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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레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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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4.04.06 23:55
최근연재일 :
2014.06.22 18:05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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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3
추천수 :
81
글자수 :
137,227

작성
14.04.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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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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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4화. 어둠, 차기 국경 정찰대장.

DUMMY

[내 삶을 지켜준 좌우명이 있다.]

[뭔진 몰라도 이젠 네 삶을 빼앗아 간 좌우명이 되겠군.]

[명예롭게 죽어라. 그렇다면 모든 이가 너를 위해 울 것이다.]

[개죽음도 명예롭다고 볼 수 있나?]



***



장례식을 마친 며칠 뒤. 조제는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에는 고민의 기색이 가득했다.


‘잘…. 한 걸까?’

어렵사리 만들어진 화해 분위기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것 같아 조제는 심기가 불편하였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서일까.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발걸음 소리가 조제의 방까지 막힘없이 이어졌다. 대문 밖에서 여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을 닫는 소리가 나지 않은 걸로 보아 이는 필시.


“로랑. 노크는 좀 해라.”

조제는 눈을 뜨지도 않고 말했다.


“너 귀신이냐?”

“귀신 맞아. 로랑 잡아먹는 귀신. 그러니까 좋은 말 할 때 다음부터는 노크는 하고 다녀라. 대문도 좀 닫고 다니고.”


조제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걸터앉았다. 로랑은 맞은편의 작은 의자를 끌고 와 엉덩이를 내던졌다.


“게시판에서 봤다. 너 정찰대장 지원자 명단에 있더라.

“벌써 공문 올라왔냐?”

“응. 읽어봐.”


로랑은 품에서 공문을 꺼내 조제에게 던졌다. 종이는 바람의 저항에 가로막혀 둘 사이로 힘없이 떨어졌다.

조제는 종이를 집어 들었다.


“의외네. 클리앙과 로브스터도 지원했네.”

“참가에 의의를 두는 거겠지. 어차피 들러리야. 지금 빅 매치는 걔들이 아니거든.”


로랑은 씩 웃었다. 그때 머리카락 몇가닥이 얼굴로 흘러내렸고 로랑은 입으로 머리카락을 후- 하고 불어 다시 뒤로 넘겼다. 잘생긴 얼굴뿐만 아니라 행동에서도 타고난 ‘끼’가 느껴졌다.

조제는 그런 로랑의 모습에 실소했다.


“너도 참…. 그럼 누가 빅 매치인데?”

“너랑 마니아코지! 거기 이름이 네 명밖에 더 있냐?”

“알아.”


조제는 웃었다. 로랑은 그 모습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로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저장고의 뚜껑을 열었다.


“센 척은…. 근데, 너 밥은 먹었냐?”

“아니, 아직.”

“뭐 좀 먹자. 배고프다.”

“제 마음대로 남의 저장고나 뒤지고…. 너희 집에 밥 없어?”


조제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이야기했지만, 딱히 로랑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로랑은 말린 세부홀*을 꺼내 들었다.

거의 팔뚝만 한 크기.

조제의 저장고 안에서는 제일 큰 물건이었다.


“안 돼. 비싼 거야. 내려놔라.”

“아껴서 뭐하냐?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로랑은 말린 세부홀을 먹기 좋은 크기로 찢었다. 굴러다니는 접시에 대충 담고 나머지는 조제에게 건넸다.

로랑은 찢긴 세부홀을 질겅질겅 씹었다. 시큼한 맛이 강했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로랑은 접시를 손에 들고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조제를 바라보았다.


“너 홧김에 한 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 지원할 줄은 몰랐다.”

“홧김에 한 말 맞아. 그래도 난.”

“알아. 넌 입 밖에 내뱉는 말 지킨다는 거.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망이 없어. 너도 그냥 참가에 의의를 두도록 해.”


로랑은 입에 걸리는 세부홀의 껍질을 뱉어냈다.

먹어도 무방하지만, 입에 걸리는 느낌이 좋지 않아 찢기 전에 미리 벗겼어야 했는데, 로랑은 세부홀을 찢으며 그 부분을 놓쳤다.

조제는 그런 로랑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뭐가 가망이 없어?”

“너 기억 안 나냐? 마니아코랑 싸웠을 때.”

“마니아코랑 싸울 때 했던 ‘말’ 말이야?”

“그래! 멍청아! 대원들이 그런 소리나 지껄이는 너를 뽑아주겠냐? 그러니까 로브스터나 클리앙도 만만하게 보고 지원한 거 아냐!”


로랑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조제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 신경 쓰지 않아. 사실을 말한 거잖아. 정확히 이야기하면 루즈족은 우리를 ‘더러운 마귀’라고 부르긴 하지만.”

“악마라고 부르기도 해. 그게 아니라…. 너도 참…. 생각이 없다. 대원 대부분이 루즈에게 가족을 잃었는데, ‘우리도, 그들에겐 악마니까’ 라고 지껄이는 놈을 누가 뽑아주겠느냐고.”

“그렇다고 대원들을 사지로 몰아가려는 놈을 뽑는 것도 우습지 않아?”


로랑도 마니아코로부터 ‘내 사람이 되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조제의 말을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마니아코 말하는 거야? 그래도 마니아코가 자비에 전(前) 대장과 성향이 많이 닮았어. 모두 그를 따를 거라고.”


자비에 대장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뛰어난 무력, 그리고 불같은 성격으로 대원을 대했고 적을 대했다.

그런 그의 모습은 모든 대원을 사로잡았고, 또 존경 또한 받았다.

그리고 그런 성향은 마니아코도 비슷했다. 그랬기에, 사람들은 마니아코를 잠재적인 차기 대장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침착하며 상황 판단 능력이 뛰어난 조제를 마니아코의 부관 정도로 생각하는 일이 많았다.


“마니아코 말하는 거 맞아. 투표는 져도 좋아. 어차피 전체 평가에서 삼 할뿐이 차지하지 못하니까.”

“나머지 칠 할에서 네가 앞설 수 있다고?”

“신체능력과 위기대처능력 측정이 오 할이야. 나머지 이 할은 대족장 평가지.”


로랑은 세부홀의 껍질이 입에 걸려 계속해서 입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세부홀이 크다는 것에만 관심이 팔려 기본적인 것을 잊고 손질한 결과였다.

로랑은 몇 번 입안을 게워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마니아코의 아버지가 족장이라는 건 잊었어?”

“그래봤자 나머지 오 할에서 압도하면 돼.”

“그래. 나머지 오 할은 마니아코가 압도하겠지.”


조제는 눈썹을 찡그렸다.


“저의가 뭐야?”

“저의? 네가 나중에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 봐서 그렇지.”

“상처받지 않아. 내가 이길 테니까. 이럴 시간에 마니아코를 걱정해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마니아코가 만약 이긴다면?”


로랑은 조제의 빈정거림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되물었다.


“결과에 승복해야지.”

“네가?”

“응. 어차피 선의의 경쟁이야. 마니아코와 싸우기는 했지만, 우린 십년지기 친구야. 결국, 화해하게 되어있어. 남자의 싸움은 누군가 승자가 있어야 끝나잖아. 이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조제는 이미 결과에 승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승복할 생각은 없었다.

조제는 ‘경쟁’이란 단어와 ‘승자’라는 단어를 말 할 때 붉은 눈동자가 유독 반짝거렸다.

로랑은 그런 조제의 눈빛을 미처 읽지 못했다.


“네가 그런 이야기를 하다니 의외다?”

“사실 아닌가?”

“며칠 전까지 죽자고 으르렁댈 때는 언제고…. 네가 원래 그런 놈이란 건 알았지만, 그래도 너무 무난한 것 아냐?”


로랑은 다시 세부홀 조각을 입에 넣으며 물었고 조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가?”

“그렇다고 승부욕이 없는 것 같지도 않고. 읍! 에잇! 퉤! 안 먹어!”


세부홀의 껍질이 입에 자꾸 달라붙는지, 로랑은 억지로 입을 게워내며 접시를 내동댕이쳤다.

죄 없는 음식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객관적이기에 위기 대처능력만큼은 압도할 거다. 그리고 그거 다 치우고 가라.”


조제는 바닥을 스윽 하고 가리켰다.

로랑은 순간 아차 싶어 엉거주춤한 자세로 멈췄다가 다시 의자에 궁둥이를 붙였다.


“알았어…. 미안해. 그리고 위기 대처능력이라면…. 그건 나도 인정한다. 네가 대장이 되면 절대 쉽게 대원들이 죽어나진 않겠지. 어쩌면 우리 모두 장수해서 마흔 살 까지도 살 수 있을지도 몰라.”

“그보다 부탁이 있어. 로랑.”

“뭔데?”


조제는 로랑과 다르게 세부홀 조각에서 껍질을 분리한 후에 입에 던져 넣었다.

시큼하지만 짭조름한 독특한 육즙이 침에 분해되어 입안 가득 퍼졌다.


“결혼 세 번만 더 해라.”

“그게 무슨 헛소리야?”


예민한 부분을 자극하자 로랑이 발끈해 소리쳤다.

조제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 집 대문 앞에 저렇게 많은 여자가 모이게 될 줄은 몰랐어. 그렇다고 고맙진 않아. 이미 아내가 세 명이나 있는 네 덕에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거니까. 글쎄…. 야속하달까.”


조제는 그렇게 말하며 세부홀 조각을 하나 더 입에 털어 넣었다. 물론 껍질을 손으로 조심스럽게 벗겨낸 것은 당연한 일, 로랑은 그제야 자신도 세부홀의 껍질을 벗겨내고 입에 넣기 시작했다.


“근데 나보다는 저 여자들이 널 더 야속하게 생각할 것 같아. 너 때문에 쓸데없이 결혼을 못 하고 있으니까. 그중에 세 명만 구해주면 나머지 여자들은 너를 깔끔히 포기할 수 있지 않을까?”

“벌써 구해준 여자가 세 명이다.”

“결혼 더 하기 싫으면 나가서 대문 좀 닫고 와. 정신 사납다.”

“네가 닫아. 네 집이잖아.”

“내 얼굴을 보고 실망하는 여자들의 표정은 별로 보고 싶지 않아.”


로랑은 두 손 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저어가며 몸을 일으켰다.

로랑이 대문에 다가가자 여자들의 비명이 들려왔고 로랑은-이건 천성이다.- 매너 좋은 미소로 하나하나 인사를 하고는 대문을 닫고 들어왔다.


“넌 루즈족으로 태어났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로랑은 또다시 발끈했다.

농담으로라도 듣기 싫은 소리였다.

하지만 조제가 루즈족에 대한 적개심이 다른 솜브라인들에 비해 적다는 것을-다른 솜브라인들과 비교를 한다면 사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잘 알기에 로랑은 그 정도 선에서 화를 내는 걸 멈췄다.


“걔들은 일부일처제잖아. 그래서 유부남은 쳐다도 안 본다며?”

“매력적인 이야기네. 근데 별로 듣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야. 루즈족으로 태어난다니. 태어나면서부터 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으로 이야기하는 놈은 되고 싶지 않다. 네 말은 알아듣겠지만, 앞으론 그런 말은 하지 마.”


로랑은 정색하며 이야기했고, 조제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정찰대장 이야기를 하러 온거라면 이제 돌아가. 난 낮잠이나 더 자야겠어.”


조제는 벽 쪽으로 몸을 돌려 누웠다. 로랑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몸을 돌려 조제의 등을 보았다.


“조제.”


조제는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로랑은 계속해서 조제를 불렀고 결국.


“왜?”


로랑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등을 돌리고 있는 조제가 로랑의 표정을 볼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조제, 난 널 지지한다.”

“넌 마니아코를 위해 싸운다고 하지 않았나.”

“맞아.”

“그럼 배신하겠다는 거야?”

“그런 게 아니야. 마니아코를 위해서야.”

“아깐 나보고 포기하라며?”

“떠 본 거였어.”


조제는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마니아코가 크게 실망할 텐데.”

“그때 본 그놈은 정말 무서운 놈이었어.”

“그 미첼이라는 루즈족 기사 놈 말이야?”

“그래 맞아. 조제, 난 살면서 그렇게 강한 놈은 본 적이 없다.”


로랑은 몸을 떨었다. 조제는 몸을 돌려 로랑을 바라보았다. 한기가 이는 팔을 쓸어내리며, 로랑은 어렵사리 말을 이었다.


“자비에 전(前) 대장도 실력이라면 어디가라면 서러울 정도였어. 근데 대장이 겨우 두 합(合) 만에….”


로랑은 다시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검붉은 평원.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백에 가까운 루즈의 정화기사단이 그들을 애워쌌고 있었다.

두 배는 가볍게 넘기는 숫자였다.

자비에는 혀를 찼다.

빨리 촌락으로 돌아가려다 후방 경계가 부실했던 것, 그것이 실수였다.

그들 앞에 선 푸른 눈에 은빛 갑옷을 입은 남자, 정화 기사단장 크리스토프 미첼이 웃고 있었다. 붉은 눈의 거한, 자비에는 앞으로 나섰다.


[결투를 신청한다, 미첼!]

[얼마든지! 자네의 소문은 익히 들었지. 한번 붙어보고 싶었네.]


크리스토프는 검을 빼 들었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내 부하들을 보내주어라.]

[반대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겨야 풀어주지.]

[자네가 어차피 전멸시킬 거라면 난 총공격을 지시할 것이다. 너희들도 막대한 피해를 당하게 되겠지.]


자비에의 말에 크리스토프는 인상을 썼다.

흥정을 하자는 이야기였다.

솜브라의 정찰대원들을 일망타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화기사단도 큰 피해를 감내해야 했다. 게다가 정찰대장인 자비에를 놓치게 된다면 차후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일이었다.

크리스토프는 결단을 내렸다.


[흐음…. 자비에. 네가 경비대장이 된 지도 벌써 3년째군. 그동안의 정을 보아서라도 네 소원은 들어주도록 하지. 대신 넌 살아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마라.]

[고맙다, 미첼. 지옥에서도 너를 다시 만난다면 내 마드레님께 꼭 너의 선처를 부탁해보도록 하지.]


자비에는 커다란 양손도끼를 어깨까지 들어 올렸다.

예리한 날이 볕을 받아 음산하게 반짝거렸다.

크리스토프는 별 감흥이 없는 표정으로 브로드 소드를 들어 올렸다.


[마드레님께서 지옥을 만드신 이유를 아직도 모르나? 부정한 솜브라의 영혼이 갈 곳이 없어 만들었다는 걸 말이야. 루즈인은 그곳에 갈 일이 없지. 그러니까…. 이 시간이 우리의 마지막 시간이라네.]


합의가 이루어졌으니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 크리스토프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었다.

자비에는 도끼를 들고 크리스토프에게 쇄도하였다.


[하압!]


자비에 대장은 거대한 양날 도끼를 휘둘러 미첼을 내리쳤다.


[쿵-]

하지만 크리스토프는 떨어지는 도끼를 피하지 않았다. 한 손으로 브로드 소드를 들어올려 도끼를 받아냈다.

자비에가 눈을 크게 떴다.

가볍게 막힌 도끼. 물리적 법칙을 무시하는 힘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손으로 도끼 손잡이를 낚아챘다. 자비에는 순간 당황했고, 미첼은 허점을 놓치지 않았다.

미첼은 자비에의 가슴을 발로 걷어찼다.


[자비에, 많이 실망스러운 실력이군. 소문은 과장된 것이었나? 아니면 이게 부정한 솜브라의 한계인건가?]


나뒹굴어진 자비에를 보며 크스토프 미첼은 빈정거렸다.

미첼의 오른손엔 커다란 브로드소드가, 왼손엔 자비에의 양날 도끼가 들려 있었다.

자비에는 단검을 뽑아들며 소리쳤다.


[내 삶을 지켜준 좌우명이 있다.]

[뭔진 몰라도 이젠 네 삶을 빼앗아 간 좌우명이 되겠군.]

[명예롭게 죽어라. 그렇다면 모든 이가 너를 위해 울 것이다.]

[개죽음도 명예롭다고 볼 수 있나?]

[비겁하게 살아라! 그렇다면 모든 이가!]


자비에는 단검을 들고 미첼에게 쇄도했다.

미첼은 순식간에 몸을 돌려 자비에의 등 뒤에 섰다. 그리고 자비에의 도끼를 들어 자비에의 등을 내리찍었다.

로랑은 놀라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너무 허망하게 무너졌다. 자비에는 쓰러진 채 가까스로 말을 이었다.


[모…. 모든 이가 너를…. 비웃을 것…. 이다.]

[하핫, 명복을 빌지, 자비에. 너 같은 마귀에게도 갈 수 있는 천국이 있다면 말이지.]


미첼의 말에 정찰대원들은 분개했지만, 차마, 그 누구도 섣불리 나설 수 없었다. 여기서 나선다면, 자비에가 목숨을 내버린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자비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


[고맙다…. 내 부하들을…. 보내주어라….]

[싫다.]

[뭣!? 이…. 이놈….]


자비에는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미첼의 브로드 소드가 자비에의 심장을 꿰뚫었기 때문이다.


[너는 폰도하고도 약속을 지킬 놈이군. 잘 가라. 외롭진 않을 것이다.]


그 뒤부터는 필름이 끊긴 듯,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학살은 끝나있었다.

그나마 마니아코와 조제가 후방의 길을 뚫지 않았다면 반수가 아니라 정찰대원 전체의 운명이 달라졌을 거라며 대원들은 이야기했다.


“조제.”

“…….”

“정찰대장이 되면 마니아코는 죽을 거야.”

“알아.”

“네가 대장이 되어줘.”

“될 거야. 오지랖 부리지 말고 이제 가 봐.”


조제의 말에 로랑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조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나중에 보자.”

“잠깐, 로랑.”


조제는 로랑의 팔을 붙잡았다.

로랑은 발걸음을 멈추고 조제를 돌아보았다. 조제의 턱짓을 따라가 보니 바닥이 보였다. 아까 로랑이 집어던진 세부홀의 조각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조제는 단호하게 말했다.


“치우고 가.”


작가의말

※용어 설명.


*세부홀 : 부드럽고 애벌레같이 생겼다. 손가락 크기부터 팔뚝만한 것까지 다양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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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화. 빛, 정화 기사단장 크리스토프 미첼.(2) 14.04.27 34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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