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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쌤님의 서재입니다.

어게인 조선에서 힐링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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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쌤
작품등록일 :
2023.10.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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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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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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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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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5화 해전(2)

DUMMY

#85






***

왜구 대장, 사시모토.


풍신수길에게서 서찰의 내용을 떠올려봤다.


[지금 죽을 것이냐? 밑으로 들어올 것이냐?]

참으로 살 떨리는 편지였지···.

오른쪽 얼굴에 길게 나있는 흉터를 손으로 매만졌다.

전투 중에 흥분하면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습관.


죽을 수야 없지 않은가?

어쩔 수 없이 풍신수길의 밑으로 들어갔다.


[대마도주를 죽여라.]

짧지만 강력한 말.

그리곤, 자신의 수하보다 2배나 더 많은 병력이 추가되었다.


대마도주, 요시토시였던가?

"뭐 미안하네, 자네나 나나 그저 불쏘시개 정도 아니겠는가."


그리곤 얼마 후

"유인선이 왔습니다."


바보 같은 요시토시.

배신을 하는 건 좋지만, 자신도 배신을 당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야지?

쯧. 그 선택이 결국 너의 명줄을 단축시킨 것이다.


복잡한 심경에 날카롭게 빛나던 사시모토의 눈.


"전군 출동한다. 일부는 먼저 돌아가서 요시토시의 퇴로를 차단한다."

토끼사냥을 할 때는 토끼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도주 구멍은 미리 다 막아놔야겠지.


"대마도주의 병력이 보입니다."

"어차피 병력이 우리가 많다. 그냥 평소답게 화끈하게 밀어붙여."


어차피 의리나 충성심도 없지 않았던가?

그냥 먼저 빼앗기지 않으려면 선수를 치는 수밖에.


"1차 충돌이 있었습니다만, 예상한 정도입니다."

"좋아, 계속 밀어붙여라."


멀리서 불타오르는 배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1차 저지선이 붕괴되었습니다. 대장선이 보입니다."

"요시토시로군. 놀란 토끼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으려나?"

사시모토가 손짓을 하자, 천천히 사시모토의 배가 요시토시의 배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적이 대포를 발포합니다."

"마지막 반항인가? 귀엽군. 같이 놀아주지. 대포로 응수한다."


이내 두 배 사이에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대부분의 포탄이 빗나갔지만, 오늘의 운세는 사시모토 쪽이었다.

사시모토가 쏜 대포가 요시토시의 배의 선미를 타격하자 거대한 구멍이 났다.


"크하하하. 오늘은 하늘까지 나를 도와주는군."


지금 요시토시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짜릿한 느낌.

사시모토는 다시금 한 손으로 흉터를 만졌다.


"토끼를 잡을 차례군, 배를 붙여라. 백병전에 돌입한다."

"대장, 북쪽에서 갑자기 배 한 척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뭐?"

놀란 사시모토가 고개를 돌렸다.


"서양놈들이 타고 온 배와 모양이 비슷합니다."

"음? 조선에도 서양배가 다니는 것인가? 서양놈들과 얽히면 좋을 게 없는데···.“

예상치 못한 사건에 잠시 머뭇거리던 사시모토가 물었다.


"모두 몇 척이냐?"

"그게. 단 한 척입니다."

"한 척이라고?"

"그렇습니다."


어떻게 한다,

공격을 할 것인가, 보내줄 것인가?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쪽으로 오지 못하도록 위협 사격을 해라."

"하잇!"


쾅!

쾅!

쾅!


대장선의 대포에서 연기가 피워 올랐다.

위협 사격을 하면 도망갈 줄 알았지만, 오히려 더 빠르게 다가오는 배가 보였다.


"대장, 위협 사격에도 불구하고 다가옵니다."


뭐, 죽고 싶다는데 어쩔 수 없지.

"오늘 용왕님께 여러 사람 보내드리는구나. 토끼고기는 나중에 먹고 저놈부터 잡는다."

"하지만, 요시토시가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멍청한 놈. 만약 저놈이 살아 돌아가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오면 어쩔 것이냐? 이곳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자신의 부하였지만, 어찌 이리 멍청하단 말인가.

이번 기회에 풍신수길에게 몸을 의탁해야겠군.

이러니 너희들이 아직도 왜구 짓이나 하는 것이다.

자신도 왜구인 것은 어느새 잊은 듯 사시모토는 자기 부하들을 경멸이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는 사이 멀리서 다가오는 배를 보았다.


"뱃 머리를 틀었습니다."

"다행히, 위협 사격이 통한 듯하구나."


멀리서 뱃머리를 틀어 도망가려는 듯한 배.

다행이군.

자칫 외국배와 교전이 일어난다면 골치가 아파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 쉽게 풀려나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이란 항상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퍼어엉!, 퍼어엉!, 퍼어엉!"


"이게 무슨 소리냐?"

자신이 알고 있던 소리와는 무언가 달랐다.

더 거대하고, 더 무시무시했지만,

그 소리가 더 짧게 경쾌했다면 이상한 표현일까?


"서양배가 대포를 쐈습니다."

"저 거리에서? 저쪽도 위협 사격을 하는 것인가?"


"대···. 대장."

"무엇이냐?"

"저희 뒤쪽의 배···. 배가."

"배가 뭐 어찌 되었다는 것이냐?"


허어어억!

자신보다 뒤에 있는 배가 무엇에 요격당한 듯 그대로 침몰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그 옆에 있던 배는 갑판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불을 끄기 위해서, 이미 혼란에 빠진 배.


"이···. 이게 무슨 일이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서양배와 자신의 거리만 해도 멀다.

그래서 위협 사격을 한 것.

그런데 자신의 뒤에 있던 배가 격침을 당한다?

뭔가 이상했다.


"퍼어엉!, 퍼어엉!, 퍼어엉!"


불과 몇십 초도 지나지 않았다.

다시금 불을 뿜어내는 대포.


서양의 배에는 화문이 단 2개만 열려 있었다.

그렇다면, 좀 전에 저 화문의 대포가 쏘았을 것.

한데, 어찌 다시 쏠 수 있단 말인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상황.


뭐지? 내가 잘 못 본 것인가?

2개의 포문에서 다시금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포탄이 아슬아슬하게 아군의 배 옆으로 떨어졌다.

교전 중에 상당히 자주 있는 일.

이런 장거리에서 포탄에 맞는 것은 사실 매우 운이 없는 상황.


그렇지. 이게 정상이지.

그전에 운이 좋았던 모양이군.

다시금 마음이 안정되자, 헛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어쩌다 운이 좋은 것을. 무엇이 그리도 무서웠을까?"

자기가 생각해도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 순간.

수십 초가 지나지도 않았는데,

다시금 화구에서 연기가 피워 올랐다.


"허억. 그렇다면 이전 것이 운이 아니라는 것이냐아!!!"


놀란 사시모토가 다시금 뒤를 돌아보았다.

좀 전에는 살짝 빗나갔던 포탄.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포탄을 피했던 왜구의 배로 포탄이 뚫고 들어갔다.

원래라면, 뚫린 선미를 수리하여, 침몰을 막으면 될 일.


쿠아아아앙!

갑자기 갑판 안에서 굉음이 나더니 그대로 선미가 날아가면서 배가 두 동강이가 났다.


선미가 날아간 부분이 절단되면서, 그 내부가 보였다.

내부는 이미 화마가 휩싸여 있었고, 그 안으로 차마 말로 표현하기 시체들의 조각들이 보였다.


꾸르르륵!


갈라진 틈으로 바닷물이 밀려들면서, 그대로 배가 침몰을 했다.


"저것은 도대체가 무엇이란 말이냐?"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부하들도 놀라긴 마찬가지.


지금까지 보아오던 서양놈들의 대포와는 전혀 달랐다.

사거리부터가 이상했다.

아니 괴상했다.

세상이 이 정도로 멀리 타격이 가능한 대포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정확도나 연사 속도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이대로라면?


섬뜩!


팔에 닭살이 돋아 올랐다.


'필패!!!'


"다···. 당장 저 배를 어떻게 해보아라."


"퍼어엉!, 퍼어엉!, 퍼어엉!"


그리고 또다시 포탄이 날아들었다.


"지금까지 3대가 전복, 2대가 화마에 쌓여 재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전장의 분위기를 바꿔야 해.

왜구였지만, 나름 오랜 선상 생활을 한 사시모토가 부하들을 재촉하였다.

"적은 단 한 대다, 모두 달라붙어라."


대장의 명령에 주변 수십 척의 배가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유유히 서양배가 움직였다. 그리고는 점점 자신의 부하들과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대장, 상대방의 배가 너무 빠릅니다. 다가가는 속도보다 도망가는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퍼어엉!, 퍼어엉!, 퍼어엉!"


"배들이 모여있어서, 훨씬 피해가 큽니다."

다급한 부하들의 목소리.

하지만, 이런 상황은 사시모토 역시 처음이었다.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그저 입을 벌린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또한···."

"또? 아직도 남아있다고!!!."

"폭탄 대부분이 곡사가 아닌 직사로 날아옵니다."

"!!!"


포격 거리를 늘리기 위해선 곡사로 쏘는 것이 당연한데,


저리 먼 거리에서 직사로 쏘아댄다고?

저 먼 거리에서?


흥분한 사시모토.

자신도 모르게 흉터를 어찌나 긁었던지 피가 흥건하게 흘러나왔다.


"이···. 이건 진짜로 위험하다."

위기를 느낀 사시모토가 그대로 배를 돌렸다.


"뭣들 하느냐, 다들 전력을 다해 도망가라."

그리곤, 처절한 후퇴 명령이 떨어졌다.


***


"총사령관님 적의 대장선이 뱃머리를 돌렸습니다."

"하하하,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충무호를 우습게 본 듯하군요."


충무호를 과소평가 당했다고 생각한 이순신 장군의 목소리가 다소 격앙되어있었다.


"대장선을 잡을까요?."

"알겠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명령을 내렸다.

"최고 속도로 대장선을 따라잡는다."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다시금 돛이 내려왔다.


쓔우우욱!


거친 파도를 가르면서 충무호가 빠르게 대장선으로 다가갔다.


"포가 과열되었으니 잠시 소총으로 응사하도록."

"소총으로 응사한다."


갑판에 소총병들이 대장선을 조준했다.

일본의 조총으로는 거리가 멀어 사격할 수 없는 거리.


방심하고 있던 대장선에 총알이 날리자, 허둥대는 모습이 보였다.


- 끄아아악.

- 허어어억.

- 크아아악!

- 아아악.


왜구의 처참한 비명이 들려왔다.


왜구 대장선.

망원경을 꺼내 상대를 살펴보니, 무장이 훨씬 잘되어있는 왜구가 보였다. 그리고 그자에게 초록 불이 일렁였다.


"저놈이 대장이군. 무강아."

"넵!"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 좀 볼까?."


내 말에, 곧바로 스나이퍼용 총을 꺼내든 무강.

"누구를 저격할까요?"


"조타석 옆에 무장이 화려한 자가 보이느냐?"

'네, 보입니다."

"그자가 아마도 총대장인 듯하다."

"어찌 그런 것을 다 아십니까?"

"딱 봐도 수상하잖아?"

"아?!!"

자세한 건 설명할 수 없으니.

넘어 좀 가자.


"준비되면 바로 사살하도록."

"넵."


무강이 망원경 너머로 보이는 적을 수십 초 동안 겨누었다.

주변에 전쟁터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침착하게 몰입을 하는 모습.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구나.'

무강이가 참으로 기특했다.


"퐈아앙!"

다른 총성보다도 더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엄청나게 큰 총열의 끝에선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망원경을 들고 살펴보니, 적장은 이미 쓰러져있었다.

이제는 마무리 구원투수가 필요한 시점.

조선에도 여포 같은 장군이 한 명 있었다.


배를 타고 지겨워하는 신립장군의 모습.

"신립장군님. 그동안 몸 근질근질하셨죠?"


"아하하, 조금, 근질근질했습니다."

능글맞은 미소로 나에게 화답해주는 장군.


"원래라면 백병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찌할까요?"

"제가 고작 해적때들을 무서워한다는 겁니까?"

"뭐, 그렇다면야."

앞으로 나서라는 듯 내가 손을 뻗었다.


마치 오래간만에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던 사람같이 신립이 입맛을 다셨다. 옆구리에 차고 있던 칼을 빼 들어 하늘로 들어 올렸다. 그리곤 외쳤다.


"배를 붙여라. 백병전에 돌입한다."

빠른 속도로 배가 앞으로 치고 나갔다.


쿠앙!


대장선의 옆구리를 강하게 타격하자,

왜구들 수십 명이 붕 떠 바다로 떨어졌다.


"가자."

신이 난 신립장군을 선두로, 신립장군의 부대원들이 무서울 것 없다는 듯 사납게 왜구의 배로 뛰어들었다.


"허허, 저도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이순신 장군도 참지 못하고 칼을 꺼내 들더니 왜선으로 건너갔다.


"매형, 잠시 다녀올게요."

무강이도 왜선으로 뛰어 넘어갔다.


절레절레.

이 정도면 전쟁에 미친 놈들 아닐까?


이미 총사령관을 잃은 왜구.

그것은 그저 약한 해적일 뿐이었다.


순식간에 승기는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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