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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완 님의 서재입니다.

닉네임 군필여고생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드라마

완결

린완
작품등록일 :
2018.10.19 17:38
최근연재일 :
2023.01.15 06:06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84,986
추천수 :
2,686
글자수 :
473,904

작성
20.02.28 20:48
조회
1,207
추천
44
글자
8쪽

03. 여자친구(2)

DUMMY

“아니, 미안. 난 또 엄청나게 예쁜 애라서 민성이랑 현우가 따라 붙은 줄 알았거든.”

“무슨 소리야? 누군데 넌?”


다짜고짜 욕을 먹은 아름은 얼굴을 찌푸린 채 이슬을 노려봤다. 이슬은 당황하여 눈을 돌리다 현우와 눈이 마주쳤다. 현우는 즉시 소금을 한주먹 삼킨 표정이 되었다.


“참이슬. 네가 여긴 뭐 하러 왔냐.”

“닥쳐. 너 보러 온 거 아니거든.”


이슬이 현우의 시선을 피해 얼굴을 돌리자 이번엔 민성과 눈이 마주쳤다. 민성이 손을 들며 인사해 왔다.


“안녕. 왜? 누구 찾으러 온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면 밥 먹으로 온 거야? 같이 먹을래? 자리 많은데.”

“어··· 그럴까?”


밥을 먹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지만, 민성이 권하자 이슬은 슬쩍 식판을 받아와 민성의 맞은편에 앉았다.

숟가락을 들어 김칫국을 한 입 삼키자 현우의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뭘 태평스럽게 밥을 먹고 있어? 쟤가 생뚱맞게 여길 밥 먹으러 왔을 리가 없잖아.”


지당하신말씀.

이슬은 낮은 신음소리를 내며 눈치를 살폈다. 민성과 현우는 아는 사이지만, 한 쪽의 곱게 생긴 남자애는 완전 처음 보는 사람이었고 그 옆에 안경남도 완전 처음 보는 사람이다. 게다가 명찰 색을 보니 2학년 선배잖아. 그리고 중앙에 앉아있는 저 여자애. 남자들을 꼬드겨서 데려왔다기에는 여자로서의 매력은 개미 담석만큼도 없는 것 같은데. 모르겠다. 도대체 이건 무슨 모임인거야?


“음. 그게 사실은, 여자애들끼리 좀 다툼 같은 게 있었다고 들어서. 어쩌다보니 내가 중재 비슷한 걸 하게 됐거든.”

“다툼?”

“아. 그건가. 아까 쉬는 시간에 여자애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갑자기 시비를 걸더라고.”

“뭐? 누가? 누군데?”


현우의 표정이 굳는다. 이슬은 곧 여자애들의 입장에서 해명을 시작했다.


“아니. 여자애들이 보기에는 여왕벌 짓을 하는 걸로 보이니까. 무슨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여왕벌?”


아름은 골똘히 무언가 생각을 하다가, 곧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그리곤 곧 낭패감 짙은 얼굴이 되었다.

게임이라는 취미를 무기로 친구들을 사귀다보니 주변에 남자들만 잔뜩 모여들었고, 하필이면 거기에 잘 생긴 놈이 껴있으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해할 만도 하겠다 싶었다. 게다가 이런 식이면, 앞으로 동성인 친구는 사귀기가 더욱 힘들어지는 꼴이 아닌가.


이야기의 흐름을 뒤늦게 이해한 남자들은 피식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현우는 소리를 참지 못하고 킥킥킥 웃어댔다.


“아, 미안. 아름이 널 무시하는 건 아닌데, 솔직히 여왕벌은 좀 아니지.”

“됐네요. 아무튼. 못생겨서 미안하지만, 여자애들이 생각하던 건 전부 오해니까 그렇게 전해. 특히 남자들 노는데 아는 척 하면서 끼어드는 여우짓 역겹다고 했던 여자애한테 전해줬으면 하는데, 아는 척이 아니라 내가 가르쳐주고 있는 거라고.”

“와. 그런 소리까지 했어?”

“심했네.”

“그래서, 이건 무슨 모임인거야?”


분위기를 살피던 이슬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름은 이 모임이 어떤 모임이고 어쩌다가 모이게 되었고 최근 들어서 식당에 자주 모이게 된 이유까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했다. 듣고 보니 여왕벌은 정말 헛소리였다고 새삼 느꼈다.

설명을 마친 아름이 탄식하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다들 왜 그렇게 쓸데없는 일에 열 내는지 모르겠다니까.”

“······.”


이슬은 깨작이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중얼거리듯 아름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그 시간에 자기계발이나 좀 하지.”

“뭐. 이해는 해. 누가 잘생겼고 누가 누굴 좋아하고 맘에 들고 그런 이야기가 인생 최대 관심사일 시기니까.”

“···유치하지 않아?”

“유치할 나이인데 뭐.”

“그럼 넌?”

“연애 이야길 하기엔 난 너무 늙었어.”


아름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을 이었다. 연애보단 결혼생각을 먼저 한다. 돈을 벌어야 하는데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가 고민이다. 게임으로 직업을 삼으면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 수준으로 벌 수 있는 모양이더라. 등등.


그런 이야기들이 어째서인지 진지하게 들렸던 이슬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 경청한다. 중간 중간 자신도 모르게 맞아. 그렇지. 나도나도. 따위의 맞장구까지 치고 있었다.


“그··· 너 혹시 나이차이 많이 나는 오빠나 언니가 있어?”

“아니. 그건 왜?”

“내가 그렇거든. 아마 그것 때문에 주변 애들이 하는 이야기가 좀 유치하게 느껴질 때가 있나봐.”

“그럴 수도 있겠네.”


둘의 잡담은 거기서 끝났다. 아름이 그럼 숙제 검사를 해 볼까며 운을 뗀 이후로는 그들만의 게임 토크가 시작되었다. 이슬로서는 무슨 이야긴지 하나도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었지만 아무튼 그들이 진지하게 무언가를 논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캐릭터가 어쩌고 조합이 어쩌고 어려운 말들을 하며 아름이 다른 이들을 평가한다. 남학생들은 수업을 받는 모범생처럼 아름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고, 틈만 나면 질문을 해댔다.

이미 이슬은 안중에도 없었기에 그녀는 식은 밥을 먹어가며 그들을 계속 구경했다. 그리고 부럽다고 생각했다.


나도 내 관심사에 대해 저렇게 논할 상대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중학교 때, 주변 친구들에게 슬쩍 그런 이야기를 해 봤었다. 모두들 대단하다며 큰 관심을 보여줬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관심이 있는 척 했던 것이다. 내가 내 관심사에 대해서 조금만 깊게 이야기하면 모두가 난색을 표했다. 주제를 돌렸고, 자리를 피했다. 어떤 친구는 대놓고 말했다. 그런 어려운 이야긴 하고 싶지 않다고. 그래. 평생 그렇게 뇌를 비우고 살아라.


“알겠어? 생각을 많이 하는 쪽이 무조건 유리한 거야. 생각을 계속 하는 거 어렵지. 피곤한 일이야. 하지만 생각을 게을리 하는 순간 패배하는 거라고.”


마침 아름이 그런 이야길 했다. 생각이 깊은 애구나. 이슬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뜬금없는 상황에 말을 꺼내고 말았다.


“저기. 너 못생겼다고 했던 거 진심이야.”

“······.”


아름은 하던 말을 끊고 입을 다문 채 이슬을 바라보았다. 뭐지. 싸우자는 건가.


“욕 하는 게 아냐. 얼굴이 못생겼다는 말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그렇단 말이야. 그, 왜. 너 전혀 꾸미질 않았잖아.”

“아. 이슬이가 패션 디자이너가 꿈이었지. 그래서 신경 쓰였나 봐.”


분위기가 이상해질 수도 있는 순간에 민성이 끼어들었다. 아름은 순식간에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직업병이란 소리구나.”

“직업··· 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래.”

“굉장하네. 패션 디자이너라니. 나는 그런 건 아주 문외한이지만, 이 나이에 직업으로 삼을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건 대단한 건데.”

“그래서? 갑자기 그런 이야긴 왜 꺼내는 건데?”


한창이었던 게임 이야기가 끊겨서 불편했던 현우가 팔짱을 끼고 물었다.


“아니 뭐··· 괜찮으면 내가 좀 봐줄 수 있다. 뭐, 그런 거지. 좀 꾸미면 여자애들이랑도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오늘 같은 해프닝도 없어질 테고.”

“진짜? 여자애들이랑 친해질 수 있어?”


아름이 반색하며 되묻는다. 이슬이 그렇다고 답하자 아름이 그녀의 손을 덥석 붙잡으며 꼭 좀 부탁한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동성인 친구가 하나도 없어서 불안하던 아름으로선 그녀의 제안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무언가 대화의 분위기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자, 넉살 좋은 민성이 웃으면서 한마디 던졌다.


“그럼 이슬이 너도 우리 동아리 들어올래?”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게임 동아리에 게임을 해 본 적도 없는 이슬을 데려오는 것은 의미도 없고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게임에 관심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사람이 게임 동아리에 들어와서 뭘 하겠는가.

하지만 이슬은 정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즉시 대답해 버리고 말았다.


“어. 들어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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