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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꿈은글먹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사냥꾼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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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꿈은글먹
작품등록일 :
2021.12.15 18:23
최근연재일 :
2022.01.18 10:2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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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9
추천수 :
472
글자수 :
140,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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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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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5화. 학교의 생존자들 (3)

DUMMY

수색조들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정문에 도착했다.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경비원들 중에 백찬과 중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그들의 차례가 아닌 모양이었다.


“그럼 잘 다녀오십시오.”


문이 열리고 수색조들이 밖으로 나섰다.


“제가 선두에 서겠습니다.”


전도훈이 앞장서서 사람들을 이끌었다. 큰 도로를 지나, 바로 앞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폭이 넓은 골목이었다.


골목에 들어서자 전두훈이 모두를 멈춰 세웠다.


“몰려서 다니는 것보다는, 조를 나누어 구석구석 수색하는 것이 효율이 좋습니다. 그럼 이제 2인 1조로 나누겠습니다. 제가 정해주는 조대로 움직이면 됩니다.”


그가 조원들의 이름을 부르며 조를 정했주었다. 전도훈은 우성열. 나는 이태혁이라는 한 고등학생과 같이 다니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전도훈과 같은 조가 될 줄 알았는데, 전도훈은 우성열을 지목했다. 나는 생판 모르는 남과 같이 다니게 된 셈이고.


그래도 이태혁이라는 학생은 자진해서 수색조에 참여했다고 하는 것을 보아, 믿을 만한 사람처럼 보였다.


원래 학생은 수색조나 경비대에 들어갈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자진해서 참여한 것이니 용감하다고 할 수 있었다.


“다들 시계는 하나씩 가지고 계시죠? 주변으로 흩어져서 식량을 찾은 뒤에, 오후 2시까지 다시 이곳에 모이시면 됩니다.”


시계는 없지만, 휴대폰은 있었다. 비록 인터넷이 끊기긴 했어도 시간은 볼 수 있다.


전도훈의 설명이 끝나고 각 조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전도훈과 우성열이 구석진 곳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이 주변 지리는 제가 잘 알고 있어요. 저를 따라오세요.”


어디로 가야 할 지 갈팡질팡하고 있던 그때, 이태혁이 내게 말했다. 나는 이 주변에 뭐가 있는지, 지리를 잘 모르고 있다.


이태혁은 이 지역 학교에 다니는 학생인 만큼 지리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군말 없이 그를 따라갔다.


“이곳에 새로 오신 분이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네. 어제 들어왔습니다.”


“말 편하게 하셔도 돼요. 저도 그냥 형이라고 부를게요.”


“음, 알겠어.”


처음 보는 사이라 좀 어색하다 싶었는데, 다행이었다. 형 동생이면 그나마 부르기 쉬워질 것이다.


“그나저나 여긴 좀비가 거의 없네.”


골목에는 좀비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가다가 가끔 시체가 보일 뿐이었다.


“여기는 원래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에요. 저번에 좀비들이 갑자기 병원 쪽으로 몰려갔던 일 이후에는, 더욱 좀비가 없어졌어요.”


“좀비들이 무리를 지어서 다니는 모습. 너도 본 거야?”


“네, 그놈들이 지나가면서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놨어요. 저희 학교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모두 학교에 숨어서 망정이지, 밖에 나와 있었으면 좀비가 발견하고 몰려왔을지도 몰라요.”


학교는 내가 보이기에는 딱히 피해입은 곳이 없어 보였다. 좀비 무리가 지나갈 당시, 모두 학교에 숨어있어서 그런 거였구나.


좀비는 시각과 청각에 의존한다. 안 보이는 곳에 조용히 숨어있으면 그만이었다. 좀비들의 목표는 병원이니 학교를 지나쳐 바로 병원으로 갔을 것이다.


“근데, 형은 어디서 오신 거에요? 일행 중에 군인이랑 경찰이 있다고 들었어요.”


벌써 우리에 대한 소문이 학교 내에 퍼진 모양이었다. 새로 들어온 5명 모두가 총을 가지고 있는 것도 모자라, 경찰이랑 군인까지 포함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우리는 병원에서 왔어. 생존자 보호소로 지정된 그곳 말이야.”


“역시 그랬던 거군요. 그럼 병원의 상황은 더이상 물어볼 필요도 없겠네요...”


괜히 아픈 곳을 건드린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이태혁은 잠깐 침울해졌다가 금방 기운을 차렸다.


“도착했어요. 일단 여기부터 털고 가죠.”


이태혁은 한 마트 앞에서 멈춰 섰다. 골목에 있는 작은 마트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두컴컴한 내부가 보였다.


이제 전기가 끊어진 것 같았다. 학교 사람들도 밤에는 촛불 등을 켜거나 해서 빛을 만들어 냈었다.


지금은 아침이라 밖은 매우 밝은 편이다. 우리는 유리창에서 들어오는 빛에 의존해서 식량을 찾기 시작했다.


무기실에서 커다란 가방을 챙겨왔기 때문에 담을 공간은 충분했다.


“식수도 챙겨주세요. 얼마 전에 수도가 끊겼거든요. 이제 마트에 있는 생수에 의존해야 되요.”


냉장고가 가동을 중지했어도 물은 상하지 않는다. 나는 2L짜리 생수병을 가방에 4개 정도 넣었다.


제법 무게가 나가긴 했지만, 나 정도 힘이면 무리 없이 가지고 다닐 수 있다.


“그렇게 넣으면 안 무겁나요?”


그런 내 모습을 본 이태혁이 말했다.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


“이 정도는 거뜬하게 들 수 있어. 물은 내가 할 테니까, 너는 식량을 챙겨.”


“엄청 힘이 세시네요. 마치 전도훈 형 같아요.”


나를 전도훈과 비교해서 말하는 이태혁.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겼다.


“전도훈 내가 보니까 경비대와 수색조 관리도 맡을 만큼 능력 있어 보이더라. 너는 걔랑 친한 사이야?”


내 물음에 이태혁이 잠깐 뜸을 들이고 말했다.


“...딱히 친하진 않아요.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고요.”


왠지 이태혁은 전도훈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왜? 걔랑 친해지는 게 좋지 않아? 성격도 괜찮아 보이던데.”


“성격이 괜찮아 보인다고요? 잘못 생각하신 거에요.”


“음?”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이태혁. 그는 잠시 후 내게 말했다.


“제가 오늘 왜 수색조에 자진해서 참여했는지 알려 드릴까요?”


“뭔가 이유가 있는 모양이네. 알려줘.”


“사실은 전도훈을 감시하려는 목적으로 따라온 거에요.”


“감시라고?”


“네. 그럴만한 이유가 있거든요.”


그냥 보기에는 이태혁이 전도훈을 싫어해서 그런 것 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는 걸 보니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우성열 선생님이 이 학교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계시죠?”


“캠프를 관리하는 것 같던데.”


“정확하게 말하자면 캠프의 실질적인 리더라고 보시면 돼요. 처음 캠프 설립도 성열 선생님이 제안하신 거거든요. 지금까지 캠프를 위해 가장 힘써오신 분이기도 하고요.”


이태혁의 말을 들어보니, 우성열이 사람들이 인정하고 신뢰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사람 인품이 참 좋은 것 같았다.


“그게 전도훈을 감시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형도 알다시피 전도훈은 경비대와 수색조를 관리하고 있죠. 즉, 이 캠프에서 좀비들을 처리할 수 있을만한 사람들을 관리한다는 거에요.

그 말은, 성열 선생님이 사라지게 된다면 전도훈이 실질적인 리더가 된다는 소리예요. 그도 그걸 원하고 있고요.”


“음... 너무 섣불리 판단하는 거 아니야?”


이태혁의 말만 들어보면, 전도훈이 꼭 우성열을 몰아내고 싶어한다는 것처럼 들렸다.


“아니에요. 전도훈은 앞에서는 성열 선생님이랑 친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에서는 달라요. 전도훈이 성열 선생님 뒷담을 얼마나 많이 까는데요.”


“뒷담이라고?”


“경비원들이랑 몰래몰래 얘기하는 걸 들었어요. 그리고 그것 말고도 전도훈이 성열 선생님에 대해 안 좋은 짓을 하는걸 엄청 많이 봤어요.”


저 말이 사실이라면, 전도훈이 우성열을 몰아내고 싶어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만 없다면 자신이 실질적인 지배자가 되는 것이니까.


“성열 씨를 그렇게 걱정해주는 이유가 뭔데?”


“저희 반 담임선생님 이시거든요. 그런 좋은 분이 이 캠프의 리더가 되어야 해요. 전도훈이 그 자리에 올랐다가는 쫄딱 망하고 말 거에요.”


이태혁과 대화하는 동안 우리는 마트 안에 있는 식량을 충분히 가방에 집어넣었다. 이제 다음 마트로 갈 시간이었다.


“일단 알겠어. 거짓말처럼 보이진 않네. 나도 전도훈을 주의 깊게 보고 있을게.”


“감사해요.”


이태혁은 진심으로 고마워 보였다. 자신의 생각에 공감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딱히 없었던 모양이었다.


정말 진심을 담아 말하는 것을 보아, 거짓말처럼 들리진 않았다. 이태혁이 딱히 그럴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고.


“그럼 일단 다음 마트로 안내해줘.”


“네.”


이태혁은 뭔가 더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이었지만, 일단은 다음 마트로 나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골목을 걸어가고 있던 그때, 이태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형.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저는 전도훈이 있는 곳으로 가볼게요.”


“갑자기?”


“네. 원래 성열 선생님은 수색조에 참여하지 않으시거든요. 그 시간 동안 캠프 관리를 하시는 분인데, 오늘은 전도훈이 데리고 나왔어요.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에요.”


그러면서 이태혁은 당장 왔던 길로 되돌아가려고 했다. 나는 그런 그를 붙잡았다.


“잠깐, 갈 거면 같이 가자. 나는 이곳 지리도 잘 모른다고. 혼자 남겨질 바에는 너랑 같이 갈래.”


“정말요? 감사합니다!”


이태혁은 조금 감동받은 것 같았다. 감동할 필요까지야 없는데.


우리는 그렇게 왔던 길을 따라 되돌아갔다. 조를 짜고 각자 흩어졌던 골목 입구에 도착하고 나서는, 전도훈과 우성열이 갔던 골목으로 달렸다.


* * *


전도훈은 더욱 강하게 손에 쥔 야구 배트를 잡았다.


지금 바로 끝내야 했다.


일부로 어렵게 우성열을 학교 밖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우성열만 죽이고 나면, 전도훈이 리더가 될 수 있었다.


사람들한테는 좀비들에게 잡아먹혔다고 둘러 되면 되겠지. 이 세상은 그만큼 위험하니까.


전도훈은 오히려 그런 세상이 마음에 들었다.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억압받지 않아도 되는 세상.

누구 하나 죽여도 상관없는 세상.

자신이 권력을 쥘 수 있는 세상.


전도훈은 흥분감에 머리에 피가 쏠리는 것을 느꼈다. 진작에 이런 세상을 원하고 있었다.


어쩌면 좀비는 신의 축복일지도 몰랐다.


자, 이제 휘두르면 끝이다. 휘두르면 된다. 바로 앞에 우성열의 뒷통수가 보인다.


‘잘가라.’


전도훈은 있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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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진화하는 좀비들 (1) 22.01.07 238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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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생존자 보호소 22.01.04 265 13 11쪽
14 14화. 병원으로 (2) 22.01.03 263 13 11쪽
13 13화. 병원으로 (1) 22.01.01 292 14 12쪽
12 12화. 뜻 밖의 소식 21.12.31 299 14 11쪽
11 11화. 누구도 믿을 수 없다 (2) 21.12.30 341 12 13쪽
10 10화. 누구도 믿을 수 없다 (1) 21.12.29 312 13 12쪽
9 9화. 밖으로 나가다 21.12.28 315 15 12쪽
8 8화. 또 다시 고립 (2) +1 21.12.27 339 16 12쪽
7 7화. 또 다시 고립 (1) +2 21.12.26 372 16 10쪽
6 6화. 변종의 출현 +4 21.12.25 404 19 12쪽
5 5화. 지하철에서 (3) +1 21.12.24 413 23 12쪽
4 4화. 지하철에서 (2) +1 21.12.23 493 29 11쪽
3 3화. 지하철에서 (1) +7 21.12.22 579 43 14쪽
2 2화. 변종 바이러스 (2) +7 21.12.21 656 49 17쪽
1 1화. 변종 바이러스 (1) +22 21.12.20 829 8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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