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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꿈은글먹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사냥꾼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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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꿈은글먹
작품등록일 :
2021.12.15 18:23
최근연재일 :
2022.01.18 10:2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8,528
추천수 :
472
글자수 :
140,787

작성
22.01.03 10:20
조회
262
추천
13
글자
11쪽

14화. 병원으로 (2)

DUMMY

크르르륵! 키에에에엑!


깨진 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좀비들. 변종이 문을 부숴버린 탓에 놈들의 진입을 허용하고 말았다.


“닥치는 대로 쏴버려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제일 먼저 총을 발포했다.


타앙! 타앙!


미리 장전해놓은 샷건이 거친 불길을 뿜어댔다. 이어서 다른 사람들 또한 총을 쏘기 시작했다.


나는 옆에 있는 용팔 아저씨를 흘긋 쳐다봤다. 아저씨 또한 힘든 몸을 이끌고 총을 발사하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 가진 총기 중에 샷건과 동급으로 화력을 뽑아낼 수 있는 무기. 그것은 백찬이 들고 있는 소총이었다.


투타타타타타타타탕!


백찬은 연사로 한 탄창을 비울 때까지 총알을 발사했다. 덕분에 그 탄창을 비우는 시간 동안 확실하게 좀비들을 저지할 수 있었다.


소총탄은 한 놈을 뚫고 들어가, 뒤에 있는 놈들에게도 피해를 입혔다. 순식간에 벌집이 되어버린 놈들이 쓰러진다.


워낙 입구에 쌓인 시체가 많아서, 좀비들이 일시적으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것도 얼마 버티지 못할 터.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일단은 편의점 곳곳을 훑어봤다.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만한 방법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그런 내 시선이 냉장고에 들어있는 소주병에서 멈춰섰다.


“당장 여기 있는 소주병들 저기로 던져요!”


그렇게 말하며 제일 먼저 달려가 냉장고를 열고 소주병을 꺼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빼내서 좀비들을 향해 던진다.


사람들 또한 나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몇 초 사이에 좀비들이 소주 범벅이 됐다.


나는 용팔 아저씨의 가방에 손을 넣었다. 아저씨는 흡연자라 늘 라이터를 가지고 다녔다.


어렵지 않게 가방 속에서 라이터를 찾아낼 수 있었다.


“모두 뒤로 물러서요!”


치익. 라이터에 불을 켠다. 나는 라이터를 좀비들을 향해 던졌다.


화르르르륵!


라이터가 좀비에게 닿자마자 불길이 일었다. 화염은 순식간에 좀비들을 집어삼켰다.


썩은 살점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주변을 뒤덮는다. 매우 고약한 악취였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좀비들이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그 모습은 마치 지옥을 연상시켰다.


키에에에에엑!


기어코 한 놈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결과는 즉사. 용팔 아저씨가 곧바로 공기총을 발사했다.


“콜록! 콜록!”


“켁! 큭... 케, 케엑!”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사방을 매운 연기 때문이었다.


‘이쯤 되면 모두 죽었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구석에 박혀있는 소화기에 손을 뻗었다. 안전핀을 뽑고 입구를 향해 분사한다.


다행히도 소화기는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다. 하얀 분말이 불을 뒤덮는다.


“다들 필요한 것들 챙기세요! 불이 꺼지는 데로 바로 나갈 거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불이 워낙 강한지라 진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소화기를 내려놓고 강제로 아저씨를 등에 업었다.


불길은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만 진화된 상태. 재빨리 달린다면 상처 없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나는 제일 먼저 불길을 향해 달려갔다. 순식간에 입구를 통과하고 안전하게 바깥에 도착.


그걸 본 사람들이 나를 따라 재빨리 불길을 통과했다.


우리가 지나가고 나니, 입구가 다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혜린이 시뻘건 불길을 바라보며 말했다.


“갑자기 왜 좀비들이 그렇게까지 몰려온 거지?”


나도 그것이 궁금하다.


설마 변종을 잡을 때 발사한 총소리 때문일까? 이때까지 좀비는 소리에 반응하지 않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소리를 듣고 온다고 단정 짓긴 이르다. 현재 우리 주변에는 좀비가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저 멀리 바라봐도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좀비는 없다. 총소리에 반응한 것이라면 매우 멀리 있는 좀비들까지 우리를 쫓아와야 정상이다.


‘그리고 좀비들이 갑자기 소리를 듣게 되는 것도 이상하지.’


하루아침에 좀비가 진화하지 않는 이상,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바닥에 누워있는 변종의 시체를 발견했다. 총알에 몸 곳곳이 뚫려 걸레짝이 되어있었다.


‘설마 이놈이?’


이 녀석은 내가 보기에는 새로운 변종이다. 외골격이 단단한 변종에 이어 이번에는 팔이 늘어나는 변종이라니.


새로운 변종인 만큼 이상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처음으로 발견한 놈도 그랬으니까.


만약 이놈이 좀비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라면 정말 심각한 문제다.


나는 모두에게 말했다.


“일단 지금은 빨리 병원에 가는 것에 집중합시다. 왜 좀비가 몰려온 건지는 나중에 생각해봐도 될 문제에요.”


주변에 좀비가 없는 지금이야말로 달리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이었다.


우리는 산책로를 따라 달리고 또 달렸다. 잠깐은 가는 길에 좀비가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 있는 좀비들이 편의점으로 몰렸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나서야 정지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으으...”


골목길에 들어와 바닥에 아저씨를 내려놓으니, 그가 약하게 신음했다. 아까 전의 일 때문에 상처가 벌어진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해봐도 아저씨가 총을 쏘느라 무리하긴 했다.


당장 침대에 누워있어도 모자랄 판에 몸을 거칠게 움직였으니 상처가 악화되는 것이 당연하다.


아쩌시가 워낙 탈인간이라 버틴 것이지 원래는 총도 못 쏘고 누워있는 게 정상이다.


“괜찮으세요?”


그런 아저씨를 향해 백찬이 걸어가 다시 상처를 확인했다. 붕대를 새로 감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붕대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상처가 벌어진 것 같군요. 이건 제힘으론 해결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우리는 아저씨 때문이라도 다시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 뛰어서 가다가 아저씨의 상처가 더욱 악화된다면 손도 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다시 뛰어서 간다고 해도 수십 분이 걸릴 겁니다. 어쩌면 또다시 변종 같은 놈들을 만나서 더욱 지체될 수도 있죠.”


그래서 나는 특단의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여기 길거리를 둘러보면 분명 차키가 꽂혀있는 차가 있을 겁니다. 급하게 도망치느라 버리고 간 차량 말입니다.”


우리는 이제 산책로를 벗어나 차가 다니는 좁은 도로에 와있었다.


이곳도 도로인 만큼 차들로 막히긴 했지만, 차가 잘 다니지 않는 도로라 정도가 덜했다.


“여기라면 충분히 자동차로 돌파할 수 있을 겁니다. 이대로 큰 도로까지만 쭉 가면 바로 병원이에요.”


어쩌면 병원 주변에 군인들이 망을 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큰 도로까지 가기만 해도 군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일단 용팔 아저씨를 골목에 눕혀놨다. 주변에 좀비는 없었다.


“저는 이쪽으로 가서 찾아보겠습니다. 나머지 두 분은 반대쪽으로 가주세요.”


우리는 흩어져서 차키가 꽂혀있는 차량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제일 먼저 바로 앞에 보이는 차량으로 향했다. 전봇대에 앞범퍼가 박혀있는 상태였다. 그래도 정도가 심하진 않다. 적어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면 된다.


차량의 앞문을 들여다보니 내부가 보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운전석에 좀비가 앉아있는 상태였다.


흠칫.


좀비와 눈이 마주친다. 곧바로 좀비가 팔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그러나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닌지 차 문을 여는 손잡이를 찾지 못했다.


나는 좀비를 무시하고 바로 다음 차량으로 향했다.


그렇게 다음 차량, 또 다음 차량을 둘러보고 나서야 드디어 차키가 꽂힌 자동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차는 인도로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올라오면서 나무에 긁혔는지 운전석 백미러가 부러져 있었다.


그래도 운전에는 지장이 없다. 차 문은 이미 열려있었다.


나는 차에 탑승하고 시동을 걸었다.


부르르릉.


별다른 이상 없이 시동이 한 번 만에 걸렸다. 그러나 아쉽게도 기름이 거의 바닥나 있었다.


‘어차피 상관없어. 병원까지만 가면 되는데.’


나는 그런 생각으로 차 문을 닫고 곧장 아저씨가 있는 골목길로 향했다.


아저씨는 더욱 얼굴이 창백해진 상태였다. 상처가 벌어져 피가 계속 흘러나온 것이 점점 과다출혈을 일으키고 있었다.


“조금만 참으세요. 제가 바로 병원으로 데려다 드릴게요.”


나는 아저씨를 뒷좌석에 태우고 바로 반대쪽으로 차를 몰았다. 그곳에서 차량을 살펴보고 있는 나머지 두 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차키가 꽂힌 자동차를 아직 찾지 못한 것 같다.


“어서 타세요!”


혜린은 내 옆자리에. 백찬은 뒷좌석에 앉았다.


그는 아저씨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의미 없는 말이었지만 아저씨가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선 계속 말을 걸어야 했다.


“최대한 빨리 달릴 겁니다.”


부르르릉. 부릉!


차가 없어서 막히지 않은 구간은 풀악셀을 밟았다. 앞에 정지한 차량이 보이면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다행히도 나는 제법 자동차를 잘 모는 편이었다. 사냥하러 갈 때 자동차가 필요해서 면허도 미리 따놓았었고.


앞을 가로막는 좀비들은 그대로 밀고 나갔다.


툭! 투욱!


거대한 쇳덩어리가 돌진한다. 좀비들은 힘도 써보지 못하고 저 멀리 날아갔다. 한두 마리 쯤은 이 자동차로 우습게 밀어버릴 수 있다.


확실히 자동차는 우리가 달리는 것보다 훨씬 빨랐다. 평소라면 좀비 때문에 막혔어야 할 구간도 거침없이 밀고 나갔다.


그렇게 병원이 점점 가까워졌다. 저 앞으로 큰 도롯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타앙!


그때 멀리서 들려오는 총성. 다행히도 우리를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것으로 바로 앞에 군인들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된다. 그러면 바로 병원이...


쿵! 쿵! 쿵! 콰지직!


순간 차량이 앞으로 치솟았다.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몇 초 동안 이어진다. 다시 착지하고 나서 바로 앞에 보이는 전봇대.


‘브레이크!’


미친 듯이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충돌을 피할 순 없었다.


잠시 후 이어지는 충돌. 쿠웅!


허리가 앞으로 꺾이며 핸들에 머리를 박았다. 경적 소리가 잠깐동안 사방을 울린다.


나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창문으로 고개를 빼서 뒤를 바라봤다.


그런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무릎을 굽히고 달릴 준비를 하는 거대한 변종의 모습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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