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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쌤님의 서재입니다.

어게인 조선에서 힐링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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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쌤
작품등록일 :
2023.10.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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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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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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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9화 폭풍전야(3)

DUMMY

#89







***

[여진족]

까악 까악

아침부터 사납게 까마귀들이 울었다.


초원을 바라보던 누르하치

"오늘 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그때였다.

"버일러 일본에서부터 사신이 왔습니다."

"일본국의 사신이···. 왜?"

"그것이,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것인가?

아침부터 사납게 울어대던 까마귀를 뒤로하고, 사신을 만나러 몸을 돌렸다.



누르하치가 양옆으로 난 콧수염 중 하나를 손가락으로 잡아서 비비 꼬며 앉아있었다. 깊은 생각에 빠질 때는 하곤 했던 습관.

이내 생각을 정리한 누르하치가 부하들에게 이야기했다.


"사신을 들라 하여라."


둥글게 말려있는 서신을 가지고, 한 사내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그 옆으로는 통역을 하는 사람이 따라붙었다.


"버일러를 뵈옵니다."

사신이 부복하여 절을 올리고, 둥글게 말려있는 서신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서신을 가져와라."

사신이 가져온 서신을 읽어 내려간 누르하치가 다시금 콧수염을 비비 꼬았다.


'조선을 같이 치자?'

최근 여진족을 공략하는 조선이 눈엣가시 같긴 했지만,

조선을 잘못 건들면, 명이 움직일 터.


"사신은 들라. 이 서신의 내용 이외에 전할 것은 없는가?"

"호랑이가 기지개를 켜면, 가장 먼저 잡아 죽이는 것은 주변의 멧돼지라고 하였습니다."


그 말에 놀란 누르하치가 탁장을 거칠게 내리쳤다.

"용맹한 만주를 어찌 보고 감히 잡아먹힌다고 하였는가!"

"저는 그저 전달하기만 할 뿐입니다. 살려주시옵소서."

놀란 사신이 몸을 더욱 바짝 낮추었다.

심기가 불편해진 누르하치가 침음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무엇을 믿고, 너희들을 돕는단 말인가?"

"저희가 먼저 경인년에 한성을 공략할 것입니다. 그때 명을 공격하면서 시선을 뺏어 주십시오. 그 후 적당한 선에서 명을 역으로 치던 조선을 공략해주시면 됩니다."

"뒤통수를 치라는 것이군. 허먼 조선을 치면 만주에겐 무슨 이익이 있느냐?"

"한강 이북 지역을 모두 다 드린다고 하였습니다."

"조선을 반반씩 나누자는 것이냐?"

"그러하옵니다."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조선을 나누어 먹는다?

말은 좋다.

하지만, 조선을 나누어 먹은 뒤에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적군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오늘 함께 했던 동지가 내일은 적국이 될 것이 자명할 터.

거기다 명을 공략하다 자칫 불똥이라도 튄다면?

콧수염을 비비 꼬던 누르하치의 손가락이 일순간에 멈추었다.


"그리 매력적이지 않군. 알맹이는 일본이 먹고, 명을 막는 것은 우리보고 하라는 말 아닌가?"


"호랑이가 날뛰기 전에 미리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다. 급한 것을 먼저 처리하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명까지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

"명이 적극적으로 병력을 보내면 그 뒤를 치면 되고, 소극적이면 저희를 조선을 도모하시면 됩니다. 다만, 명은 아마도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입니다."

"그 말을 어찌 믿지?"

"최근 조선에 다녀간 사신으로 인해 명이 소란스럽다는 것 정도는 아시고 있으시겠지요?"

"흠. 그것은 헛소문이다. 명과 조선이 그렇게 쉽게 갈라지겠느냐?"

"역사적으로 영원한 우군은 없습니다. 고려와 송나라의 관계를 생각해 보십시오. 마지막으로, 최고라고 믿던 명의 자존심에 금이 갔으니 이전처럼 적극적인 도움은 어려울 것입니다."


사납던 누르하치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명의 황제가 조선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명의 황제는 마약에 취해 국정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나설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명나라 황제가 갑자기 조선을 적극적으로 도와준 이유는 아직 역사적 떡밥으로 남아있을 정도. 이 당시 사관과 누르하치는 그것을 잘 몰랐을 뿐이었다.

"

"흠. 그것까지 알아내다니. 일본이 생각보다 대단하군."


신녀의 지적대로 누르하치가 쉽게 일본과 손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 사실 왕래도 없던 국가와 누가 전쟁을 도모하겠는가.


사신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따라온 다른 사람에게 눈치를 보냈다. 그가 밖으로 나가서 커다란 상자를 수십 개 가지고 들어왔다.


"이것은 무엇이냐?"

"화승총이라 불리는 신무기입니다."

"화승총?"

"조총이라고도 하지요."


조총을 본 누르하치의 눈이 욕망으로 빛났다.

명군과 전투에서 일부가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신식무기라.'

아직도 주변 여진 세력조차도 전부 통합하지 못한 상황.

당장은 무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거기다 신무기라면? 군대를 이끄는 수장이 어찌 탐이 안 날 수 있을까?


"흠···."

"이것은 단순히 선물로 드리는 것입니다. 만약 약조해주신다면, 조총 1,000여 점을 추후에 보내드리겠습니다."

"뭐. 천 개씩이나!!!"

"거기다, 만주는 누구보다 말을 빨리 탄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 우리 만주는 누구보다 말을 잘 탄다."

"쉬지 않고 달리면 한양까지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누르하치가 다시금 콧수염을 비볐다.

말 두세 마리를 갈아타면서 달린다면?

"일주일?"


"그렇습니다. 그러면 양쪽에서 공격을 하다면 한양을 수복하는 데에는 한 달이 안 걸릴 것입니다. 한달 안에 수복한다면 명군이 조선으로 출격하기도 전에 이미 전쟁은 끝나 있겠지요."

"그건, 그렇겠군. 하지만, 조선의 왕이 도망을 간다면 어찌하나?"

"일국의 왕이 도망을 간다구요? 하하하하. 그런 자가 왕이라면 그것은 왕이 아니겠지요."


당시의 일본의 다이묘들은 전국을 나누어 통치하던 시기.

다른 다이묘들과의 전투에서 지면, 더 이상 도주할 곳이 없었다.

그렇기에 최후까지 성에서 응전하는 것이 일본이었다.


임진왜란에 그토록 빠르게 한양까지 일점 돌파를 한 이유도 마찬가지.

설마 선조가 런을 칠줄 몰랐겠지.

얼마나 빠르게 런을 쳤으면, 명국에서도 이거 혹시 일본과 조선이 협공을 하는 것 아니라는 의혹까지 받을 정도.


누르하치의 생각도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최근 조선이 여진족을 복속하기 시작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것이 사실이었다.

거기에 일본이 조선을 친다면 이기든 지든 조선의 힘이 빠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건도 좋았다.

명이 생각보다 과한 군대를 조선에 보낸다면 오히려 명을 치고, 그렇지 않다면 속공으로 일본을 적극적으로 도와 조선의 왕을 치면 되는 상황.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다.

"크하하하. 아침부터 까마귀가 울어서 내심 기대를 했더니, 이런 경사스러운 일이 일어나는군. 사신에게 먹을 것을 베풀어라. 잔치를 열 것이다."


누르하치 성은 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





연일 소란스러운 일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선조에게 팽 아닌 버림을 당하고, 아카데미마저 시끄럽다 보니 번 아웃 증상이 나타났다. 머리가 멍하고, 만사가 귀찮아졌던 것.


"방학이 필요할 때군."


나는 망설임 없이, 몸을 털고 일어났다.

그동안 너무 달리긴 했지.

그리고 어머님도 좀 만나 뵈어야 하고.


얼마 후 아카데미에는 방이 붙었다.

"방학 기간. 출입 통제"


똥을 싸지르던, 오줌을 누던 마음대로 해라.

나는 떠난다.

룰루랄라.


지난 몇 주간 공과대학 장인들과 새로운 무기를 만들었다.

소총은 너무 크고 휴대가 불편했던 것.

그렇게 해서, 권총을 만들었다.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이미 소총을 통한 노하우, 증기기관, 강철 합금 등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제작 능력이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거기다 권총의 설계가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그렇게 마련된 권총을 한복 위에 가죽 띄는 두르고 권총집에 넣었다. 한겨울 짚신이 신고 있으니 현타가 와서, 권총집을 만들면서 장인에게 가죽구두, 전투화를 주문 제작했다.

조선의 길 상태를 생각해 보면, 구두보다는 전투화가 좋았다.


그렇게, 복장을 다 착용하자.


'이거···. 황야의 무법자 느낌이긴 한데'

분명 그랬다.

전투화에 권총을 찬 모양은, 그런데 한복에 갓이라니?

엄청 요상하구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럼에도 또 그리 이상하지는 않았다.

내가 검은색 한복을 입고 있어서 그런가?

남자들은 검은색이면 뭐든 문제없지.


문득 중학생 때가 떠올랐다.

"아들, 이 운동화 색깔 이쁘다. 어때?"

"난, 검정색이 좋은데."

"어머 아들, 이 점퍼 너무 이쁘지 않니?"

"난, 검정색이 더 이쁜데."

"아들, 이거···."

"난, 검정색."

그 이후 어머니는 더 이상 색깔을 물어보시지 않았다.


'흠···. 흑역사군.'

볼을 긁적이면서 말을 타고, 오래간만에 고향으로 내려갔다.


***





"살아는 있었느냐?"

어머니의 살벌한 음성.


"소자, 죄송하옵니다."

"아니, 죄송한 줄 알았으면 안 하면 되지, 왜 해놓고 사과를 해유?"

돌쇠의 비아냥을 들으니 확실해졌다.

집으로 돌아왔구나.


"아니, 어디를 가면 간다고 이야기를 해야지, 이 어미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줄 아느냐. 아이고 조상님. 제가 다 자식을 잘못 키워서 그럽니다. 제가 죽일 년입니다."

"어머님. 소자가 정녕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지금은 살기 위해서 납작 엎드려야 할 때.

나는 최대한 불쌍한 얼굴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이구, 이놈아. 밥은 먹었느냐?"

"그게, 한시라도 빨리 어머니를 뵙고자 밥도 안 먹고 왔습니다."

"어이구, 말이라도 못하면. 말이라도 못하면!"

"새아가, 오늘 오래간만에 요리를 해보자꾸나."


원래라면 미와 함께 집으로 내려왔어야 하지만, 바빠서 미만 먼저 집으로 보냈었다. 그리고, 혼인을 약조하였다는 내용을 서신으로 어머니에게 보내드렸다.

이 시대의 상황으로 보면, 부모가 지정해준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맞지만, 역병 때 어머니와 함께 지낸 미와 친해졌는지 크게 나무라지는 않은 상황.


"서방님. 일단 들어가서 쉬세요."

"어. 어···."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는데,


생각해 보니, 이 당시의 생각으로는 어머니께도 미에게도 참으로 못난 사람이 나였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진 저녁 식탁

배가 터지도록 밥을 먹고, 잠시 밖으로 나섰다.

밝은 보름달이 비추어 사방이 환하게 보였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주변을 살피곤,

일렁일렁이 있는 곳으로 갔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온 곳.


"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커다랗던 일렁일렁이 어느새 작은 주먹만 해졌다.

다시금 주먹을 그곳에 넣자.


"커억!!!"

엄청난 통증과 함께 주먹이 바로 밖으로 튕겨 나왔다.


당혹감.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방님?"

나는 서둘러 몸을 뒤로 돌렸다.

물론 나에게만 보이는 것이지만,

무언가 죄를 저지른 것처럼 몸으로 그것을 막아섰다.


"여기서 뭐 하세요?"

"아, 그냥 오래간만이라···."

"겨울이라 밤바람이 차요. 들어가요."

"그러자꾸나."


나는 미의 손에 이끌려 방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저 멀리 남쪽 산 넘어.

초록색 불빛이 작게나마 피워오르고 있었다.


저기서 왜 초록색 불빛이···.

남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인가?


남쪽이면 제주도? 대마도? 일본?

혹시, 일본?!!

아직 시간이 남았을 텐데?

그러자 아까 주먹만큼 작아진 일렁일렁이 떠올랐다.


'설마, 나로 인해서 역사가 뒤바뀌는 것인가?'

놀란 마음에 가슴이 쉴 새 없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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