 마, 절대 흔들지 않아, 그러고 싶지만 간사한 게 인간인데 손톱 밑에 바늘을 찌르고 야구방망이로 엉덩이를 내려치고 배를 걷어차이는 게 겁이나 그러기 전에 알고 있는 거 모두 이실직고하겠다는 나인데 얄팍하기 짝이 없는 부평초 같은 나인데 어떻게 나를 믿어라, 자신 할 수 있겠나... 과연 나와 아야코의 이 조합이 서로 잃어버린 반쪽을 찾은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가끔 들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아야코에게 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하는 자격지심(自激之心)에 나의 뻔뻔함에 스스로에게 치를 떨기도 했었다. 나는 분명 파렴치한 이기적인 놈일 것이다. 저 순진한, 남녀 간의 관계에 대해서 순백의 도화지 같은 아야코에게, 걸음마를 떼는 아이 같은 아야코에게 난 정말 몹쓸 짓을 하는 게 아닐까? 돈이 지위나 격(格)을 결정 짓는 건 아니지만 나와 아야코의 경제적 차이나 지적 깊이나 능력의 임계점이나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왜, 나인지? 모성 본능? 그게 여자들이 혹할 만큼 매력의 요소가 될는지... 아무튼 아야코한테 잘하자, 내일 실망을 안길지라도 오늘은 무조건 잘하자,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고 다짐했다.


- 응, 좋아해.

- 사랑해?

- 아니, 난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 미나미, 몽 좋아해?

- 응...

- 사랑해?

- 아니 그냥 좋아해...

- 쥰페이 너도 몽 좋아해?

- 아니, 난 사랑해.

- 어떤 사랑, 나랑 같은 사랑?

- 아니, 내 사랑은 색깔이 좀 달라.

- 우정?

- 우정보다 깊은 사랑.

- 다이히토는?

- 나도 몽 좋아해... 사랑은 짝사랑이야, 헤...


나는 나도 모르게 다이히토 머리를 헝클리고 어깨를 안았다. 자식, 고맙다, 다이히토... 나 같은 놈이 뭐가 좋다고 온갖 허점투성이고 밴댕이 소갈머리에 덜떨어진 인간인데... 황위 계승 7위 니가 뭐가 아쉽다고 나를 짝사랑식이나, 나도 너를 위해서 목숨을 바칠게, 다이히토...


- 비록 정한수를 떠 놓지는 않았지만 몽과 나는 이제 부부 연을 맺은 거다. 내가 니 들 보는 앞에서 저쪽 방에서 둘이 나오더라도, 니들 보는 앞에서 딥키스를 하든, 노천탕에서 몽에게 안기든 암튼, 몽과 과도한 스킨십이나 신체 접촉을 하더라도 그러려니 해라, 당연한 거니까... 고깝게 생각하지 마라, 부부니까... 쥰페이, 유리나 니들이 괜찮다면 같은 날 같은 예식장에서 식을 올려도 좋다, 단 호실은 다르게...

- 그렇게 되기를 기도해주라...


쥰페이가 유리나 눈치를 보며 아야코와 나에게 응원을 청했다.


- 쥰페이, 함부로 단언하지 마, 사람 일이란 몰라, 단, 내가 너보다 더 너를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마. 저 치명적인 눈을 가진 미나미를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들어...


유리나가 시무룩해 있는 미나미를 건드렸다. 미나미가 유리나를 향해 그 치명적인 눈을 흘겼다. 유리나는 미나미가 걸렸던 거였다. 무심한 듯 관심 없는 듯 직수굿(다소곳)하지만 저건 찜부럭(=짜증)이었다. 그냥, 다이히토랑 잘 어울리면 환상적인 세 쌍의 조합인데, 그러면 세상 무서울 게 없을 거 같은데... 유리나는 안타까웠다. 미나미의 마음을 훔쳐 간 사람은 누굴까? 유리나는 쥰페이를 쳐다보고 은근슬쩍 나도 흘겨 보았다.



- 고등학생답지 않아, 열여덟이면 어디 덧나?


울 듯이 미나미가 말했다. 말속에 떨림이 있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나는 미나미에게 미안해 고개를 돌렸다. 이 정도의 불만을 표시하는 것도 감히, 라는 말을 쓸 만큼 파격이었다. 그 전엔 무조건 아야코의 의사에 따랐고 그게 맞는 거라서 불만은 없었다. 아야코는 약간 미미하지만 심기가 불편했고 복잡했다. 충분히 예상했던 거라 미나미의 불만에 대해선 따지고 싶지 않았다. 고등학생이, 열여덟에 그러는 게 미나미의 불만인지, 아니면 나 아야코가 몽과 부부의 연을 맺는 게 불만인지 그걸 따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럴 땐 들떠야 하는데 이상하게끔 분위기가 착잡했다.

우리는 점심 겸 저녁으로 컵라면과 충무 김밥을 먹은 뒤 노천탕에서 목욕했다.

나와 쥰페이, 다이히토 우리 셋은 안에 수영복을 입고 타올을 걸쳤다.

미녀 삼총사도 상하가 붙은 아주 레트로한 수영복을 입고 가운(gown)을 걸치고 탕에 들어왔다. 나는 발끝을 물에 대보고 너무 뜨거워 안 들어가려고 하는데 쥰페이가 갑자기 밀어 탕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뜨겁다고 조라치고 방정을 떨다가 조금씩 적응이 돼 눌러앉았다. 물에 젖은 타올을 벗었다. 내 몸을 보고 아야코가 휘파람을 불었다. 쥰페이와 다이히토도 타올을 던지고 아무렇지 않은 듯 탕에 들어왔다. 내가 그 둘의 미끈한 근육질 몸매를 보고 탄성을 질렀다. 속옷 광고하는 모델 같았다. 유리나는 얼굴을 붉혔고 미나미는 무미건조한 표정을 지었다. 아야코는 장난친다고 내가 셋 중에 더 낫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온천물이 피부를 파고들었고 폐부(肺腑)를 찔렀다. 눈을 감았다. 여기 오기 전까지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대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거도 아니고 장난인지 팩튼지 모르겠지만 졸지에 유부남이 된 현실이 코미디 같아서 실소가 나왔다. 나야 밑져야 본전이지만 아야코는 손해가 막심할 텐데, 오늘이 4월 1일 만우절이면 해프닝으로 자연스럽게 끝내기에 딱 좋은데...


- 으악, 뭐고?

- 킥 킥...

- 자슥, 미나민 줄 알았잖아? 좋았다가 말았네, 헤...


깜짝 놀랐다. 너무 놀라 경상도 말이 나왔다. 쥰페이가 살짝 잠이 든 내 입술에 뽀뽀했다. 천만다행이었다. 난 또 아야코가 그런 줄 알고 얼마나 놀랐냐? 십년감수했다. 애들도 낄낄대며 웃었다.


- 위장 결혼이고, 위장 연애 아냐? 소도므뜨들 지긋지긋하다...

- 소도므뜨가 뭐냐?

- 남자 동성애자...


미나미의 시니컬한 억지부렁에 내가 소도므뜨 뜻을 몰라 물었고 다이히토가 답을 했다. 쥰페이와 나는 히죽대며 서로 손바닥을 마주쳤다.

나는 우리 엄마 아버지를 닮지 않은 것 같다. 엄마 아버지는 집 안에서는 장소 불문 시간 불문 물불을 가리지 않고 애정 표현을 하는데 나는 왜 그게 닭살이 돋는지 도저히 남 부끄러워서 실행에 옮기기가 힘들었다.


- 가까이 가도 되겠소, 나무토막 낭자?


미나미가 내게 눈을 흘기며 손바닥으로 물을 뿌렸다. 내 마음을 이해해달라는 무언의 의사 표시였다.


- 번지를 잘못 찾았소, 총각, 그대의 낭자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우릴 노려보고 있소...


아니나 다를까 아야코가 실눈을 뜨고 허리에 손을 올리고 나와 미나미를 노려봤다.

애들이 킥킥댔다. 지금껏 미나미 때문에 좌불안석(坐不安席)이었는데 미나미가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줘서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미나미, 니가 마음이 아프면 나도 아파...

미나미도 까닭 없이 원망하는 지청구를 부린다는 게 어색하고 튀어 보이는 게 걸리는 것 같았다. 원래대로 무심한 듯 무채색으로 일관하기로 마음을 다잡은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나로 인해 미녀 삼총사의 14~5년의 우정이 무너지기를 진정으로 바라지 않을 뿐이다. 내가 뭣이라고... 미나미 내가 잘할게. 우리 절친이잖아, 처제라 해도 좋고 처형이라 해도 좋고... 원하는 대로 불러 줄게...


- 목말 태워서 수건 뺏기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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