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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꿈은글먹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사냥꾼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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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꿈은글먹
작품등록일 :
2021.12.15 18:23
최근연재일 :
2022.01.18 10:2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8,542
추천수 :
472
글자수 :
140,787

작성
22.01.1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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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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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1쪽

21화. 광신도 (1)

DUMMY

“잠시 대기해주세요.”


중사는 백찬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포탑 위에 앉은 채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괜히 어디로 갈지 정하지도 않고 내렸다가는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미리 어디로 갈 것인지 정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그를 따라 주변에 갈만한 곳이 있는지 살펴봤다. 그런 내 눈에 들어온 바리케이드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삼거리였다. 여기서 왼쪽으로 통하는 도로에 바리케이드가 만들어져 있었다.


아예 지나가지 못하도록 도로 전체를 막아놨다. 그런데 그 중간에 있는 바리케이드가 넘어져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중사님. 저기 바리케이드가 보입니다.”


내 말에 중사가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꼼꼼히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


“일반인들이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요. 우리 군인들에게 이곳에 바리케이드를 세우라는 임무는 없었습니다.”


일반인들이 만들었다라. 그러기에는 벽이 꽤 높고 단단하게 세워져 있었다. 분명 매우 많은 사람이 함께 작업했을 것이다.


저곳으로 가면 우리가 앞으로 지낼 곳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저기로 가보는 건 어떨까요?”


중사는 잠깐 고민했다.


“좋습니다. 가보도록 하죠.”


중사가 나한테 대답하고는, 자기 밑에 서 있는 백찬에게 말했다.


“백찬 씨, 밑에 계신 분들한테 이제 내릴 거라고 말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나와 중사는 먼저 탱크에서 내려와, 총을 들고 주변을 경계했다. 혹시 모를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주변에 보이는 좀비는 없었다. 도시에 적막함이 감돈다. 이상한 분위기였다.


“어디로 가실 건가요?”


백찬이 중사에게 말했다. 어느새 사람들이 모두 탱크에서 내려왔다. 각자의 가방을 등에 멘 상태였다.


“저기 바리케이드 보이시죠? 일단 저곳으로 가볼 겁니다.”


우리는 중사를 따라 이동했다.


바리케이드는 가까이에서 보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피범벅이 된 채로 넘어져 있는 바리케이드. 그 주변에 가득한 좀비 시체.


“좀비 무리가 병원으로 향하면서 이곳을 통과했나 봅니다. 사람과 좀비들 사이의 싸움이 있었군요.

이 정도면 매우 큰 규모의 생존자 집단인 것 같습니다. 일단 더 안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죠.”


바리케이드 안쪽은 더 가관이었다. 여기저기 시체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생존자들이 총도 사용한 모양인지, 바닥에 탄피가 떨어져 있었다. 중사가 탄피를 보더니 K2 소총이라고 확신했다.


“어? 저기 교회가 있는데요?”


혜린이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니, 자그마한 교회가 하나 보였다. 지붕에 있는 십자가를 보고 알 수 있었다.


좀비들의 시체는 또한 교회 입구 부근에서도 보였다. 문짝에 손바닥 모양으로 핏물이 찍혀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머릿속에 피어오르는 한 생각.


ㅡ 여기서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교회가 하나 있어요. 그곳이 바로 속죄선교회랍니다.


예전에 용팔 아저씨를 돌보다가 마주친 남자가 한 말이었다.


그는 병원에 좀비들이 들이닥쳤을 때는 이런 말도 했었다.


ㅡ 신께서 심판을 시작하신 겁니다! 이제 우린 모두 죽은 목숨입니다!


그 뒤로는 듣기 싫은 소리로 계속 웃음을 터트렸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순 없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금 눈앞에 보이는 교회가 분명 속죄선교회일 것이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 교회랑 엮이면 분명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이다.


“중사님. 그냥 다른 곳으로 가는 게...”


끼익.


내가 중사에게 말하는 도중에 교회의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나오는 한 남자. 그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우리를 발견했다.


남자는 곧장 우리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복장이 참 특이하다.


아무 문양도 없는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는데, 가운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얼굴 또한 가운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그 남자가 중사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중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 교회의 목사님이신가요?”


그러자 느릿느릿 대답하는 남자.


“아뇨. 교주입니다.”


교주. 병원에서 봤던 그 남자도 분명 교주라고 칭했었다. 중사는 살짝 멈칫하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당연하지요.”


남자는 잠시 뜸을 들이고 설명을 시작했다.


“심판자들의 첫 번째 심판에 우리 신도들이 휩쓸려 버렸습니다.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 거지요. 참으로 안타까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남자. 중사가 또다시 말을 멈칫했다.


“그래도 심판자들 덕분에 우리 신도들의 믿음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이번 일로 제대로 깨달은 것이지요. 믿음이 부족한 자는 심판당한다는 것을.”


그의 뒤로 어느새 교회 사람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를 바라보며 경계하는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눈 앞에 보이는 사람만 해도 수십 명이 넘어갔다. 교회 안에는 더욱 많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당신들도 우리 속죄선교회에 오신다면, 심판을 피하실 수 있습니다. 자, 제 손을 잡으십시오.”


남자가 중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피로 범벅된 복장과는 다르게, 손은 곱고 하얗게 빛났다.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 중사는 끝내 그 손을 잡지 않았다.


“저희는 그저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만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그렇게 말하며 등을 돌리려는 중사.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잠시만요. 생존자 보호소에서 오신 거지요? 그쪽 상황은 어떻게 됐습니까?”


“좀비들이 몰려와 보호소를 공격했습니다. 이제 그곳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그 말에 남자가 미소를 지었다. 가운 사이로 섬뜩한 미소가 보였다.


“심판, 심판당한 겁니다. 당신들도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면, 저를 믿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중사는 화가 났는지 대답도 하지 않고 등을 돌려 교회를 떠나기 시작했다.


나와 사람들 또한 그를 따랐다. 걸으면서 뒤를 돌아보더니, 우리를 일제히 바라보고 있는 교회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자신을 교주라고 칭하던 남자. 그와 눈이 마주쳤다.


“......”


나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다시 중사를 바라봤다. 중사는 불만을 표하는 중이었다.


“보호소에서 죽어나간 시민들과 군인들을 그렇게 모욕하다니. 다시는 저 사람들과 엮이기 싫습니다.”


그 말에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는 듯 보였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저 사람들과 다시 엮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우리는 주변을 탐색하고, 지낼 만한 장소를 찾아냈다. 1층에 마트가 존재하는 2층짜리 건물이었다.


2층은 마트 주인이 사는 곳이었는지, 가정집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사람은 없었다.


마트가 보이길래 일단 그곳으로 가보자고 한 것인데, 운이 좋게도 2층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다. 2층이라면 아무래도 1층보다는 안전할 것이었다.


“가져오신 가방들은 주방 식탁 위에 올려주세요.”


중사의 지시 아래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행동했다. 잠을 잘 곳을 정하고, 집안 곳곳을 살펴봤다. 딱히 문제점 없는 지내기 좋은 집이었다.


거실에 뚫려있는 넓은 창문도 마음에 들었다. 밤에 불침번을 설 때 저곳에서 서면 될 것이다. 주변 모습이 잘 보이는 위치였다.


물품 정리가 끝나고 사람들은 거실에 모였다.


“용팔 아저씨. 다리가 그러신데 침대에 누워서 쉬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 정도로 무슨. 나도 여기 앉아서 무슨 대화를 하는지 들을 거다.”


아저씨는 내 권유에도 불구하고 거실에 남기로 했다.


탱크를 조종하던 군인이 모두에게 말했다.


“아 참.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박준현이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 행동하게 될 것 같은데, 잘 지내봅시다.”


마침 그의 이름이 궁금하던 판이었다. 그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모두 통성명을 했다. 이제 서로를 부르기 편해질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 잡담을 나누는 사이,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휴대폰을 켜보았다.


다행히도 아직 인터넷이 끊기지 않았다. 뉴스를 확인해 보니, 다른 보호소들도 좀비들의 합동 공격에 당한 상태였다.


공격당한 보호소 중에 대부분은 함락되었다. 공격을 버틴 보호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로인해 생존자를 구출할 거라는 정부의 계획에도 엄청난 차질이 생겼다. 군인들 또한 대부분 목숨을 잃었다.


원래도 5분의 1 정도로 축소되었던 군사력인데, 여기서 더욱 축소되었다. 앞으로는 정부로부터 구조를 바라긴 어려울 것이다.


이제부터는 온전히 우리의 힘으로 이 좀비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식수와 전기도 조만간 완전히 끊길 것이다. 인터넷 또한 마찬가지겠지.


인프라가 완전히 붕괴된 세상에서 살아남기란 매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 * *


모두가 잠에든 새벽.


내 불침번 차례가 다가왔다.


“신우 씨. 일어나세요.”


김대훈 중사가 조용하게 나를 깨웠다. 나는 2번째 불침번 인지라, 거실에 있는 소파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중사가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 나는 거실 창문에 서서 바깥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간간이 전등이 켜져 있는 도롯가. 주변은 고요했다. 좀비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지켜보기를 몇십 분.


저 멀리 가로등 밑에서 움직임이 포착됐다.


‘뭐지? 사람인가?’


움직임을 보아 사람들이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금 내가 있는 마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물론, 그냥 이 길을 지나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걸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사람들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그들을 제대로 살필 수 있었다. 모두 각자 손에 무기를 쥐고 있는데, 그중에는 총도 있었다. 숫자는 총 20명.


그리고 그들 뒤에 사슬에 묶인 채로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사람이 몇 명 보였다. 아니, 사람인지 좀비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정확한 것은 사슬에 묶인 채로 끌려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모두를 깨우기로 마음먹었다. 전투를 준비해야 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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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병원으로 (2) 22.01.03 263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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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변종 바이러스 (2) +7 21.12.21 656 49 17쪽
1 1화. 변종 바이러스 (1) +22 21.12.20 829 8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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