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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꿈은글먹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사냥꾼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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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꿈은글먹
작품등록일 :
2021.12.15 18:23
최근연재일 :
2022.01.18 10:2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8,543
추천수 :
472
글자수 :
140,787

작성
21.12.2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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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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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화. 지하철에서 (2)

DUMMY

“누구시죠?”


여자는 내 말에 허리를 숙여 보였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이제야 기억이 났다. 아까 내가 구해줬던 그 여자였구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시간이 없었기에 어렴풋이 기억만 하고 있었다.


“별말씀을요.”


나는 가볍게 감사를 받아주었다.


그렇게 대화는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여자는 물끄러미 서서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직 용건이 남았나.


그렇게 생각하고 물어보려는 찰나, 여자의 입이 먼저 열렸다.


“혹시 좀 앉아도 될까요?”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용팔 아저씨 또한 딱히 신경 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또다시 감사하다고 말하며 자리에 앉는 여자. 그녀는 내 옆에 앉더니 무릎을 양팔로 끌어안고는 고개를 숙였다. 어딘가 힘이 없어 보이는 동작이었다.


“어디 아프세요?”


“...아니요”


그녀는 살짝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후로는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그저 침묵이 감돌았다.


나는 그녀에게서 신경을 끄고 총기를 손질하는 데 집중했다.


기름칠까지 끝내고 나서야 다시 총을 가방에 집어넣고 지퍼를 잠갔다.


남은 산탄을 확인해보니 총 사십여 발 정도가 남아있었다. 아까 그렇게 보이는 대로 쏴재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앞으로는 최대한 총알을 아낄 필요성을 느꼈다.


한번 나간 총알은 주워 담을 수 없다. 그걸로 끝이었다. 다시 산탄을 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금 같은 좀비 사태가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면 총알은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


총알을 다음으로는 식량을 점검했다. 용팔 아저씨 가방에 들어있는 것까지 합하면, 총 2일 치 정도의 식량이 있었다.


산에서 먹으려 했던 소시지와 간단한 음식, 생수 등. 아껴먹으면 3일까지는 버티겠다.


할 일을 모두 끝내고 편하게 자리에 앉았다. 용팔 아저씨는 언제 잠들었는지 바닥에 곤히 누워있었다.

오늘 하루 동안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늘 또다시 아까전과 같은 좀비들의 습격이 이루어지거나, 다른 사건이 터질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선 체력을 보충해 두는 편이 좋겠지.


“혹시, 계속 여기 있어도 될까요? 절대 방해 같은 건하지 않을게요.”


옆에서 계속 웅크리고 있던 여자가 입을 열었다. 눈이 반쯤 풀리고 어딘지 모르게 수척해 보였다.


아무래도 어딘가 아픈 것 같은데. 이대로 그냥 보내기에는 왠지 마음이 불편할 것 같다.


어디 갈 데도 없어 보였고. 같이 온 일행도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오다가 죽었거나.


“마음대로 하셔도 돼요.”


“감사합니다.”


여자의 표정에서 진심으로 감사하는 기색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이제 잠을 자기로 했다. 체력을 보충할 필요가 있었다. 눕기 전에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깨우세요.’라고 말해놓고는 그대로 누워 잠을 청했다.


갑작스럽게 몸을 혹사시켜서 그런지, 온몸에서 피로가 몰려온다. 나는 얼마 가지 않아 잠에 빠져들었다.


* * *


“정말 끝도 없이 몰려오네.”


“그러게 말입니다.”


경찰관 김백찬은 현재 바리케이드 앞에서 주변을 경계하는 중이었다. 음료수 자판기나 벤치 등을 끌고 와서 지하로 통하는 입구를 막았다.


바리케이드는 매우 조잡했지만, 그래도 방벽 역할은 제대로 해주었다.


옆에서는 김백찬의 선배 경찰관이 저 멀리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몰려오던 좀비들을 모두 소탕하고 이제야 숨 좀 돌리겠나 싶었는데, 저 멀리서 또다시 좀비들이 달려오는 중이었다.


참 지긋지긋한 놈들이다. 총이 있어서 다행이지 만약 없었다면...


상상도 하기 싫었다.


“어? 좀비들 앞에 누가 있는데?”


선배 경찰의 말에 김백찬은 바로 시선을 집중했다. 저 멀리 보이는 수십 마리의 좀비들.

그리고 그 좀비 무리의 선두를 한 남자가 달리고 있었다.


좀비들은 지금 그 남자를 쫓아가는 것으로 보였다.


“생존자일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일단 대기해보자.”


시간이 지나 좀비 무리는 점점 더 다가왔다. 김백찬은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는 것을 느꼈다.


제발 이번에도 무리 없이 지나가기를 바란다. 이 바리케이드가 뚫린다면 밑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끝장이었다.


좀비들을 죽이면서 몇 번이나 이 짓거리를 그만두고 싶었다. 그냥 다른 경찰관에게 맡겨두고 쉬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올라온 것이었다.


“저거 군인 아니야?”


또다시 선배 경찰의 입이 열린다. 확실히 선두에서 달리는 남자는 군복을 입고 있었다.


옷 곳곳이 피로 칠갑이 돼 있던지라, 이때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분명 군복이었다.


“군인 맞는 것 같습니다.”


“뉴스에서 우리 도와주러 군인들 내려온다고 하던데. 그들 중 한 명인가?”


아마 선배 경찰의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무언가 이상했다.


군인들이라면 분명 이 사태를 해결해 줄 것이라 믿고 있었는데. 오히려 군인이 좀비에게 쫓기고 있다니.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김백찬이었다.


“일단 어서 엄호 준비해! 군인이 들어오면 바로 입구 막을 준비하고!”


그의 말에 바리케이드를 지키던 경찰들이 권총을 들고 조준을 시작했다. 그중 몇 명은 급하게 입구를 막고 있던 자판기를 치웠다.


“어서 들어오세요!”


김백찬은 바로 앞까지 다가온 군인을 향해 외쳤다. 군인은 입구에 들어서기 직전에 몸을 날렸다.

거의 구르듯이 바리케이드 안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경찰들이 곧바로 입구를 봉쇄했다. 이어서 연달아 총성이 울린다.


탕탕탕!


빗발치는 총알들. 좀비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폐에 구멍이 뚫리고, 턱이 날아가며 하나둘씩 두개골이 터졌다.


재빠르게 좀비를 제압하기 위해 가장 치명적인 부분을 조준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조준점은 가슴과 머리. 인간이 맞았을 때 가장 치명적인 부분이다. 그것은 좀비도 마찬가지였는지, 얼마 가지 않아 모든 좀비를 죽일 수 있었다.


사격이 끝나자마자 김백찬은 군인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십니까?”


군인은 바닥에 쓰러져서 연신 숨을 헐떡이는 중이었다. 옷은 피가 묻지 않은 부분을 찾을 수 없었으며, 방탄모는 찌그러진 상태였다.


“가, 감사합니다.”


군인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런 그를 김백찬이 제지한다.


“앉아계셔도 됩니다. 편하게 앉으세요.”


그의 말에 군인은 벽에 등을 대고 앉았다. 아직 숨이 차는지 거친 숨소리는 여전했다.


“무슨 일입니까? 군대가 온 건가요?”


숨을 고르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흐르고 김백찬은 질문을 시작했다.

이미 대부분의 경찰들이 주위로 모인 상태였다. 모두들 군인의 말에 집중했다.


그러나 군인은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입술이 열렸다가 닫히기를 반복. 그러다가 겨우 입을 연다.


“군대가 온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다니요?”


“...저희 소대는 저 말고 모두 전멸한 상태입니다.”


절망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경찰들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갔다. 군인도 그걸 느꼈는지 가면 갈수록 목소리가 작아졌다.


“변종 바이러스는 군부대 내에서도 발병했습니다. 자가격리 중이던 전우들이 갑자기 피를 토하더니 나중에 가서는 괴물로 변하더군요. 저희 부대는 그나마 피해가 적은 편이었습니다.”


이야기는 더욱 심각하게 흘러갔다.


“초반에 진압하는 데에 성공했거든요. 그리고 바로 서울로 내려왔죠. 하지만 다른 부대들은 상황이 심각했던 모양입니다. 통신이 두절되는 곳까지 있었습니다.”


김백찬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군부대 내에서의 발병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현실은 잔혹하다.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을 것이다.


“저희 소대는 온 힘을 다해 도심으로 밀고 들어가, 주변 생존자들을 구출하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괴물들은 끝도 없이 몰려오고 총알은 떨어져 가더군요. 그리고 그놈이 나타났습니다.”


그놈이라는 말에 경찰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놈이 뭐란 말인가?


“그놈이라니요?”


“괴물 중에 더욱 크기가 크고 위협적인 놈이 하나 있었습니다. 갑자기 옆에서 나타나 전열을 흩트리고 박살을 내길래 여러 명에서 총을 난사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봐도 무시무시한 놈입니다.”


주변 분위기가 더욱 싸늘하게 변했다. 총알이 먹히지 않는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우리 군이 쓰는 소총이라면 얇은 철판도 뚫을 수 있다.

괴물의 피부가 철판보다 단단하다는 소리일까?


“그렇게 계속 싸우다 보니, 마지막에는 저 혼자 남았더군요. 말하기 부끄럽지만 저는 도망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 계속 있었다면 그도 분명 죽었을 것이다. 김백찬은 전사한 군인들에게 마음속으로 묵념을 표했다.


이야기가 끝나고 일단 군인은 바리케이드에 남았다.


경찰들은 밑에 있던 경찰들까지 올라와 바리케이드 앞에 모여서 얘기를 시작했다. 추후 대처를 정하기 위해서였다.


밑에 있던 경찰들은 설명을 듣고 곧바로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침착 해야 한다.


당장의 일에 집중해야 했다. 김백찬은 제일 먼저 의견을 제시했다.


“일단 군인 분들에 대한 소식은 감추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다른 경찰관이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맞습니다. 괜히 혼란만 가중될 것입니다.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아직 질서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는데, 기껏 잡아온 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였다. 군인들이 우리를 도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분명 혼란에 빠질 것이다.


지상에는 좀비들이 득실거린다. 바로 옆 종각역은 이미 좀비들에게 점령당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 군인에 대한 소식이 전해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경찰들은 군인에 대한 소식을 알리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도망쳐온 군인이 입고 있던 군복은 불에 태워버리고, 그가 가지고 있던 K2 소총 또한 비밀리에 보관했다.


그리고 맞는 옷을 구해와서 군인에게 입혔다. 군인은 그냥 또 다른 생존자로 여겨질 것이다.

그는 자연스럽게 역으로 내려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직까지는 바리케이드도 뚫리지 않았고, 안전이 보장되고 있다.


그러나 김백찬은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불안감을 억누를 수 없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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