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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완 님의 서재입니다.

닉네임 군필여고생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드라마

완결

린완
작품등록일 :
2018.10.19 17:38
최근연재일 :
2023.01.15 06:06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84,899
추천수 :
2,686
글자수 :
473,904

작성
20.01.03 23:06
조회
2,319
추천
50
글자
7쪽

01. 한아름(1)

DUMMY

남자가 눈을 떴다.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목 뒤를 한 번 긁고 하품을 했다. 아직 잠에 취해 있어서 일까? 그는 묘한 기분에서 헤어 나오지 못 하고 있었다.

정신이 말짱한 것 같으면서도 몽롱하고, 내 몸이 붕 떠있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 하지만 남자는 생각보다는 행동을 우선 시 하는 타입이었다.


이불을 대충 개어 놓고 화장실로 향했다. 세수를 하고, 코도 풀고, 칫솔에 치약을 묻혀 이를 닦기 시작하려는 순간 남자는 동작을 멈춰야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거울 속에 보이는 모습이 10대 여자애였기 때문이다.


“······.”


거울 속의 모습은 낯이 익었다. 그래. 어제 꿈에서 보았던 그 여자애다. 펑펑 울던 그 여자애.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던 그 여자애. 그런데 왜? 왜 내가 그 여자애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지?


혼란스러운 와중이었지만, 남자는 일단 손을 움직였다. 이를 마저 닦고, 머리도 감았다. 몸이 기억하고 있어서 인지 씻고 나올 동안 헤매는 일은 전혀 없었다. 옷을 갈아입을 때는 좀 버벅대긴 했지만.

그렇게 몸을 움직이는 동안 남자의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다. 서럽게 울던 여자애를 도와주기로 했던 일. 그 애가 설명했던 문제, 상황, 형편. 하지만 꿈에서의 그 기억도 왜 자신이 여자애의 모습을 하게 된 건지는 설명해 주지 못 했다. 게다가 더 커다란 문제는, 자기 자신이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누구더라? 어디 보자, 내가 꿈을 꿔서 어떤 여자애랑 만났던 건데. 여자. 남자. 그렇지. 난 분명 남자고. 한국 사람이고. 또? 그 엿 같은 군대를 전역했다는 건 이런 상황에서도 아주 또렷하게 기억나네. 그렇다는 건 내가 성인 남성이란 건데.


“끙.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남자는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신발까지 신고 등교할 준비를 완벽하게 마치는데 성공했다. 신발장 옆 전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아직도 어색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는 거울 앞에 서서 한번 더 스스로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물론 그런다고 별다른 떠오르는 점은 없었다. 문득, 가슴 언저리에 달려있는 명찰이 눈에 들어왔다.


“한아름.”


일부러 소리 내서 그녀의 이름을 읽어 본다. 이름 예쁘네.


“에휴.”


남자는 한숨을 푹 내쉬곤 생각했다. 그래. 골머리 싸매고 앉아있으면 밥이 나와 죽이 나와. 어쨌든 내가 얘를 도와주기로 마음먹은 것은 확실하잖아. 그러니 일단 학교부터 가자. 나머지 것들이야 천천히 떠오르던가 하겠지. 뭐 일단, 내가 어지간히 그릇이 넓은 인간이었다는 것은 확실하네. 푸하하하!


조금 미묘하지만 어쨌든 당장의 결론을 내리는데 성공한 남자는 한 결 편해진 발걸음으로 학교를 찾아 나섰다.


학교를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표지판을 참고하거나 주변 사람에게 물어물어 걷다 보면 금방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고, 반의 위치나 자신의 자리를 찾는 것 또한 남자에겐 별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교실 내 주변 동급생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에 있었다.


‘아무리 봐도 신기한 동물 취급인데. 아니지, 기분 나쁜 동물인가? 마치 도시에서 걸어 다니는 비둘기를 대하는 듯한······.’


하나 둘 등교하기 시작한 학생들은 모두들 아름. 그러니까 아름의 모습을 한 남자를 발견하곤 깜짝 놀라했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거나, 이쪽을 힐끔힐끔 보거나, 아니면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려버렸다. 특히 아름의 옆자리 남학생이 도착했을 때가 가관이었다. 그 학생은 절망적인 표정을 짓더니, 자신의 책상을 들어 멀찍이 이동하는 게 아닌가.


“안녕!”

“······.”

“저기, 안녕?”

“······.”

“오늘 좀 춥다. 그렇지?”

“······.”


남자 쪽에서 먼저 다른 이들에게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어 보기도 했지만 모두들 하나같이 그의 말을 무시했다. 못 들은 척 하는 쪽은 차라리 나았다. 질색을 하면서 고개를 돌려버리는 학생을 보니 남자도 민망함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이제, 이쯤 되면 상황은 명료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남자는 질끈 눈을 감고 속으로 외쳤다.


‘너 왕따였냐!’


남자는 주마등처럼 그녀와 꿈속에서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그 여자애. 그러니까 아름은 어머니와 떨어져 살게 되었다. 정확하게 설명하진 않았지만 여러 가지 불행한 일들이 겹친 모양이다. 특히 금전적으로. 어머니는 공장 기숙사에서 지내며 혼자 힘들게 돈을 벌고 있다고 했다. 삼촌 댁에 얹혀살게 된 그녀는 꽤 오랜 기간 혼자 지낸 모양이다. 심지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몇 주는 등교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충 알만 하다. 내성적인 사춘기 소녀가 어른들의 사정으로 마음에 상처 입고 사람을 멀리하게 되고, 동급생들과도 만나기 껄끄러웠겠지. 아니 부끄러웠던 걸지도 모르겠다. 특히 사춘기 소녀들 마음이란 게 복잡하기 짝이 없는 물건이라고들 이야기하지 않는가. 당장 자신이 떠올릴 수 있는 것 보다 더욱 힘들어 했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학교에 좀 나오지 않았다고 주변 애들이 이런 반응 일리는 없지. 그 힘든 시기랑 겹쳐서 무언가 사건이나 사고가 있었던 게 틀림없다.


‘젠장. 뭐, 좋아. 어렵게 생각할 거 있나! 친구 같은 거 팍팍 만들어 주겠다 이거야!’


남자는 그녀가 친구를 만들어 행복하고 평범한 학교생활을 보내고 싶다는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었다. 게다가 다른 문제들도 그 뒤에 산 같이 쌓여있지 않은가. 첫 번째 난관에 당황하고 있을 순 없었던 남자는 이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히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무슨 일이 있었나 물어보고, 아름이가 잘못했으면 쌈박하게 사과하자. 그러고 나서 친구 먹으면 되지 뭐! 생각을 정리한 남자는 자신감에 차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좀 전에 교실에 들어온 한 남학생과 우연찮게 눈이 마주쳤다. 남학생은 반사적으로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아 씨발. 냄새 지랄 맞네. 더러운 거 저거 또 왜 나왔대?”

“진짜네. 어쩐지 교실에 썩은내가 난다 싶었다.”

“야! 누가 창문 좀 열어!”

“······.”


남학생의 한 마디에 다른 이들이 하나 둘 동조하기 시작한다. 수군거리던 소리가 노골적인 비웃음으로 바뀌었고, 흘깃흘깃 쳐다보던 이들의 시선 또한 혐오하는 것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바뀌었다.

남자는 직감했다.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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