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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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어엉······.”
“······흐으윽······.”
남자는 잔뜩 인상을 쓴 채 눈을 떴다.
달콤한 잠을 자고 있었는데, 어지간히도 시끄러운 저놈의 울음소리 때문에 불쾌하게 일어나고 만 것이다. 대체 어떤 놈이야? 당장 가서 입을 틀어 막던가 해야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울고 있던 당사자와 마주치는 순간, 그의 불만 가득했던 표정은 순식간에 풀어지고 말았다.
당사자는 중학생 즈음으로 보이는 여자애였다. 얼마나 울어 댔는지 눈가는 퉁퉁 불어 있었고 머리는 스스로 잡아 뜯기라도 했는지 귀신처럼 풀어 헤쳐진 모습이었다. 콧등도 벌겋게 올라오고 축 늘어진 팔에···
아무튼, 상태가 영 말이 아니었다.
“어이. 학생!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결국 걱정 가득한 얼굴이 된 남자는 그렇게 물었다. 그러나 중학생은 대답은커녕 더욱 서럽게 엉엉 울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쓰읍. 그는 난처하게 되었다고 중얼거리며 학생의 곁에 다가가 앉아 다시 물었다.
“왜 그래 왜? 아저씨가 들어 줄 테니까 말 해봐. 응?”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짜증 나는 소음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그녀의 울음소리가 남자의 마음을 쿡쿡 찌른다. 아직 한참 어린 꼬마애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고 억울하다는 듯 서럽고 슬프게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
그녀는 대답 없이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남자는 계속 옆에 앉아 있었다. 가끔 ‘그래 속이 풀릴 때 까지 우는 게 좋다더라’, ‘그래도 억지로 울지는 말고’ 따위의 위로 같은 말을 섞어 가면서.
그렇게 시간이 꽤 흘렀을 즈음.
“저기, 저 좀 도와주세요.”
그녀는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남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안 그래도 그럴 마음이 가득했던 남자는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말 해봐. 그래. 뭘 도와줄까?”
“제가 지금, 삼촌네 집에 있거든요. 그래서, 아니. 삼촌은 좋은 분이신데, 엄마랑. 엄마랑 같이 살고 싶어요. 게다가 학교도 가야 하는데, 무섭고 불안해서······. 학교에 가고 싶어요. 아니, 가고 싶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친구도 만들고 공부도 하고 그렇게, 그렇게 평범하게 행복하고 싶은데.”
그녀가 횡설수설하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남자는 끈기 있게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그녀의 말이 끝났을 때 최대한 문제없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니까 너네 엄마랑 같이 살고 싶다. 그리고 학교에서 친구도 잔뜩 만들고 싶다. 이거지? 오케이! 이 아저씨만 믿으라고. 완벽하게 해결해 줄 테니까.”
“진짜요···?”
“진짜지 그럼. 그러니까 이제 그만 좀 울어라. 응? 계속 울면 예쁜 얼굴 못생겨 보인다고.”
그의 농담에 그녀가 처음으로 피식 웃는다.
어째서 일까?
남자는 처음 만난 이 꼬맹이가, 울지 않고 계속 웃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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