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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레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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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4.04.06 23:55
최근연재일 :
2014.06.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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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2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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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어둠, 두 번째 경연.(1)

DUMMY

[네 적은 내가 아니라 루즈족이라고!]

[지금은 네가 내 적이다!]

[진짜 적은 내가 아니잖아. 살기 좀 죽여라, 마니아코.]

[적을 적이랄 것도 없다는 놈도 적이다!]



***



이틀 후, 다시 자갈 언덕이 있는 공터.

마니아코의 영웅담이 퍼지고,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대부분 영웅담에 붉은 눈동자를 반짝일만한 십대 아이들이거나, 남편감을 찾아 나선-엄밀히 말하면 로랑이 이곳에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처녀들이 새로 늘어난 사람의 대부분이었다.

이런 많은 인파에 로브스터는 불편함을 느꼈다.


“젠장! 완전히 호구로 낙인 찍혔겠네. 뭘 봐! 이 멍청아!”

“로브스터, 적당히 좀 하자.”

“크흠, 남이사…. 에휴…. 쪽팔려!”


생명의 은인이기도 한 마니아코의 말에 로브스터는 투덜대면서도 더는 불평을 하지 않았다. 로브스터의 투덜거림을 뒤로 하고 족장이 자갈 언덕 위로 올랐다.


“오늘은 대족장님께서 나오셨으니 모두 예를 갖추시오!”


수백의 인파가 일제히 한쪽 무릎을 땅에 꿇었다. 장정의 손에 이끌린 뚱뚱한 노인이 자갈 언덕 위로 힘겹게 올라갔다.

노인이 장정의 손을 놓치는 바람에 하마터면 뒤로 나자빠질 뻔했지만, 장정의 능숙한 왼손이 노인의 등을 떠받치며, 우스꽝스러운 상황은 다행스럽게 피해갈 수 있었다.


“대족장님은 우리 증조할아버지도 만났을지도 몰라.”

“조제, 들은 이야기인데, 대족장님이 마드레님의 둘째 아들이라고 하더라고.”


조제의 말에 로랑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충분히 그럴 만도 한 게 대족장의 진짜 나이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은 대족장이 이미 늙고 난 이후에 태어났기에 대족장은 마치 마드레의 바위처럼 태고부터 존재하는 이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럼 첫째 아들은 누군데, 로랑?”

“물론 군장님이지!”


로랑은 조제의 말을 일축했다.

솜브라의 각 마을엔 촌장이 있다. 이 촌장들이 모여 하나의 부족을 이루고 그 족장이 있고 그 족장이 군집하여 대족장의 휘하에 있다.

동서남북, 네 명의 대족장은 유일한 군장을 받들어 모신다.


“군장님을 본 적이 있어?”

“조제, 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로랑의 말에 조제는 물론 주변에 있던, 심지어 애처 들리지 않는 척 고개를 돌리고 있던 마니아코마저 귀를 기울였다.

로랑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입을 열었다.


“소문에 의하면 우리 대족장님도 군장님의 젊을 적 모습은 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

“그런 뜬 소문은 믿지 마.”

“진짜라니까!”

“로랑, 넌 군장님을 실제로 본 적도 없잖아?”

“그럼 너는 봤냐?”


이들 중에 실제로 군장님을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소문에 의하면 뼈가 앙상할 정도로 마르고 퀭한 노인이라는 설과, 이미 신이 되어 하늘의 자리에서 솜브라의 지휘를 하고 있다는 설이 있었다.

물론 자잘하게 폰도가 군장님이라든지, 인섹트를 타고 다닌다든지 하는 허황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

그나마 가장 유력한 것은.


“본 적은 없어. 그래도 내 생각엔 그냥 오래 사신 노인장이다 싶은 정도지, 마드레님의 첫째 아들은 말도 되지 않아.”

“적어도 500살은 되지 않을까 싶어, 조제.”


로랑의 특별한 믿음에 실망한 마니아코도 세웠던 귀를 내렸다.


“자, 자! 조용들 하시오! 경연 참석자는 앞으로 나오시오!”


족장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군중들의 웅성거림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경연 참가자들은 하나둘씩 군중의 무리를 뚫고 자갈 언덕 앞으로 나왔다.


“잘해, 조제! 마니아코!”


로랑의 외침을 뒤로하고 조제와 마니아코 역시 자갈 언덕 앞으로 올라갔다.

먼저 자갈 언덕 등정에 성공한 대족장은 마치 솜브라 최고(最高)의 산인 다대오산을 오른 전사처럼 숨을 헐떡거렸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조제에게 손을 내밀었다.


“헉헉, 자네가…, 자네가 마니아코…, 인가? 소문은, 헉헉, 들었네! 대단했다더군, 헉헉.”


대족장의 엉뚱한 물음에 조제와 마니아코는 동시에 대답했다.


“아니요, 저는 조제입니다. 조제, 베르나르라고 합니다.”

“제가 마니아코입니다! 벨포흐 족장의 아들입니다!”


대족장은 몇 번 ‘뭐라고?’ 하고 되묻다가 뒤의 장정에게 ‘대체 저 친구들이 뭐라고 하는 거야?’ 라고 물었고 뒤의 장정은 마치 화통을 삶아 먹었다고 해도 믿을 만한 목소리로 ‘이 자가 조제, 저 자가 마니아코!’ 라고 말했다.


“헉헉, 내가 실수를 했군…. 나이가 들다 보니까, 헉헉, 이런다니까, 허허.”


대족장의 목소리는 참담할 정도로 작았지만, 의외로 그 목소리가 멀리 퍼져나갔다.

화통을 삶아 먹은 듯한 장정의 외침에 군중들이 놀라 침묵했기 때문이다.


족장은 이 침묵을 기회로 삼아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앞선 장정의 목소리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제일 뒷줄까지 목소리가 전달되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두 번째 경연에 대한 발표가 있겠소!”


군중은 저마다의 할 말을 뒤로 미룬 채, 족장의 말을 기다렸다.


“첫 번째 경연의 변별력이 사라졌기에 두 번째 경연에선 각자 최선을 다해주어야 할 것이오! 오늘은 겨루기를 할 것이오! 국경 밖에서 적을 만나면 맨몸으로 상황을 해쳐 나와야 할 것이오! 무기가 없는 상황….”


“이번엔 지쳤다는 둥 엉뚱한 소리 해선 안 돼, 마니아코.”

“까불지 마라. 그리고 말 걸지 마라.”


족장이 설명하는 사이, 조제가 마니아코를 슬쩍 놀렸다. 마니아코는 여전했다.

한편 장정들은 보통 사람이라면 세 명은 앉을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의자를 들고 왔고, 대족장은 들어가지 않을 듯 보였던 커다란 궁둥이를 힘겹게 의자에 끼워 넣었다.


“…경연 참가자들은 솜브라의 소중한 자산이므로, 눈을 찌른다거나, 물어뜯는다거나….”


족장의 지루한 설명은 계속되었다.

이외에도 등 전체가 땅에 닿으면 패배한다거나, 양쪽 어깨 중 한쪽이라도 당에 닿으면 패배한다거나 하는 규칙을 이야기했지만, 이 정도는 모두 알고 있었다.

설명이 끝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첫 번째 맨몸 겨루기는.


“클리앙 드보이스!, 조제 베르나르! 나오도록.”


조제와 클리앙이었다.

조제와 클리앙은 모래주머니를 둥글게 둘러친 겨루기 장의 양쪽에 서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대족장은 멍하니 있다가, ‘누가 마니아코라고?’ 하고 물었고, 족장은 몸을 돌려 나름 큰 목소리로.


“이번 차례는 마니아코가 아닙니다! 조제와 클리앙입니다!”

하고 말했다.


대족장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족장의 목소리에 집중하더니, ‘뭐라고?’ 하고 수차례나 되물었고, 족장은 같은 말을 네다섯 번씩을 해야 했다.

족장의 노력에 감복한 것인지, 대족장은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뒤의 장정에게 ‘저 친구가 뭐라고 하는 거야?’ 라고 물었다.

장정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둘 다 마니아코가 아님!’ 하고 소리쳤고,

대족장은 이내 만족한 채 겨루기를 지켜보았다.


“조제, 미안해! 헤헤.”

“뭐가?”

“아프게 할 것 같아서.”

“나를 건드릴 수 있을까? 네가 워낙 뚱뚱해서 힘들 것 같은데, 클리앙.”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조제보다 머리가 두 개는 높고 허리가 세 배는 두꺼운 클리앙이 조제를 건드린다면 그건 안 될 말이었다.

조제와 클리앙은 신고 온 가죽신을 벗고는 겨루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모두 겨루기장 안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는.


“붙으시오!”


겨루기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클리앙은 무릎을 반쯤 구부린 후에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어차피 속도로 조제를 따라갈 수 없다면 선공을 내주고 조제를 잡는 게 정석이었다.


-타악!


조제가 걸음을 떼었다.

부드러운 모래의 감각이 조제의 발가락 사이를 파고들었다.

맨몸 겨루기가 조제에게 불리한 점이라면 바닥이 모두 부드러운 모래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쓰러졌을 때 충격은 줄여주겠지만, 속도를 내며 달리는 것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제는 모래를 튀어가며 클리앙을 중심으로 원을 돌듯 뛰었다.

겨루기장의 가장자리는 비교적 모래의 양이 적어 속도를 내는 데 그나마 유리했다.


-타다다닥!


조제의 발바닥이 지면을 때리는 소리가 숨죽인 군중들 사이로 울려 퍼졌다. 클리앙은 주변을 도는 조제를 따라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조제가 노리던 순간이었다.


“하압!”


조제는 몸을 구십 도로 틀었다.

조제가 달리는 방향이 클리앙의 정면을 향했다. 갑작스레 쇄도하는 조제에 클리앙은 당황했다. 채 몸을 다 돌리기도 전이었다.

클리앙은 조제를 움켜쥐기 위해 두 팔을 뻗었다.


-타닥!


클리앙의 손을 피해 품 안으로 파고든 조제. 클리앙은 웬 떡이냐며 조제를 끌어안았다. 조제는 클리앙의 목에 왼쪽 팔을 가져갔다.

조제의 왼쪽 팔뚝이 클리앙의 목젖에 직접 와 닿았지만, 그걸로는 어떠한 피해도 입힐 수 없었다.


“헤에, 조제! 내가 이겼다!”


조제의 신형을 손에 넣은 클리앙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조제 역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조제는 오른팔로 클리앙의 목젖이 닿은 자신의 왼팔을 때렸다.


-퍼억!


오른손의 힘이 왼팔에 그대로 실리자 조제의 왼팔은 하나의 지렛대가 되어 클리앙의 목젖에 예상할 수 없었던 강한 충격을 만들어 냈다.


“크윽!”


클리앙은 한껏 힘을 주던 팔에 힘이 풀려 스르르 조제를 놓아주었고, 조제는 쓰러지는 클리앙의 옆으로 뛰어내렸다.

완벽한 조제의 승리였다.


“다음은 로브스터 듀퐁, 마니아코 벨포흐!”


족장의 외침에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섰다.

장정은 눈치 있게, ‘오른쪽이 마니아코!’ 라고 외쳤고, 가죽신을 벗은 로브스터와 마니아코는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퍼억!


키의 차이가 힘의 차이는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로브스터, 그리고 근육질의 몸을 자랑하는 장신의 마니아코는 서로의 손을 맞잡고는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힘이면 힘, 속도면 속도, 어느 것 하나 밀릴 것 없는 두 사람이기에 겨루기는 쉽게 멈출 기미가 없었다.

이십여 분 정도의 아등바등 얽혀있는 시간이 지나고 마니아코가 몸을 일으켰다.

항복한 로브스터는 등을 땅에 붙인 채 일어나지 못했다.


겨루기 내용 자체는 로브스터가 좋았다.

군중들은 로브스터가 져주었다고 하기도 했고, 역시 체고가 높은 마니아코가 이겼다고 하기도 했다.

군중들의 시끄러운 토론을 멈추는 장정의 외침.


“승자는! 마니아코!”


우레처럼 울려 퍼지는 장정의 목소리에 군중들은 토론을 멈추었다.

반면, 그제야 승자를 알게 된 대족장은 무릎를 쳤다.


“옳거니!”


족장은 역시 대족장이 있고 없고가 군중의 집중도가 차원이 다르다는 데에는 크게 동의했지만, 그렇다고 ‘역시 대족장님!’ 이라고 엄지를 치켜드는 데에는 망설였다.

족장은 외쳤다.


“다음 겨루기는 승자, 조제 베르나르! 승자, 마니아코 벨포흐!”


겨루기의 승자를 가리는 경기였다.

조제는 몸을 풀며 겨루기장의 오른쪽에 섰다.

반대쪽의 마니아코는 느릿느릿 지친 걸음걸이로 나왔다.


“엉뚱한 소리 하지 말라고 했어, 마니아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말 걸지 말라고!”


조제의 도발에 마니아코가 이를 악! 하고 물었다.


“그런데 너 지쳐 보이는데?”

“지치지 않았어, 조제!”


하지만 마니아코는 지쳐 있었다.

클리앙과 단 한 합에 겨루기를 끝낸 조제와는 달리 마니아코는 온몸의 힘을 쏟아부으며 이십여 분이나 로브스터와 힘겨루기를 했다.

마니아코는 분노와 근성으로 체력을 극복하기로 다짐했다.


“네 재수 없는 아가리를 찢어 버리겠어, 조제!”


이윽고 마니아코가 가죽신을 벗고 겨루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다시 느껴지는 부드러운 모래의 감촉. 둘의 입장을 확인한 족장이 겨루기의 시작을 알렸다.


“붙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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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17화. 빛, 함정. +2 14.06.18 445 1 11쪽
22 16화. 어둠, 국경 정찰대장 로랑. 14.06.15 339 0 12쪽
21 15화. 빛, 딜레마. 14.06.11 392 0 15쪽
20 14화. 어둠, 슬픈 현실. 14.05.18 198 2 11쪽
19 13화. 빛, 오(汚)를 들키다.(下) +2 14.06.08 476 2 11쪽
18 12화. 어둠, 미녀 군단, 그리고 조제, 그리고 마니아코. 14.06.07 213 0 13쪽
17 11화. 빛, 오(汚)를 들키다.(上) 14.06.01 169 0 12쪽
16 10화. 어둠, 두 번째 경연.(2) 14.05.31 302 0 13쪽
» 10화. 어둠, 두 번째 경연.(1) 14.05.25 382 0 12쪽
14 9화. 빛, 절대 선의 부정. 14.05.24 289 0 14쪽
13 8화. 어둠, 첫 번째 경연.(2) +2 14.05.18 397 9 13쪽
12 8화. 어둠, 첫 번째 경연.(1) 14.05.17 386 2 13쪽
11 7화. 빛, 오(汚)를 받아들이다. 14.05.11 371 1 13쪽
10 6화, 어둠, 사(四)인의 후보. 14.05.04 399 3 16쪽
9 5화. 빛, 오(汚)를 깨닫다. 14.04.30 421 2 14쪽
8 4화. 어둠, 차기 국경 정찰대장. 14.04.29 236 3 17쪽
7 3화. 빛, '오(汚)'를 느끼다.(2) 14.04.29 342 5 12쪽
6 3화. 빛, '오(汚)'를 느끼다.(1) 14.04.28 372 4 10쪽
5 2화. 어둠, 국경 정찰대장 라주르 자비에.(2) 14.04.28 411 3 11쪽
4 2화. 어둠, 국경 정찰대장 라주르 자비에.(1) 14.04.27 327 4 9쪽
3 1화. 빛, 정화 기사단장 크리스토프 미첼.(2) 14.04.27 341 7 12쪽
2 1화. 빛, 정화 기사단장 크리스토프 미첼.(1) 14.04.17 612 11 11쪽
1 프롤로그. +8 14.04.12 917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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