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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완 님의 서재입니다.

닉네임 군필여고생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드라마

완결

린완
작품등록일 :
2018.10.19 17:38
최근연재일 :
2023.01.15 06:06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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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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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73,904

작성
21.01.02 10:36
조회
984
추천
27
글자
9쪽

06. 아저씨(2)

DUMMY

“우웩!”


그것은 절대로, 처음 맛보는 맛이었다. 이런 끔찍한 맛과 냄새는 잊으래야 잊을 수가 없는 종류의 것이다. 맵고, 따갑고, 역하다. 까맣게 탄 고추를 갈아서 물에 타 마시면 이런 느낌일까?

아름은 계속 헛구역질을 하며 바닥에 침과 눈물을 흘렸다. 담배는 진즉에 버린 후였다.


“너 대체 뭐하냐?”


담배의 역함에 고통스러워하던 아름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부른 상대는 뜬금없게도 우용이었다.

우용은 자신의 가방에서 티슈를 꺼내 내밀었고 아름은 얼른 받아들어 입과 눈 주변을 닦아냈다. 닦아내고 나서 보니 우용이 이번엔 작은 생수병을 내밀고 있었다. 이번에도 거절하지 않고 생수병을 받아 물로 입을 헹궈내고, 조금 남은 물은 마셨다.

고통이 가시고 좀 괜찮아지고 나니, 우용이 아름의 팔을 붙잡고 어딘가로 데려간다. 말없이 그를 따라 걷던 아름은 꽤 멀리까지 이동하고 나서야 팔을 뿌리치며 물었다.


“대체 어디 가는 거야?”

“너 미쳤어?”


기다렸다는 듯 돌아온 대답은 대답이 아닌 반문이었다. 우용은 계속해서 쏘아붙였다.


“근처에 다른 학교 학생들도 있고 선생님들도 계시고, 방송사 관계자분들도 잔뜩 있는데. 거기서 네 이름 떡하니 붙어있는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냐? 생각이 없어?”

“······.”

“게다가 피는 꼴을 보니 처음 펴보는 것 같던데. 뭐하자는 거야? 화나고 짜증나니까 담배까지 피면서 항의하는 거야? 요란하게 기침하면서 사람 불러 모아서 나한테 관심 좀 가져달라고 떼쓰는 거냐고?”

“닥쳐! 알지도 못 하면서!”


아름도 최악의 기분인 상태였기에, 악을 쓰며 상대의 말을 끊어버린다. 꽤 건물들 속 사이로 깊게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크게 소리를 쳐도 그 쪽을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네가 내 기분을 알아? 내가 절대 안 피겠다고 생각했던 담배를 입에 문 내 기분을 아냐고!”

“모르지.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어. 네 그 어린애 같은 행동 때문에 우리 학교가, 우리 동아리가, 특히 내가 피해를 볼 지도 모르니까 말리는 거지.”

“그럼 이제 됐잖아!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담배를 피던 암 걸려 죽던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끄라고!”

“나도 그러고 싶은데 일단은 우리 형이 걱정된다고 보고 오라잖아. 내가 심심해서 너 찾아다닌 줄 알아?”


그러고 보면 우용은 동아리 내에서도 아름과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박수영이 동아리 인원 수 맞추려고 데려온 그의 동생 박우용. 게임을 특별히 잘 하지는 못 했지만 크게 못 하지도 않았다. 아름은 그에게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우용도 그녀에게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둘이서 대화를 나눈 것 자체가 지금이 처음이었다.


적당히 남이면서 적당히 아는 사람. 그 묘한 거리감 때문이었을까? 아름은 거리낌 없이 자신의 감정을 내뱉었다.


“하여튼 이놈이고 저놈이고! 내 기분, 내 상황은 알지도 못 하면서 걱정이니 뭐니 늘어놓는 거 진짜 개극혐이야! 다 꺼져줬으면 좋겠어 진짜!”

“참나. 그럼 뭐 우리가 독심술사냐? 네가 말을 안 하는데 걱정된다는 말 말고 무슨 말을 해?”

“누군 말하기 싫어서 안 하는 줄 알아?”

“아니 그럼 말 하지 말고 혼자 해결하던가. 주변에 온갖 히스테릭은 잔뜩 부려가면서 피해주지 말고.”


아름은 얄미운 우용의 말에 화를 참지 못 하고 뺨을 후려갈긴다. 꽤 큰 소리가 났지만, 우용은 맞은 곳을 잠시 어루만진 뒤 하던 말만 계속 이어나갔다.


“결국 네 선택이지. 꺼내기 어려운 말을 꺼내서 후련해지고, 남들에게 이해받거나 도움을 받는 것. 아니면 그냥 입을 닫고 혼자 살아갈지. 전부 네 선택이야.”


갑자기 뺨을 맞았으니 화가 날 법도 한데, 우용의 말투는 오히려 조금 전 보다 차분해져 있었다.

아름도 손이 얼얼한 만큼 약간은 제정신이 돌아와 있었다. 때려서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여전히 우용의 말이 짜증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는지라 가시 돋친 말투로 대답했다.


“입에 담는다고 다 말이야?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미친 소리를 어떻게 꺼내란 건데?”

“그런 거라면 마침 잘 됐네. 온갖 만화 영화 드라마를 섭렵한 오타쿠인 나에게 이해 못할 미친 소리란 건 없거든.”

“···그래서 너한테 이야기 해 보라고?”

“못할 게 뭐야? 오히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이니까 할 수 있는 말도 있는 거잖아. 네가 흡연자든 말든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인 것처럼, 네 이야기가 미친 소리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겠어.”

“그럼 내가 왜 이야기해야 하는데?”

“글쎄? 적어도 네 속이 후련하긴 하겠지.”

“······.”


아름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상대의 표정을 살폈다가, 이내 바닥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난 사실 한아름이 아냐.”

“호오.”

“한아름의 몸을 빌리고 있는 다른 사람이지. 나도 내가 누군지는 모르겠어. 아마 최근에 죽은 아름이네 친오빠가 아닐까 싶긴 한데 그것도 확실한 건 아니고.”

“으흠.”

“아름이 본인이 가끔 꿈에 나와서 이야기 해. 친구도 만들고 싶고, 돈도 벌어서 엄마랑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그래서 나는 그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지.”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씨발, 제대로 풀리는 일이 하나도 없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를 만드는 것도 돈을 버는 것도 엄마랑 행복하게 사는 것도 다 실패했다고! 이젠··· 뭐가 뭔지도 모르겠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어.”

“잠깐 잠깐, 그전에 말인데. 네가 아름이가 아니란 증거는 뭐야?”

“···내 말이 안 믿긴다는 뜻이야?”

“그게 아니라.”


우용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나서 말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이야기는 꽤 흔해. 그러니까 만화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말야. 죽은 귀신이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빙의현상. 한 사람에게 둘 이상의 인격이 깨어나는 다중 인격. 혹은 두 사람의 몸과 영혼이 뒤바뀌는 현상 등등. 하지만 그건 만들어진 이야기일 뿐이고, 현실에 대입해서 생각해 보자면 좀 다른 시각으로 봐야겠지.”


복잡한 이야기에 다시금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느낀 아름이 물었다.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귀신이니 빙의니 영혼이니 하는 건 논외로 치고, 다중 인격은 전 세계에서 수십 명 정도? 밖에 검증이 안 된 극도로 희귀한 정신장애 현상이야. 당장 눈앞에 있는 사람이 다중인격을 가졌다고 한다면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지.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니까.”

“그러니까 결국 내 말이 헛소리로 들린다 이거 아냐? 좋아. 그럼 증명 해 줄게.”


우용은 고개를 끄덕였고, 아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생각을 해 봐도 남을 설득할 수 있을만한, 이렇다 할 명확한 증거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난 군대를 전역한 성인 남성인데. 군대에서 힘들었던 기억도 있고.”

“한국 군대에 관한 이야기는 나도 엄청 좋아하지. 그럼 몇 사단 전역인데? 아니면 여단? 주특기는 뭐였어?”

“······.”


아름은 대답을 못 하고 우물쭈물 하다가 말을 돌렸다.


“기억이 온전치는 않아. 군대 전역하고 나서 담배를 꽤 자주 피웠던 기억은 나는데.”

“방금 내가 봤던 모양으론 태어나서 처음 담배를 펴 본 사람 같았는데? 게다가 라이터를 제대로 켤 줄도 모르더만. 뭐 좋아. 그럼 군대에선 어떤 담배를 폈어? 전역하고 나선 뭘로 바꿨고?”

“······.”


이번에도 역시 대답을 못 하고 말을 돌린다.


“그, 게임을 좋아하고 엄청 잘 하는 것도 전부 아름이가 아니라 내 실력인데.”

“게임 잘 하는 걸로 네가 아름이가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는 없지. 군대 기억도 없고 담배 종류도 모르고. 넌 뭐를 근거로 자신이 아름이가 아니라고 믿고 있는 거야?”


아름은 아무런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스스로도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는 우용의 질문에 혼란스러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아름을 묵묵히 바라보던 우용은 무언가 깨달은 듯, 얼른 입을 열었다.


“다중인격이 아니더라도, 네가 말했던 현상을 다룬 영화가 있었어. 거기서 주인공은 자신의 원래 몸을 찾기 위해 노력하거든.”

“···그런데?”

“그런데 알고 보니 주인공은 다중인격도, 영혼이 뒤바뀐 것도 아니었어. 그냥 기억상실이었지. 너무 끔찍한 현실을 감당하지 못한 정신이 자신의 인생 전체를 무의식 저편으로 날려버린 거야. 그리곤 자신을 힘들게 했던 상대에 대한 강한 인식은, 곧 그게 원래의 자신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었지.”


긴 설명을 끝낸 우용은 만족스러운 듯 헛기침을 한 번 하고선, 아름에게 물었다.


“그래서 넌 어떤 것 같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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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7

  • 작성자
    Lv.87 몰과내
    작성일
    21.01.08 21:59
    No. 1

    이렇게 보면 담배신이 정말 필요했던 장면인데... 몇화전은 정말 암.... 그 자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1.01.09 17:49
    No. 2

    잘 봤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부카튀베
    작성일
    21.01.10 16:13
    No. 3

    전개가 개 급발진이네 진짜 감정선이 도무지 이해가 안감. 여기까진가보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9 서음ed
    작성일
    21.01.10 20:43
    No. 4

    이게 급발진이라고? 오히려 회귀니 빙의니 환생이니 하는 억지설정보다 훨씬 개연성있는 설정이 아닌가? 저로선 여태까지 꼬였던 걸 한번에 풀어내고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드는 터닝포인트라고 여겨지네요.

    찬성: 2 | 반대: 1

  • 작성자
    Lv.99 은빛검풍
    작성일
    21.01.11 00:30
    No. 5

    사실 전개가 하차각이죠

    찬성: 5 | 반대: 0

  • 작성자
    Lv.69 아라리아리
    작성일
    21.01.11 03:23
    No. 6

    감정선이 전혀 이해 안 감 굳이 친구들한테 화풀이할 이유 없는데 억지로 싸우고 억지로 봉합함 그저 억지 전개. 대회 내용도 어느 코치 달린 롤 준 프로팀이 한라인에 3명을 보냄?ㅋㅋㅋ골드랑 경험치가 얼마나 벌어지는데 맞라인 골드 500이상 벌어지면 티어 한 단계 차이는 차이도 아니게 되요 작가님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40 두부갑빠
    작성일
    21.03.02 19:03
    No. 7

    동의요 감정흐름이 억지임... 뭐 뚜렷한 사건없이 엄마가 하지말라고 한거 하나뿐인데 왜 주변에 화풀이하지?? 엄마를 먼저 설득하지않나 보통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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