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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레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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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4.04.06 23:55
최근연재일 :
2014.06.22 18:05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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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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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글자수 :
137,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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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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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화. 어둠, 국경 정찰대장 로랑.

DUMMY

[서솜브라 국경 정찰대장, 로랑 로베르트가 명한다. 검을 거두고 나를 상석으로 인도하라.]

[정찰대원 조제, 명을 받들겠습니다.]



***



족장의 집, 집무실 겸 족장의 방.

구술형 경연을 마치고 돌아온 족장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믿기 어려운 보고서를 받았다.

족장은 보고서를 보자마자 보고서를 올린 이를 찾았고, 부름을 받은 남자는 어두운 밤의 장막을 헤치고 족장의 집으로 부리나케 달려왔다.


“이게 사실이냐?”


보고서를 읽던 족장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족장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남자는 방금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로랑이었다.


“어찌 보면 다행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수긍하기 힘들어.”

“하지만…, 제 눈으로 똑똑히 본 사실입니다.”


로랑은 진지한 눈빛으로 벨포흐 족장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족장은 미심쩍은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그만큼 로랑의 보고서는 충격적이었다.


“최소의 병력을 제외한 거의 모든 병력이 메리즈빌로 집결해있다니. 우리를 치려는 게 아니라면 뭐냔 말이냐.”


족장은 보고서를 집어던졌다.

하필 정찰대장을 뽑는 중요한 시기에 루즈에 대규모 병력 이동이라니.

족장은 지그시 이마를 눌렀다.

로랑은 보고서에 적을 수 없는 내용을 읊었다.


“솜브라를 공격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루즈가 만약 우리를 치려 한다면 적어도 우리의 태도를 감시하려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루즈는 마치 우리 보라는 듯이 대놓고 병력을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심지어….”


족장은 손을 들어 로랑을 제지했다.


“잠깐, 그건 네 생각인 게냐?”

“……네.”


잠시 고민을 하더니, 족장은 집어던진 보고서를 다시 주워들었다.

자기가 던지고 다시 자기가 줍는 모양새가 썩 좋진 않았다.

족장은 보고서를 수차례나 다시 훑어보고는 로랑을 불렀다.


“로랑.”

“예! 족장님!”

“계속 말해 보거라.”

“네, 서로에게 병력이 모인다는 사실을 숨기는 듯한 태도였습니다.”


로랑의 보고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찌하여 같은 루즈의 기사단끼리 서로의 움직임을 숨기는가.

족장은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주도 메리즈빌로 이동하는 병력은 총 두 무리였습니다. 정화 기사단이 한 무리, 그리고 주도 기사단과 수호기사단이 한 무리였습니다. 이상한 점은 주도 기사단과 수호 기사단은 정화 기사단을 피해서 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로랑은 차분하게, 하지만 자신이 본 내용에 대해 최대한 간결하게 설명하려 노력했다.

족장은 눈을 번뜩였다.


“그 말은, 내분이 있다는 것이냐?”

“믿기 어렵지만…, 그렇습니다.”


잠시의 침묵이 지난 후, 족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연히 믿기 어렵다. 순결주의를 지향하는 놈들에게 반란이나 내분은 가당찮은 이야기니라. 서루즈의 왕, 에마블이 폭정을 하는 것도 아니고. 미첼은 원칙주의자이기 때문에 반란은 절대 생각하지 못할 것이니라. 주도 기사단은 에마블의 아들이 기사단장이니 이 역시 반란과는 거리가 멀고, 수호 기사단이 왕자의 반란에 가담하는 건 불가능해.”


족장은 말을 멈췄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단 하나였다.


“그렇군! 양측 다 반란이 아니라는 건, 한쪽이 함정에 빠졌다는 뜻이니라!”


족장은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하였다.

루즈 기사단들의 이동, 그들이 왜 서로를 피하는지까지 마치 퍼즐이 맞추어지듯 하나하나 들어맞았다.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로랑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흥분한 족장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미첼을 모르느냐? 왕보다 대중의 인기를 끄는 게 미첼이니라! 왕의 입장에선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지. 미첼이 왕의 눈 밖에 났다고 밖엔 생각할 수 없어!

미첼이 함정에 빠졌고, 그래서 주도 기사단과 수호 기사단이 비밀리에 이동하는 것이야! 정화 기사단이 미첼을 따라 저항하는 걸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지.”


족장의 세세한 설명에도 로랑은 아직도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


“미첼은 왕의 입장에선 가장 충성스런 부하일 텐데요?”


로랑의 물음에 족장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이내 설명을 다시 시작했다.

족장의 눈빛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중요한 건 ‘미첼이 충성스러운가’가 아니니라. ‘미첼이 어떻게 보이는가’이지. 정화 기사단장은 영웅일 필요가 없어! 충실한 개가 되면 그만이니라!”

“족장님,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합니까?”


로랑은 물음에 족장은 서랍을 한참을 뒤졌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족장의 방을 채웠고, 잠시 후 족장은 만족한 표정으로 초록색 견장을 꺼내 들었다.


“정찰대장이 결정되기까진 임시로 네가 정찰대장을 맡아라.

그리고 정찰대장 선임에 대한 신임 투표를 네 주관으로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고, 최대한 많은 정찰대원을 동원하여 메리즈빌의 동태를 살피거라.”


그렇게 말하며 족장은 로랑의 어깨에 녹색 견장을 달아주었다.

로랑은 자신의 어깨에 견장이 달린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족장은 흐뭇하게 웃었다.


“설마, 제가 정찰대장인 겁니까?”

“중요한 보고를 한 것에 대한 상이기도 하다. 임시일 뿐이니 설레발은 치지 말거라.”

“넵! 족장님!”

“잘했다. 가보거라.”


조금 전까지의 심각한 보고 내용은 잊은 듯, 로랑은 히죽거리며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족장은 그런 로랑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앓던 이가 빠진 느낌이구나. 그렇지만, 마드레님이 주신 선물을 제 발로 걷어차다니…. 에마블 또한 멍청한 놈이구먼…. 조각상 성애자 같으니라고.”


서루즈를 대표하는. 아니, 루즈 전체를 대표하는 영웅인 미첼 크리스토프가 반역죄로 죽는다면 루즈 전체는 큰 충격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루즈족은 이런 혼란을 극복할 수 있는 오랜 비법을 가지고 있다.

차마 솜브라족은 따라 할 수 없는 비법.

내부의 분노를 외부로 터트리는 그것은 루즈가 제국을 건설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대대적인 공격이 있겠구나. 하긴, 평화가 너무 길었으니….”

‘첫 임무부터 조제가 많이 고생하겠구먼….’


뒷말은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바로 벽 하나를 두고 마니아코가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



-똑똑.


조제의 집.

거의 새벽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깊은 밤이다.

별빛만으로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지금, 한 남자가 조제의 대문을 두드렸다.

조제는 얼핏 잠에서 깼지만, 아직 무엇이 자신의 잠을 방해하는지까지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똑똑똑똑.


다소 과격할 수도 있는 노크 소리에 조제는 완전히 잠에서 깨었다.

조제는 화가 치밀어올랐다.


‘누구지.’


그 순간 조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시간에 조제를 찾을 만한 이는 없었다.

조제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은 채 검을 빼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날카로운 칼날이 창을 타고 들어오는 별빛을 반사했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조제! 일어나!”


로랑의 목소리였다.

조제의 긴장이 한순간에 풀렸다.

그러나 조제는 검을 내려놓지 않았다.


-덜컥!


걸쇠를 내리고 문을 열자, 로랑의 얼굴이 조제의 눈에 들어왔다.


“여어~! 조제~! 내가 말이야~ 으앗!”


로랑은 건들거리는 말투로 조제를 불렀다.

그러나 로랑은 기겁하며 뒤로 물러야 했다.

조제의 예리한 검이 그대로 로랑을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제는 검을 겨눈 채 성큼성큼 걸어 나왔고, 로랑은 검에 찔리지 않기 위해 허둥대며 뒤로 물러났다.


-콰당!


로랑의 발이 얕은 문턱에 걸리며 뒤로 나자빠졌다.

조제는 그제야 걸음을 멈추었고 조제의 칼날은 로랑의 코앞에서 흔들거렸다.


“야야! 조제! 너 왜 그래?! 갑자기!”

“하늘을 봐라. 이 오밤중에 자는 사람 깨운 저의가 뭐야? 적당한 이유를 대봐.”


조제의 짜증이 가득 섞인, 그리고 피곤한 목소리는 건들거리는 로랑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움찔거리는 조제의 눈썹은, 그가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는 방증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그게…. 너 임마! 직속상관에게 칼을 겨누다니! 무엄하다!”


망설이던 로랑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그 말을 들은 조제가 로랑을 칼로 찌르려 했기 때문이다.


“으왓! 진짜 찔릴 뻔했잖아!”


로랑은 가까스로 검을 피하며 다시 소리를 질렀고, 조제는 그제야 로랑의 어깨에서 못 보던 견장을 발견했다.

견장을 쳐다보는 조제를 보며 로랑이 다시금 건들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벌떡 일어났다.


“크흠! 서솜브라 국경 정찰대장, 로랑 로베르트가 명한다. 검을 거두고 나를 상석으로 인도하라.”

“정찰대원 조제, 명을 받들겠습니다…. 라고 할 줄 알았어? 어디서 견장을 주워가지고!”


다시 날아드는 조제의 검날을 두세 번씩 피해가며 로랑은 비명을 질렀고, 급하게나마 ‘임시’로 정찰대장이 되었음을 시인하며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로랑의 설명에 조제는 겨우 수긍을 하며 검을 거두었고, 조제는 로랑을 방에 들였다.

로랑은 놀란 가슴에 물을 찾았고, 조제는 물을 따라주며 물었다.


“그러니까…. 네가 지금 정찰 대장이고, 그걸 자랑하려고 이 깊은 새벽에 자는 사람을 깨운 거야?”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자랑이라기보다는 지휘체계가 바뀌었다는 걸 알려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랄까?”


조제의 눈썹이 심하게 움찔거렸다.


“조제! 그래도 이제 내가 네 상관이라고! 자꾸 그런 식으로 노려볼 거야?”

“…….”

“아, 미안해! 나 이따 새벽같이 정찰대원들 이끌고 나가야 해서 자랑할 틈이 없었어. 그래서 그런 거야.”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아, 조제. 글쎄 미첼 말이야….”


로랑은 족장과 나눈 이야기를 가감 없이 조제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조제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로랑은 이제 내일부터는 얼굴 보기가 힘들어질 거라는 둥 심드렁한 표정으로 하소연했다.


“그나저나 마니아코가 좋아할지 슬퍼할지 모르겠네.”

“왜? 조제?”

“마니아코가 미첼이라면 이를 갈고 있잖아. 반역이라면 미첼 가문 전체가 루즈 땅에서 삽으로 퍼질 테니까 말이야.”

“다 죽을 텐데 손 안 데고 코 푸는 건데 좋겠지 뭐.”

“마니아코는 직접 손을 데고 코를 풀고 싶을 테니까.”

“아! 그런가?”


조제의 말에 로랑이 손뼉을 쳤다.


같은 시각.

족장의 집, 마니아코의 방.

마니아코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빌어먹을….’


처음부터 마니아코는 잠들어 있지 않았다. 미세하게 느껴지는 갈비뼈의 통증 때문이기도 했고, 족장의 목소리가 워낙에 컸기 때문이기도 했다.


‘자비에 대장의 복수가….’


마니아코는 얼굴의 긴 흉터에 손을 가져다 댔다.

꺼끌거리는 피부의 한쪽 면이 움푹 패여 있었다.

이미 아문지도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의 통증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리고 나의 복수가….’


미첼이 죽는 건 반길 일이었다. 그러나 마니아코는 그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멍청한 놈, 그러게 적당히 까불지!’


마니아코는 밤새도록 이글거리는 분노와 터질 듯한 통쾌감이라는 감정의 혈투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그런 마니아코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하늘은 점차 새벽빛을 받아 밝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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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17화. 빛, 함정. +2 14.06.18 445 1 11쪽
» 16화. 어둠, 국경 정찰대장 로랑. 14.06.15 340 0 12쪽
21 15화. 빛, 딜레마. 14.06.11 393 0 15쪽
20 14화. 어둠, 슬픈 현실. 14.05.18 198 2 11쪽
19 13화. 빛, 오(汚)를 들키다.(下) +2 14.06.08 476 2 11쪽
18 12화. 어둠, 미녀 군단, 그리고 조제, 그리고 마니아코. 14.06.07 213 0 13쪽
17 11화. 빛, 오(汚)를 들키다.(上) 14.06.01 169 0 12쪽
16 10화. 어둠, 두 번째 경연.(2) 14.05.31 303 0 13쪽
15 10화. 어둠, 두 번째 경연.(1) 14.05.25 382 0 12쪽
14 9화. 빛, 절대 선의 부정. 14.05.24 290 0 14쪽
13 8화. 어둠, 첫 번째 경연.(2) +2 14.05.18 398 9 13쪽
12 8화. 어둠, 첫 번째 경연.(1) 14.05.17 386 2 13쪽
11 7화. 빛, 오(汚)를 받아들이다. 14.05.11 372 1 13쪽
10 6화, 어둠, 사(四)인의 후보. 14.05.04 400 3 16쪽
9 5화. 빛, 오(汚)를 깨닫다. 14.04.30 422 2 14쪽
8 4화. 어둠, 차기 국경 정찰대장. 14.04.29 237 3 17쪽
7 3화. 빛, '오(汚)'를 느끼다.(2) 14.04.29 342 5 12쪽
6 3화. 빛, '오(汚)'를 느끼다.(1) 14.04.28 372 4 10쪽
5 2화. 어둠, 국경 정찰대장 라주르 자비에.(2) 14.04.28 411 3 11쪽
4 2화. 어둠, 국경 정찰대장 라주르 자비에.(1) 14.04.27 327 4 9쪽
3 1화. 빛, 정화 기사단장 크리스토프 미첼.(2) 14.04.27 342 7 12쪽
2 1화. 빛, 정화 기사단장 크리스토프 미첼.(1) 14.04.17 612 11 11쪽
1 프롤로그. +8 14.04.12 919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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