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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꿈은글먹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사냥꾼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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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꿈은글먹
작품등록일 :
2021.12.15 18:23
최근연재일 :
2022.01.18 10:2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8,537
추천수 :
472
글자수 :
140,787

작성
22.01.04 10:20
조회
264
추천
13
글자
11쪽

15화. 생존자 보호소

DUMMY

내가 미처 대처할 시간도 없이 달리기 시작하는 변종.


나는 죽음을 직감했다.


그 순간.


퍼어엉!


고막을 찢어발기는 소리가 주변을 집어삼킴과 동시에 변종이 폭발했다.


가슴팍에서 시작한 폭발은 변종의 사지를 분해시켰다. 사방으로 날아가는 살점들.


나는 지금 일어난 일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거기 괜찮으십니까!”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차량의 앞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편에서 군인들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군복을 입고 손에는 총을 든 정상적인 군인들이.


그리고 그들의 뒤에 정지한 탱크의 모습. 거대한 포신이 이곳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너무 기쁜 나머지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저씨를 제외한 모두가 기쁘게 소리친다.


우리는 구조된 것이다.


* * *


“2번 수술실! 환자 수술 들어갑니다!”


간호사의 외침과 함께 수술이 시작됐다.


나는 다른 두 명과 함께 수술실 바깥 의자에 앉아있었다.


용팔 아저씨는 들것에 실려 급하게 수술실로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 보았던 창백하게 변해버린 얼굴이 정신을 어지럽혔다.


나는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 내 모습을 본 두 명이 위로를 건네왔다.


“용팔 씨는 괜찮을 겁니다. 제가 장담하죠.”


“걱정하지 마. 그렇게 팔팔하신 분이라면 잘 이겨내실 거야.”


그들 또한 내 곁에서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수술실 문이 열리고 들것에 아저씨가 실려 나왔다.


나는 바로 몸을 일으켜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수술이 제대로 끝났는지, 편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10인실로 이동됐다. 아저씨는 병실에 남은 마지막 자리를 배정받았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습니다. 제때 맞춰 잘 오셨습니다.”


의사가 간단하게 소견을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환자가 워낙 많은지라 매우 바빠 보였다.


나는 병상 옆에 앉아서 아저씨를 바라봤다. 그러자 아저씨가 잠시 후 눈을 떴다.


“정신이 드셨어요?”


나는 기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이다. 당연히 기쁠 수밖에 없다.


“나 안 죽는다 이 녀석아.”


아저씨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얼굴에 핏기가 돌아온 상태였다.


나는 잠시동안 아저씨 옆을 지켰다. 백찬과 혜린은 아저씨의 수술이 끝난 것을 확인하고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내가 브레이크를 바로 밟은 덕분에 충격이 그다지 크진 않았다. 둘 모두 간단한 진료를 받고 앞으로 지낼 방을 배정받았다.


나 또한 아저씨가 잠드는 것을 확인하고 그곳으로 향하려고 했다.


“일행분이 많이 다치셨나 봐요.”


자리에서 일어나기 직전,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니 한 남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옆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살피던 남자였다.


뭐라고 대답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으니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도 같은 신도님이 심하게 다치셔서,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오게 됐네요.”


“신도님이요?”


내 물음에 남자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잘 모르시나 보군요? 그렇다면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그는 내 대답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속죄선교회라고 들어보신 적 있나요?”


속죄선교회? 평소에 종교에는 관심도 없던 사람이라 교회 이름을 하나하나 외우고 있진 않았다.


“처음 들어보는데요?”


“그것참 큰일이네요. 그런 좋은 교회를 이때까지 모르고 계셨나니.”


이게 큰일이라고 할 정도인가? 일단 나는 설명을 듣기로 했다.


“여기서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교회가 하나 있어요. 그곳이 바로 속죄선교회랍니다. 교주님이 참 마음씨 따뜻한 분이세요.”


교주라는 호칭은 종교의 창시자를 칭하는 것이 아니었나? 아무리 종교에 관심이 없는 나라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왠지 사이비 종교라는 느낌이 팍팍 풍겨오기 시작했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보살피시고 보호해 주기까지 하십니다. 저도 그분에게 도움받은 사람이에요.

원래 같았으면 이런 생존자 보호소에는 오면 안 되는 거였는데, 교주님께서 심하게 다친 신도 한 분을 데리고 이곳으로 가라고 하시더군요.”


남자의 말에 나는 순간 궁금증이 일었다.


“생존자 보호소에 오면 안 되는 거였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설마 이것도 모르시는 건가요? 신께서 저희에게 심판을 내리신 거에요. 바로 좀비라는 재앙으로 말이죠.

생존자 보호소 같은 거 만들어봤자, 저희들은 이미 구원받을 수 없는 몸이에요.”


어차피 신의 심판을 피할 순 없으니, 보호소 같은 곳에는 가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이쯤 되니 슬슬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내가 저런 말을 굳이 들어줄 필요가 있을까?


“아... 저는 볼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러자 미소 지으며 말하는 남자.


“당신도 속죄선교회에 오신다면 분명 깨달음을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나중에 꼭 한 번 들려주세요.”


나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나갔다.


‘더 듣고 있다간 내 머리가 못 버틸 거야.’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새로운 사이비 종교가 탄생한 것 같았다.


뭐, 딱히 나랑 상관 없는 일이었다. 괜히 떠올려봤자 머리만 아파진다.


병원은 사람들로 인해 혼란스러웠다. 군인들이 총을 들고 사방을 돌아다녔다. 돌아다니는 5명 중 1명 정도가 군인이었다.


생존자 보호소로 지정된 만큼, 이곳을 보호하기에 충분한 수의 군인이 병원에 주둔하고 있었다.


내가 지낼 방은 원래는 10인 병실로 쓰이던 매우 큰방이었다.


지금은 바닥에 이불 같은 것을 깔아 생존자들이 지낼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뒀다.


침대는 먼저 온 생존자들이 이미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구석에 앉아있는 백찬과 혜린을 발견했다.


나 또한 자리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어떠셔?”


“치료가 제대로 된 것 같아. 지금은 편히 주무시는 중이야.”


“정말 다행이다.”


이번에는 백찬이 입을 열었다.


“완치하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다고 하시던가요?”


아까 의사가 간단한 소견을 말할 때 알려줬었다.


“최소 1달 동안은 침대에 누워있어야 하고, 완벽하게 일상생활로 돌아가려면 최대 반년 까지도 걸릴 수 있데요.”


“총상인 만큼 엄청 오래 걸리네요...”


“그래도 용팔 아저씨라면 매우 빨리 회복할 거예요. 아저씨는 제가 잘 알고 있거든요.”


아저씨는 평소에 자주 다치던 사람이었다.


한 번은 사냥하다가 멧돼지의 돌진에 정통으로 맞은 적이 있었는데, 엄청 빨리 회복하고 다시 사냥에 나갔었다.


이번에도 분명 빨리 회복할 것이다.


나는 대화 주제를 변경했다.


“저쪽에서 저희한테 따로 알려주는 거라도 있었나요?”


“네. 식사는 하루 두 끼 씩 지급한다고 하네요. 생필품도 창고에 가면 보급 받을 수 있데요.”


하루 두 끼 정도면 그래도 나쁘지 않다.


나는 좀비 사태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 매일 닭가슴살만 먹고 살았다.


그래도 지금부터는 그나마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끼 정도면 충분하다.


나중에 상황이 안정되고 이곳에서 구출된다면, 지금보다 더욱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잡다한 대화를 하던 도중. 군인 2명이 우리를 찾아왔다.


“거기 경찰복 입으신 분.”


“네?”


“경찰 맞으시죠? 어디 소속이십니까?”


“서대문경찰서 소속 김백찬입니다.”


그 말에 군인이 손에 쥐고 있던 종이 다발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한 페이지에서 손이 멈춘다.


“확인했습니다. 뒤에 그 총은 어디서 구하신 건가요?”


그가 벽에 세워져 있는 소총을 가리켰다.


“설명하자면 좀 길어지는데, 그래도 괜찮습니까?”


“시간이 부족하니 최대한 간결하게 설명해주십시오.”


백찬은 이때까지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물론 우리가 수류탄으로 죄수들을 죽였다 같은 이야기는 제외하고 말이다.


시청역에서 있었던 일만 설명했다. 그것으로도 설명은 충분했다.


군인은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내 등에 있는 샷건을 바라봤다.


“그 엽총은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저 말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내가 사냥꾼이라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 나는 그에게 내가 사냥꾼임을 설명했다.


“그러므로 이 총은 제가 시험을 치러서 자격증을 따고, 정당한 방법으로 구매한 총입니다.”


그럼에도 군인은 영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이에 나는 가방에서 총포소지허가증을 꺼내 그에게 보여줬다.


군인은 허가증을 받아들고는 유심히 살펴보더니, 다시 나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군인은 몇 마디를 덧붙였다.


“그래도 총기는 저희가 수거하겠습니다. 보호소 내 안전을 위해 개인이 소지한 총기는 저희가 보관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군인이 총 얘기를 꺼낼 때부터 예상은 하고 있었다. 여기서 안 준다고 해버리면 뒷감당이 힘들다.


그리고 내가 생각해봐도 보호소 내에서 민간인이 총을 가지고 다니면 위험해 보일 것 같았다.


나는 샷건과 함께 남은 총알을 그에게 건네줬다. 백찬 또한 소총과 총알을 건네준다.


군인은 총을 받아들고는 구석에 있는 용팔 아저씨의 공기총을 가리켰다.


“저것도 당신의 엽총인가요?”


백찬과 혜린이 먼저 이 방으로 향할 때, 나는 그들에게 아저씨의 가방과 총을 가져가라고 말했었다.


“아, 이건 저희 다른 일행 건데요.”


“그분도 사냥꾼이십니까?”


나는 아저씨의 가방에서 그의 총포소지허가증을 꺼내 군인에게 보여줬다.


“박용팔 님이시군요. 그럼 이 총도 박용팔 님 이름으로 저희가 보관하겠습니다.”


용팔 아저씨의 공기총과 탄약 또한 군인이 가져갔다.


“엽총은 개인 소유이니 처분하지 않고 보관해두겠습니다. 나중에 안내에 따라 찾아가시면 됩니다.”


군인은 아직 할 말이 남았는지, 백찬을 바라봤다.


“경찰은 임시로 보호소 경비 병력에 편입되게 됩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원래 백찬은 엄연한 경찰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시 복귀해서 직업에 종사할 의무가 있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편히 지내셔도 됩니다. 가끔 찾아오겠습니다.”


백찬은 그렇게 군인들을 따라 우리를 떠났다.


그와는 이때까지 같이 지낸 정이 있는데,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가끔 찾아온다고 하니 다행이다.


백찬이 떠나니, 자리에는 나와 혜린만 남게 되었다. 왠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늘 같이 있던 2명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크다.


나는 혜린과 잡담도 하고, 저녁 시간에는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생존자 보호소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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