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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완 님의 서재입니다.

닉네임 군필여고생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드라마

완결

린완
작품등록일 :
2018.10.19 17:38
최근연재일 :
2023.01.15 06:06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84,895
추천수 :
2,686
글자수 :
473,904

작성
20.01.11 07:47
조회
1,575
추천
48
글자
8쪽

01. 한아름(5)

DUMMY

“기억이 안 나신다고요?”

“몇 개는 기억해. 남자고, 군대도 다녀왔고, 잘 생겼고, 대인배라는 것 정도지만. 이 정도면 사실 충분한 거 아닐까?”

“······.”


규칙적인 생활의 끝에 찾아온 깊은 숙면은 또다시 아저씨와 아름이 만나는 길이 되었다.

아저씨는 상급자에게 그간의 보고를 올리듯, 그녀에게 하루간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고 피씨방과 게임 롤의 이야기가 나오자 아름이 당황하여 질문을 던진 참이었다.

아저씨가 팔을 휙휙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너랑 만나기 전이 기억 안 난다는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냐. 내 말의 요지는, 게임이라는 공통된 취미를 발견했다는 거지. 이제 친구가 늘어나는 건 시간문제다 이말이야.”

“그럼 다행이지만요. 그런데··· 그 전에 이야기 하신 거 있잖아요.”

“응? 어떤 거?”

“반에서 누가 시비를 걸었다고······.”

“아. 그랬지. 적당히 무시했어.”


아저씨는 정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어둡게 변해갔다.


“왜? 걱정돼?”

“잘 모르겠어요. 단지··· 누군가가 저를 욕하고 때리는 걸 상상하면, 숨이 막히는 기분이에요.”

“그럴 수도 있지. 세상 누가 욕먹고 맞는 걸 좋아하겠냐?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널 좋아할 수는 없어. 미움 받을 때 마다 그렇게 힘들어하면 세상 살기 힘들 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글세? 그거야 사람마다 다르겠지. 난 원래 깊게 생각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얼굴에 철판 깔고 무시하는 편이야. 누가 나를 욕하면 같이 욕 해주고, 누가 나를 때리면 똑같이 돌려주지.”

“······.”

“방법을 따지면 아주 간단한데. 뭐, 나 같은 사람이 있고 또 아닌 사람이 있는 거겠지. 아무튼 걱정 마! 내가 친구를 잔뜩 만들어 주겠다고 했잖아. 일단 너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다보면 자존감도 높아지고, 자신도 생기고, 뭐. 그러다 보면 미움 받는 것에 대한 면역도 조금씩 늘지 않겠어?”


아저씨는 능글맞게 웃으며 엄지를 세워 보인다. 그 당당하고 뻔뻔한 모습에 아름도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고맙습니다. 근데, 제 얼굴로 그렇게 웃으니까 진짜 어색하네요······.”

“푸하하. 계속 보다 보면 익숙해 질 거야. 너도 멋있게 웃는 법, 연습해 두라고. 나중에 반드시 필요해질 테니까.”


아름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 웃으면서. 아마 자기 딴에는 멋있는 웃음이라고 지어 보인 거겠지. 이후 잠에서 깨어난 아저씨는 썩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지는 꿈속의 기억들이지만, 아무래도 그녀의 그 표정은 잊기 힘들 것 같았다.


아침 스케줄을 마치고, 아주 조금씩 체력이 늘어가는 충실한 기분을 만끽하며 학교에 도착하자 옆자리 남학생이 인사하며 맞는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오만상을 쓰며 책상 거리를 띄우던 것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 일이었다.


“안녕.”

“그래.”

“너 오늘도 끝나고 게임하러 가?”


옆자리의 남학생은 여전히 반의 분위기가 걱정되었는지,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물어왔다. 아저씨가 흔쾌히 대답했다.


“너 가면 가지.”

“그래 그럼. 오늘도 어제 같은 게임 보여주는 거지?”

“뭐, 어려울 거 있나.”

“허참. 전에는 개소리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이젠 좀 멋있어 보이려고 하네. 근데 너 진짜 원래 티어가 어디야? 클래스가 다르더만. 무슨 플래티넘을 그렇게 가지고 노냐?”


흥분하여 목소리가 조금 높아지자, 주변 학생들이 흘깃 이쪽을 쳐다보았다. 옆자리 남학생도 그걸 눈치 채고 입을 다물었다가, 주변에서 관심을 끊자 다시 소곤소곤 이야길 시작했다.


“아니면 그건가? 외국 서버에서 주로 플레이 하다가 뒤늦게 한국서버로 온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너도 외국 서버에서 수련하다가 최근에 넘어온 은둔고수 같은 거냐?”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니까, 그런 거라고 치자.”

“오오··· 아참. 어제 같이하던 그 친구가 오늘도 할 거면 자기도 끼워 달래. 괜찮지?”

“당연히 괜찮지.”

“걔도 어제 너 플레이 보고 감명 받았다고 하더라. 뭐 수준이 다르다거나, 받아먹기만 했는데 게임이 이겨있었다나 그런 소릴 하던데.”


남학생이 또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할 때 쯤, 교실 문이 열리면서 두 사람이 들어왔다. 이전에 아름에게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내던 그 학생들이었다.

둘은 시끄럽게 떠들면서 자신들의 자리로 곧장 이동해 앉았다. 아름의 옆자리 남학생은 순간적으로 숨을 참았다가, 눈치를 살핀 뒤 숨을 내쉬었다. 혹시라도 또 마찰이 일어날까 두려웠던 모양이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야. 그··· 괜히 어제처럼 쟤네 자극하지 마. 무슨 말인지 알지?”

“알아. 불똥 튀지 않게 하란거지?”

“아니 그게 아니라··· 애들이 진짜 널 싫어 하다기 보단, 그냥 그런 분위기가 있는 거니까. 괜히 소란 일으키지 말고 얌전히, 나랑 말할 때처럼 평범하게 있으면 괜찮아 질 거란 말이지.”

“그런가?”

“그렇다니까. 나도 소문으로 주워들었을 뿐이지만 쟤네 둘, 먼저 시비 걸거나 진짜 이상한 짓 하는 놈만 아니면 막 때리고 그러진 않는대. 그러니까 그냥 얌전히 고개 숙이고 지내면······.”

“야 김태영!”


갑자기 누군가가 커다란 목소리로 태영을 불렀다. 아저씨는 어제 명찰을 보아두었기 때문에, 김태영이란 바로 옆자리의 남학생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 부른 사람은? 이름은 몰라도, 저 둔탁한 목소리는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것이었다. 자신의 의자를 발로 차며 위협을 하던 그 스포츠머리의 목소리.


“너 뭐하냐? 걔랑 친해?”

“어? 아니, 뭐··· 그런 건 아닌데.”

“그 또라이년이랑 말 하면 너도 똑같은 취급 해준다.”

“······.”

“무슨 말인지 알지? 중학교 때처럼 얌전히 지내라. 괜히 열 받게 하지 말고.”

“맞아. 얘 진짜 벼르고 있으니까 쓸데없이 휘말리지 않게 조심해라.”


스포츠머리의 앞 쪽, 진한 갈색머리로 염색한 째진 눈의 학생이 한 마디를 거들었다. 반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태영은 땀을 뻘뻘 흘리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 상황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아저씨가 외쳤다.


“어우! 존나 오글거리네. 야. 내가 웬만하면 조용히 있으려고 했는데, 너네는 진짜 그런 말 하면서 안 쪽팔리냐? [너도 똑같은 취급 해준다] [쓸데없이 휘말리지 않게 조심해라] 개소름 돋아 진짜로.”


두 남학생은 그 말에 아무런 대답을 못 했다. 기가 차고 어이가 없었던 것이리라. 그 사이 담임이 들어와 조례를 시작했고, 조례가 조금 길어지는 바람에 곧장 1교시가 시작되었다. 무어라 따질 시간이 없었기에 아저씨의 말을 마지막으로 학생들 간에는 그 어떠한 대화도 오가지 않았지만, 반에 있는 모두가 살 떨리는 심정이었다.

특히 위치가 애매모호했던 태영은 특히 가시바늘 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1교시 내내, 그의 머릿속에는 좆됐다는 말이 반복해서 울리고 있었다. 1교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찾아오면 폭탄이 터지겠구나. 일단 얘는 털리겠고, 나도 같이 털리려나. 혹시 큰일 나면 어쩌지. 누가 담임선생님을 불러와주지 않으려나. 아니, 그냥 내가 얼른 도망가서 선생님 불러오는 게 낫지 않을까.

잠깐잠깐. 나는 그렇다 치고, 얘는 진짜 어쩌려고 그런 거지?


태영은 오만 가지 생각에 휘둘리다가, 뒤늦게 아름에 대한 걱정이 떠올랐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소릴 한 거야? 너는 안 무섭냐? 뒤지게 얻어맞고, 1년 내내 괴롭힘 당할 텐데 안 무서워? 무슨 배짱이야?


그런 생각으로 아름을 돌이켜 보았다. 아름도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 괜찮아 괜찮아. 아까 나랑 안 친하다고 했던 거 때문이지? 이해 하니까 신경 안 써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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