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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완 님의 서재입니다.

닉네임 군필여고생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드라마

완결

린완
작품등록일 :
2018.10.19 17:38
최근연재일 :
2023.01.15 06:06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84,901
추천수 :
2,686
글자수 :
473,904

작성
21.01.01 11:55
조회
1,030
추천
35
글자
7쪽

05. 본선(3)

DUMMY

미드에 3명이 모여서 압박하라는 전략을 처음 전달받았을 때 대신고 학생들, 특히 그중에서도 프로게이머 지망생인 학생들은 크게 반발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전략이면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도 힘들고, 이겨도 3:1로 이긴 것인데다 지기라도 한다면, 아니.지지 않더라도 본인이 실수로라도 죽으면 그만큼 창피한 일도 없기 때문이었다.

이런 부분은 프로가 되기 위해 한껏 자신의 실력을 선보여야 할 지망생들에게 있어선 커다란 마이너스 요소였다.


그러나 게임이 시작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불만과 답답한 심정은 사라졌고 설명할 수 없는 공포감이 그들을 지배했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고, 간간히 프로들과 공방에서 만나 아쉽게 져 본 경험도 있었다. 팀 게임이니 이길 때도 질 때도 있는 거지만, 자신이 못해서 지는 일은 없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느끼는 감정은 도대체 무엇인가?


“야! 저새끼 또 온다!”

“어떻게 해? 어떻게 하냐고?”

“빼! 빼라고!”

“3:1인데 그냥 빼라고? 아직 할만 해! 지금 안 잡으면 우리가 더 불리해!”

“코치가 성장 못 하게 압박만 하라고 했잖아?”

“아까 죽어서 이미 말렸는데 그딴 작전이 무슨 소용이야? 지금 이대로 물러나면 우린 병신 허수아비취급 받을 건데?!”


정글러가 참지 못하고 달려든다. 그러나 한 대도 못 때린채 얻어맞기만 하고 도망치는 꼴이 되고 만다. 정글러가 빠져있는 동안 2:1이 되자, 오히려 군필여고생이 공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논 타겟팅 스킬은 죄다 피하고, 서포터가 몸을 비벼가며 압박을 해 보지만 전부 무시한 채 상대 미드라이너를 끝내 잡아버리고 만다.

의욕을 상실해버린 서포터는 저항도 하지 않은 채 마무리 되었다.


“아니 그 잠깐 사이에 둘 따였어? 뭐하냐 너네 진짜?”

“니가 먼저 깝치다가 집가니까 이렇게 된 거 아냐? 그리고 서포터 너는 대체 뭐하냐? 뭐 스킬을 맞추는 게 없어?”

“죄다 피하는데 그럼 어떻게 하라고? 게다가 미니언이랑 몸 비비면서 타겟팅 스킬 맞추는 것도 힘들게 만드는데!”


시간이 갈수록 3:1이 무색해 진다.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한 상대를 한 번 꺾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수적인 우세로 싸움을 걸어 봐도, 숨어 있다가 기습적으로 덮쳐도 결국 죽어나가는 것은 대신고 팀원들이었다.


마치,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로 돌아간 기분 이었다.

마우스를 잡고 있는 것만으로 가슴이 요동치고, 적을 마주친 것만으로 소스라치게 놀라며 도망가기 바쁘다.

이젠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게임이 롤인지 공포게임인지 분간이 안 갈 수준이었다.


2:0

4:0

10:0

18:0

27:0


킬 스코어는 갈수록 늘어만 갔고, 종국엔 팀원 모두가 싸울 의지를 잃고 두 손을 놓은 채 허망한 얼굴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27:0이라니? 초보 AI를 상대로 게임했을 때나 나올 법한 수치가 아닌가.


결국 게임은 그대로 끝났고 이어진 두 번째 경기 또한 처참하게 패배하였는데, 처음 맛보는 무력감과 허망함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거의 지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처럼, 아무런 오더나 브리핑도 없이 좀비처럼 신음과 탄식만 내뱉었다.


그렇게 2:0으로 대신고의 패배가 확정이 났지만, 대신고 학생들은 헤드셋을 벗을 기력조차 없었다. 특히 실력에 자신이 있던 프로 지망생들은 울분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처참한 경기 양상을 쭉 지켜보던 코치는 이를 악문 채, 감정을 죽이며 학생들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괜찮아. 잘 했어. 너희가 못한 게 아냐. 상대가 너무 안 좋았을 뿐이지.”


상대가 너무 안 좋았다.

그것은 절대로 학생들을 위로하기 위한 빈말이 아니었다.



##



대회는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풍월고등학교와 모동고등학교의 경기가 시작되었고, 전략적인 밴픽과 치열한 라인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시청자는 별로 없었고, 채팅창은 여전히 성문고등학교의 군필여고생에 대한 이야기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진짜 성문고가 우승하겠네 ㅋㅋㅋ]

[수준 차이 ㄹㅇ 실화냐?]

[지금 한타영상 분석한거 올라와있음 가서 보셈]

[ㅇㅇ 나도 봣음. 진짜 개쩜ㅋㅋ]

[거기 현직 프로게이머들도 댓글 달고 난리 났더라]

[문성진 감독이 칭찬했다니까 다들 궁금해서 몰려든거지]

[진짜 저정도면 지금 프로들이랑 붙어도 비빌 만 하지 않냐?]

[아마추어랑 프로랑 같냐?]

[모르는 거지만 지금 1티어 프로 미드라이너들이랑 붙으면 진짜 볼만하긴 하겠는데?]

[그래서 다음 군필여고생 경기가 몇시임?]

[점심때 쉬고 2시부터 일걸]

[ㄱㅅㄱㅅ]

[나도 2시에 옴 ㅂㅂ]

[나도 밥먹고 와야지 ㅋㅋ]

[병신들 점심 거르고 2시에 치킨을 먹어야지 뭘 모르네]

[ㅋㅋㄹㅇ]


결국 현재 진행 중인 경기에 관심이 없던 시청자들은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성문고등학교의 경기 중 수십만까지 올라갔던 시청자 수는 이젠 수천에 그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성문고등학교팀의 고문 선생은 입 꼬리가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수영이 물었다.


“선생님은 아까부터 왜 그렇게 웃고 계신 거예요? 기분 나쁘게.”

“기분 좋으시겠죠. 우리가 이대로 우승하면 어쨌든 학교 이름을 알리는 셈일 테고, 고문인 선생님한테 뭐라도 떡이 떨어지지 않겠어요.”

“하하하하. 현우 말이 맞아. 인정할게. 안 그래도 선생님이 교무실에서 입지가 좀··· 아니, 이런 이야긴 할 필요 없지. 아무튼 벌써 4강이고, 사람들 반응도 이렇게 뜨거운데, 선생님 좀 기대해도 괜찮겠지?”


경기가 열리고 있던 건물 근처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성문고등학교 멤버들은 선생의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기대에 찬 선생의 눈빛에 시선을 돌리고, 묵묵히 젓가락을 움직였다.

이상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하자 아름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현우가 그녀의 어깨를 툭, 하고 건드렸다.


“왜?”

“선생님이 묻잖아. 기대해도 괜찮겠냐고.”

“뭘? 아, 우승할 수 있냐고요? 당연하죠.”

“그렇대요.”


간결한 대답 이후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한다. 선생은 아이들이 농담이라도 한 줄 알고 웃으면서 말했다.


“아하하하. 아름이가 무슨 대장이야? 아름이가 허락을 안 해주면 대답도 못하는 무서운 분위기 인가봐?”

“······.”

“······.”


아름도, 현우도, 다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선생도 그제서야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하곤 헛웃음을 지으며 다른 이야기를 꺼내 화제를 돌렸지만, 결국 점심시간 내내 멤버들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성문고등학교 팀의 분위기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8강전 때 대신고등학교와 경기를 치를 때 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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