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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완 님의 서재입니다.

닉네임 군필여고생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드라마

완결

린완
작품등록일 :
2018.10.19 17:38
최근연재일 :
2023.01.15 06:06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84,900
추천수 :
2,686
글자수 :
473,904

작성
20.02.28 03:27
조회
1,299
추천
49
글자
8쪽

02. 동아리 결성(3)

DUMMY

“하, 한판만 더 해봐.”


뿔테안경이 말했다. 아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매칭을 돌린다.

이번에도 전과 같은 미드라인으로 시작해서, 적과 대치를 시작했다. 여전히 뿔테안경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 선택이었고 움직임이나 동선 등 눈에 보이는 모든 행동들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그런데 결과는 항상 좋았다. 손해를 보는 듯 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득에 되어있는 기묘한 그림이 그려진다. 우연일까? 그럴 것이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 운이 떨어지는 순간, 이 녀석의 실력의 밑천이 드러나겠지.


뿔테안경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갑작스럽게 아름의 팀 중 두 명의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나가버렸다. 게임이 시작된 지 15분이 지났을 때 즈음이었다.


“튕겼나? 아니면 고의로 나간건가? 아무튼 잘 됐네. 전 게임보다 확실한 평가가 가능하겠어. 지극히 불리한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손해를 최소화 할 것이냐? 내 것을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떤 것을 내주고 어떤 것을 내주지 않을 것이냐? 자, 보여줘 봐라!”


아군 두 명이 게임에서 나가 3:5의 양상이 되었지만, 아저씨의 플레이는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마우스를 클릭해 가며 캐릭터를 열심히 이곳저곳 돌아다니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 뿔테 안경이 기다리던 상황이 발생했다. 수적 우세를 기반으로 잘 성장한 적들이 모여서 한꺼번에 공격을 감행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저씨는 그곳에 단신으로 뛰어들었다.


“멍청하긴! 거길 왜 들어가?! 어··· 어?”


적진에 뛰어든 아저씨는 적의 공격수 두 명을 잡아내고 살아서 빠져나왔다. 잠시 주변에서 거리를 둔 채 기다리다가, 다시 적진에 들어가 적 한 명을 잡아냈다. 남은 적군들은 전의를 잃고 자신들의 기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뿔테 안경은 아무런 리액션을 취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뿔테 안경은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팔짱도 끼고서, 눈에 힘을 잔뜩 준 채 게임을 지켜봤다.

그러나 비슷한 장면이 나올 때 마다 뿔테 안경은 탄식 말곤 내뱉을 말이 없었다. 뭔가 파밧 하고 번쩍번쩍 하기는 하는데, 저게 내가 알던 그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적으로 열세인 아름의 팀 색으로 맵이 점점 물들어 간다. 적들은 자신들의 기지에서 나오기가 무섭게 아름이에게 짤려 죽었고 내분이라도 일어났는지 아예 기지에서 움직이지도 않는 사람까지 생겼다.

현우가 나지막히 말했다.


“아름이가 하는 게임은 봐도봐도 질리지가 않는단 말야.”

“그러게.”


게임은 그대로 이변 없이 아름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현우가 웃으면서 괜히 자랑스러워한다. 뿔테안경은 그러나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아름이 이어폰을 빼자 그간 침묵한 것에 대한 반동으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이때는 왜 그랬냐. 어떻게 했냐. 또 이 때는 왜 이쪽으로 갔냐. 무슨 근거로 그랬냐. 이 싸움에선 어떻게 살았냐.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데 등등.

질문공세에 난색을 표하던 아름이 대신, 현우가 입을 열었다.


“그거네 그거. 아만보.”

“······.”


그칠 줄 모르던 뿔테안경의 질문공세가 현우의 한 마디에 순식간에 멈춘다.

아름이 아만보가 뭐냐고 묻자 현우가 킥킥대며 대답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아하.”


애들은 킥킥 웃고 있었지만, 뿔테 안경은 아찔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평소 자신의 게임실력에 자신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함께 게임을 하는 아군들의 플레이에 불만이 가득했었다. 자신의 고차원적인 플레이를 이해도 하지 못하면서 자신에게 이래라저래라, 잘했네못했네 떠드는 놈들이 못마땅했었다.

자신의 수준도 모르면서 남을 가르치려 들고 남 탓하기 바쁜 벌레 같은 놈들.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제일 싫어하는 벌레 같은 놈들과 똑같이 행동하고 있었구나.’


그는 팔짱을 풀고 허리를 숙여 그녀에게 인사했다.


“2학년 박수영이라고 한다. 오늘부터 나한테도 롤을 가르쳐 줬으면 좋겠는데.”

“오? 그럼 선배도 동아리 들어오는 거죠?”

“얘한테 롤을 배울 수만 있으면 동아리든 대회든 얼마든지 참여해야지. 근데 진짜 궁금해서 그런데 말야. 아까 마지막에 아군 두 명 나갔을 때 어떻게 이긴 거야?”


네 명 째 부원이 생겨 좋다고 떠드는 민성과 현우는 무시한 채 진지한 얼굴로 선배가 물었다. 아저씨는 아 그거요. 하고 운을 땠지만 쉽사리 대답이 이어지지 않는다. 선배는 재촉하지 않고 대답을 기다렸다.


“이해해. 프로 바둑기사의 대국에 대해 아마추어가 질문하면 프로 바둑기사로서는 대답하기가 힘든 법이니까. 너에게 있어서 당연한 것들도 나에겐 생소할 수 있으니 최대한 자세하게 대답해 줬으면 좋겠어.”

“음. 그렇게 기대하시면서 물어봐도··· 진짜 별거 없는데.”


아저씨는 그의 진지한 태도에 응해주고 싶은 마음에 하나하나 차근차근, 자신에게 당연한 것들도 포함해 천천히 대답하기 시작했다.


“먼저 여기 랭킹대가 많이 낮은 곳이니까 아군과의 조합을 맞추기 보다는 저 혼자서 적의 조합을 부술 수 있는 캐릭터를 선별해 골랐어요. 적의 조합이 회복과 쉴드, 무적기술이 많아 유지력이 좋은 것이 특징이었고, 초중반에 매우 강력하지만 후반에도 힘이 빠지지 않는 조합이었죠. 그래서 제가 선택할 캐릭터는 회복과 쉴드로 보호하기도 전에 적을 잡아낼 수 있는, 딜타임이 매우 빠른 캐릭터여야 했고 강제로 싸움을 거는 능력이 뛰어난 적 탱커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동성이 있어야 했으며 후반에 강해지는 적 캐릭터를 견제하기 위해 초중반을 안전하게만 가져갈 수는 없었으니 적 라이너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캐릭터를 골라야 했죠. 간단하게 말하자면 적 조합을 혼자서 카운터 칠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했어요. 그게 가능한 캐릭터는 총 여섯 개가 있었고, 그 중 까다로운 조건만 충족시키면 가장 강력한 딜을 뽑아낼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했죠.”

“그, 그랬구나.”

“이후엔 가장 중요한 아군과 적의 실력체크를 시작했죠. 아군 중에는 특출나게 도움이 될 만한 친구는 없었고, 적들 또한 특별히 경계해야 할 수준인 친구도 없었어요. 그리고 아군 원딜과 서포터가 가장 커다란 구멍이었고 적의 탱커인 정글러와 딜러인 탑이 가장 커다란 구멍이었죠. 판단의 기준은 게임이 시작된 직후 구입한 기본아이템의 종류, 그리고 움직인 동선. 그리고 첫 미니언 웨이브 때 적과 마주친 순간의 무빙이었고요. 그 때가 가장 다른 라인이나 오브젝트 등 신경 쓸 거리가 없을 때라 실력을 가늠하기 좋아요. 아군 원딜은 조합 상황도 고려하지 않고 뒤쪽에서 가만히 선 채로 미니언을 잡았고 서포터는 의미 없는 앞 무빙을 치면서 체력손실을 받았죠. 그래서 기본이 많이 부실한 친구들이구나 알았어요. 그리고 적 정글러는······.”


아름의 설명을 듣던 뿔테안경은 정신이 아득해 지는 것을 느꼈다.

나름 자신도 이론이 빠삭하다 생각했는데. 그녀가 설명하는 것은, 그녀가 게임을 하며 고려하고 생각하는 정보의 양은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그리고 나면 제가 30의 경험치를 먼저 먹고 레벨을 앞서나갈 수 있는데 이때 미리 깎아 둔 체력을 계산해서 제가 적보다 스킬이 하나 더 많다는 것을 무기 삼아서 적을 잡아낼 각을 보는 건데 두 번째 스킬의 고정 데미지가 이렇고 계수가 이렇고 미니언 데미지랑 점화 스펠의 딜을 계산하면······.”


아군 두 명이 탈주하고 나서 어떻게 이겼냐고 물었던 것이지만, 뿔테안경은 두 번째 웨이브의 설명까지 듣다가 결국 귀를 틀어막으며 제발 그만하라며 소리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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