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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꿈은글먹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사냥꾼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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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꿈은글먹
작품등록일 :
2021.12.15 18:23
최근연재일 :
2022.01.18 10:2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8,544
추천수 :
472
글자수 :
140,787

작성
21.12.2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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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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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9화. 밖으로 나가다

DUMMY

모두가 잠든 시각.


나는 작은 램프를 켜놓고 물품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사냥에 쓰려고 챙긴 램프였다.


빛이 그다지 크지도 않고 내 쪽으로 켜놨으니, 바깥으로 새어 나가지도 않을 것이다.


일단 나는 한쪽 벽에 고이 세워둔 총기들을 모두 가지고 왔다.


용팔 아저씨와 김백찬의 총기 또한 그곳에 있었다.


나는 그들이 잠들기 전에, 오늘 새벽에 남은 총알을 점검할 테니, 총을 나에게 맡겨달라고 말했었다.


그들은 내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나를 믿고 있다는 뜻이었다.


내가 쓰는 샷건, 용팔 아저씨의 공기총, 김백찬의 K2 소총과 리볼버.


우리에게는 현재 총이 네 자루나 있었다.

아마 지금 살아남은 생존자들 중에 총을 가지고 있는 것은 거의 우리가 유일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들 또한 하나둘씩 총을 구하게 되겠지만.


경찰서나, 군부대. 군인들의 시체를 뒤지기만 해도 총을 구할 수 있을 테니까.


‘남은 총알이 17발. 진짜 아껴서 써야겠다.’


약실에 장전돼있는 총알을 포함한 개수였다. 산탄 17발. 잘만 쓴다면 총알 한 발당 2마리 이상을 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산탄은 쉽게 수급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국군 또한 소총을 주로 사용하지, 샷건은 극히 일부만 사용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나는 최대한 총알을 아껴야 했다.


총포사를 찾아서 들린다면 산탄을 한꺼번에 쓸어올 수 있지만, 그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지금은 K2 소총을 최대한 많이 활용해야겠다. 소총이 그나마 총알을 구하기 쉬우니까.


용팔 아저씨가 쓰는 공기총은 아직도 총알이 100발 넘게 남아있었다.


원형 모양의 케이스 안에 총알이 가득 담겨있다.


K2 소총은 30발들이 탄창 2개. 리볼버는 12발.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류탄이 1개 있었다.


아마도 김백찬이 말한 도망친 군인이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류탄은 단 1개뿐이니까 매우 위급한 상황에서나 사용해야겠다.’


수십 마리의 좀비가 몰려올 때 수류탄을 터트린다면, 한 번에 통로를 뚫을 수 있다.


잘만 한다면 변종 좀비를 잡을 수도 있었다. 그 외골격이 단단한 좀비는 분명 얼굴이 약점이었다.


입에 수류탄을 물리고 터트린다면, 머리가 통째로 날아가겠지.


물론 매우 위험하고도 어려운 방법이지만, 만에 하나를 대비한 비장의 수가 하나쯤 있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이제 총기는 치워두고 다른 걸 점검하자.’


수렵용 나이프와 손도끼가 각각 1개씩.

500ml 생수 2병. 소세지 핫바 2개. 에너지바 4개.


모두 나와 용팔 아저씨의 가방에서 나온 것이었다.


여기에 작은 램프와 배터리 같은 잡다한 용품들도 몇 개 더 있었다.


손도끼는 내가 아닌 아저씨의 것이다. 가방 안의 식량은 나중에 위급한 상황일 때 비상식량으로 쓰면 되겠지.


이제 모든 점검이 끝났다.


나는 총기와 물품들을 정리해놓고 다시 경계에 집중했다.


혹시나 주변에서 무슨 이상한 소리 같은 것이 들리는지 귀를 기울이거나, 바깥을 가끔 둘러봤다.


2시간은 그렇게 아무 일 없이 흘러갔다.


나는 자고 있는 김백찬을 향해 다가갔다. 다른 이들이 깨지 않도록 그를 조심스럽게 흔들며 조용하게 말했다.


“김백찬 씨. 불침번 시간이에요.”


김백찬은 몇 번 몸을 뒤척이더니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라도 안 일어나면 어쩌지하고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그럼 부탁할게요.”


“네. 지금부터는 저한테 맡겨두시고 편히 주무세요.”


창문 쪽으로 다가가는 김백찬.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푹신한 매트 위에 누웠다.


격투기 도장이라 푹신한 매트가 잔뜩 있어 모두 그곳에서 잠을 자는 중이었다.


나는 서서히 눈을 감았다.


제발 오늘 새벽은 무사하게 지나가기를 빈다.


* * *


도장 안에 고립된 지 5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닭가슴살과 식수를 적절하게 분배해가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 5일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할만한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바깥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인터넷은 먹통. 그렇다고 책이나 보드게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하루종일 하지는 않고 적절하게 시간을 써가며 운동을 했다.


격투기 도장이라 기본적인 운동기구가 갖춰져 있어, 더욱 수월하게 운동을 할 수 있었다.


‘기초 체력은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기에 가장 필수적인 능력이다.’


그런 생각으로 운동을 한 것이다. 운동을 하면 앞으로 할 일에 도움이 되면 됐지, 손해 볼 것은 없으니까.


우리 4명 모두 운동을 꾸준히 해본 경험이 있어, 딱히 가르쳐주지 않아도 각자 알아서 몸을 단련했다.


그렇게 5일이 지나고 오늘.

바깥으로 나갈 일이 생겼다.


* * *


나는 자연스럽게 잠에서 깨어나 몸을 일으켰다. 오늘도 어제와 다름없이, 내가 잠든 사이 별다른 일은 없는 것 같았다.


혜린은 마지막 불침번이었는지라, 아직 창문 앞에 앉아있었다.


백찬은 자신의 리볼버를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딱히 할 일이 없어 하는 행동처럼 보였다.


쿠오오... 쿠오오...


용팔 아저씨는 아직도 코를 골며 자는 중. 풀린 표정에선 어떤 근심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백찬이 다음 불침번인 아저씨를 깨우는데 꽤 애를 먹었을 것 같다.


둘은 5일 동안 급속도로 친해졌다. 모두 용팔 아저씨가 붙임성이 좋은 덕분이었다.


나는 백찬과 혜린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나 또한 한동안 그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제법 사이가 좋아졌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혜린과 내가 말을 놓기로 했다는 점이었다.


“좋은 아침.”


“어, 잘잤어?”


“그래. 별일 없었지?”


“딱히 없었는데.”


왜 말을 놓았는지에 대해 설명하자면, 알고 보니 혜린은 나와 동갑이었다.


말은 혜린이 먼저 놨다. 그녀가 계속 반말을 하니,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놓은 거고.


그래도 서로 존댓말 써가며 말할 바에는, 이렇게 반말 쓰면서 간단하게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사이를 좁히기에도 존댓말 보다는 반말이 더 좋을 것이다.


고립된 5일 동안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우리 4명은 앞으로도 같이 다니게 될 것 같았다.


그러므로 사이를 더욱 긴밀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서로의 등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 만할 정도로.


백찬은 아쉽게도 나보다 나이가 3살 정도 많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형이라고 부르려고 했지만, 본인이 아직은 좀 불편하다고 말해서 그냥 평소대로 부르기로 했다.


나중에 좀 더 친해지게 되면 형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


나는 아침 인사를 끝내고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고 문을 열고 안을 확인한다.


이제 남은 식량은 닭가슴살 4팩뿐이었다. 이 정도 양으로는 내일까지 밖에 버티지 못한다.


나는 식량을 구해올 필요성을 느꼈다. 적어도 몇 주는 버틸 수 있을 만할 정도로.


그날 오전 11시. 닭가슴살로 식사를 끝내고 나는 모두에게 말했다.


“이제 식량이 거의 다 떨어졌습니다. 당장 내일 먹을 양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오늘 식량을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자는 것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 대형마트가 있다고 말해주자 모두 내 말에 찬성했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식량이 필요했으니까.


현재 밖으로 나가는 문은 덤벨 거치대로 막혀있는 상태다. 나는 이곳을 탈출할 방법까지 생각해 놓았다.


바로 천장에 달려있는 밧줄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지금 천장에는 두꺼운 밧줄이 여러 개 달려있었다.


사람들이 훈련할 때 쓰라고 만들어놓은 훈련용 밧줄이다. 나는 이것을 타고 내려갈 생각이었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바깥은 매우 위험하니, 총은 모두 가져가는 것이 좋을 겁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백찬은 혜린에게 다가가더니 자신의 리볼버를 건네주었다.


“혜린 씨에게도 총이 필요할 거예요.”


그러면서 리볼버 사용법을 간단하게 알려준다. 총을 잡는 방법과 장전 방식을 설명해주었다.


혜린은 막히는 부분 없이 백찬의 말을 따라 자세를 잡고 장전 연습을 했다.


“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예상보다 빠른 터득에 백찬이 살짝 놀란 기색을 보였다. 혜린은 감사하다고 말하며 리볼버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백찬은 리볼버 대신 소총을 들었다.


우리는 일단 각자 근접 무기를 들기로 했다. 총기는 위급한 상황에만 사용하기로 하고.


총알을 아껴야 하기도 했거니와, 굳이 총소리를 낼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총을 발포했다가 그 소리를 듣고 변종 좀비가 오면 곤란해지니까.


아직 변종이 얼마나 더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 외골격이 단단한 변종에 끝나지 않고 다른 변종이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 총은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다.


나는 수렵용 나이프, 용팔 아저씨는 손도끼, 백찬과 혜린은 각자 삼단봉과 야구 배트를 들었다.


격투기 도장 주인이 야구에 관심이 있었는지, 안방에 야구 배트가 하나 있었다.


상태는 양호하다. 혜린 정도의 운동신경이라면 충분히 좀비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식량을 넣기 위한 가방은 나와 용팔 아저씨가 매고 가기로 했다.


랜턴과 배터리 등, 최대한 필요한 것만 넣었으니, 식량이 들어갈 자리는 충분하다.


“그럼 제가 먼저 내려가겠습니다. 저를 따라 차례대로 내려와 주세요.”


두꺼운 밧줄을 하나 잘라 다른 밧줄과 이어서 묶어놨다. 길이는 충분했다.


창문의 크기 또한 사람이 숙여서 지나가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다. 나는 창문을 열어놓고 밧줄을 아래로 던졌다.


내려가기 전, 대충 좀비가 어느 정도 있는지 확인하고 밧줄을 잡았다.


그대로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한다.


밧줄 주변에 있는 좀비는 총 2마리. 나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양이다.


나는 밧줄을 내려가다가 그대로 점프. 바닥에 착지하며 좀비의 목덜미에 칼을 박아넣었다.


바닥에 착지하고 나서는 칼을 도로 뽑고 자세를 잡는다. 나를 향해 달려오는 남은 한 마리 또한 수월하게 해치웠다.


나 다음으로는 용팔 아저씨가 내려왔다.


우리의 모습을 본 다른 좀비들이 달려들었지만, 나와 용팔 아저씨 앞에 속수무책으로 갈려 나갔다.


변종이 나오지 않는 한, 일반 좀비는 근접 무기 선에서 해결할 수 있다.


떼거리로 몰려온다면 또 모를까. 그때는 뭐, 그냥 총으로 잡으면 된다.


백찬과 혜린까지 내려오고 나서야 우리는 이동을 시작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밧줄은 그대로 내버려 뒀다.


바깥에 좀비가 우글거리는 상황에 여기까지 와서 밧줄을 타고 올라가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8차선 도로를 넘어서 조금만 걸어가면 대형마트가 나온다.


지금 이 주변에는 그다지 좀비가 없지만, 도로로 넘어가면 훨씬 많은 수가 있을 것이다.


도장 안에 고립되기 전에 보았던 떼거리로 몰려오는 좀비들도 도로 위에 있을 테니까.


앞을 가로막는 좀비들을 처리하며 도로에 도착. 건물 벽에 숨어서 도로를 살펴본다.


역시나 도로에는 좀비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뚫고 지나가라면 꽤 애를 먹겠다.


“용팔 아저씨. 지금부터는 총을 사용해도 됩니다. 우릴 발견하고 다가오는 놈들을 저격해주세요.”


“알겠다.”


내 말에 용팔 아저씨가 손도끼를 집어넣고 자신의 공기총을 꺼냈다.


“다른 분들은 계속 근접 무기를 사용해주세요. 총은 진짜 위험한 상황에서만 꺼내시고요.”


용팔 아저씨만 총기 사용을 허가한 이유가 있다.


아저씨가 쓰는 공기총은 실총보다 훨씬 발포음이 작으니까, 변종도 가까이 있지 않는 이상 듣지 못할 것이다.


“그럼 출발합니다. 최대한 숨어서 갈 거니까, 놓치지 말고 잘 따라오세요.”


우리는 좀비들이 바글거리는 8차선 도로에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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