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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완 님의 서재입니다.

닉네임 군필여고생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드라마

완결

린완
작품등록일 :
2018.10.19 17:38
최근연재일 :
2023.01.15 06:06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84,904
추천수 :
2,686
글자수 :
473,904

작성
20.02.29 14:04
조회
1,192
추천
38
글자
7쪽

03. 여자친구(3)

DUMMY

방과 후.

조심스럽게 컴퓨터실의 문을 열자, 넓은 교실의 가운데서 작은 여자애가 손을 흔들며 반겼다. 이슬도 손짓으로 답인사를 해 준다. 어쩐지 조금 어색한 기분이었다.


“진짜 컴퓨터실 빌려 쓰나보네. 방과 후에 매일 모이는 거야?”

“응. 잘은 모르겠지만 현우가 선생님들한테 잘 이야기 한 모양이야.”

“아. 그래. 걔가 좀 그런 걸 잘 하긴 하지.”


이슬이 아름의 옆자리에 와서 앉았다. 아름은 그런 그녀를 보면서 솔직한 감상을 내뱉었다.


“어제도 봤지만, 너 진짜 키 크다. 모델 같아.”

“그런가. 다른 사람은?”

“어··· 오늘은 아무도 안 오는데. 다들 내 숙제 하느라 바쁠 거라서.”

“숙제?”

“응. 공부로 치면 너는 영어가 약하니까 단어를 외워 와라. 너는 수학이 약하니까 공식을 외워 와라. 그런 숙제를 내 준 셈이야.”

“그런 것도 하는구나.”

“응. 그나저나 참고삼아서 묻는 건데, 이슬이 넌 게임 같은 거 해 본 적 있어? 롤이 아니더라도 아무거나.”

“롤이 무슨 게임인진 알아. 오빠가 하는 걸 구경한 적은 있거든. 직접 해 본적은 없지만.”

“그렇구나. 저기, 민성이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맞아?”


갑자기 아름이 그렇게 말을 던졌다. 이슬은 눈을 치켜떴다.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해간다. 아름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는 것이 얼핏 들려왔다.


“현우 그 새끼지? 걔가 그렇게 말해?”

“그냥 예전에 그랬는데 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런 식으로 잠깐 말했던 것뿐이야. 근데 너 반응 보니까 사실인가보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너랑 무슨 상관인데?”

“네가 나를 여자애들이랑 친하게 만들어 준다고 그랬잖아. 보답을 하고 싶어서 그러지. 민성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아?”

“······.”

“동아리 들어오겠다고 한 것도 민성이랑 함께 할 시간을 늘리고 싶어서 그랬던 거지?”

“······.”


꽤 긴 시간의 침묵 끝에, 이슬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어떻게 친하게 지낼 수 있냐고? 간단해. 내가 남자 마음은 잘 알거든.”


이슬은 네가 어떻게 남자마음을 잘 아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아름이 워낙 자신에 찬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지라 일단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다.


“나랑 같이 게임을 시작해 보자. 민성이가 모처럼 권해줘서 동아리에 들어왔는데, 그냥 들러리처럼 아무것도 안하고 이름만 넣을 순 없잖아? 내가 가르쳐 줄 테니까. 어때? 엄청나게 잘 해질 필요도 없어. 이게 뭐 하는 게임인지만 이해하고, 최소한의 규칙만 이해해도 좋아.”

“···그래서? 그 다음은?”

“다음은 자연스럽게 진행될 거야. 남자들이 자신들의 취미를 이해해주고 함께 즐길 줄도 아는 여자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런 거야?”

“그런 거야.”

“···좋아. 믿어볼게.”

“고마워! 그럼 바로 시작하자. 게임은 미리 켜놨어. 자, 의자 좀 당겨서, 이리와 봐.”


이슬이 의자를 움직여 가까이 다가와 앉았다. 아름은 크흠, 하며 과장된 헛기침을 하며 선생님 모드로 돌입했다.


“자. 롤이란 어떤 게임인가? 내가 고른 캐릭터를 성장시켜서, 적을 쓰러트리고 최종적으로 적의 본진을 무너뜨리면 이기는 게임이야. 이해했어?”

“응.”

“그럼 바로 시작해보자.”

“뭐? 그게 끝이야?”

“응. 나머지는 게임 하면서 설명해 줄게. 연습모드라 너를 방해하는 적은 없으니까 안심하고 해봐.”

“알았어.”


이슬은 엄청나게 어색한 자세로 마우스를 잡았다. 그리고 게임 내에서 지원하는 설명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아름은 재촉하는 일 없이, 필요한 상황에서만 정확하고 간결한 설명을 했다.


“응. 그게 상점이야. 뭔가를 해낼 때 마다 돈을 주거든. 그걸로 내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어 나가는 거지.”

“잘하네! 그게 스킬을 배우는 방법이야. 캐릭터마다 제각각 스킬이 있거든.”

“그건 미니언이라고 불러. 사람이 조종하는 것이 아닌, 컴퓨터가 입력된 대로 전진할 뿐인 병사들이야.”

“아! 죽었네. 괜찮아. 여기 표시된 시간이 지나면 몇 번이고 계속 살아나니까.”


이슬은 아름의 도움을 받아가며 적 미니언을 잡아나갔고, 적의 포탑을 부수며, 결국 적의 본진을 박살내는데 성공했다.


“어때? 간단하지?”

“그렇긴 하네.”

“어렵거나 힘들면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어. 억지로 하다가 게임이 싫어지면 말짱 꽝이니까.”

“괜찮아. 그렇진 않아. 솔직히 재밌는지는 모르겠지만, 힘들 것까지야.”

“좋아. 그럼 이번엔 적과 아군을 데리고 해 보자. 물론 멍청한 AI들과 함께하는 거니까 긴장할 필요는 전혀 없어.”


아름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게임세팅을 시작했다. 이슬이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여간 신나 보이는 게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그녀가 게임의 숙련자라고 한다면, 자신과 같은 초보자를 가르치는 일은 보통 수고롭고 피곤하고 귀찮은 일이 아닌가? 무엇이 너를 그렇게 웃게 만드는 거야?


“긴장은 안 해. 그런데 너 되게 신나 보인다.”

“어? 그래 보여? 하긴 뭐 친구랑 취미를 공유하는 일인데 신날만도 하지.”

“······.”

“다음에 너도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줘. 나야 뭐, 키 큰 미남 미녀가 이상한 옷 입고 걸어 다니는 걸 보며 흡족해 하는 사람이라는 정도 밖에 아는 게 없지만. 하하. 이건 해당 종사자가 들으면 어처구니없긴 하겠다.”


이슬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아름을 바라봤다. 그리고 흐음. 하는 콧소리를 내며 눈을 아래로 깔았다가, 또 위를 멍하니 바라보기도 한다.

그리고 아름이 게임세팅을 마쳤을 때 쯤, 이슬이 입을 열었다.


“저기, 나는 내 키가 큰 게 콤플렉스야. 그러니까 칭찬해 준건 고맙지만, 그 주제는 피해줬으면 좋겠어. 솔직하게 기뻐할 수가 없거든.”

“키? ······앗. 아까 처음에 말한 거 말이구나. 미안. 몰랐어.”

“알면 됐어. 그래서? 이젠 뭘 하면 되는 거야?”

“음. 아까랑 같은 캐릭터를 골랐으니까 아까랑 똑같이 하면 돼. 대신 맞은편에서 적이 나타날 거니까 조심하고.”

“좋아. 해 볼게.”


이슬이 의자를 당겨 앉아 마우스를 붙잡고 자세를 잡는다.

어째서인지 게임이 시작되기도 전인데, 피부가 간질간질 한 게 벌써 부터 재미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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