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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조선에서 힐링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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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쌤
작품등록일 :
2023.10.17 09:41
최근연재일 :
2024.02.0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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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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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899

작성
24.01.0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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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
12쪽

71화 유비와 장비

DUMMY

#71





***

[명 황실]


만력제는 꿈을 꾸고 있었다.


"일어나십시오."

부리부리한 눈에서 광채가 나고, 긴 수염이 날리고 있는 사람.

한 손에 들고 있는 기다란 반달 모양의 창이 날카롭게 빛이 났다. 홍색의 얼굴이 자못 사나우면서도 당당해 보이는 풍모.


"누···. 누구냐?"

황제인 만력제가 놀라 물었다.


"주군,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셔야 합니다. 익덕이 지금 힘들어하는데 어찌 이러고 있으신 겁니까?"

"뭐라? 익덕이 힘들어한다?"

"형님, 도원결의에서 했던 맹세를 잊으셨습니까?"

"..."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만력제는 알 수가 없었다.


"꼭 익덕을 찾아 도와주셔야 합니다."

"우..운 장아. 운장아!!"

관운장을 불렀지만 연기가 사라지듯 홀연히 사라졌다.


운장이 사라진 후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밖에 무슨 일이냐?"


"..."

하지만 아무도 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방문을 열고 나서자, 넓은 초원이 눈앞에 펄 처져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앞으로는 먼지를 일으키면서 수천 마리의 말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너무 놀라 뒤를 돌아보았더니 뒤로는 넓은 바다가 보였다.


"이···. 이게 무슨 일이더냐?"


등 뒤로 펼쳐진 먼바다.

그 위에는 수많은 까만 색 점들이 있었다.

만력제가 놀라 자세히 들여다보니, 까만 점들이 점점 커지더니 집채만 한 배로 어느새 바뀌었다.


그중 맨 앞.

대장선으로 보이는 배가 유독 눈에 띄었다.


대장선에서 하얀색 소복을 입고 있는 이민족 여인이 자신을 차가운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그 모습을 보던 만력제는 질식사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허억!'


앞으로는 말발굽 소리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고,

뒤로는 배들이 개미 떼처럼 달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는 듯 차가운 눈으로 직시하는 여성.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말을 타고 달려오던 누군가가 손에 든 긴 창을 들고 만력제를 향해 돌격해 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여인이 활짝 웃는 모습이 보였다.


"으아아아악.!"


만력제는 자신의 침실에서 소리 지르면서 일어났다.


"폐하, 무슨 안 좋은 꿈이라도 꾸셨습니까?"

"이게, 꿈이라고?"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장면.

진짜 자기 가슴이 뚫리는 듯했다.

아직까지 가슴 한편이 아련한 느낌마저 들었다.


놀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자,

비처럼 쏟아져 나온 땀이 손바닥을 흥건하게 적시었다.


기분 나쁜 느낌.

그럼에도 만력제는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내가 유비 현덕이라니···. 허허허."

알 수 없는 만력제의 말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암담해졌다.


매번 아편을 과하게 하는 날이면 뜻 모를 소리를 하곤 했던 만력제였다. 만력제는 지친 몸을 일으키면서 일어났다.

100킬로가 넘어가는 거구에 등이 굽어 있은 만력제가 중앙에 놓인 탁자로 힘겹게 이동하고 있었다.

한나라의 황제였지만, 꼽추, 스승인 장거정의 비난은 그를 약 없이 살기 힘든 사람으로 만들었다.


"아편을 가져와라."

"폐하, 몸이 안 좋으십니다. 오늘은 그만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쨍그랑!


벽으로 날아간 도자기가 깨지면서 사방으로 튀었다.


"네놈도, 네놈도 내가 병신으로 보이는 것이냐?"

약물에 취한 듯 흐리멍텅한 눈으로 내관을 내려보고 있었다.


"폐하, 그런 뜻이 아니옵니다. 아편은 몸에 좋지 않습니다. 옥체를 보존하십시오."


단말마를 외치던 내관의 모습이 서서히 스승인 장거정으로 바뀌어나갔다. 아직도 꿈을 꾸는 듯 멍하게 그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변한 장거정이 이야기를 했다.

"경서와 역사서는 모두 외우셨겠지요? 지금부터 외워보십시오."

자신에게 예전과 똑같이 물었다.


그 소리에 소름이 돋아올랐다.

자신이 죽였던 장거정이 어찌 이 자리에 다시 나타난단 말인가?

하지만, 그런데도 과거 스승이었던 장거정에게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 지. 그러니까···. 어···."

"한 나라의 황제가 되실 분입니다. 어찌 이런 쉬운 그것도 못 하신단 말입니까? 명의 황실이 어쩌자고 이렇게 되었을꼬? 장차 앞날이 어둡구나! 어두워!"


자신의 힐책하는 스승의 눈빛.

황제의 첩이었던 어머니, 꼽추인 자신.

그런 자신이 지나가면, 수군거리던 대신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지러웠다.

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상황.


"으윽"

탁자를 집고, 잠시 쉬고 있으니 정신이 돌아왔다.


스승인 장거정은 사라지고 내관이 모습이 다시금 돌아왔다.

"이···. 이런 때려죽일 놈. 스승님의 모습을 빌려 나를 비웃었던 것이냐?"


"폐하. 제가 어찌?"

"닥쳐라."


그렇게 만력제의 침실에서는 피비린내가 퍼져나갔다.


"이자를 끌어내라."

피떡이 되어 축 늘어진 내관이 끌려 나간 뒤, 후련하다는 듯 정신이 돌아온 만력제가 다른 내관들을 둘러보았다.


"내가 유비이면, 장비는 조선이겠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는 만력제였지만, 조금 전 상황을 목도한 누구 하나 나서거나 대꾸하는 자는 없었다.


"여봐라, 친우인 조선에 은을 하사하고, 어려운 것이 없는지 알아보도록 하라."

명을 마치고 돌아선 만력제는 계속 같은 말을 되뇔 뿐이었다.


"내가 유비라, 유비. 허허허."


최근 무너졌던, 자신감이 다시금 생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인가, 만력제가 입이 저절로 치솟았다.

***







'뭐? 조선, 날 가져요.'


요시토시의 말이 계속 귓가를 맴돌았지만, 남벌하려면 먼저 교두보 같은 대마도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

무리하게 대마도를 정벌하지 않고, 스스로 귀화한다면 이것보다 좋을 순 없었다.


요시토시에게 일단은 스파이가 되어 일본의 상황을 전달하도록 했다.

물론, 순순하게 내 말을 듣지 않을 터.

대마도를 통해서 남벌하게 된다면, 남쪽 땅의 일부를 할애해 준다고 회유가 결정타였다.


대마도가 임진왜란 시기에 거제도를 할애받는 조건으로 적극적으로 일본을 도왔던 역사적 전래를 역으로 이용한 것.

그리고, 조선군의 무력을 눈으로 확인을 한 상황.


이런 상황에 일본 땅을 할애해 준다?

아마도 이득을 계산해 본 후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이다.


선조에게 해당 교섭 내용을 적은 서신을 요시토시에 쥐여주고, 그를 한양으로 돌려보냈다.


"일단, 이곳은 당분간 정비를 하도록 하시지요."

주변 지휘관들에게 명을 내렸다.


"북벌을 멈추고 정비만 한다는 말씀입니까?"

놀란 지휘관들이 나에게 되물었다.


"잠시 만나볼 사람이 있어서요."

"누구를 만나시려고 그러십니까?"


"함남절도사를 좀 보려고 합니다."

"함남절도사라면? 신립 장군?!!"


내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이순신이 무언가를 아뢰었다.


"신립장군의 무력이야 다들 아시다시피 뛰어나지만, 너무 남자다운 나머지 가끔 참을성에 문제가 있다는 평이 있습니다."


'역시! 날카롭군.'

이순신의 평처럼 신립장수는 무가 뛰어난 장수였다.


'SSS급 기마부대의 장수가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신립의 모습.


하지만, 임진왜란 때 조령을 버리고, 충주 탄금대에서 자살하는 과정을 통해 보면, 그 뛰어난 무력만큼 지력이 따라갔다고 보긴 어려운 것 역시 사실.


하지만, 북벌과 남벌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

SSS급 무력이 있으니, 분명 써먹을 곳이 있을 것.


나는 측근들과 신립을 만나러 나섰다.


***


"어서오시지요. 총사령관?"

무언가 떨떠름한 신립이 나에게 인사를 했다.


신립.

키가 190이 넘어가고, 타고난 무골의 풍모.

무강이도 한 몸집 하는데, 무강이가 작아 보일 정도라니.

호랑이 같은 눈썹에, 걸걸한 울림통을 가진 목소리가 상남자 그 자체였다.


"유명한 신립 장군을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장비 같은 자.

선조와 비슷하게 초반은 우쭈쭈 전략으로 시작했다.


"제가 유명하다니요?"

자신을 뛰어주어서 기분이 좋았는지,

바로 반응이 왔다.


"하하하. 함경도에서 신립장군을 모르다니요. 신립하면 울던 아이가 뚝 그치고, 여진족이 말을 타고 바로 달아난다고 소문난 명장 중 명장 아니십니까?"

내 칭찬의 말에 신립의 입이 저절로 벌려졌다.


"크하하하. 그 정도로 유명한 것은 아닙니다. 총사령관님."

첫 번째 인사에 없던 '님'자가 생겼다.


마지막 한 방 더?


"기마의 제왕 아십니까? 신.립.장.군.님!"

"크하하하하. 기마의 제왕이라니요. 크하하하하!"

호탕하게 웃고는 어느새 다가와 내 어깨에 팔을 올렸다.


"자, 오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이쪽으로 오시지요."

어깨에 올려진 팔을 올린 채 자신의 방으로 나를 이끌었다.


어 이거 왜 끌려가는 느낌이지?


갑자기 유년기에 만났던 형들이 생각났다.

어깨에 팔을 올리고, 귓속말했던 형들.

걸리면 10원마다 사랑을 나누어주겠다던 형들.

그런 형님의 수장 격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를 어디론가 이끌고 있었다.


그렇게 이동한 장소에 앉자.


"흠. 여진족의 시체로 산을 쌓으신 분이 이런 모습이라니, 다소 의외이십니다."

"제가 뭐 한계가 있겠습니다. 병졸들이 잘해 준 것이겠죠? 신립장군이라면 모를까? 제가 어찌 시체로 산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아하하하. 보면 볼수록 총사령관님이 마음에 듭니다."

호탕하게 웃던 웃음소리가 뚝 멈추었다.


"자, 이젠, 진짜로 오신 이유를 알려주시지요."


오호, 지략이 아주 없지는 않군.

그렇다는 건, 똥고집이 강한 편인가?

나는 다리를 꼬고 앉았다. 앞에 있던 찻잔을 들어 입으로 후후 불어 차를 식혔다.


호록

차를 한입 마시자.

앞에서 신립이 자신이 차를 마신 듯 입맛을 다셨다.


"전하의 뜻을 아시지 않습니까?"

나는 딴 곳을 응시하다가, 눈만 돌려 신렵을 보았다.


"전하의 뜻이라. 북벌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이미 총사령관으로 충분해 보이는데요?"

"북벌 다음은 무엇이 있는지 혹시 아십니까?"


부릅!

신립의 눈이 커졌다.


"북벌이 끝이 아니란 말씀이오."

"그러니까 제가 이렇게 오지 않았습니까?"

나는 자세를 바로 하고, 눈을 크게 뜨고 신립을 바라보았다.


"남벌"

"나···. 남벌!!!"

놀란 신립이 벌떡 일어났다.


"쉿, 조용히 하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듣습니다."

신립이 다시금 조심스럽게 앉았다.


"남벌을 꼭 남쪽부터 할 필요는 없지요."

"그게 무슨?"


"북해도부터 반대로 내려가도 남벌 아니겠습니까?"

"!!!"


북해도.

아이누족들이 살던 땅.

1216년 6월, 가마쿠라(鎌倉)막부가 흉악범 및 해적 50여명을 유배시키면서 화인(和人·일본인)들의 북해도 틈입은 시작된다.

1590년, 이 지역 근처의 카키사키(蠣崎慶廣)가 일본막부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로부터 에조지에서의 지위를 보장받는다. 이후, 성(姓)을 마츠마에(松前)로 바꾸고‘마츠마에번(松前藩)’을 자임하고 나섰다.

아이누족의 토지를 일방적으로 강점하는 한편 약탈 수법의 교역을 통해 특수 봉건제를 형성한다. 기존의 아이누족을 이용하여 노예화시켜 혹사시키는 한편 수탈과 대량학살을 일삼았던 것.

아직, 북해도가 일본의 손에 넘어가기 전 북해도를 확보하고자 했다.


"허허허···."

그저 헛웃음을 보이면서 수염만을 쓸어내리는 신립이었다.


"북해도라면 해금 정책은 어쩌실 겁니까?"

"이미 남벌을 생각해두셨는데. 점차 바다도 도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흠. 그러면 배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과거 고려 때부터 여진족의 해적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여진족 중 아직 배를 만들 수 있는 부족들이 있을 것입니다. 해안선을 따라 연해주를 먼저 도모해야 합니다."

"흠. 그럼 배를 만드는 총괄 책임자는 누구로 한단 말이오?"

"여기 있지 않습니까?"

내가 손으로 한 사람을 가리켰다.


"안녕하십니까? 이순신이라고 합니다."

본 역사와는 다르게 동해에서부터 해상왕의 이름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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