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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완 님의 서재입니다.

닉네임 군필여고생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드라마

완결

린완
작품등록일 :
2018.10.19 17:38
최근연재일 :
2023.01.15 06:06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84,897
추천수 :
2,686
글자수 :
473,904

작성
20.04.02 22:45
조회
1,163
추천
42
글자
7쪽

04. E스포츠 고등학교 챌린지대회(1)

DUMMY

작은 방 안에 한 남자가 서 있다.

무심하게 자른 듯 한 스포츠머리, 거뭇한 수염자국.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이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얼굴로, 아무것도 없는 바닥을 노려보고 있었다.


띠링띠링. 띠링띠링.


생각에 빠져있던 남자는 요란하게 울리는 핸드폰을 눈을 굴려 확인한다. 천재1 이라는 발신자명에 그는 고민을 멈추고 핸드폰을 들었다.


“무슨 일이냐.”

“감독님! 감독님! 방송 보고 있어요?”


잔뜩 흥분한 상대의 말투에 감독이라고 불린 남자는 차분하게 대답한다.


“광성아. 일단 침착하고. 갑자기 방송이라고 하면 무슨 방송인지 내가 어떻게 알겠니.”

“아니 뭔 갑자기예요? 제가 몇 번이나 말 했잖아요! AGN에서 하는 고등학생 대회 보라고요! 설마 또 들은 척만 하신 겁니까?!”

“들은 척이 아니라. 광성아. 들은 기억이 없는 걸 어떻게 하라는 거냐. 보나마나 네가 또 나 바쁠 때 옆에서 멋대로 떠들고 간 모양이지. 아무튼. 그건 둘째 치고 무슨 방송이라고?”

“AGN이요! 너튜브에서 지금 하고 있어요! 제가 링크 드릴테니까······.”


감독은 핸드폰을 잠시 귀에서 떼고, 반대 손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다. 잠시 뒤 다시 침착하게 말을 시작했다.


“그래. 광성아. 거기서 고등학생들 대상으로 대회를 열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어. 아마 오늘이 온라인 예선전 첫날이지?”

“그러면 빨리 봐요! 맨날 인재가 없다고 한숨 푹푹 쉬면서 이런 거는 안 챙겨 보는 거예요?”

“광성아.”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았던 감독은 의자를 꺼내 앉는다.


“그 대회는 쇼야. 우승은 우진고등학교가 할 거고, 준우승은 풍월고등학교나 대신고등학교가 할 거다. 볼 필요도 없어. 무슨 말인지 알겠니?”

“예?”

“평범한 고등학생들끼리 모여서 실력을 겨루는 대회가 아니라, 프로게이머 지망생을 많이 보유한 고등학교가 이기는 대회라고. 다섯 명 전원이 프로게이머 지망생인 우진고등학교는 무조건 우승할테고, 지망생을 세 명씩 보유한 풍월고나 대신고가 준우승을 할 거다. 그리고 그런 유망주들은 이미 조사가 끝난 애들이야.”

“헐······.”

“나는 네가 방금 말한 것처럼 인재가 없어서 외국 선수를 용병으로 데려와야 하나 고민하는 중이라 바쁘단다. 그러니까 다른 용무 없으면 이만 끊으렴.”


“아니아니. 아무리 그래도 외국인은 아니죠! 그리고 안 유명한 놈들 중에도 저 같은 재능충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네?”

“광성아. 그런 인물이 있으려면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조사하지 않았던 인물이려면 랭킹도 낮고 게임 플레이 횟수도 적으면서 공식적인 활동을 단 한 번도 안했어야 해. 그런데 내 성에 찰 정도의 게이머일 확률은 제로야. 알겠지?”

“···알았어요.”


감독은 간략하게 인사한 뒤 전화를 끊었다. 부엌으로 가서 커피를 새로 내리고, 그윽하게 올라오는 커피향을 맡으며 벽에 기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시금 생각에 잠긴다.


띠링띠링. 띠링띠링.


또 다시 벨소리가 울린다.

안 그래도 전화올 곳이 있었던 감독은 서둘러 방으로 돌아가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러나 발신자는 천재1. 광성이었다. 감독은 한숨과 함께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니 광성아.”

“감도임! 감도임! 방송 봐요. 빨리! 아까 내가 보내준 링크!”


좀 전보다 두 배는 흥분한 그의 말투에 감독은 머리가 울리는 것을 느끼며 대답했다.


“그래그래. 광성아. 일단 진정하고. 너튜브에서 중계하고 있는 거지?”

“네! 와 씨발!”

“그래. 광성아. 욕은 우리 줄이기로 했잖니? 노트북 켜고 있으니까 진정하고. 왜 또 보라는 건지 말 좀 해줄래?”

“와 씨발!”

“광성아······.”


감독은 한숨을 쉬며 너튜브에 들어가 경기 영상을 확인했다. 게임은 이미 승패가 결정 난 상황이었다. 한 쪽 팀은 전멸에, 한 쪽 팀은 두 명이 살아남아 적의 본진을 공격하고 있었다.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던 감독은 순간 이상함을 감지하고,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전멸하여 지고 있는 팀은, 자신이 우승을 예상했던 우진고등학교가 아닌가?


감독은 얼른 핸드폰을 내려놓고 영상의 시점을 게임 시작지점으로 돌렸다. 그리고 먼저 우진고등학교 팀의 움직임을 살폈다. 우진고는 딱 감독이 예상했던 정도의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고등학생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실력이었고, 일반인이 열심히 하면 도달할 수 있는 최대 랭크인 플래티넘 정도의 실력이다.

이런 이들이 다섯 명이나 모이면, 고등학교 레벨로는 어느 누구도 상대가 안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어떻게? 왜?


이번엔 상대 팀인 성문고등학교를 주목했다. 감독은 먼저 정글러의 움직임을 살펴보았다. 단 몇 분 만에 그가 초보자임이 들통난다. 위쪽 공격로. 탑 라이너의 움직임 또한 고등학교 수준임이 확인된다. 그리고 아래쪽. 바텀의 원거리 딜러와 서포터의 움직임을 보는데, 원거리 딜러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으나, 결국은 상대와 같은 플래티넘 정도의 수준이다.

감독은 기대감과 긴장감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끼며, 중간 공격로. 미드라인을 확인했다.


“······.”


감독은 화면에 눈을 고정시킨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했다.

생각이, 사고가, 눈으로 보는 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맵의 중앙인 미드라인을 담당하며, 정면에서 오는 적들을 가볍게 제압한다. 그리고 위쪽 탑라인과 아래쪽 바텀라인을 자기 집 베란다 드나들 듯 아무렇지 않게 휩쓸고 다녔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마치 위험요소가 전혀 없다는 듯 한 움직임이다.

이제는 게임 속의 캐릭터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적을 공격하며 맵을 누비는 것이 마치 춤이라도 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삼십 분 가량의 경기를 말없이, 미드라이너 한 명에만 집중하여 지켜본 감독은 내려놓았던 핸드폰을 다시 들었다. 하지만 삼십 분 동안 대답도 안 했으니 당연히 전화는 끊어진 상태였다.

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지금 도대체 뭘 본거지?”


한 번의 경기만으로 역량을 가늠하긴 어렵다. 하지만 다섯 명의 프로게이머 지망생을 상대로 승리한 이 경기는, 감독의 흥미를 끌기엔 충분했다.


“성문고등학교. 군필여고생. 성문고등학교. 군필여고생. 성문고등학교. 군필여고생······.”


감독은 마치 주문이라도 읆듯 중얼거리면서, 핸드폰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예. 안녕하십니까. 죄송하지만 저번에 말씀 주셨던 일 있지 않습니까? 예. E스포츠 고등학교 챌린지대회 특별 해설자리요. 예. 맞습니다. 아하. 그 친구가 대신 하기로 했습니까? 그럼 제가 그 친구에게 이야기 할 테니, 다시 제가 본선 해설을 맡아도 될까요? 아니 뭐··· 흥미가 좀 생겨서 말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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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04. E스포츠 고등학교 챌린지대회(3) +6 20.04.06 1,173 4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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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E스포츠 고등학교 챌린지대회(1) +5 20.04.02 1,164 4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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