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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레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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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4.04.06 23:55
최근연재일 :
2014.06.22 18:0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9,509
추천수 :
81
글자수 :
137,227

작성
14.04.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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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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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3화. 빛, '오(汚)'를 느끼다.(1)

DUMMY

[클로이, 너는 채집할 때가 아니야. 당장 집에 가서 이야기책을 써보는 게 좋을 것 같아. 10년을 넘게 함께 한 우리가 하마터면 속아 넘어갈 뻔 했으니 말야.]

[동화작가, 클로잉~ 왠지 느낌 있다앙! 어울려!]



***



오(汚).

마드레님의 신성한 기운을 더러운 붉은 강물로 바꾸어 마귀를 부르는 힘을 말한다.

물론 그것이 실존한다는 것은 보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역사 속에는 답이 있다.


오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처형을 당한 마녀.

끌로이 드보이스.

드보이스양은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여인이었고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부정한 솜브라의 손길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부정한 솜브라의 마귀는 그녀에게 오(汚)의 사용법을 알려주었고, 그녀는 벼락을 일으켜 세상을 뒤엎었다.

하지만 우리 루즈의 율법은 엄격했다.

우리는 수많은 희생을 치른 후에야 그녀를 법정에 세울 수 있었고, 그녀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렇지만 그 후폭풍은 여전했다.

오(汚)의 힘은 마귀의 힘으로…….


- 메리즈빌 주도 도서관 서기 ‘후아나’의 ‘역사와 전설. 그들의 상관관계’에서 일부 발췌.



***



“미첼 양?”


한낮의 태양을 즐기며 꾸벅꾸벅 졸던 클로이는 몇 번을 불리고 나서야 잠에서 깼다.

클로이는 잠결에 눈을 비비다 침 한 방울을 무릎 위로 똑 하고 떨어트렸다.

‘하음. 누구지? 오빤가?’


“미첼 양?”


크리스토프가 아니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클로이는 남자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엑?”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한 클로이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눈 앞에 있는 것은 오빠가 아니라 리즈베트의 남편, 주도기사단장 프랑수아 에마블이었다. 클로이는 대문 앞에서 침을 흘려가며 졸던 자신의 모습을 들킨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완전범죄는 있는 법.

클로이는 완전범죄에 대해 묘하게 재미있는 해석을 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기품있게 입을 열었다.


“형부, 안녕하세요. 여긴 어쩐 일이세요? 호호.”

“형님은 안에 계세요?”

“아, 오빠요? 프랑수아경이 왔다고 하면 좋아할 텐데. 오빠는 정화 나가셨어요….”


클로이가 아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내가 깜빡했네요. 하도 한량처럼 행동하다 보니까, 형님 바쁘신 건 잊고 살았군요. 하하.”

“그런데 무슨 일로 오신 거에요?”

“이상한 책을 발견해서…. 아닙니다. 다음에 다시 찾아올게요.”

“아, 괜찮아요! 제가 전해드릴게요. 오빠 책상 위에 놓아두면 되죠?”

클로이는 프랑수아의 짐보따리를 빼앗아들며 말했다.

프랑수아는 다소 당황한 듯 했다.

클로이는 그런 프랑수아에게.

“대신에….”

“네?”

“저 오늘 여기서 존 것은 언니에겐 비밀로 해주세요. 헤헤.”


프랑수아는 애초에 리즈베트에게 달려가 ‘클로이가 대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졸았노라’ 하고 이야기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 귀여운 소녀의 흥정에 넘어가 주는 것도 재미 있겠다 싶었다.


“좋아요. 대신 열어보기 없깁니다!”

거래가 성사되었다. 프랑수아는 손을 내밀었고, 클로이는 숙녀답게 조심스럽게 손수건을 꺼내 손을 가리고 프랑수아와 악수를 했다.


“자, 이제 짐 돌려주세요, 미첼양.”

“엥? 전해드리지 않아도 되나요?”

“이 짐이 전부 다 책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프랑수아는 짐보따리에서 조금은 작은, 폰도 가죽으로 만든 검은 주머니를 꺼내 내밀었다.

클로이는 주머니를 받아들며 크기보다 많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휘청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클로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겨드랑이에 주머니를 껴들었다.


“이 편지도 같이 놓아주세요.”

프랑수아는 그렇게 말하며 순식간에 편지를 써내려갔다.

클로이가 훔쳐볼 겨를도 없이 편지를 다 쓴 프랑수아는 역시 순식간에 편지를 접어 클로이가 들고 있는 검은 주머니 안에 톡 하고 집어넣었다.

그런 프랑수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클로이는 헤- 하고 웃었다.


“형부는 참 멋진 것 같아요.”

“네? 미첼 양! 지금 무슨 이야기 하시는 겁니까?”


프랑수아는 클로이를 놀릴 심산으로 짐짓 인상을 썼다.

클로이는 프랑수아의 태도를 깨닫고는 손사래를 치며 소리쳤다.


“에엑? 그런 뜻 아니에요! 얼마 전에 언니한테 들었어요. 형부 이야기요….”

“알아요. 하하. 농담한 거에요. 어떤 이야기를 들으신 거에요?”


프랑수아는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놀리지 마세요, 형부. 연애하시던 때 이야기를 들어서 그랬어요. 난 사실 형부가 저돌적이란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거든요….”

“하하, 리즈베트가 그런 이야기를 했나요? 참. 부끄럽네요.”

“정말 낭만적이에요.”


리즈베트에게 들은 프랑수아는 리즈베트보다 나이도 어리고 키도 작았지만 다부진 체격에 낭만적인 남자였다.

프랑수아는 크리스토프의 소개로 리즈베트를 만난 후 끝없는 구애와 애정 공세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여기까지라면 흔한 연애 이야기 중 하나였겠지만, 프랑수아는 달랐다.

보통 그러한 감정으로 집요하게 파고든 남자들은 대부분 금세 사랑이 식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프랑수아는 연애는 물론이고 결혼 이후에도 리즈베트에 대한 사랑이 전혀 식지 않았다.

리즈베트의 행복에 클로이는 휙 하고 시집가버린 언니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언니가 좋은 남자를 만났다는 것에 대한 감사와 행복이 더 컸다.


“미첼 양.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자세히 들어보고는 싶은데. 실은 제가 할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해요. 귀여운 미첼양에 대한 비밀은 무덤까지 가져갈테니까 형님께 잘 부탁드려요!”


프랑수아는 책을 열어보지 말라고 한 번 더 이야기하려다가 그 말은 이내 삼켜 버렸다. 괜히 소녀의 호기심을 자극할 필요는 없었다.


“아니에요. 아니, 약속은 지키셔야 해요. 호호. 그럼 살펴가세요!”

“그럼….”


프랑수아를 배웅하고 클로이는 몸을 돌렸다. 겨드랑이에서 느껴지는 책의 묵직함은 이질적이었지만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어찌 되었든 중요한 것이라는 프랑수아의 이야기가 생각난 클로이는 크리스토프의 서재로 종종걸음으로 걸어갔다.

아무도 없는 넓은 저택은 한편으로는 스산한 기분도 들었지만, 절대 범죄를 용납하지 않는 ‘루즈의 법’이 있는 한, 남의 집에 허락도 없이 발을 들이는 무뢰배는 있을 리가 없었다.

클로이는 거실을 지나 크리스토프의 서재로 들어갔다.


“윽…. 냄새….”


퀴퀴한 책 내음은 클로이를 이곳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일종의 장벽이 되었다. 나무가 없는 마드레의 땅에서 종이는 스콜로폰도의 날개를 갈아 펼쳐 만드는 것이 고작이었고, 그렇기에 시큼한 라브의 껍질 냄새는 학구열이 높지 않은 이에게 서재를 금단의 구역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클로이는 최대한 빠르게 프랑수아가 부탁한 책을 서재에 던져놓고 나오는 것에 중점을 두기로 맹세하며 서재로 진입하였다.


-투욱.


서두른다는 것이 실수였다.

프랑수아가 부탁한 책은 클로이의 품을 벗어났다.

클로이는 바닥에 떨어진 주머니를 서둘러 집어 들었다.


-후두둑.


급하게 들다가 주머니의 막힌 아래쪽을 집어 들었고 주머니는 내용물을 모두 토해내고 말았다.

떨어트린 책을 들어 올리려던 클로이는 자신도 모르게 책의 한쪽 페이지를 보게 되었다.


“응? 뭐지?”


펼쳐진 책 안에는 아무런 글씨도 쓰여 있지 않았다. 중요한 책이라던 그것이 내용물이 없는 빈 백지라는 사실에 클로이는 놀라면서도 호기심이 동했다.

여기저기 다른 페이지를 펼쳐보았지만, 그 안에 적힌 내용은 없었다.


“형부가 장난칠 사람은 아닌데….”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책이 중요할 리가 없었다.

클로이가 아는 프랑수아는 장난스럽긴 해도 실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클로이는 책을 보지 말라는 프랑수아의 말이 기억나 망설이다 결국 호기심에 굴복했다.


‘만약 한 글자라도 글씨가 보인다면 덮어버리면 되지. 그러면 문제 없잖아.’


클로이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책의 모든 페이지를 처음부터 한 장 한 장 넘겨 본 클로이는 그런 고민이 가당치 않음을 깨달았다.


‘모든 페이지가 전부 백지야.’


호기심이 사라진 클로이는 그대로 책을 덮어버렸다. 그리고 책을 들고 책상 위로 몇 걸음 옮겼다. 그 순간. 이해할 수 없는, 예전에 느꼈던 알 수 없는 기운에 휩싸였다.

정신을 차린 클로이는 눈을 떴다.


-출렁.


이 서재가. 아니, 온 세상이 붉은 강물 안에 잠겨 있었다.

클로이는 당혹스러웠다.

설마 언니가 말한 오(汚)를 느끼는 건 아닐까.

클로이는 뺨을 때려보려 팔을 들었지만, 물살은 클로이의 움직임을 굼뜨게 만들었다.


-부글부글.


클로이는 당혹스러워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입에선 물방울 소리만이 대신했다.


‘꺄악.’

-보그르르.


그렇지만 목소리는 붉은 강물에 막혀 어디에도 전달되지 않았다. 흐르는 강물은 클로이의 몸을 들어 올려 허공에 내동댕이치려 했다. 무어라도 잡아야 했다.

클로이는 팔을 사방으로 휘저었다.

그때 손에 무언가가 걸렸다. 무작정 손을 움켜쥐었고 시선을 돌려보니, 그것은 프랑수아가 부탁한 책이었다.


‘뭐지?’


클로이는 눈을 의심했다.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던 책의 표지에 처음 보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평소라면 그저 낙서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클로이는 그 글을 정확히 읽을 수 있었다.


[창조의 서.]


클로이는 눈을 의심했다. 이런 글은 배운 적도 하물며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그런데 클로이는 그 글을 읽을 수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일에 클로이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물살은 점점 강해졌다.

클로이는 붉은 물살에 밀려 서재의 구석, 책꽂이가 있는 곳에 부딪혔다.


-쿵!


클로이는 충격에 정신을 잃었다.


작가의말

프랑수아와 리즈베트의 커플은 연상연하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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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1화. 빛, 오(汚)를 들키다.(上) 14.06.01 17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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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8화. 어둠, 첫 번째 경연.(2) +2 14.05.18 398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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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4화. 어둠, 차기 국경 정찰대장. 14.04.29 237 3 17쪽
7 3화. 빛, '오(汚)'를 느끼다.(2) 14.04.29 342 5 12쪽
» 3화. 빛, '오(汚)'를 느끼다.(1) 14.04.28 373 4 10쪽
5 2화. 어둠, 국경 정찰대장 라주르 자비에.(2) 14.04.28 411 3 11쪽
4 2화. 어둠, 국경 정찰대장 라주르 자비에.(1) 14.04.27 327 4 9쪽
3 1화. 빛, 정화 기사단장 크리스토프 미첼.(2) 14.04.27 342 7 12쪽
2 1화. 빛, 정화 기사단장 크리스토프 미첼.(1) 14.04.17 612 11 11쪽
1 프롤로그. +8 14.04.12 919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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