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레인쌤님의 서재입니다.

어게인 조선에서 힐링라이프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레인쌤
작품등록일 :
2023.10.17 09:41
최근연재일 :
2024.02.05 21:53
연재수 :
99 회
조회수 :
304,504
추천수 :
7,276
글자수 :
583,899

작성
24.01.15 13:10
조회
1,633
추천
47
글자
12쪽

78화 미를 보내기 싫은 밤.

DUMMY

#78





그곳에서는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라버니, 그동안 강녕하셨어요."

미가 나를 보고 환하게 웃어주고 있었다.



어느덧 가을의 쌀쌀함이 느껴지는 저녁이었다.

오랜 시간 나를 기다린 듯 코와 귀가 빨갛게 식어있었다.


아무런 이야기 없이, 갑작스럽게 온 미.

못 본 사이에 더 이뻐진 것 같은 것은 개인적 느낌일까?

갑작스러운 방문에 온통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한양까지 거리가 먼데, 어쩐 일이냐?"

나도 모르게 무뚝뚝한 표현이 나오고 말았다.


다소 실망한 듯한 미가 이야기를 이었다.

"함경도까지 가셨다 돌아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몸이라도 상하실까 먹을 것을 챙겨왔어요."


집을 나간 아들 반찬 챙겨주듯.

미의 양손에 각종 반찬이 가득 있었다.


"뭐, 이런 걸 다 챙겨서 와. 힘들게."

고맙다고 하면 되는 것을

추운 가을 날씨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미의 초라한 모습에 오히려 화가 났다.


내 말에 마음이라도 상한 듯 눈이 저절로 가라앉았다.


이 미친놈이 방금 뭐라고 한 거냐?

나 자신에게 욕을 한껏 하고, 표정을 바꿔 웃어 보이면서 미의 손을 다잡았다.


"먼 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추운데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왜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에 깜짝 놀란 듯 미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주인도 없는 남정네 방에 들어가면 어떻게 해요."

"내가 남도 아니고, 들어가 있으면 되지."

"오라버니가 그렇다고 가족은 아니잖아요?"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만큼 친한 사이잖아."

내 말이 못마땅한 듯 나를 째려보는 미.

그런데 오히려 그런 모습이 나를 챙겨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 오히려 좋았다.


"아 몰라요. 아무튼 저녁은 드셨어요."

"아니, 아직 안 먹었다."

"아니 지금까지 안 먹고 뭐 했어요?"

"그래도 오늘은 일찍 끝나고 오는 거야, 어떨 때는 새벽에서나 집에 들어와."

"그러다 몸 망가져요, 젊어서 망가진 몸은 늙어서도 고생한대요."

"늙어서 고생하면 마누라가 힘들겠지. 니가 왜 걱정이야?"

슬쩍 마음을 떠보고자 한마디를 하자,

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듯 내 팔을 있는 힘껏 꼬집었다.

"아아악. 내가 잘못했다. 잘못했어!"

"자꾸 이러면 저 지금 내려가요."

갑자기 음식을 들고 일어서는 미를 보고, 황급하게 팔을 잡아끌었다.


"미야, 내가 미안하다. 이게 무슨 냄새야? 정말로 맛있는 냄새구나."


꼬륵!

때마침 시기적절하게, 배에서 소리가 났다.

"풋!"

뱃소리에 참았던 웃음이 터졌다.

"한 번만 더 그러면 바로 저 내려가요."

"어, 알았다. 절대 안 한다. 자, 약속!"


나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하지만, 미는 이게 뭐냐는 듯한 눈빛으로 보았다.


"아, 이거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하면, 절대로 어기면 안 된다는 뜻이야. 천지신명을 걸고 약속한다는 뜻이지."

설명해주자, 마지못해서 해준다는 눈빛으로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렇게, 약속한 후, 미가 차려온 음식을 보았다.

별것 아닌 음식도,

엄마 손이 들어가면 맛있는 음식으로 변화되는 것.

오래간만에 정성이 가득 담긴 덜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더니, 어미니 생각이 났다.


"어머니는 건강하시지?"

"아니 그렇게 걱정되면, 한번 내려오셨어야죠."

"미안하구나."


문득 과거가 떠올랐다.

전화 한 통 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그걸 못해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렇게 후회를 했던 게 나 아니었던가.

그런데, 다시 어머니 몸이 좋아진 것 같으니, 또 이러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로 나란 인간에 대한 혐오가 살짝 들었다.


"미안하구나, 이번에 너 내려갈 때 같이 내려가자꾸나."


그렇게 미가 차려준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조만간 부처님 오신 날이 오기에 연등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볼 것도 없는 조선에 모처럼 놀거리가 생겼다. 연등 행사로 주변 여기저기에 연등을 걸고 있었다.


"한양 구경이나 같이 가자."

"네."

미가 저고리로 얼굴을 가리고 내 옆으로 따라나섰다.


그렇게 보는데, 미의 손에 내가 과거에 주었던 가락지가 끼워져 있었다.


최근 만든 도로와 연등 행사로 인해서, 한성에는 초저녁인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


그렇게 도로를 따라 길을 걸어가면서,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를 했다. 마치 오래된 연인이 만난 것처럼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연등이 늘어선 길거리에 들어서자, 주변으로 좌판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에 비녀를 파는 곳에 시선을 빼앗긴 미.

나는 바로 그녀를 데리고 비녀를 파는 곳으로 갔다.


"저는 이렇게 비싼 거 필요 없어요."

"힘들게 한양까지 왔는데, 내가 선물 정도는 하나 해줘야겠지."

"..."

얼굴이 빨개진 미가 고개를 돌렸다.


조금 후 비녀를 이것저것 고르고 있으니, 주인이 호객행위를 적극적으로 해왔다.

"아이고, 신혼 이유? 깨가 떨어지네, 나도 옛날에는 저랬는데."

"아···."

미가 뭐라고 변명하려고 할 때, 내가 먼저 나서서 이야기했다. 주인장을 보면서 눈치를 보냈다.

"네, 요즘 깨가 떨어집니다. 우리 색시 참 이쁘죠?"

"허허허, 이거 요즘 보기 드문 사람이네, 색시는 참으로 좋겠소. 이렇게 부인을 이뻐하는 사람이 요즘 보기 쉽나?"

내 신호에 맞추어 멘트를 쳐주는 비녀상.

그리고 그 안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미가 오늘따라 더 이뻐 보였다.


미가 고른 비녀와 어머니께 드릴 비녀를 고른 뒤 다시금 발을 옮겼다. 어느 정도 걸어가자 연등 행사장이 나타났다. 카메라가 있다면, 소중한 장면으로 촬영을 하고 싶었던 순간.


연등을 보고 정신을 빼앗긴 미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꺼냈다.


찰칵!

몰래 사진을 찍어 조심스럽게 저장 버튼을 눌렀다.


행복한 순간은 화살 같다고 하더니.

어느새 보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미가 또 그렇게 한 발짝 뒤에서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나는 속도를 늦춰서, 미와 같이 걸었다.

살짝 몸을 밀착해서 같이 걸어가자, 손이 가끔 어색하게 스쳤다.


쓱,

미의 손을 꽉 잡았다.

깜짝 놀랐지만, 내 손을 뿌리치지는 않는 미였다.


말없이 집까지 걸어오는 길.

둘의 열기 때문이었을까?

꽉 맞잡은 손에서는 땀이 흘렀지만, 누구 하나 싫다고 손을 빼지는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미가 별채로 가려고 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보내기 너무 아쉬웠다.

아니. 싫었다.


이전 삶을 통해서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비를 만나고 나서 다시금 욕심이 생겼다.


이번엔 내 마음이 진짜일까?


그렇게 지난날을 관조해보았다.

과거와 같은 감정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과거는 사랑보다는 욕망과 욕정에 가까웠다.

이런 사람이 날 좋아해 준다는 감정.

그리고 여성에 대한 욕망.

이런 사람과 함께라면 내가 얼마나 빛이 날까? 라는 생각.


하지만, 지금은 그런 욕망보다는 간절함에 가까웠다.


미의 어깨가 유난히 작고, 가냘파 보였다.

보듬어 주고 싶어졌다.

빈 곳이 있다면 채워주고 싶어졌다.

아끼고 싶어졌다.

저 어깨에 내가 힘을 주고 싶어졌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과 감정이었다.

그리곤, 확신이 밀려왔다.


'바로, 이 사람이다.'


나는 그렇게 미를 내 가슴으로 당겼다.


콩닥콩닥!

내 가슴에서 나는 소리인지.

미의 가슴에서 나는 소리인지.

분간이 안 되었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뜨거운 숨결만이 느껴졌다.

작음 품 안에 향기만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마음에 충만함이 느껴졌다.


"미야, 오늘 너를 보내기 싫구나."

꽉 껴안은 미를 향해서 고백했다.

그러자 미도 더욱 꽈악 껴안아 주었다.


그리고 그대로 미와 함께 방은 들어간 뒤 호롱불을 껐다.


서로가 안 보일 정도로 컴컴한 방안이었지만,

그것으로 우리들의 행동을 막을 수는 없었다.


조심스럽게 내 입이 미의 입술로 다가갔다.

살짝 입술이 부딪치자,

파르르 떨러 오는 입술이 느껴졌다.

그렇게 두 사람의 밤이 깊어져 갔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주변을 살폈다.

혹시 어제의 일이 꿈이 아니었을까?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널브러져 있는 방안.


진짜? 꿈?


"오라..버님, 일어...나섰어요?"

문밖에서 미가 물었다.


"어...어..."

어색한 대답을 하니, 미가 밥상을 들고 들어왔다.


"피곤하실텐데, 아침밥 드세요."

"어? 하나도 안 피곤한데?! 나 쌩쌩한데?"

눈 밑에 다크서클초 초최한 내 얼굴과는 다른 말에 웃음이 터졌다.


"후훗, 이거 몸에 좋다는 것이니, 챙겨 드세요."

분명히 나를 챙겨주는 것 같은데,

묘하게 기분이 이상했다.

어? 몸에 좋은 걸 먹어야 할 만큼 심하다는 건가?


오늘부터 내 최대의 목표는 짐승남이다.

그렇다면, 짐승남이 되는 첫 번째는?

체력증진.


아침부터 모래주머니 주렁주렁 달고 강의실로 향했다.

그런 나를 보고 사람들이 물었다.


"교수님! 거, 매달고 다니는 건 무엇입니까?"

"아, 이것은 고개 숙일 뻔한 남성의 자존심이라고나 할까요?"

"고개 숙일 뻔한 남성?"

"아니, 고것이 뭐시당께?"

"군자가 고개를 숙일 일이 뭐가 있습니까?"

"교수님, 혹시 범죄라도 저지르셨습니까?"

"에헤이,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도대체 뭘 잘못하셨습니까?"

"군자란, 밤에도 항상 당당해야합니다. 여러분."

갑작스러운 내 말에 강의실의 분위기는 삽시간 냉냉해져갔다.


문득, 과거의 선전 문구가 하나 떠올랐다.


이게 남자의 몸에 그렇게 좋다는?,

이걸 어떻게 말을 할 수가 없네?


그날 온종일 몰래 몸보신, 남자의 몸에 좋은 것을 검색했다는 것은 비밀.



***

대마도에 도착한 요시토시가 가족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조선에서 있었던 일을 알려주었다.


"이런 상황입니다. 절대로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됩니다."


꿀꺽!


엄청난 이야기가 요시토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일본을 버리고 조선으로 갈아탄다는 말.

그리고, 조선이 조만간 남벌을 계획하고 있다는 말까지.


그 하나하나가 미치는 파장이 엄청났다.


"도주의 의견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이미 늙은 요시토시의 아버지가 창밖을 보면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미 풍신수길이 자신들을 총받이로 조선을 침공할 것을 알고 있었다.


"일본이던, 조선이던 그저 자기들 잇속만 챙기면 된다는 것입니까?"

요시토시의 아들이 분노하여 물었다.


"허어, 어른들이 이야기하는데, 조용히 하지 못할까?"

"으윽"

입술을 꽈악 깨문 아들이 조용해지자.

요시토시가 차가운 눈으로 아들을 내려다보았다.


"이미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얼마 전 조선이 사상자 수십 명으로 여진족 육천을 도륙하였다."


"유..육천요?"

"어찌 그것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혹시 조선의 병력이 수만 명이었습니까?"

"아니, 불과 천여 명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말이 안 됩니다. 숫자도 불리한 조선이 어찌 적을 육천명이나 도륙할 수 있습니까?"

"그렇기에 내가 조선을 선택한 것이다."

!!!


그리고 이번에 한양을 가면서, 그런 마음이 확고해진 요시토시.

선진 문물에 도로, 거기다 일본에선 전혀 들어보지 못한 수업을 들으면서 이미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호랑이가 싸워 이기기만 한다면, 같이 사냥한 먹잇감을 나누어 먹을 수 있지 않겠느냐?"

"혹여, 먹잇감을 안 나누어주면 어쩐단 말입니까."

"그건, 호랑이 마음이지. 먹잇감을 안줄까 봐 호랑이의 입속으로 일부로 들어갈 필요는 없지 않으냐?"

"정말로 조선이 그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격앙된 분위기에 주변을 다시금 둘러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호랑이가 토끼를 사냥했다면 모를까. 물소를 사냥했는데 어찌 먹을 것이 안 남겠느냐. 단, 우리도 먹잇감을 나누어 먹으려면 사냥을 도와줘야겠지. 그리고 그 사냥의 시작은 왜구를 하겠다."


점점 전운이 깊어져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 하루도 건강하시고, 몸에 좋은 것 많이 챙겨드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어게인 조선에서 힐링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지 공지 24.02.06 673 0 -
99 99화 경인왜란 (총사령관) +4 24.02.05 931 44 14쪽
98 98화 경인왜란 (정철) 24.02.04 1,029 42 13쪽
97 97화 경인왜란 (두 왕자) +1 24.02.03 1,063 41 14쪽
96 96화 경인왜란 (구초대) +2 24.02.02 1,086 44 13쪽
95 95화 경인왜란 (탄금대) +3 24.02.01 1,192 48 14쪽
94 94화 경인왜란(2) +2 24.01.31 1,229 49 13쪽
93 93화 경인왜란 (1) +3 24.01.30 1,265 45 13쪽
92 92화 세자 책봉 +1 24.01.29 1,265 44 13쪽
91 91화 폭풍전야(5) +2 24.01.28 1,273 45 12쪽
90 90화 폭풍전야(4) +2 24.01.27 1,282 45 12쪽
89 89화 폭풍전야(3) +1 24.01.26 1,331 46 11쪽
88 88화 폭풍전야(2) +2 24.01.25 1,397 47 11쪽
87 87화 폭풍전야 +1 24.01.24 1,471 48 12쪽
86 86화 해전(3) +1 24.01.23 1,469 58 14쪽
85 85화 해전(2) +1 24.01.22 1,463 53 12쪽
84 84호 해전 +2 24.01.21 1,540 47 15쪽
83 83화 화포(2) +2 24.01.20 1,510 52 13쪽
82 82화 화포 +3 24.01.19 1,566 53 13쪽
81 81화 함선 +1 24.01.18 1,641 50 12쪽
80 80화 철마(2) +1 24.01.17 1,610 55 12쪽
79 79화 철마 +4 24.01.16 1,601 54 14쪽
» 78화 미를 보내기 싫은 밤. +1 24.01.15 1,634 47 12쪽
77 77화 연필대란 +3 24.01.14 1,672 53 15쪽
76 76화 공과대학 +2 24.01.13 1,705 55 15쪽
75 75화 신문학 +2 24.01.12 1,766 59 13쪽
74 74화 수학배틀 +2 24.01.11 1,752 57 13쪽
73 73화 명의 사신 +1 24.01.10 1,751 54 13쪽
72 72화 5대 5 +2 24.01.09 1,813 66 14쪽
71 71화 유비와 장비 +2 24.01.08 1,872 5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