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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완 님의 서재입니다.

닉네임 군필여고생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드라마

완결

린완
작품등록일 :
2018.10.19 17:38
최근연재일 :
2023.01.15 06:06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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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903
추천수 :
2,686
글자수 :
473,904

작성
21.01.0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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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05. 본선(1)

DUMMY

검은색 밴의 문이 열리고 교복을 입은 다섯 학생이 걸어 나온다. 이후 조수석에서 어색한 자세로 내린 남성이 학생들을 따라 건물 안으로 이동했다.

남성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채 남학생 한 명을 붙잡고 물었다.


“현우야. 나 게임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거든. 정말 괜찮은 거지?”

“괜찮다니까요. 그냥 형식상 저희가 성문고등학교 학생이란 걸 증명하고 서류에 서명해줄 고문 선생님이 필요한 것뿐이니까요.”


현우의 말 대로였다. 학생들을 따라가다가 몇몇 서류에 서명하고, 관계자에게 성문고등학교 소속임을 알리는 신분증을 보여 준 것 말고는 선생이 해야 할 일은 전혀 없었다.


심지어 꼭 경기가 끝날 때 까지 있을 필요도 없다고 하니 필요한 일을 끝낸 지금 대중교통을 통해 돌아가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러나 진중한 태도로 작전회의 비슷한 것을 하고 있는 자신의 제자들을 보고 있자니,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선생이 말했다.


“아까 밖에서 카페 하나 발견했는데. 너희 뭐 마실래? 선생님이 사줄게.”

“네? 아뇨 괜찮아요.”

“선생님이 사주시는 거죠? 그럼 난 마실래. 아이스 아메리카노 큰 걸로요!”

“어, 그럼 저도 똑같은 걸로요.”

“난 카라멜마끼아또.”


선생은 학생들의 요청 메뉴를 스마트폰으로 적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 금방 갔다 올게. 그나저나 너희 참 대단하네. 그냥 놀려고 만든 동아리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큰 곳에서 하는 대회에 출전도 하고··· 게다가 이거 전국 대회라고 그랬었지? 허참. 너넨 긴장은 안 되냐? 선생님은 건물 들어올 때부터 괜히 떨리던데.”

“아! 안 그래도 신경 안 쓰려고 노력중인데 선생님이 그렇게 말 하시면 안 되죠!”


수영의 장난스러운 짜증에 선생과 모두가 웃어버린다. 선생이 나가고, 학생들만 남게 되자 다시 분위기가 내려앉는다.

아름이 입을 열었다.


“하던 말 계속 할게. 평소 연습하던 대로 플레이하고, 스펠 체크나 와드 위치 같은 자잘한 정보 브리핑은 핑이나 채팅으로만 해. 쓸데없는 이야기 하다가 내 오더 묻힐 수 있으니까.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내 오더는 절대적으로 따를 것. 혹시 상황 상 못하겠다거나, 실패했으면 즉각 보고할 것. 알겠지?”

“응.”

“알겠어.”

“예선과 달리 3전 2선승제고, 3번의 경기가 있을 테니까 총 6번의 게임을 한다고 생각 해. 평소 우리가 연습한 양을 생각하면 우스울 정도지? 겨우 6판이야. 아무리 길어도 6시간. 6시간만 풀 집중하는 거야.”

“할 만 하네.”

“우리야 그렇다 치고, 아름이 네가 더 문제아냐? 우리보다 몇 배는 더 많이 생각해야 할 텐데 6시간 동안이나 그렇게 집중하기는 힘들지 않겠어?”


수영이 그렇게 말 하긴 했지만, 아무도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았다. 평소 아름이 보여줘 왔던 것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따지자면 정말로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이 아니라, 우리보다 네가 더 힘들 텐데 우린 당연히 해내야지 하는 의지표명 이었다.


곧 선생이 돌아왔고 학생들은 커피를 마시며 한 숨 돌리는 시간을 가졌다. 첫 경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기에 각자 긴장을 풀거나, 손을 풀거나, 방광을 비워두는 작업에 열중했다.

그러던 중, 커피도 마시지 않은 채 바닥을 바라보던 아름에게 민성이 슬쩍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근데 정말 괜찮아?”

“뭐가? 6시간 집중할 수 있겠냐고?”

“아니, 그게 아니고. 이틀인가 삼일동안 문자도 안 보고 동아리실도 안 오고 그랬었잖아.”

“다시 돌아왔잖아.”

“그랬지. 근데 미묘하게 그때부터 기분이 좀 안 좋아 보여서.”

“아무 일도 아냐. 그런데 일주일 전 이야기를 왜 이제 와서 꺼내는 거야?”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어제 태영이랑 이슬이가 물어보더라. 너한테 무슨 일 있었냐고. 둘이 너 엄청 걱정하던데.”

“아무 일도 아냐.”

“내가 봐도 그래. 같이 연습할 때 말투가, 뭐랄까. 묘하게 강압적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아무 일도 아니라고 했지. 그딴 거 신경 쓸 틈이 있으면 연습전 경기 영상이나 한 번 더 보지 그래? 내 오더가 강압적으로 느껴졌다면 그만큼 내가 답답해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아름은 말을 마치고 나서야,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멤버들과 선생이 이 쪽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미안. 아무래도 긴장을 좀 하긴 했나봐.”

“어··· 괜찮아.”

“괜찮은 거 맞아? 커피라도 한 모금 할래?”

“아뇨.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아름은 선배가 커피를 내미는 것을 거절하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마침 스태프가 대기실 문을 노크하며 10분 전이니 준비를 하라는 말을 전했고 덕분에 분위기가 환기되어 각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럼 다녀올게요. 선생님은 돌아가셔도 괜찮은데.”

“아냐. 너희들 경기하는 건 응원해야지. 그리고 돌아가도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하하.”

“아하. 그러시구만.”

“자, 그럼 준비들 됐지? 아직 긴장 덜 풀렸거나 손 덜 풀린 사람 있어?”

“어차피 민성이랑 너는 중학교 때 농구 대회에 나가본 경험도 있으니 무대 위라고 더 긴장하거나 하진 않겠지. 나랑 우용인 원래 긴장 같은 거 잘 안하는 성격이고.”

“맞아. 게다가 아까 무대 보니까 관객석 자체가 그렇게 많진 않더라. 크게 신경 안 쓰고 게임에 집중할 수 있겠어.”

“온라인으론 몇 십만 명이 보겠지만 말이지.”

“형은 꼭 그런 쓸데없는 말을 덧붙여야겠어?”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그것보다, 아름인 정말 괜찮은 거 맞지?”

“언제 아름이가 긴장하고 실수하는 모습 보여준 적 있어? 당연히 괜찮겠지. 그치?”


우용의 말에 멤버 전원이 아름을 바라보았다.


“댁들이나 잘하세요.”


아름은 고개도 움직이지 않고서 눈동자만 슬쩍 올려다본 후 그렇게 대답했다. 그녀의 냉담한 한마디에 동아리 멤버들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지만, 아름은 그러한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듯 다시 바닥을 쳐다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



“···이렇게 해서 네. 대신고등학교 팀이었습니다. 그러면 상대팀 선수들을 만나 볼 차례죠?”

“예 그렇습니다! 대신고등학교에 맞서는, 성문고등학교의 멤버들을 소개드리도록 하죠! 자··· 지금 화면에 잡히는 것이 탑 라인의 닉네임 swing, 박수영 선수구요.”

“예. 지금 안내되는 화면에서 예선전 경기에서 사용한 챔피언 목록을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죠. 다음이, 오오. 여자 선수네요? 미드 라인의 닉네임 군필여고생, 한아름 선수입니다.”

“군필여고생?”


E스포츠 고등학교 챌린지 대회 본선의 오프닝 무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경기의 진행 방식과 대진표 발표, 각 팀의 선수들 소개를 하던 해설진이 처음으로 말을 멈추었다.

해설과 캐스터는 동시에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왼쪽에 앉아있던 특별 해설위원, 문성진 해설위원이 얼른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예. 맞습니다. 제가 처음에 말씀드렸던, 저희가 주목해야 할 선수들 중 한명이죠.”

“그렇군요. 어떤 점에서 주목해야 할지, 물론 아까도 설명 해 주셨지만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알 것 같은데요? 저렇게 귀엽게 생긴 여고생이 출전했다고 한다면 누구라도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그건 그렇네요. 저 선수가 카메라에 잡힌 것만으로 무언가 분위기가 화사해진 것 같은 기분이에요.”

“분위기 메이커군요?”


해설과 캐스터가 웃는다. 문성진 해설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해설과 캐스터가 저 선수를 무시하거나 모욕하려던 게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선수를 장식품 취급하는 것에 조금 짜증이 나긴 한 모양이었다.

문성진 해설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그것도 그렇습니다만, 저 선수가 우승할 거고, MVP를 차지할 예정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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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2. 동아리 결성(3) +6 20.02.28 1,300 4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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