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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완 님의 서재입니다.

닉네임 군필여고생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드라마

완결

린완
작품등록일 :
2018.10.19 17:38
최근연재일 :
2023.01.15 06:06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84,896
추천수 :
2,686
글자수 :
473,904

작성
21.01.01 11:53
조회
1,135
추천
35
글자
8쪽

04. E스포츠 고등학교 챌린지대회(5)

DUMMY

“이제 방학하면 한동안 못 보겠네.”

“······.”

“본선 진출했으니 방송에서는 볼 수 있겠지만. 어때?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아?”

“······.”


옆자리 친구 태영은 그렇게 말하면서 아름의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그녀는 대답은커녕, 이 쪽은 바라보지도 않은 채 인상만 잔뜩 쓰고 있었다.


엊그제 부터인가 아름의 상태가 이상하긴 했다. 대회에 대한 불안 때문일까? 표정도 안 좋고, 쉬는 시간에도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한숨만 푹푹 내쉴 뿐이었다. 평소답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걱정이 들던 태영이 이래저래 말을 걸어 보았지만 전부 무시당했었다.


“너 답지 않게 왜그러냐 정말.”


태영이 답답한 심정에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도 없던 그녀가 갑자기 무서운 눈으로 태영을 돌아보았다.


“나 답지 않다고?”

“엥?”

“나다운 게 뭔데? 나도 모르겠는 걸 네가 알아? 도대체 나다운 게 뭔데?”

“뭐야? 갑자기 왜 그래? 고민 따위는 개나 주라는 태도가 평소의 네 모습이었잖아. 그렇게 끙끙대는 건 처음 보니까 그렇지.”

“······.”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한 아름은 다시 고개를 돌리고, 책상위로 얼굴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무어라 이야기를 이어가는 태영을 무시한 채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예전의 나는 고민 같은 것은 없었고, 문제가 생기면 정면 돌파 할 뿐이었다. 아니, 그랬다고 착각하고 있었을 뿐이지.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변명만 대면서 회피했을 뿐이 아닌가.

결국 회피했던 문제가 터져서 이렇게 끙끙대는 꼴이다.


게임으로 돈도 벌고 친구도 만들자던 계획은 멈춰서 버렸고, 이걸 대체 어디서부터 손봐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 당장 대회 본선이 코앞인데 게임을 계속 할 수도 없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내가 이대로 아름이 행세를 계속 해도 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정말 아름이의 오빠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내 기억을 되찾기 위해 옛날 자료라도 뒤져봐야 하나? 아니면 엄마라는 사람한테 가서 내가 당신 아들이라고 말해야 하나?


아 개같네 진짜. 요즘 계속 이렇다. 고민해도 답은 안 나오고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에 나오는 말이라곤 욕설뿐이다.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혼자 머리 싸매고 있는 것 보다는 누구한테라도 이야기를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라는 거야.”


태영이 걱정스럽게 하는 말들이 어쩜 이렇게 가증스럽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누구한테 이야기를 하라는 거야? 누가 귀신이니 영혼이니 빙의니 하는 미친 소리를 진지하게 듣겠냐고?


“아무튼 무슨 고민인지 나중에라도 이야기 해 줘. 만사태평에, 항상 얼굴에 철면피 깔고 뻔뻔하게 행동하던 천하의 한아름을 꺾은 고민거리가 뭔지 궁금하니까.”


태영의 말은, 이젠 거의 빈정거림으로 들릴 지경이었기에 아름은 자리를 박차고 교실을 나가 버렸다.


바람을 쐬고,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어도 가슴속에 쌓인 것들은 내려갈 생각이 없다. 이럴 때면 정말로 담배를 딱 한 대만 피고 싶다는 유혹이 강하게 솟아오른다. 절대 피지는 않겠지만.


부우우웅.


진동 소리에 스마트폰을 확인해 보니 태영의 문자였다. 수업 시작했는데 어디갔냐, 빨리 돌아와라. 너 양호실 간 것 같다고 둘러댔다는 내용들이었다.


부우우웅.


또 다시 메시지가 왔다. 이번엔 민성이었다.


[요즘 무슨 일 있어?]

[연습 때도 안 모이고, 찾아가도 계속 나중에 이야기 하자고만 하고]

[나도 멤버들도 전부 걱정하고 있어]

[대회 본선도 며칠 안 남았는데]


아름은 짜증스럽게 스마트폰을 꺼 버렸다. 안 그래도 게임 문제 때문에 미칠 것 같은데 민성이나 다른 멤버들이 찾아와서 자꾸 말 걸고 연락 오는 것 때문에 더 진정이 안 된다.


그놈의 게임 대회. 지랄 맞은 게임 대회! 그냥 지금이라도 무를까? 건강 핑계 대면서 기권하면 되잖아? 엄마라는 사람이 그렇게 발광을 하면서 하지 말라는데 굳이 해야 해?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아름은 반사적으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니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아름은 자신의 목소리에 놀라 말을 멈추었다. 스스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분노와 억울함이 잔뜩 베여있는 목소리였다.


“맞아.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끌고 왔는데.”


아름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말을 이었다. 마치 누군가 훈수를 둬서 어쩔 수 없이 정답을 알게 된 것처럼, 생각을 거치지 않은 말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태영이가 뻔뻔한 게 나 다운 거라고 그랬잖아. 그럼 지금 이 문제도 그냥 뻔뻔하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냥 내가 아름이 오빠라고 인정하고. 아니,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처음에 약속한 것만 지키면 되잖아?”


친구는 많이 만들었다. 돈만 벌면 되겠는데, 대회에 나가고 프로가 되면 돈은 확실하게 벌 수 있지. 그럼 그냥 엄마한테는 비밀로 데뷔하면 되잖아. 어차피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이 게임관련 방송을 볼 리도 없고, 공장에서 바쁘게 일하는 사람이니 더더욱 그런 정보를 듣기 힘들 테니까.

그리고 돈 벌었으면 그때 은퇴하고, 그 돈으로 엄마랑 같이 살면 해피엔딩 아냐? 그렇지?

그 다음 문제는 그 때 생각하자. 이건 문제를 회피하는 게 아냐.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거니까.


아름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혼잣말을 중얼대다가, 멈춰 섰다가, 히죽 히죽 웃으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봤다면 미쳤거나, 술에 취한 사람이라고 오해하기 충분한 모습이었다.



##



“모르겠어. 진짜로. 군필여고생이란 놈은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한 남성이 펜을 책상 위로 집어던지며 말했다. 반대편에서 펜을 주워든 또 다른 남성이 그 말에 공감하며 답한다.


“아무리 경기 내용을 돌이켜봐도 실력 가늠이 안 돼. 진짜 상상을 초월하는 고수던가, 아니면 운이 좋았을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확신할 수 있는 건, 이놈만 마킹하면 변수를 없앨 수 있다는 거지. 다른 팀원은 별 볼일 없으니까.”

“결국 그 방법밖에 없나?”

“어쩔 수 없어. 아니면 우리가 가르친 애들이 일반인한테 발리는 꼴을 볼 생각이야? 우승 후보였던 우진고가 군필여고생 한 명한테 털린 뒤로 우진고 애들을 담당했던 코치가 무슨 대접을 받고 있는지는 너도 잘 알잖아.”


두 남자는 각각 풍월, 대신 고등학교에 속한 프로게이머 지망생들을 담당하여 가르치고 지도하는 코치들이었다.

자신들의 이름값을 지키기 위해서, 군필여고생이란 정체불명의 선수를 쓰러뜨려야만 했던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면, 더럽든 치사하든 군필여고생을 탈락시키는 걸 최우선시 해야 할 거야.”

“대진이 어떻게 짜여 질지는 모르겠지만, 먼저 군필여고생을 만나는 쪽이 확실하게 쳐부수는 거다. 알았지?”


주웠던 펜을 다시 건네며 묻는다.

앉아서 펜을 건네받은 코치는 펜을 양 손으로 잡고 굴리다가, 위아래로 휘어지게 잡다가, 끝내 펜을 박살내버리고 말았다.

그가 두 조각이 난 펜을 책상 위로 굴리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어디서 굴러먹던 놈인지는 몰라도, 제야의 고수가 주인공처럼 등장하는 꼴은 못 봐. 게임판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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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5. 본선(1) +1 21.01.01 1,060 34 9쪽
» 04. E스포츠 고등학교 챌린지대회(5) +3 21.01.01 1,136 35 8쪽
21 04. E스포츠 고등학교 챌린지대회(4) +7 20.04.09 1,168 41 7쪽
20 04. E스포츠 고등학교 챌린지대회(3) +6 20.04.06 1,173 43 8쪽
19 04. E스포츠 고등학교 챌린지대회(2) +4 20.04.04 1,177 48 7쪽
18 04. E스포츠 고등학교 챌린지대회(1) +5 20.04.02 1,163 4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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