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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쌤님의 서재입니다.

어게인 조선에서 힐링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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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쌤
작품등록일 :
2023.10.17 09:41
최근연재일 :
2024.02.05 21:53
연재수 :
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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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899

작성
24.01.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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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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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7화 폭풍전야

DUMMY

#87











"조만간 함경도 군으로 이송될 것이니 그리 알도록."

그 말에 신각의 눈이 질끈 감겼다.

최대한 배려를 해준다고 함경도로 불러들인 것인데, 당사자는 벌을 당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듯 좌절하는 모습.


"꼭 함경도로 가야만 하는 것입니까?"

오해한 신각이 시무룩하게 물었다.

그 소리를 들은 신립이 노호와 같은 목소리로 대꾸하였다.

"이놈이 정녕 군법의 지엄함을 알게 해주어야 정신을 차릴 것이냐!"

"아···. 아닙니다."

신각이 손을 흔들어댔다.


"어머님 생각도 해야지."

본 역사에서는 신각이 80살이 넘는 노모를 모시고 있었다.

미래에 신각이 사망하고 집안은 풍비박산이 난다.

나름 걱정하여 한 말이지만, 반대로 신각의 얼굴은 파리하게 질려있었다. 마치 안 오면 어머님에게 해코지한다고 느낀 듯.


‘이게 또 이렇게 되네?’

더 이상 말을 늘려봤자, 오해만 커질 듯한 상황.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한성으로 빠르게 말을 달려 들어가자,

아가대미역이 보였다.


"급한 대로, 인천까지 철도를 먼저 연결해야겠다."

한양과 교역을 위해서라면 인천의 개발이 빠를수록 좋아 보였다.


한편, 아가대미역에서 철마를 처음 본 3인방.

어린아이들처럼 새로운 철마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딱 철마에 달라붙으면 위험합니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만지고, 눌러보고, 때려보는 사람들.


쿵쿵!

"히야, 이거 엄청 단단한데요?"


"그래 어디?"

신립이 다가와 두 주먹으로 강하게 타격했다.

쾅쾅!


"호오 진짜로 단단하구나, 철마라고 하더니 활로는 사냥이 불가능하겠어."

"그렇게요. 이거 사냥하면 엄청 재미있을 것 같은데?"

저마다 철마를 어떻게든 해보고 싶어 하는 눈치.


아니, 도대체 철마를 왜 사냥하냐구요?

미친놈들인가?


뭔가 한마디 경고를 하려고 할 참.

출발을 알리는 기차 소리가 울려퍼졌다.


뿌우우우웅!


"으핫!"

"아이고 깜짝이야."

"어허, 어디 철마 놈이 사람을 놀라게 해!"


사냥감이 울부짖어서 그런가?

어찌나 놀랬던지, 신립은 칼까지 꺼내 들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선로에서 세 사람의 귀를 잡아끌고 밖으로 나왔다.

부끄러운 것은 순전히 내 몫.


"정 철마를 타보고 싶다면, 돈을 내고 타세요."

"네? 철마를 탈 수 있는 것입니까?"

"그런 건 빨리 이야기를 해주셨어야죠."

"그러게요. 이건 누가 봐도 총사령관님이 잘못하셨네."

오히려 화를 내는 진상 3인방.


"그나저나, 자네 돈 좀 있나?"

"아뇨, 전투하다 말고 왔는데 돈이 어디 있습니까?"

"그럼 자네는?"


신립이 난처하다는 듯 이순신을 바라보았다.

"저도 없습니다. 장군님."

"어허. 그럼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동시에 진상 3인방의 눈이 나에게 향했다.


주르륵.

나도 모르게 안구가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이런 자들을 믿고, 임진왜란을 준비해야 하다니,

미래가 참으로 어둡구나! 어두워.


품 안에 있던 비상금을 조심스럽게 꺼내 들었다.


탁.


비상금이 나타나자마자 마치 제 것인양 손에 있던 주머니를 가져가는 진상 3인방.


"어디서 타는 것이냐?"

"저쪽인 것 같습니다."

"가자!"


우르르르.

그렇게 먼지를 일으키면서 진상 3인방이 사라졌다.


"아이고, PTSD 온다."

머리를 부여잡고 서둘러 철마에 올라탔다.

선조를 보기 위해서 육조거리로 향했다.





***


용상에 앉아있는 선조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풍신수길이 대마도주의 배신을 알았고, 그를 제거하기 위해서 왜구들을 보낸 사실을 전해주었다.


하지만, 더 놀란 사실은 왜구가 아니었다.


"지금, 무어라 했느냐?"

"이번에 함경도에서 만든 충무호로 왜선 6척을 침몰시키고, 5척을 반파하였으며, 적장을 사살하고 나머지 병력을 추포하였다 하였습니다."


웅성웅성.

여진족 육천을 도륙하였을 때도 놀랐지만, 이번은 또 전혀 다른 충격이었다.


예로부터 함경도 군사의 용맹함과 무력은 익히 알려진 것.

하지만, 해상병력은?

무역을 금지하고 왜구로 인해서 해금령까지 내린 조선이었다.

그런데 고작 배 한 척으로 이번에는 왜선을 도륙을 냈다고?


놀란 것은 선조뿐만이 아니었다.

조정 대신들도 모두 놀라, 조정안에 시끄러웠다.


웅성웅성.


"모두 조용히 하라."

선조의 말에도, 충격이 컸던 탓에 쉽사리 조용해지지 않았다.


"쾅!"

선조가 강하게 탁자를 치고 나서야 조정이 조용해졌다.


"고작 배 한 척으로 이렇게까지 했다는 것이냐?"

"지금은 한 척이지만, 두 척은 만들고 있으니 조만간 3척이 되옵니다."

"뭐랏!"


저런 괴물 같은 배가 2척이나 더 만들어지고 있다니.

선조의 얼굴에 당혹감이 물들었다.

군사력이 강한 것이야 좋지만, 너무 강해지면 그 칼날이 누구를 향할 것인가?


순간 선조의 유약함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었다.

지금까지 신선도형이 자신을 선군으로 만들어주기 위해서 왔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저자가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선조의 소시오패스 적 기질과 유약함이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북벌로 인해 동인과 서인의 발언이 약해졌다.

이제야 자신이 선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셈.


신선도령이라···.

주변에 관료들을 돌아보았다.

관료들이 신선도령을 바라보는 저 찐득한 눈빛.


'나를 보는 눈빛과는 전혀 다르군.'

순간 선조의 마음 한편에서 불쾌함, 부러움, 닮고 싶다는 욕망, 부끄러움 등 다양한 감정이 일어났다.


이제는 슬슬 정리할 때가 된 것인가?

이건우를 바라보던 눈이 차갑게 식어내리기 시작했다.


본 역사에서도 수많은 유명한 사람들을 이유도 없이 싫어하고, 미워했던 본성이 다시금 깨어나고 있었다.


자신보다 백성들에게 선망받는다고?

내가 적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적자였다면 백성들이 저자가 아닌 나를 더 선망하지 않았을까?


스스로가 만든 구렁텅이로 다시금 선조가 빠져들어 갔다.


***


선조와 대면.

순간 선조의 몸에서 초록색 기운이 강하게 뻗어져 나왔다.

어찌나 강한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를 정도.


놀라서 살짝 선조의 눈을 보자마자, 바로 눈을 내리고 말았다.


'저것은 증오?'

그동안 나를 오매불망하며 바라보던 그 눈빛이 아니었다.

증오, 적의, 살의가 강하게 느껴지는 눈빛.


'큰일 났군.'

조심한다고 그렇게 했지만,

역시나 역사가 쉽게 변하지는 않았다.

선조의 의심병이 나에게로 향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본 역사에서 선조의 칼바람을 미리 막아왔던 것이

오히려 나를 향하게 되었는가?

머릿속에 혼란이 생겼다.


일단 급한 불을 꺼야만 하는 상황,

무엇이 좋을까?

칼날이 목숨 줄을 노리기 전에 내가 먼저 물러어야 한다.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선조가 먼저 말을 이었다.


"그대가 정말로 고생이 많았군."

"전하께옵서 도와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렇지, 그동안 내가 그대를 많이 도와주었긴 했지?"


'많이 도와주었다.'

말에 차가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감각적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다음 말이 결코 좋은 말이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 왜구와의 전쟁이 있었는데 어찌 짐의 허락도 받지 않고 군대를 출동한 것인가?"

"시험 운행 도중 갑작스럽게 발전한 교전이었습니다."

"정녕 몰랐다는 것인가? 미래도 점칠 줄 아는 자네가?"


드디어 시작이군.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 답답함이 몰려왔다.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하지만, 변명할수록 트집만 잡힐 가능성이 컸다.


"불충한 저를 꾸짖어주시옵소서."

"그래, 그 정도 잘못이면 어찌해야 할까? 다른 나라와 허락도 없이 전쟁을 벌였다라···. 짐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왜구 소탕 소식에 뜨겁게 달아오르던 경내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말 한마디에 어찌 될까 계산기를 두드리는 듯 경내가 수 분간 조용해졌다.


"류성룡 대감은 어찌 생각하는가?"

나에게서 눈을 돌린 선조가 류성룡 대감에게 물었다.


"일본과 허락도 없이 전쟁한 것은 누가 보아도 잘 못 한 것 같습니다. 다만, 그동안의 업적이 있으니 그 죄를 낮춰주심이 타당하다고 사료되옵니다."


역시나 류성룡 대감이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할 때도 극단적으로 편을 들어주지 않고,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그의 처세술은 이번에도 같았다.


"업적이 크다고 하지만, 군사를 함부로 운영했다는 점은 자칫 큰 전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일벌백계하여 후한이 없도록 처신하는 것이 옳다고 사료되옵니다."

나와 그렇게 가까이 지내지 않았던 서인들이 강경하게 나왔다.


"대마도주가 위험하여 군사들이 도왔는데, 그것을 함부로 군사를 이용했다 함은 다소 억지스러운 것 같소."

동인이 나서서 나를 도와주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당쟁으로 번질 것이다.

본 역사에서처럼 동인과 서인이 서로를 비난하고 국정이 어려워질 것이며, 더 나아가 임진왜란에는 관심도 없이 자기들 잇속을 챙기기 바쁠 터.


거기다 선조라면?

이건우가 난을 일으켰다고 피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역사에서처럼 주변 사람들을 줄줄이 굴비를 엮듯이 잡아다 족칠 것이 뻔했다.


집에 계신 어머니가 떠올랐다.

또, 미의 얼굴도 떠올랐다.

순식간에 주마등이 흐르듯 수많은 사람이 얼굴이 떠올렸다.

소중한 조선에서의 인연이 이렇게 물거품으로 사라지게 할 수는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빠르게, 먼저 치고 들어간다.


"전하와 나라를 생각하지 못하고, 불충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동안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하여 고향으로 낙향하겠습니다."


변명도 없이 깔끔하게, 유배와 받은 것처럼 고향으로 내려가겠다는 말에 조정안 모든 사람이 놀랐다.


"..."

아무도 나서서 무어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 정도로는 안되었는가?

그렇다면 더 강하게!


"그것으로 부족하면, 제 목을 치십시오. 그것이 조선을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목숨을 내놓은 외다리 전술.

순간 선조의 얼굴에서 복잡함이 느껴졌다.


지금이야 나를 쳐내도 상관없지만, 지금까지 내가 벌여놓았던 일이 수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없어지면, 다시금 왕권축소를 위해서 동인과 서인이 달려들 것은 누가 보아도 명확한 사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선조가 다시금 웃을 보이면서 이야기를 이었다.


"하하하. 이 정도로 조선을 위하는 사람을 내 어찌 벌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럼에도 군사를 함부로 움직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리하여 이건우를 총사령관직에서 물리는 선에서 벌을 하고자 한다. 경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그것이 합당하다고 사료되옵니다."

"합당하다 사료되옵니다."

"그것이 합당하옵니다."

다른 사람들도 더 이상 나서는 이가 없었다.


현재, 내가 가진 군사권을 제한하려고 하는 선조의 의중,

이 정도로만 끝이 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부복하여 인사를 한 후 서둘러 궁을 나왔다.



지금까지 나름 선조를 나름 명군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오늘에서야 알았다.

"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군."

옛말에 틀린 것이 없다는 것을.


과연 광해군도 변하지 않을 것인가?

조선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었다.


***

[일본]


"대마도주의 공략이 실패하였습니다."

"뭐랏!"

풍신수길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그 정도 숫자면, 대마도주 혼자서 감당할 수가 없었을 텐데?"

"그것이 생존자가 없어서, 현재 상황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거기다 이카 지역까지 대마도주가 점령하였다고 합니다."


"이···. 이게 지금 무슨 일이냐. 어서 신녀를 모시고 와라."


대마도주 정도야 쉽게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최근 신녀가 100일 기도에 들어간 터.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홀로 결정을 내린 것이 이렇게 화근이 되고야 말았다.


"대마도를 내주면, 조선을 통해 명으로 어찌 가야 한단 말인가?"

대마도를 다시 공략하면 되겠지만, 이미 조선과 손을 잡았다.

그렇다면 대마도 공략이 아닌 조선과의 전쟁이 되는 것이다.

당초라면 대마도를 통해서 부산으로 급습하여 바로 한성까지 일점돌파하는 방법을 계획하고 있었던 차.


'이거 사건이 복잡해지는구나.'

풍신수길의 고민도 깊어지는 밤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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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97화 경인왜란 (두 왕자) +1 24.02.03 1,082 41 14쪽
96 96화 경인왜란 (구초대) +2 24.02.02 1,101 44 13쪽
95 95화 경인왜란 (탄금대) +3 24.02.01 1,207 48 14쪽
94 94화 경인왜란(2) +2 24.01.31 1,245 49 13쪽
93 93화 경인왜란 (1) +3 24.01.30 1,281 45 13쪽
92 92화 세자 책봉 +1 24.01.29 1,280 44 13쪽
91 91화 폭풍전야(5) +2 24.01.28 1,289 45 12쪽
90 90화 폭풍전야(4) +2 24.01.27 1,297 45 12쪽
89 89화 폭풍전야(3) +1 24.01.26 1,346 46 11쪽
88 88화 폭풍전야(2) +2 24.01.25 1,411 47 11쪽
» 87화 폭풍전야 +1 24.01.24 1,485 48 12쪽
86 86화 해전(3) +1 24.01.23 1,484 58 14쪽
85 85화 해전(2) +1 24.01.22 1,479 53 12쪽
84 84호 해전 +2 24.01.21 1,551 47 15쪽
83 83화 화포(2) +2 24.01.20 1,525 52 13쪽
82 82화 화포 +3 24.01.19 1,580 53 13쪽
81 81화 함선 +1 24.01.18 1,655 50 12쪽
80 80화 철마(2) +1 24.01.17 1,627 55 12쪽
79 79화 철마 +4 24.01.16 1,614 5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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