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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꿈은글먹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사냥꾼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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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꿈은글먹
작품등록일 :
2021.12.15 18:23
최근연재일 :
2022.01.18 10:2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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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21
추천수 :
472
글자수 :
140,787

작성
21.12.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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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2쪽

5화. 지하철에서 (3)

DUMMY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좀비들과 싸운다고 피로가 쌓여왔던 몸. 그래도 잠을 자니 피로가 풀리긴 했는지,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흐음...”


누운 자리에서 천천히 허리만 일으켰다. 그 상태로 고개를 돌려 근처 벽면에 걸린 시계를 바라본다. 대략 오후 6시쯤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잔 거지?


누울 때의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기에 정확하진 않지만, 체감상 4시간은 잔 느낌이었다.


밤에 잠 안 오겠네.


“......”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의미 없는 생각은 치워버리고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상황이 급박했다.


소란이 없는 것을 보면 바리케이드가 뚫리진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뚫린다면 우리는 죽음 목숨이었다.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 침착하고 냉정하게 행동해야 한다. 적어도 정신은 바짝 차리고 있자.


“드르렁......”


옆에서는 용팔 아저씨가 코를 골며 자는 중이다.


바닥에 대자로 누워서 잠을 자는데 표정이 무척 편안해 보였다. 참 한결같은 사람이다.


마음 편히 자는 아저씨와는 다르게, 내가 구해줬던 그 여자는 나를 빤히 바라보는 중이었다.


벽면에 허리를 기댄 채 눈으로는 나를 응시한다.


그녀의 눈동자에선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생기를 잃어버린 눈 같았다.


아까 내가 잠들기 전에도 무척 우울해 보였는데. 아직도 무언가 덜 풀린 모양이었다.


그래도 애써 입을 열어 인사를 건네온다. 그러나 목소리는 가라앉은 상태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나는 태연한 어투로 대답했다.


“네. 제가 자는 동안 별다른 일 없었죠?”


“심각한 일은 아닌데, 경찰들이 와서 터널을 막아버렸어요.”


“터널이요?”


그녀의 말에 내가 도망쳐왔던 터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터널 입구가 자판기나 벤치 따위로 봉쇄되어 있었다.


지금도 경찰 몇 명이 계속 바리케이드를 쌓는 중이었다.


터널에서 좀비들이 나타날 수도 있긴 하지만, 이건 너무 과하다 싶었다. 역에 있는 모든 벤치를 끌고 와도 터널 입구를 막긴 벅차 보이는데.


물론 저곳 하나는 막을 수 있겠지만, 서울역으로 가는 터널과 다른 쪽 터널까지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벤치 같은걸 쌓아 올려 봤자 얼마나 단단할까 싶기도 하고.


나중에 군인들이 구하러 왔을 때를 생각해도 문제다. 저 바리케이드에 군인들이 오다가 막힐 수도 있다.


다시 고개를 돌려 이번에는 반대쪽을 바라봤다. 서울역으로 가는 터널은 아직 막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경찰들의 분위기를 보아하니 저곳도 곧 막힐 것 같았다.


나는 일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나를 보며 여자가 말했다.


“어디 가시려고요?”


“그냥 주변 좀 둘러보고 올게요.”


나는 걸음을 옮기며 슬쩍 뒤를 돌아봤다. 내가 사라지자 그녀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초점 풀린 눈동자.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응시하는 눈. 어눌하고 조용한 말투까지.


아무리 봐도 문제가 있어 보였다. 나중에 한 번 이야기라도 나눠봐야겠다. 그럼 문제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ㅡ 지지지직... 지지지지지직...


벽면에 걸린 TV는 어느새 검은 화면으로 변해있었다. 지지직거리는 소리로 보아 분명 전원은 들어간 상태다.


인터넷이 끊겨버렸나?


TV 앞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안절부절 못하며 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다들 심각하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시간이 지나도 검은 화면에 지지직 소리만 나는 TV. 보다 못한 한 여자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도대체 군대는 언제 오는 거야? 지금쯤이면 올 때가 되지 않았나? 군대가 온다고 한 지 벌써 7시간은 지났는데...”


아무래도 TV 앞에 보인 사람들은 뉴스를 기다리는 중인 것 같다.


혹시나 뉴스에서 군대와 관련된 소식을 전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나 TV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인터넷이 끊겼거나, TV가 작동하지 않을 정도로 바깥세상이 쑥대밭으로 변해버렸거나. 둘 중 하나였다.


내 생각에는 둘 모두일 것 같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나는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역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상태였다.


표정에는 침울한 기색이 감돈다. 대화하는 소리가 간간이 들릴 뿐, 적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밤 12시가 되었다. TV는 아직도 먹통이며 군대는 결국 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박용팔 아저씨는 중간에 한 번 깨서 화장실에 갔다 온 것 말고는 아직도 자고 있었다. 나 또한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아까 전의 낮잠은 워낙 몸이 피로했던지라 거의 눕자마자 바로 잠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몸의 피로도 어느 정도 풀렸고, 낮잠으로 이미 잠을 자버려서 그런지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내일을 위해 잠을 자야 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선 잠이 필수다.


나는 몇십 분 정도가 지나서야 겨우 잠에 빠져들었다.


* * *


“으아아아악! 괴물이다!”


나는 사람들의 비명을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벌떡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본다. 주변은 문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무언가를 피해 도망치는 사람들의 모습. 모두들 겁에 질려 비명을 질러댔다. 용팔 아저씨 또한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용팔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


“2호선 쪽에서 좀비가 나타났나 봐! 사람들 지금 이쪽으로 피난 오고 난리도 아니다.”


시청역은 1호선 승강장 바로 옆에 2호선 대합실이 있는 구조였다.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2호선 대합실이 나온다.


바로 옆 공간에서 좀비가 나타났다니, 아무래도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 나는 바로 총가방을 열고 샷건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용품들이 들어있는 가방도 등에 맨다. 총알 수급도 필요할뿐더러, 앞으로도 꼭 필요한 중요한 가방이었다.


용팔 아저씨도 나를 보더니, 똑같이 자신의 총을 꺼내 상태를 점검했다. 자기 몫이 들어간 가방 또한 등에 맨다.


총 들고 2호선 쪽으로 뛰어 들어가야 하나 갈팡질팡하고 있던 그때, 경찰들이 나타나 상황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사람들 이쪽으로 대피시키고, 너희들은 입구부터 막아!”


지시를 내리는 경찰관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경찰들은 빠르게 조를 나누었다.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조와, 입구를 막는 조.


사람을 대피시키는 조는 빠르게 행동에 들어갔지만, 입구를 막는 조는 섣불리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그것을 본 경찰관이 말했다. 지시를 내리던 사람이었다.


“너희들 왜 안 가고 있어, 무슨 일이야?”


“입구를 막아버리면 건너편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떡합니까?”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질문을 받은 경찰은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입구를 막아야 할지 경찰들이 고민하는 동안, 첫 좀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2호선으로 이어지는 입구에서 달려 나오는 한 마리.


그러나 한 마리에서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쏟아져 들어온다. 좀비들의 침입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것을 본 나는 주저하지 않고 총구를 조준. 방아쇠를 당겼다. 사선에 사람은 없었다. 오직 좀비만 가득할 뿐.


타앙! 타앙!


2차례 울려 퍼지는 굉음. 선두로 달려오는 좀비들의 몸뚱어리가 찢겨나갔다.


자신의 배에 뚫린 구멍을 쓰다듬으며 한 마리가 나를 노려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좀비는 곧 힘없이 쓰러졌다.


총소리를 들은 경찰들이 이쪽을 쳐다봤다. 경악하는 시선이 나와 좀비들에게 꽂힌다.


그들은 망설이지 않고 리볼버를 꺼내 사격을 시작했다.


“너희들은 입구 막을만한 것 좀 가지고 와! 남은 인원들은 엄호한다!”


사람들을 대피시키던 경찰들이 재빠르게 흩어졌다. 잠시 후 각자 바리케이드로 쓸만한 구조물들을 가지고 온다.


나는 용팔 아저씨의 옆에 서서 입구에서 달려오는 좀비들을 소탕했다.


죽은 자들의 물결은 총의 화력에 밀려 점점 뒤로 물러났다.


그러기를 몇십 초. 일시적으로 좀비들의 돌격이 끊어졌다. 그 틈을 타 경찰들이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치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가서 오는 좀비들 좀 잡아주세요!”


내 말에 용팔 아저씨가 잽싸게 달려나가 바리케이드 사이로 보이는 좀비들을 저격했다.


나는 그 뒤에서 대기. 남은 총알을 아껴야 했다. 앞으로도 쓸 일이 많을 것이기에.


내가 쓰는 산탄총에 비해, 아저씨가 쓰는 공기총은 나보다 훨씬 총알의 크기가 작다.


그러므로 공간 대비 나보다 훨씬 많은 총알을 보관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임시방편으로 바리케이드를 치는 데 성공했다.


그제서야 경찰들은 무기를 내려놓고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용팔 아저씨 또한 마찬가지.


나는 바리케이드 너머를 바라보았다. 아직 전기가 끊기지 않아 전등이 켜져 있는 통로.


그곳은 온통 시뻘건 피로 물들어 있었다. 바닥에는 내장이 굴러다닌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저절로 고개를 돌리게 되는 풍경.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았다.


사냥을 하면서 동물의 내장을 파내는 일은 수도 없이 해왔고, 나는 비위가 강한 편이었다.


피로 물든 통로에는 좀비가 한 마리도 없었다. 모두 총으로 소탕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 너머는 다르다.


‘걸어 다니는 놈이 한 마리... 두 마리...’


통로 너머에 있는 넓은 공간에는 아직도 좀비가 남아있었다.


그러고 보니 무언가 이상한 점이 한 가지 있다.


왜 저 좀비들은 우리를 향해 달려오지 않는 것일까?


애초부터 이상했다. 총소리를 들었다면, 주변에 있는 모든 좀비들이 우리를 쫓아와야 정상일 터.


혹시 좀비들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건가?


그렇지 않으면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젠장. 나는 너무 영화에서 보았던 좀비의 모습에 집착하고 있었다.


현실 세계의 좀비와 영화 속 세계의 좀비가 무조건 같을 거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며 통로를 살펴보던 그때, 뒤에서 뚜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안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떡합니까?”


뒤를 돌아보니, 한 경찰이 또 다른 경찰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한 명은 경찰들에게 지시를 내리던 경찰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은...


짧게 깎은 머리와 정갈하게 뻗어진 눈매. 어제 나와 대화했던 경찰관. 김백찬이었다.


“하고 싶은 말은 잘 알겠다마는,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이마를 짚으며 푹 한숨을 내쉬는 경찰관.


그러나 김백찬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으라는 말입니까?”


그 말 한마디에 주변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시민들의 표정에 무언가가 스쳐지나간다.


그것은 저 너머에 고립된 사람들에 대한 걱정이었다.


비록 자신이 직접 나설 수는 없어도, 대다수의 시민은 고립된 사람들을 생각하는 듯 보였다.


여기서 김백찬이 또다시 폭탄을 터트렸다.


“제가 구하러 들어가겠습니다.”


그는 자세를 꼿꼿이 세우고 말을 이었다.


“허락해 주십시오. 최소한 몇 명만이라도 구하고 싶습니다.”


단단한 기백이 느껴지는 말에 경찰관은 할 말을 잃었다.


그가 잠깐동안 고민하고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쿵. 쿵. 쿵.


멀리서 들려오는 정체 모를 소리와 함께 바닥이 약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뭐지? 지진이라도 일어난 건가?’


다른 사람들도 나와 생각이 같은 듯했다. 안절부절못하며 주변으로 고개를 휙휙 돌린다. 당장이라도 무언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불안한 표정들이었다.


진동은 순식간에 더욱 거세졌다.


쿵! 쿵! 쿵! 쿵!


이제는 땅이 흔들리고 있다고 확실하게 느껴질 정도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순간,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린 나는 보면 안 될 것을 보고야 말았다.


쿠워어어어어어ㅡ!


통로를 따라 들려오는 엄청난 괴성. 잠시 후 나타나는 굉음의 주인.


콰지지지지직!


거대한 괴물이 바리케이드를 뚫고 들어와 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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