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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완 님의 서재입니다.

닉네임 군필여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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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린완
작품등록일 :
2018.10.19 17:38
최근연재일 :
2023.01.15 06:06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84,889
추천수 :
2,686
글자수 :
473,904

작성
20.01.07 03:21
조회
1,748
추천
45
글자
7쪽

01. 한아름(3)

DUMMY

고대하던 소풍날 아침에 눈을 뜬 아이처럼, 남자는 의욕에 불타올라 튕겨져 나가듯 침대에서 일어났다.

현재의 몸에 맞는 수준의 조깅을 뛰고 돌아와 곧장 샤워를 마치고, 부엌에서 처음으로 마주친 아름의 삼촌과 간단한 인사와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함께 했다. 삼촌은 너 갑자기 달라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고 그는 아무런 고민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이제 정신 차렸어요.”


남자. 어제 꿈속에서 아름에게 스스로를 아저씨라 칭한 그는 식사 후 식기를 설거지 했고, 다녀오겠다는 인사와 함께 집을 나섰다. 삼촌의 복잡미묘한 표정은 보지도 못 한 채.


‘그나저나 같은 반 남자 놈들을 어떻게 하지’


집을 나선 아저씨는 온통 그 생각에 가득 차 있었다. 일단 부딪히면 자신의 성격 상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이 강했으나, 한 번 쯤 생각하면서 상황을 예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싶었다.

어쨌든 자신도 현재 고등학생이고, 주변 놈들도 고등학생이니 고등학생 눈높이로 다가가야 할 것인가? 아니면 어른인 자신의 수준에 맞추어 놈들을 혼내줘야 할까? 그리고 그 이후는 어떻게 하지? 친구를 만들어야 할 것 아니냐.


아저씨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수록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교실 문을 열었다. 자리에 앉으러 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반에 있는 아이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는 것을 느낀다. 뭘 쳐다보냐고 한마디 해주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가방을 풀어 놓는다.


“어휴.”


옆 자리의 남학생이 인상을 팍 쓰면서 고개를 돌린다. 아저씨는 결국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채 행동부터 나서고 말았다.


“야.”

“······.”

“야. 너 말야 너.”


이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학생에게 아저씨는 턱을 괸 채 말한다.


“냄새 안 나니까 피곤한 짓 하지 말고 그냥 책상 붙여.”

“말 걸지 마.”

“왜? 아··· 아니다. 알만하네. 같은 취급 받을까 봐 그렇지?”

“······.”

“그래. 뭐 애들이니까. 반 분위기에 거스르지 않는 건 중요하지. 이해해. 나중에 분위기 괜찮아지면 그때 사과 해. 받아 줄 테니까.”

“뭐라는 거야······.”


남학생이 구시렁대며 몸을 틀어 아저씨를 피하자 아저씨 또한 그에게서 관심을 끈다. 이제 반 전체를 둘러볼 차례다. 어제 노골적으로 자신을 욕하고 놀리던 그 남학생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어제처럼, 딱 알맞은 타이밍에 그가 교실로 들어왔다.


“쟤 또 나왔네?”

“우웩.”


남학생이 두 명. 한 쪽은 아주 짧은 머리에 교복으로도 숨길 수 없는 튼실한 체격의 소유자였고, 한 쪽은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와 길게 찢어진 눈매가 인상적인 학생이었다. 두 남학생은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아름을 발견했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토를 하는 흉내를 낸다.

어제도 저러더니만. 이제 보니 저게 냄새난다는 뜻이 아니라 구토를 했던 아름이를 놀리는 거였군. 하여튼 애들 수준 하곤···.

키득거리며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가려던 둘은 문득 그녀가 무언가 손짓하는 것을 발견했다. 주먹을 쥔 채 중지만 세운, 손가락 욕이었다. 한 손으로 턱은 괴고 앉아 한심한 표정으로 중지를 두 남학생 보란 듯 세우고 있는 모습. 그 모습에 기가 찬 짧은 머리의 남학생이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뭐냐? 할 말이라도 있어?”


가소롭다는 듯, 혹은 당장 그 손을 내리지 않으면 잡아서 손가락을 부러뜨려 버리겠다는 듯 한 협박성 가득한 말투에 그녀는 냉큼 손을 내리며 대답했다.


“앗.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참나. 야, 미쳤나?”

“아니?”

“허.”


나른한 표정과 똘망한 대답. 전혀 겁먹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태도에 남학생은 코웃음을 쳤다. 무언가 한 마디를 덧붙이려는데, 뒤쪽에 있던 갈색 머리의 남학생이 그를 말렸다.


“야! 곧 담임 오겠다. 그냥 앉아.”

“아니 얘가 짜증나게 하잖아.”

“그냥 앉으라고.”

“알았어. 야. 너 나대지 마라. 진짜 뒤지는 수가 있다.”


아저씨는 마치 귀찮은 놈을 떨쳐내듯 고개를 끄덕이며 가 보라는 듯 손짓했다. 그리고 그 행동은 짧은 머리 남학생의 인내심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그는 성큼성큼 걸어왔고 그녀가 앉은 의자를 강하게 걷어찼다.

몸이 크게 휘청였을 뿐 어딜 맞은 것은 아니었지만 반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주변에서 뭐야 왜 저래 싸우나? 누가 쟤 좀 말려봐 따위의 말들이 조심스럽게 오갔다.

아저씨는 인상을 쓴 채 입을 열었다.


“하여튼 어디서 안 좋은 것만 배워 가지고······.”

“아니 이게 진짜 돌았나. 야. 너 한마디만 더 하면 진짜 맞는다. 여자고 뭐고 없어. 어?!”

“야. 겁주고 협박해도 아무것도 안 나와. 애매하게 하지 말고, 싸우려면 확실히 치고받고 같이 교무실에 끌려가던가. 아니면 그냥 저기 네 친구 말대로 얌전히 자리로 돌아가라.”


그 대답이 남학생을 정말 미치게 만들었다. 보통 이 정도로 몰아세우면 알아서 기는 게 정상 아닌가? 분명 말도 제대로 못 꺼내고 음침하게 구석에 찌그러져있던 놈인데? 갑자기 뭘 믿고 이러는 거야? 겉으로 보기엔 정말 무서워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야! 지랄하지 말고 그냥 오라고. 담임 온다니까.”


혼란스러워하던 그는 결국 친구의 말에 따라 자리로 돌아갔다. 물론 얌전히 물러서진 않았고, 협박과 욕설을 늘어놓으며 후일을 기약하자는 말과 함께 돌아갔다. 그리고 사색이 되어 열심히 눈치를 보던 아저씨의 옆자리 남학생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쟤 진짜로 여자라고 안 봐줘.”

“그래?”

“진짜라니까. 아이씨, 너 나한테 불똥 튀기만 해봐.”

“알았어 알았어.”


아저씨는 의자를 다시 원위치로 돌린 후,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씨익 웃으며 다시 옆자리 남학생을 불렀다.


“야. 근데 아까 나한테 말 걸지 말라며? 왜 네가 먼저 말 거냐?”

“뭐?”

“농담이야 농담. 야, 그나저나 뭐 좀 물어보고 싶은데.”

“말 걸지 마.”

“삐졌냐?”

“······.”

“알았다 알았어. 이제 말 안 걸 테니까 이것만 묻자. 요즘 애들 뭐하고 노냐?”


담임선생이 교실에 들어오고 반장의 구령에 따라 모두가 인사를 한다. 남학생은 담임선생의 주례에 집중하는 척 하고 있었는데, 아저씨가 옆구리를 찌르자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요즘 애들 뭐 하고 노냐니까. 학교 끝나면 다들 어디가?”

“아 몰라. 대부분 피시방 가겠지.”

“아하.”


남학생은 더 이상 말 걸지 말라는 듯 등을 돌려버렸고 아저씨도 얌전히 의자를 당겨 앉았다. 그리고 턱을 괸 채,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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